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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0화 (170/1,826)

§ 나는 될놈이다 170화

빠르게 검색으로 정보를 얻고 태현의 설명까지 듣자 배장욱의 입은 점점 더 벌어졌다.

순간 드는 생각.

‘그냥 이걸 생방송으로 해버릴걸!’

이런 볼거리를 모르고 있었다니. 스스로 반성할 일이었다.

‘아니, 괜찮아. 어차피 이건 녹화 방송으로 따로 나가니까!’

“저, 방송 시작해야 한다니까요?”

“아, 미안해! 시작! 시작!”

김수아는 헛기침을 하고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태현 씨, 안녕하세요? 지금 태현 씨 주변 영상을 시청자분들이 보고 있어요.”

“아. 예.”

태현 주변은 활활 타오르는, 폐허가 된 성벽!

그걸 본 사람들은 폭주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농 성에서 대체 뭐가 일어난 거야???

-저 성벽 누가 부쉈냐? 뭐로 부순 거야? 마법으로 저렇게 부술 수 있어?

-또 드래곤을 소환한 겁니까?

하도 질문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골라야 하는 김수아가 당황할 정도였다. 김수아는 일단 무난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지금 아농 성에서 퀘스트를 하고 계신 건가요?”

“네.”

“성벽이 완전히 무너졌는데 왜 무너진 거죠? 적 몬스터? 마법?”

“아뇨. 제가 무너뜨렸는데요.”

“…….”

너무 당당하게 자기가 무너뜨렸다는 태현에 김수아는 멈칫했다.

혹시 잘못 들었나?

“네?”

“적이 좀 많아서 한 번에 보내려고 같이 무너뜨렸습니다.”

“어, 어떻게요? 그런 마법이 있나요?”

“기계공학으로요.”

“기계공학?!?!”

둘의 대화에 시청자 댓글란은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뭐? 기계공학? 그거 배우는 놈 있냐?

-대장장이 중에 변태들은 그거 배운다던데.

-완전 똥스킬이잖아?

-그걸로 저걸 어떻게 무너뜨려?

“기…… 기계공학으로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나요?”

“일단 폭탄을 만들어서…….”

뭔가 비법을 말하는 것 같은 태현의 모습. 김수아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과연 어떤 스킬로 성벽을 무너뜨린 것일까?

“그냥 많이 만들었죠.”

“…….”

김수아는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진행자였다. 황당함을 추스르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 그러면 시청자분들이 많이 하신 질문들을 물어볼게요. 직업은…… 비공개로 하셨죠?”

“네. 직업은 공개할 생각 없습니다.”

“어떤 계열인가요?”

“뭐…… 대장장이 계열?”

태현은 대충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야 알아서 속아주겠지.

“역시 그렇군요. 태현 씨 대장장이 스킬에 대해서는 카테란드 섬 퀘스트 때부터 이야기가 많았었죠?”

“그랬었나요? 별로 기억에 없어서.”

“다음 질문은 희귀 직업이냐, 영웅 직업이냐는 질문인데요. 이건 대답 가능하신가요?”

“둘 다 아닙니다.”

“?!”

김수아는 깜짝 놀랐다. 옆에서 배장욱이 신호를 보냈다. 더 묻지 말라는 뜻.

‘어떤 직업인지 말하고 싶었다면 김태현이 그냥 말했겠지! 넘어가!’

‘아. 네.’

“다음 질문은…… 판타지 온라인 1의 김태현과 어떤 상관이 있냐는 질문이네요.”

“제가 팬이었습니다.”

얼굴에 철판을 깐 대답!

태현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이것만큼 사람들이 믿기 좋은 거짓말도 없었다.

“아. 그러셨군요! 하긴, 김태현 플레이어는 팬이 많았었죠. 그만큼 강렬했었고.”

“잘생기고 인성도 좋았었죠.”

“네? 아니, 그랬나요……?”

애초에 투구를 쓰고 다녔는데 잘생겼다는 게 성립이 되나? 김수아는 당혹스러웠지만 굳이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다음 질문. 잠깐. 그런데 이렇게 질문을 받아도 되나요? 싸움이 다 끝난 건가요?”

“다 안 끝났는데, 어차피 알아서 올 겁니다.”

태현은 끝까지 먼저 가지 않았다.

극한의 ‘니가와’ 전법!

마르덴 후작이 지금 성벽을 통째로 쓴 함정을 맞고도 이성이 남아 있다면 인정해 줄 생각이었다.

이걸 당하고도 깔끔하게 후퇴할 수 있다면 후퇴해라! 쫓지 않을 테니!

그러나 태현은 믿었다. 마르덴 후작이 미쳐서 돌격해 올 거라고.

그걸 기다리고 있었기에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앗. 네. 그러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영지를 건설하시는데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혹시 혜택 같은 거 있나요?”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지 건설이라니. 그런 건 생각도 없었는데.

“뭐, 먼저 와서 자리 잡으면 뭐라도 더 챙겨드리겠습니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

-각이냐? 이거 각이냐?

“다음으로, 이런 말도 있네요. ‘유명한 랭커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무슨 자기 장기 말처럼 쓰고 버리던데, 김태현 플레이어는 데리고 온 다른 플레이어들을 끝까지 챙기려는 모습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훈훈하네요. 그렇죠?”

“전 별로 챙긴 적 없는데요.”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김태현 플레이어.”

“아니, 진짜로 없는데.”

태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방송용 이미지를 신경 쓸 거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살지 않았을 태현이었다.

-츤데레라니까.

-한국인이니까 한국식으로 김첨지 같다고 하자!

-뭐라는 거야?

-저 미국인인데 김첨지가 누구예요?

그러는 사이 박살이 난 마르덴 후작의 남은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문 너머에서 모이는 걸 보며 태현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이런. 지금 급하실 테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별로 안 급하지만 하나만 묻겠다니 좋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뭐, 퀘스트 깨고 성장하고…… 아. 그리고 한 명은 찾아서 PK를 하려고요.”

“와. 김태현 플레이어도 싫어하는 플레이어가 있군요? 그 사람은 간담이 서늘하겠네요.”

“싫어하는 건 아니고 하찮게 여깁니다.”

극한의 디스!

생방송으로 태현의 문답을 보고 있던 김태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게 누구를 말하는 거겠는가!

화면 밑에 시청자들이 다는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누구냐? 김태현이 싫어하는 놈이?

-글쎄? 그런 플레이어가 있나?

-잡아다 바치거나…… 아니, 정보만 제보해도 김태현이랑 친해질 수 있는 거 아냐?

-젠장, 김태현하고 친구하고 싶다!

“오냐, 이놈아! 어디 한 번 해봐라!”

김태산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그의 길드도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절대 태현한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그들!

김태산의 길드원들은 리X지 때부터 단련된 단결력과 팀워크가 있었다.

때로는 돈으로, 때로는 힘으로. 퀘스트와 몬스터를 김태산에게 몰아주는 형식으로 폭렙!

조금만 더 있으면 김태산은 랭커급도 바라볼 수 있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

* * *

“들어라, 버러지! 여기 내 고성에 왔다 잡힌 모험가들이 있다!”

“뭐? 아직도 인질이 남았다고? 그냥 한 번에 죽이지 그랬어?”

“허세 부리지 마라! 사디크 교단 놈들은 네가 사디크를 믿지 않으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이 모험가들은 어떨까?! 그 성에서 칭송받는 네가 과연…….”

마르덴 후작은 고성에 포로로 잡아놨던 파티를 끌어내서 외쳤다.

포로로 잡힌 그들은 사망 페널티 때문에 시무룩해져서 뱀파이어 전사들 사이에 묶여 있었다.

어떻게든 태현을 도발해서 성 밖으로 끌어내려는 속셈!

그러나 태현은 마르덴 후작이 딱해질 정도였다. 이제 다 잃고 박살 나서 인질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니.

어쩌다 저렇게 됐나!

물론 태현 때문이었다.

“활.”

“네?”

“활 내놓으라고.”

“아, 여기 있습니다!”

궁수 플레이어는 신이 나서 태현한테 활을 내밀었다. 태현이 그의 활을 써준다니!

[화살을 즉석에서 개조합니다.]

[은이 내장된 폭탄이 매달린 화살로 개조됩니다.]

“……이놈들이 죽는 걸 보기 싫다면 당장 나와라! 너와 나 단둘이 승부를 가리자! 듣고 있나! 너와 나 단둘이 승부를 가리면 이놈들의 목숨은 살려…….”

쐐애애액!

태현은 듣지도 않고 파티를 겨냥해 쏴버렸다. 한 발도 아니라 잡히는 대로 연속으로 발사!

인질이야 맞든 맞지 않든 무슨 상관이냐! 마르덴 후작만 잡으면 그만이지!

마르덴 후작한테 의지를 표현하려면 이게 제일 빨랐다.

“어, 어, 어……?!”

묶여 있던 파티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고개를 들었다가, 태현이 바로 화살을 쏘자 당황해서 눈을 깜박였다.

“아니, 이건……?!”

콰콰쾅!

은 폭탄이 터지고 연기가 풀풀 뿜어져 나왔다.

놀랍게도 피해를 입은 건 뱀파이어들뿐!

폭탄이 터져나간 파편이 뱀파이어들만 정확하게 후려갈긴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태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주변 뱀파이어들은 데미지를 입은 것 같았지만 잡힌 플레이어들은 멀쩡한 상황.

“마르덴 후작이 이해를 못 했겠는데? 다시 쏴서 데미지를 입혀야겠다.”

“아니, 아니! 그러실 것까지야 있습니까?!”

“맞아!”

에반젤린과 구성욱이 허겁지겁 달려들어서 말렸다.

“왜? 마르덴 후작을 끌어들여야 한다니까.”

“그냥 있어도 올 겁니다!”

“에이. 내가 인질 따위는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확실히 알려줘야 저놈도 나를 잡으려고 직접 오겠지. 저렇게 살려두면 오해할 거 아니야.”

에반젤린은 필사적으로 태현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는 사이 입을 연 것은 마르덴 후작이었다.

“……드디어 알겠다!”

“날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여기로 오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았나?”

“아니, 버러지! 네가 힘을 빌리는 신은…… 아키서스로군!”

“……!”

태현은 놀랐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태연한 척했다.

“아키…… 누구?”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버러지…… 그 특유의 회피와 행운…… 아키서스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지. 이게 무슨 인연이란 말이냐. 나를 다치게 했던 그놈이 믿던 신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잘됐구나. 오늘 내가 아키서스 그 잡신을 다시 대륙의 그림자 속으로 묻어주겠다!”

마르덴 후작은 드디어 확신을 가진 것 같았다. 태현은 롱소드 유성을 뽑아 들며 대답했다.

“어쨌든 네가 여기로 오겠다 이거지?”

“오냐! 죽여주마!”

마르덴 후작은 HP를 깎아서 상대방의 앞으로 바로 순간이동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아농 성 마법사들이 걸어놓은 방해 마법 따위는 무시해 버리는 사기 스킬!

“?!”

“내가 아키서스 그 %#*&@($&한 놈 때문에 얼마나 이를 갈았는 줄 아느냐! 받아라. 이것이 나의 원념이다!”

태현의 예상을 뚫고 빠르게 접근한 마르덴 후작. 태현은 당황해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마르덴 후작은 몸을 폭발시키듯이 늘려 태현을 칭칭 감았다. 붉은 안개로 감긴 태현은 더 이상 이동할 수가 없었다.

폭탄도 치명타를 넣어도 빠른 시간 안에는 탈출 불가능!

“어림도 없지! 이 스킬은 신성을 가진 놈을 봉쇄하기 위해 마법의 대가인 내가 만든 마법. 보아라! 강력한 카인의 이름으로 선포하노니, 놈이 갖고 있는 아키서스의 행운을 되돌리겠다! 화신이 되기 전 인간일 때의 행운으로 돌아가거라!”

태현이 놓치고 있던 것은 하나. 마르덴 후작이 아키서스 교단 마법사에게 한 번 당하고 나서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였다.

이제까지 호구처럼 당하고만 있었지만, 본신의 힘으로 가면 마르덴 후작은 강력한 뱀파이어이자 마법사!

그런 마르덴 후작이 미리 짜놓은 대(對) 아키서스 전략을 쉽게 풀 수는 없었다.

마르덴 후작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폭주하듯이 솟구치더니 태현에게 작렬했다.

“봉인되어라! 아키서스의 버러지!”

태현이 마르덴 후작에게서 한 가지 놓치고 있었듯이, 마르덴 후작도 한 가지 놓치고 있던 게 있었다.

사디크 교단은 사디크를 믿으면 사디크의 불꽃이란 힘을 받았다. 데메르 교단은 데메르를 믿으면 데메르의 흙이라는 힘을 받았다.

이렇듯 신은 보통 믿고 나서 힘을 받았다. 즉 믿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그 힘은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키서스는 달랐다. 이미 있는 신을 믿어야 힘을 받는 게 아닌, 스스로 힘을 갖고 있어야 화신으로 인정받는 잊혀진 신.

화신이 아닌 인간일 때의 행운으로 돌려봤자…….

[마르덴 후작의 시간 역행의 저주로 행운 스탯이 변동합니다.]

[행운 스탯이 화신 직전의 행운으로 돌아갑니다.]

[현재 행운 스탯: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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