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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7화 (177/1,826)

§ 나는 될놈이다 177화

“잠깐, 대장장이들 없잖아! 내 장비를 만들어 줄 사람도 없다고!”

“내가 있지.”

“네…… 가 만든다고?”

“왜. 싫어? 이런 건방진 놈. 너 그 대장장이들이 내 스킬 하나 배우려고 얼마나 따라다닌 줄 아냐?”

“…….”

케인의 얼굴이 뭐라도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물론 태현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자식이 만들어주는 건 너무 불안해!’

장비를 만들어주는 거 하나 가지고 얼마나 오랫동안 빚을 만들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장비도 문제였다.

‘장비에 무슨 짓이라도 하는 거 아냐?’

태현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감!

태현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의심할 게 케인이었다. 이제까지 당한 게 하도 많아서 곧이곧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너…… 혹시 장비 안에 폭탄이라도 넣는다던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겠지?”

태현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계공학 스킬 유행이 불고 있었다. 그 유행만큼 사람들 사이에서는 헛소문도 많이 퍼졌다.

-기계공학으로 펫 만들 수 있다더라.

-기계공학으로 함정 강화시킬 수 있다더라.

이 정도는 말이 되는 소문이었고.

-고급 기계공학 스킬 찍으면 기계공학 드래곤 만들 수 있다더라.

-기계공학으로 사람도 만들 수 있다던데? 그걸로 김태현이 부하도 만들어서 부리고 다닌대. 드래곤도 사실 기계공학 스킬 관련 펫이라던데.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드니 온갖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소문들!

게다가 원래 플레이어들은 다른 직업의 스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특히 직업 분야가 다른 경우에는 더더욱. 케인은 전투 직업만 해왔기에 제작 직업이 뭐가 가능한지 알지 못했다.

케인은 수상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장비를 만들어준다면서 안에 폭탄이라도 넣는다면…….

그러나 태현은 케인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아니. 그런 좋은 아이디어가!”

“……!”

“이 자식. 가끔은 쓸 만한 생각도 하잖아? 좋아. 그렇게 해주지.”

“잠, 잠깐만. 내가 해달라는 게 아니잖아 이 자식아!”

“사양할 거 없어. 걱정 마. 네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그게 어떻게 걱정 안 할 일이냐 이 자식아!?”

아이템에 달린 추가 옵션은 자격이 있어야 볼 수 있었다. 만든 사람이라거나 제작 스킬이 높다거나…….

케인 같은 사람은 태현이 작정하고 만들면 볼 수가 없었다.

케인이 옆에서 펄쩍 뛰거나 말거나 태현은 귀를 막고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리는 것은 하나.

세상에서 가장 수상해 보이는 세트!

* * *

‘근데 이제 폭탄도 좀 아끼긴 해야겠군.’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템을 정리했다.

마르덴 후작 전투 이후 얻은 것을 정리하는 시간!

갖고 있던 화약이나 폭탄 재료들은 거의 다 쓴 상태였다. 아농 성에 있던 것까지 다 끌어와서 쓴 상태였으니…….

덕분에 그런 보스 몬스터를 쉽게 잡을 수 있었지만, 갖고 있던 폭탄 아이템 양이 확 줄어버렸다.

짐꾼으로 쓰던 대장장이들도 빠졌고, 여러모로 손이 묶인 셈이었다.

기계공학의 핵심은 결국 재료와 시간!

‘어디 또 아농 백작이나 맥크레니 상단 같은 호구 없나?’

엄밀하게 따지면, 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2에서 제작 직업의 고충을 아직까지 제대로 겪지 않았다.

제작 직업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재료!

재료가 있어야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 스킬이 올라가고 더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려면 더 희귀한 재료가 더 많이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제작 직업이 직접 재료를 모으는 건 힘들었다. 사람들이 괜히 대형 길드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대형 길드에 들어가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좋은 아이템을 만든 다음 팔아서 골드를 모으고, 그 골드로 재료를 다시 사는 그런 방법을 주로 썼지만…….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없다면 있는 놈한테 뜯는다!

맥크레니 상단, 아탈리 왕국, 아농 성…….

친밀도와 공적치 포인트, 퀘스트로 뜯을 수 있을 때까지 뜯어낸 태현이었다.

다른 제작 직업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사치!

‘자, 그러면 우리 후장…… 아니, 후작님은 뭘 주셨으려나?’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받는 것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태현은 아이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고대 뱀파이어의 각인:

고대 뱀파이어들이 즐겨 사용했던 문신이다. 몸에 새길 경우 고대 뱀파이어들의 권능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

권능. 아키서스의 권능으로 쏠쏠하게 이익을 본 태현으로서는 귀가 번쩍 열리는 단어였다.

아키서스의 권능만큼은 아니더라도 고대 뱀파이어의 권능도 꽤 좋은 게 많을 것이다.

‘뱀파이어의 권능은 뭐가 있으려나?’

당장 생각나는 건 흡혈, 안개화, 동물 부리기…….

‘아. 잠깐.’

태현은 멈칫했다.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 직업을 갖고 있는 에반젤린이 떠오른 것이다.

그녀가 갖고 있는 권능 중 하나는…….

‘……행운 –999도 있었잖아?’

순간 등이 오싹해졌다. 설마 그런 권능이 나오지는 않겠지?

태현은 일단 다른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카인의 오른팔:

내구력 ∞/∞, 마법 방어력 175, 신성 방어력 175.

뱀파이어가 아닐 경우 사용 시 저주받음.

악명 제한 1000.

스킬 ‘고대 뱀파이어로 변신’ 사용 가능, 스킬 ‘카인의 흡혈’ 사용 가능.

고대 뱀파이어의 선조이자 우두머리였던 카인이 사용했던 팔찌다. 타락한 카인이지만 그가 강력한 대마법사로서 뱀파이어들이 사용하는 비술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건…… 대단한데?’

태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물리 방어력 옵션은 없었지만 마법 방어력과 신성 방어력 옵션이 장난이 아니었다.

-명품은 덕지덕지 옵션을 달지 않고 심플하게 스탯으로 말한다!

<카인의 오른팔> 팔찌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스킬도 2개지만 딱 봐도 평범한 스킬이 아니었다.

‘고대 뱀파이어로 변신에, 카인의 흡혈이라니…….’

카인의 흡혈은 강력한 흡혈 스킬. 뱀파이어의 끈질긴 생명력과 강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흡혈> 계열 스킬이었다.

하급 흡혈, 중급 흡혈, 속성 흡혈…… 온갖 흡혈 스킬들이 다 있는 게 뱀파이어!

그중에서도 카인이라는 이름이 들어갈 정도면 강력한 스킬이 분명했다.

그리고 <고대 뱀파이어로 변신>은 한술 더 떴다.

아예 고대 뱀파이어 자체로 종족을 변신하는 것!

‘일정 시간 동안 고대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 라.’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

‘행운이 –999 내려가는 건 별 의미가 없겠고.’

이제 행운이 3500이라 –999가지고는 간에 기별도 안 갔다. 그걸로 꼼수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역시 고대 뱀파이어 종족이라면 그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

태현은 에반젤린이 싸우는 것을 직접 봤다. 랭커라고는 해도 그 전투력은 대단했다.

행운이 –999인 페널티를 받은 만큼 다른 보너스를 받은 것이다.

‘언제 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사실, <고대 뱀파이어로 변신>보다는 마법 방어력이나 신성 방어력 스탯이 더 쓸 만하게 느껴졌다. 이런 건 그냥 장착만 해도 쓸 수 있었으니까.

‘다른 아이템들은 뭐가 남았지?’

마르덴 후작의 살아 움직이는 가면:

내구력 99/99

사용 시 외모 변경이 가능. 각종 수치를 숨길 수 있음.

오래 착용 시 악명 증가.

마르덴 후작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했던 가면이다. 그는 뱀파이어가 된 이후에도 귀족으로서 활동했다. 이 가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이런 아이템을 쓸 일이 없는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에이, 이게 뭐야?’하고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이 아이템의 진정한 가치를 바로 알아차렸다.

아니, 태현 같은 사람이야말로 이런 아이템을 잘 쓸 수 있는 사람!

‘완전한 변장이 가능한 아이템이잖아?!’

살가죽처럼 생긴 가면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이걸 쓰면 복면이나 어설픈 가면보다 훨씬 더 간편하게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겉으로 보면 가면을 쓴 것 같지도 않았으니 그 효과는 두 배!

악명이 증가하는 페널티 정도는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남은 건…….’

장비 하나와 각인 하나를 제외하고 남은 것들은 스크롤들이었다. 일회용 마법 아이템.

흡혈 박쥐 떼 소환 스크롤:

근처에 흡혈 박쥐 떼를 풀어놓는다. 6시간 동안 유지되며, 일정 거리 안의 흡혈 박쥐는 조종이 가능하다.

뱀파이어의 눈 스크롤:

숨어 있는 적들을 찾아내는 <뱀파이어의 눈> 마법을 시전한다.

흘러내리는 피의 저주 스크롤:

적에게 <흘러내리는 피의 저주> 마법을 시전한다.

좋은 스크롤들이었다. 마르덴 후작은 뛰어난 마법사였고, 갖고 있는 아이템들도 괜찮았다.

화신 봉인 저주 비전서:

화신을 봉인하는 저주에 관한 비전서.

[최소 고급 마법 스킬이 필요합니다. 마법 스킬이 낮아 읽을 수 없습니다.]

<화신 봉인의 저주-스킬 퀘스트>

위대하고 뛰어난 시대의 영웅 마르덴 후작은 더럽고 비열한 화신에게 기습을 당한 적이 있다.

물론 마르덴 후작이 그런 자에게 겁을 먹지는 않았지만, 위대하고 뛰어난 시대의 영웅 마르덴 후작은 비열한 화신에 대한 대응 방법을 연구했다.

이 비전서는 그 연구의 정수다. 이해할 수 있다면 화신 봉인의 저주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보상:?

스킬 퀘스트. 보상으로 스킬을 주는 퀘스트였다. 마르덴 후작과 관련된 퀘스트여서 그런지 마르덴 후작에 관한 칭찬이 과했다.

‘그보다…….’

태현은 이 아이템을 파괴시킬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법 스킬을 고급까지 찍으려면 너무 많이 남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얻는 보상은 태현한테는 별 쓸모가 없었다. 완전히 태현을 엿 먹이기 위한 스킬 아닌가.

‘마르덴 후작은 착각해서 뻘짓을 했지만…… 다른 놈들이 또 그러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태현은 찜찜한 마음을 감추고 일단 아이템들을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맥크레니 상단에서 갖고 나온 가장 비싼 가방인데도 불구하고 아이템이 빼곡하게 찼다.

착용할 건 착용하고, 넣을 건 넣고…… 쓸 건 써야 했다. 태현은 <고대 뱀파이어의 각인>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뭐가 걸릴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었으니까.

꿀꺽-

-사용.

[고대 뱀파이어의 각인을 사용합니다.]

[권능을 얻습니다.]

[몬스터 조종 스킬을 얻습니다.]

<몬스터 조종>

고대 뱀파이어의 최면 능력은 살아있는 생물들을 지배할 수 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강한 몬스터를 조종하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 스킬 레벨 1.

‘다행이다.’

행운 –999 같은 게 나올까 봐 가슴을 졸였던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 조종. 쓸 만한 스킬이었다. 물론 사디크 사제처럼 괴수 몬스터를 소환해서 부리거나 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수준에서는 돌아다니는 토끼나 쥐, 뱀 같은 몬스터 정도를 조종하는 게 전부!

스킬 레벨을 올리고 올려도 대형 몬스터까지 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쓰기 나름이지.’

꼭 좋은 스킬만 유용한 건 아니었다. 태현은 얼핏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도 잘 쓰면 유용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비주류 스킬의 활용. 이건 언제나 상대방의 예상을 깨는 강력한 장점이었다.

‘좋아. 아이템은 확인 다 했고…… 이제 만들어볼까?’

태현은 오랜만에 의욕적으로 장비를 만들 준비를 했다.

기계공학 중급!

대장장이 기술 중급!

어지간한 대장장이 플레이어는 그냥 뺨을 후려갈기는 스펙이었다.

물론 장비는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했지만, 태현의 실력과 운이라면 녹슨 철을 갖고서도 나름 쓸 만한 장비를 만들 수 있었다.

땅, 땅, 땅-

태현이 자리를 잡고 망치를 두드리기 시작하자, 옆에서 케인이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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