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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3화 (173/1,826)

§ 나는 될놈이다 173화

“아. 맞다.”

구성욱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수많은 고난을 헤쳐온 역경의 전사 같은 모습이 엿보였다.

“잘 싸우더라.”

“제작법!”

“쌍검 스킬 쓰기 힘들던데 어떤 스타일로 올린 거? 아이템은 민첩 위주로 장착한 건가?”

“제작법!!”

“그러고 보니 퀘스트 보상으로 경험치 꽤나 받았겠는데.”

“제작법!!!!”

“알겠어. 주면 되잖아.”

태현은 <차가운 울음의 검> 제작법을 구성욱에게 건넸다. 제작법을 받은 구성욱은 무릎을 꿇고 흑흑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뭐야?”

“몰라. 이상한 사람인가 봐.”

태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구성욱.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왜 김태현 앞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설마 고백했다가 차인 거 아냐?”

“……!”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구성욱에게서 신경을 껐다. 지금 할 일이 많았다. 구성욱은 더 이상 안중에도 없었다.

“에반젤린, 넌 이놈이 받은 저주를 알고 싶어 했지?”

“응!”

에반젤린은 냉큼 대답했다. 행운을 0으로 만들어주는 저주라니. 얼마나 대단한 저주인가!

케인은 황당하다는 듯이 에반젤린을 쳐다보았다. 뭐가 좋아서 행운을 0으로 만들려는 거지?

“이놈이 받은 저주는 사디크 교단이 내린 저주다. 거기서 행운을 0으로 만드는 저주가 있더라고.”

“……!”

“저주를 받으려면 가서 싸우는 게 좋지 않을까?”

투구의 틈에 드러난 에반젤린의 눈이 번쩍였다. 확실히 태현의 말이 옳았다.

이건 놓칠 수 없는 기회!

행운을 0으로만 만들 수 있다면 그녀는 이 저주받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행운이 0만 되어도 파티 플레이나 기타 다른 행동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당장 가야겠어!”

“아주 좋은 생각이야. 사디크 교단을 불태워버리라고!”

태현은 에반젤린을 부추겼다.

어차피 사디크 교단과 화해할 수 없으니, 남은 건 사디크 교단의 적을 많이 만드는 것뿐!

에반젤린 정도 되는 랭커가 사디크 교단과 적대한다면 그것도 좋았다.

옆에서 보는 루포는 악마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같은 모험가까지 등쳐먹어서 이용을 하다니!

에반젤린은 태현의 그런 속셈도 모르고 태현에게 고마워했다.

“이런 일 저런 일 있었지만 어쨌든 즐거웠어. 같이 싸워서 재밌었고. 다음에 만나면 또 같이 싸우자.”

에반젤린은 확실히 마음이 넓고 성격이 좋았다. 그렇게 당했는데도 저런 식으로 인사를 하다니.

실제로 미운 정 고운 정…… 아니, 미운 정만 대부분 들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태현은 에반젤린의 예상을 깨는 사람. 태현은 별로 필요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뭐? 이제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태현의 행운은 3,000대를 돌파한 상황. 에반젤린을 가까이 붙여놔도 이제 제대로 된 페널티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물론 그 말을 에반젤린이 들었을 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들렸지만!

“…….”

옆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에반젤린이 분노를 다스리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저 정도의 분노조절능력이라니! 대단하다!

“너…… 나중에 나하고 만났을 때, 아쉬운 소리 하게 될 날이 분명히 올 거야. 그때 두고 보자! 진짜로 두고 보자! 진짜 진짜 두고 보자고!”

에반젤린은 그렇게 외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케인은 저렇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에반젤린의 뒷모습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 나는 언제 저래 보나?’

* * *

무너진 아농 성벽은 빠르게 수리되기 시작했다. 물론 다시 완성되려면 몇 달은 걸리겠지만, 그동안 이 주변에서 아농 성을 공격할 만한 적은 없었다.

신이 난 건 플레이어들이었다. 별생각 없이 태현을 보고 달려왔던 플레이어들은 퀘스트 보상에 싱글벙글했다.

퀘스트에 참가하고 한 일이 없는 플레이어도 레벨이 4에서 5 가까이 올랐을 정도로 보상이 좋았던 것이다.

게다가 아농 백작은 퀘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에게 아낌없이 골드를 뿌렸다.

“야. 내가 뭐라고 했냐? 김태현이 하는 퀘스트는 참가해야 한다고 했잖아!”

“대박이다. 나 이번에 레벨 얼마나 오른 줄 알아? 안에서 화살만 쐈는데 6이 올랐어.”

들리는 목소리들은 태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태현이 이번 퀘스트에서 손해 본 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억울!

억울한 건 태현뿐만이 아니었다. 마르덴 후작 퀘스트가 설마 아농 성에서 바로 끝나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억울해하고 있었다.

-아니, 뭐야? 마르덴 후작 그거 완전 약해빠진 놈이네! 난 그놈한테 거기 있던 고렙 파티들 학살당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 하나 못 깨고 그냥 져?

-맞아. 고성에서 죽은 파티 고렙 파티 맞아? 걍 자기 죽었다고 과장한 거 아냐?

마르덴 후작 퀘스트 관련 영상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주로 ‘이번 퀘스트는 좀 오래 갈 거 같으니 나중에 토벌 각이 보이면 그때 참가해야겠다’라고 생각하거나, ‘대형 길드들이 시작할 때 참가하는 게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던 플레이어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농 성으로 향할 때 비웃었던 사람들이었다.

-아농 성에 지금 간다고? 야. 김태현이 밥 먹여주냐? 김태현 얼굴 하나 보자고 아농 성 간다는 게 말이 돼?

-영상 보니까 마르덴 후작 수준 딱 나오던데. 아농 성 병력으로 못 잡아. 지금 괜히 가봤자 고생만 하고 보상은 못 받을걸.

-김태현이 있다고? 김태현이 혼자서 마르덴 후작을 어떻게 잡아? 아농 성 병력 합쳐도 마찬가지야. 너무 급한 거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는데, 정작 태현은 보란 듯이 퀘스트를 한 번에 깨버렸다. 마르덴 후작은 다른 곳을 가기는커녕 아농 성에서 사망!

그렇게 되니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한 사람이 하는 짓은 언제나 추한 법. 그들은 댓글로 계속 징징거렸다.

물론 인터넷에 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마르덴 후작 엄청 셌거든? 네가 직접 싸워봤냐? 나 거기서 마르덴 후작한테 화살 날린 사람이다. 안 싸워봤으면 말하지 마.

-우리 친구 퀘스트에 참가하지 못해서 심술을 부리는구나? ㅉㅉ.

퀘스트에 참가했던 사람은 그저 신날 뿐!

-야. 김태현 진짜 대단하더라. 마르덴 후작이 마법사들 있는 거 다 뚫고 접근해서 스킬 거는데 그냥 무시하는 거 봤지? 그거 대체 뭐냐?

-김태현 직업 패시브 스킬 아냐? 난 진짜 궁금한 게, 무슨 직업의 패시브 스킬이 마르덴 후작이 작정하고 거는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거지? 사기 아냐?

정답은 마르덴 후작이 알아서 자멸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농 성 공성전 영상만 보면 태현은 마르덴 후작이 펼쳐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것도 그건데 난 그다음이 더 궁금하더라. 공격 튕겨낸 거 무슨 스킬이지? 검술 스킬 같던데.

-검술 스킬 중에서 공격 되돌려내는 스킬은 꽤 많지 않냐?

-그렇긴 한데 거의 다 실전에서 쓰기는 좀 그렇잖아.

공격을 되돌려 보내는 스킬은 그 효과답게 쓰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검술 좀 배운 플레이어들이면 다 파보는 스킬이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은 드문 스킬!

-MBS에서 김태현 시점으로 제대로 방송해 준다고 하니까 그거 기다려야지. 김태현 시점으로 보면 좀 제대로 볼 수 있겠지.

지금 돌아다니는 동영상들은 퀘스트에 참가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찍어서 올린 영상들이었다.

그런 만큼 태현이 싸우는 걸 정확히 볼 수 없었던 것!

흥미가 아닌 정보에 관심이 많은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만큼 태현의 직업과 스킬은 미스터리였다.

-나 Q&A 하는 거 별 생각 없이 봤었는데 웃기더라.

-맞아. 나 기계공학 배워보려고.

-나도.

태현이 방송에서 말한 것 때문에 기계공학 유행이 불고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태현 때문에 대장장이 유행이 불었듯이, 이번에는 기계공학 유행이 불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성벽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강력함!

물론 거기까지는 온갖 준비 과정이 필요했었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게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좋아 보일 뿐!

-야, 근데 김태현이 PK한다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

-인성 갑인 김태현이 PK한다고 공개선언 할 정도면 진짜 나쁜 놈 아닐까?

-그러게.

부들부들!

반응을 본 김태산의 주먹이 다시 한번 떨렸다.

“이노오오옴……!”

* * *

“태현 님, 죄송한데…….”

“……?”

“저희가 퀘스트가 떴습니다.”

대장장이들은 서로 가리키며 말했다.

김지산, 박성찬, 우정식 이 세 대장장이는 원래 제노마 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대장장이들.

대부분의 퀘스트를 거기서 하고, 친해진 NPC들도 다 그곳의 NPC니 퀘스트도 제노마에서 뜰 수밖에 없었다.

가입한 대장장이 조합에서 온 퀘스트라 빠지면 불이익이 너무 컸다.

“그래? 가면 되겠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가라고 말하는 태현!

“흑흑 우리가 더 도와드려야…… 응?”

“가면 되겠다고. 가서 퀘스트 깨야지.”

“아니, 안 섭섭하세요?”

“내가 왜 섭섭해야 하는데?”

“우리 없으면 잡일하고 짐은 누가 들어드리겠습니까!”

김지산의 말에 박성찬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는 친구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야. 말하기 전에 어떻게 들리는지 생각 좀 하고 말해.”

저런 걸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재능!

“뭐 다른 놈들 구하면 되겠지. 짐꾼 NPC야 레벨이 낮기는 하겠지만 돈 주고 고용할 수도 있고…… 아. 케인도 있군.”

“나는 왜?!”

“그럼 내가 짐을 들어야겠냐? 나는 이동속도 느려지면 안 돼.”

태현의 전투 스타일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치고 빠지는 스타일. 짐을 많이 들고 다니면 안 됐다.

“흑흑, 이렇게 헤어지게 되다니…….”

“아. 빨리 가라니까.”

울먹이는 대장장이들을 발로 밀어내며, 태현은 재촉했다.

“우리 말고 다른 대장장이들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싫은데.”

“그…… 러면 3명까지?”

“싫은데.”

“5명?”

“싫다니까. 얌전히 갈래, 아니면 몇 대 맞고 갈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태현의 태도!

대장장이들은 결국 흑흑거리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없는 사이에 다른 놈들이 붙으면 어떡하지?”

“그런 놈들은 없을 거야! 없어야 해!”

대장장이들이 나가자, 태현은 에드안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서도 된다.”

이제까지 에드안은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고 있었던 것! 그의 목에는 ‘앞으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오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물론 이번 퀘스트의 잘못이 에드안 때문은 아니지만, 그런 논리는 태현 앞에서 먹히지 않았다.

“태현 님, 제 잘못이 아닙니다!”

“시끄럽고. 우리는 이제 에스파 왕국으로 간다.”

“에스파 왕국 말입니까? 에스파 왕국의 어디요?”

“아발랍 시.”

“아발랍 시라면…….”

태현의 말을 들은 케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너 거기 참가하려는 거냐?”

“뭔 소리야?”

“아발랍 시 투기장에 참가하려는 거 아니었어? 그거 아니면 너 같은 놈이 거기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투기장. 판타지 온라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하는 PK에 페널티를 두는 판타지 온라인에서 합법적으로 PK가 가능한 장소!

게다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우승하면 투기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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