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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2화 (172/1,826)

§ 나는 될놈이다 172화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죽는 그 순간에 태현을 최대한 엿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만큼 태현이 마르덴 후작을 괴롭히고 괴롭히고 괴롭혔던 탓이었다.

-절대 네가 원하는 걸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마르덴 후작의 몸에 박힌 지팡이의 조각이 눈부신 흰색으로 빛나더니 그대로 터져나갔다.

“으아아앗!”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지팡이가 파괴됩니다.]

[화신의 자격으로 지팡이 안에 남은 힘을 흡수합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행운이 크게 오릅니다.]

‘잠, 잠깐……!’

권능이 파괴된 것도 파괴된 것이지만, 태현은 당황했다. 지금 마르덴 후작을 잡은 공으로 경험치를 얻어야 하는 상황.

여기서 행운이 크게 오르면……!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도 크게 상승!

‘안 돼! 안 그래도 2500으로 돌아왔는데!’

[현재 행운:3500]

“크아아악!”

태현은 한 대 맞은 것처럼 울부짖었다.

대체 권능을 어떻게 담아놨던 건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는지 안에 담겨 있었던 힘이 상상을 초월!

그리고 이후 메시지창이 떴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딱 2레벨 업!

이번 퀘스트로 인해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폭렙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마르덴 후작 레이드에 참가했던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태현과 비교하면 숟가락만 얹은 셈이었는데도 그 정도로 레벨 업을 했으니, 마르덴 후작이 어느 정도의 보스 몬스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태현은 딱 두 번 레벨 업 했다.

이제 이 행운 3500이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질 정도!

‘이런 젠장……!’

마르덴 후작은 생각지도 못하게 태현에게 복수를 한 셈이었다.

* * *

태현의 장점은 충격에서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현은 충격에서 벗어났다.

권능이 정말 아깝고 아까웠지만 이미 사라진 것.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맴도는 아쉬움.

-부서졌는데 행운과 신성이 그렇게 대폭 오를 정도의 권능이라면 대체 무엇이었을까?

‘크윽……!’

마르덴 후작에게 느꼈던 고마움은 싹 사라진 지 오래! 태현은 다른 뱀파이어들을 만나면 화풀이를 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행운이 3000을 넘었습니다. 행운 부여 스킬을 얻습니다.]

[신탁을 받습니다.]

<행운 부여>

행운 스탯에 따라 장비에 무작위 버프를 걸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행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행운 부여. 행운이 일정 수치를 넘음에 따라 얻은 스킬이었다. 아키서스의 권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장비에 마법을 부여하는 건 언제나 좋은 스킬이었다. 싸우기 전에 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파티의 전투력이 몇 배는 올랐으니까.

장비에 부여하는 마법을 전공으로 하는 마법사나 사제들은 파티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태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잠깐…… 이거 랜덤이잖아?’

아키서스, 행운과 관련되면 꼭 나오는 단어, 랜덤!

‘부여 효과를 랜덤으로 해주는 놈이 어디 있어?!’

놀랄 틈도 없이 다음 신탁이 떴다.

[점점 깨어나고 있는 나의 화신아. 권능을 모으고 신성을 회복시켜라. 대륙의 모든 이들이 내 이름을 알게 해라.]

‘해준 것도 없는 놈이 뭔 명령이야?’

다른 교단을 믿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온갖 혜택이란 혜택은 다 받고 있는 와중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태현은 신탁도 곱게 들리지 않았다.

[나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은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다. 내 권능이 파괴되더라도 절망하지 말거라. 화신인 네가 있다면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으니.]

‘아. 그런 거였군.’

태현은 이 신탁이 왜 나온 것인지 깨달았다. 얻어야 할 권능이 파괴되자 나온 것이었다.

[에스파 왕국으로 가거라. 아발랍 시에 네가 찾는 것이 있을 테니.]

“……!”

<아키서스의 신탁-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권능을 잃어버렸지만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화신의 길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아키서스는 신탁으로 길을 알려주었다.

에스파 왕국의 아발랍 시로 찾아가라. 거기에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있을 테니까.

보상:?, ??

‘아발랍 시라…….’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에스파 왕국. 에랑스 왕국에서 남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왕국이었다.

척박하고 거친 기후에, 무엇보다…….

‘오크들이 많은 왕국이었지?’

에스파 왕국은 오크 부족들이 주변에 꽤 있어서, 오크 종족을 고른 플레이어 중에서는 에스파 왕국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친해지기에는 같은 종족이 제일!

물론 에스파 왕국의 오크들은 저 멀리 동쪽의 오크 부족들과는 상관이 없는 다른 오크들이었지만, 그래도 오크와 원한이 있는 태현에게는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김태현

레벨 : 54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8480

MP : 7890

힘 : 307(+35)

민첩 : 327(+35)

체력 : 357(+35)

지혜 : 330(+35)

행운 : 3500(+35)

보너스 스탯: 0

화려하다면 화려한 스탯. 어쩌다가 3500을 돌파해 버린 행운도 행운이었지만, 다른 스탯들도 변태 같은 수준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이런 식으로 스탯을 올리지 않았다. 균형 잡힌 스탯은 멍청이나 하는 짓!

주력 스탯 하나와 보조 스탯 하나, 혹은 주력 스탯 하나와 보조 스탯 둘을 잡고 성장시키는 게 보통이었다.

태현처럼 이렇게 균등하게, 게다가 그 스탯이 몇백 수준인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

‘나도 좋아서 이렇게 찍은 건 아니지만…….’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아키서스의 변덕> 패시브 스킬. 아키서스의 화신의 밥줄이라고 봐도 좋았다.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스탯을 늘리는 대신, 보너스 스탯이 랜덤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스탯 성장이 빠르니 불평은 할 수 없었지만 다른 직업이었다면 어마어마한 쓰레기 스킬!

그나마 아키서스의 화신이니 커버가 됐다.

‘다른 스탯은…….’

명성 : 5160

악명 : 1620

신성 : 1823

퀘스트 덕분에 미친 듯이 올라간 명성과 신성. 덕분에 신경이 쓰이던 악명은 한동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백작 작위까지 있으니 어지간하면 상관없겠지.’

악명이 높더라도 백작 작위가 있으면 어떻게든 커버가 됐다. 악덕 백작 같은 칭호가 뜰지도 모르겠지만…….

태현은 스킬을 확인했다.

중급 검술 5 (1%)

초급 마법 3 (6%)

초급 은신 8 (36%)

중급 요리 1 (53%)

중급 화술 2 (4%)

중급 기계공학 1 (77%)

중급 대장장이 기술 6 (26%)

중급 전술 5 (1%)

스킬들을 한 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잡다하게 올라 있는 스킬들!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합성이라고 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스킬을 모두 올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 버프와 행운 버프로 제작 직업에서 엄청난 보너스를 받고 들어가는 입장.

성장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 좀 아쉽군. 요즘 쓸 틈이 없어서…… 초급 흑마법도 아직 레벨 6이고. 언제 한 번 기회 잡아서 올려야 하는데.’

태현은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려나갔다. 계획이 틀어진 게 한 가지 있다면 행운.

한동안 1,000대에서 놀 줄 알았던 행운이 갑자기 3,000대를 뚫어버렸다.

당연히 레벨 업도 더 하기 힘들어진 상황!

‘아…… 진짜…….’

랭커들부터 시작해서 고수급 플레이어들은 신나게 레벨을 올리겠지만 태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정답은 스탯 작업과 권능인가?’

강력한 사기 스킬인 아키서스의 권능을 더 얻고, 스탯을 올려서 따라붙는 방법밖에 없었다.

새삼스럽게 마르덴 후작에게 치솟는 화!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불의 마수의 숨결>을 쓰지 않고 잡을 수 있다는 것 정도?

마르덴 후작이 태현의 능력을 봉쇄하겠다고 뻘짓만 하지 않았더라도 훨씬 더 위협적이고 강한 적이었을 것이다.

정면 승부로 나왔으면 태현도 저 아이템을 썼어야 했을 것이고…….

“백작님! 대승입니다!”

고민하고 있던 태현을 깨운 건 아농 백작의 목소리였다.

그는 밝은 얼굴로 기사들과 함께 다가와 외쳤다.

“저희가 마르덴 후작을 쓰러뜨렸단 말입니다! 기쁘지 않으십니까?”

“어…… 기쁘네.”

“그보다 저는 백작님에게 다시 한번 탄복했습니다. 적의 마음을 읽는 전략! 적의 허점을 찌르는 전술! 그리고 성벽 주변에 누가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적을 잡기 위해서라면 바로 무너뜨려 버리는 과감함까지!”

뭔가 끝으로 가면 욕처럼 들렸지만 아농 백작은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저도 그렇게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야, 야! 그런 건 닮을 필요 없어!”

옆에서 마르셀 백작이 사색이 되어서 말렸다. 대체 태현 같은 놈이 된다니,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그러나 아농 백작은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태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래. 감사는 더 할수록 좋지. 그래서 내가 뭘 가져갈 수 있지?”

태현은 말과 함께 공적치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번 전투에서 태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

마르덴 후작의 군대를 요격하고, 뒤로 돌아서 후작의 고성을 파괴하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함정을 파서 마르덴 후작의 군대를 박살 낸 다음 후작을 직접 처리!

이번 전투에서 태현의 공은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었다. 태현은 아농 성의 공적치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쌓였을까?

‘군대를 빌릴 수 있거나, 아니면 아티팩트를…….’

아농 성에서 괜찮은 아이템 몇 개를 챙겨갈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공적치 포인트:120]

“……응?”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120? 1,200, 12,000도 아닌 120?

혼란스러워하던 태현의 눈에 무너진 성벽이 들어왔다.

설마……!

‘이건 말도 안 돼!’

기분 좋게 폭발시킬 때는 생각지 못했던 것! 이 성벽은 아농 성의 재산이었던 것이다.

그걸 함정으로 써서 날려버린 이상 공적치 포인트에서 까일 수밖에 없었다.

* * *

“태현 님! 저는 영국에서 플레이하는 에드워드라고 하는데 혹시 저하고 파티…….”

태현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까닥였다. 옆에 있던 아농 성의 병사들이 달려 나왔다.

“잡상인들 치워라.”

“예!”

마르덴 후작이 남긴 마지막 훼방과 아농 성 공적치 포인트가 날아간 것 때문에 태현의 심기는 불편한 상황!

“잠, 잠깐만요! 태현 님!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현 님이 겉은 거칠어도 친절하신 거 알고 있으니까요!”

“…….”

태현은 끌려가는 플레이어를 보고 물었다.

“저 헛소문은 대체 어디서 퍼진 거야?”

“그러게 말이야!”

케인은 옆에서 분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헛소문을 퍼뜨리는 놈은 옆에서 직접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태현 님! 저희 파티를 구해주셨잖습니까! 저희는 그냥 감사 인사를…… 에잇! 이거 놔!”

병사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끌고 사라져버렸다. 그걸 보자 태현한테 말을 걸려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뒤로 물러섰다.

뭔가 말을 붙여보고 싶은데 말을 잘못 걸었다가는 한 대 맞을 것 같은 분위기!

‘에이, 그래도 설마 김태현이 그러겠어?’

‘맞아. 김태현인데.’

수군거리는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들은 케인은 고개를 저었다. 대체 저놈들 속에서 김태현은 무엇이란 말인가!

용감하게 말을 꺼낸 건 구성욱이었다. 그는 태현 앞에 서서 핏발선 눈으로 말했다.

“제작법!!!”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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