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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4화 (154/1,826)

§ 나는 될놈이다 154화

“가까이 붙어! 다시 피해지잖아!”

“미, 미안.”

다시 회피했다는 메시지창이 뜨기 시작하자, 태현은 에반젤린에게 가까이 붙으라고 말했다.

에반젤린은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하고서 멈칫했다.

‘그런데 내가 왜 하라는 대로 하고 있지?’

“너 있잖ㅇ…….”

“이런, 저리 비켜!”

태현은 에반젤린을 발로 찼다. 말하려던 에반젤린은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낮은 체력으로 계속해서 싸우는 데 성공합니다. 지구력이 오릅니다.]

HP가 아슬아슬해지자, 바로 불운의 근원지인 에반젤린을 멀리 걷어차서 다시 행운을 올리는 비정함!

“야!!!!”

“……?”

에반젤린을 가장 열 받게 하는 것은, 태현이 진심으로 ‘왜 그러냐?’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 * *

“이제 슬슬 말해줘! 계속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잖아!”

“응? 뭘?”

“네가 멀쩡한 이유!”

에반젤린은 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태현 옆에 붙어서 서 있다가 급하면 차이는 경험은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참고 견뎠던 이유는 하나.

호기심 때문이었다.

대체 태현은 어떤 비범하고 대단한 방법을 갖고 있기에 그녀의 불운에 면역인 것일까?

“아. 내 행운이 좀 높아.”

“……끝?”

“끝인데.”

“장난해?! 그걸로 된다는 게 말이 돼?! 행운이 얼마나 되는데! 1000을 넘어?”

에반젤린의 행운은 –999. 그 정도 되는 불운을 그냥 행운 스탯 하나만으로 씹어 먹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행운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많이 올리는 변태(?) 같은 플레이어들도 몇십이면 많이 올린 편!

“넘는데.”

“?!?!”

그러나 돌아온 것은 놀라운 대답.

“넘…… 는다고?”

“그래.”

“얼마나 되는데?”

“그건 말해줄 수 없고, 어쨌든 넘어. 생각해 봐라. 그 정도는 넘어야 영향을 안 받지 않겠어?”

듣고 보니 그럴듯한 태현의 말이었다. -999의 행운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들어도 믿기지가 않았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행운을 저렇게 올릴 수 있었지?

에반젤린은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물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자. 이유를 알았으니 다시 여기로 오라고.”

태현은 에반젤린에게 손짓했다.

마치 강아지를 부르는 것 같은 손짓!

복날이 다가오자 기르던 개한테 친절하게 구는 주인 같았다.

에반젤린은 순간 멈칫했다. 분명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올라오는 두려움!

“왜, 왜?”

“왜냐니. 이유를 말해주면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걸 도와주기로 하지 않았었나?”

“……그랬었지…….”

되살아나는 기억!

“그렇지만 나는 뭔가 좀 대단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고…….”

태현이 스킬이나 아이템으로 불운을 피하고 있었다면, 에반젤린도 그런 스킬이나 아이템을 구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면 더 이상의 아싸 생활은 끝!

그렇지만 정답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그냥 깡스탯이라니.

“원래 세상일이 다 그런 법이지. 그러니까 약속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해야 하는 법이고. 그만 투덜거리고 이리로 오라고.”

“갈 거거든? 난 약속은 지켜!”

에반젤린은 씩씩대며 태현 옆으로 다시 와서 섰다.

“……?”

“왜 쳐다봐?”

태현은 에반젤린이 그를 빤히 쳐다보자 움찔했다. 기괴하게 녹슨 전신 갑옷을 입고 쳐다보니 보통 위압적인 게 아니었다.

“너 어디서 본 거 같아서.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어?”

카테란드 섬 퀘스트와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퀘스트 방송으로 인한 여파!

에반젤린은 해외에서 살고 있었지만 판타지 온라인 2의 인기는 전세계적이었다. 당연히 태현의 영상은 해외에서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에반젤린도 동영상 캡처 장면으로 태현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지금 겉모습은 방송에서 나온 영상과 달랐다. 이럴 때 당황하면 오히려 더 의심만 사기 마련!

역으로 공격해야 했다.

“지금 설마 작업 거는 건 아니겠지?”

“뭐? 아니야!”

-추잡하다! 역시 뱀파이어다!

“아니라고! 이 반쯤 자란 도마뱀 자식이 진짜!”

에반젤린은 화가 나서 용용이를 노려보았다.

“진짜 본 거 같아서 그랬단 말이야. 너 어디 나라 사람이야?”

“코리아.”

“아. 노쓰 코리아!”

“……거긴 북한이고. 싸우쓰. 인간아.”

에반젤린은 민망하다는 듯이 투구를 쓰다듬었다.

“미안. 나는 캐나다 사람이야.”

“아. 미국인이군.”

“캐나다라고! 미국이 아니라!”

“앞으로는 북한하고 남한하고 구분해서 말하라고. 미국인 취급받기 싫으면.”

“…….”

당한 건 절대로 잊지 않는 태현이었다.

“그래서, 퀘스트 이야기나 해봐. 마르덴 후작이 뭐 어떻게 됐는데?”

“응? 으흥.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사실 퀘스트 내용이 궁금했구나? 어떻게 할ㄲ…….”

퍽!

태현은 에반젤린은 뒤로 걷어찼다. 에반젤린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로 굴러갔다.

“너 진짜 PK 뜨고 싶어?!”

“함정에서 구해준 거잖아.”

“……!”

태현의 말에 에반젤린은 눈을 깜박이고 앞을 확인했다.

원래 그녀가 발을 디뎠을 곳에 나 있는 커다란 구덩이! 이제까지 나오지 않았던 함정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안 거야?”

“감으로.”

‘저거 사람 맞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에반젤린은 일어나서 앞으로 다시 걸어갔다.

태현이 이미 지난 길은 안전하겠지?

그러나 그녀는 한 가지 잊고 있었다. 태현의 행운은 천이 넘었고, 그녀의 행운은 –999라는 것!

덜컥!

“꺄아아아악?!”

탁!

“아. 말해주는 걸 잊었네.”

태현은 밑으로 낙하하는 에반젤린의 손을 날쌔게 붙잡았다. 놓는 순간 저 밑으로 떨어질 게 분명!

“거기도 함정이 있었는데 말이야.”

“미, 미리 말, 말했어야지!”

“미안해. 미안해. 나도 사람이라서 깜박하게 되네.”

“올려줘!”

“흠. 잠깐만.”

“?!”

태현이 올려주지 않고 가만히 손을 붙잡고 있자, 에반젤린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야. 너 설마…….”

“그래서 퀘스트 내용이?”

“……!”

에반젤린은 깨달았다.

눈앞의 이 자식은 정말 개자식이라는 걸!

* * *

“선배님,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응?”

정수혁이 소곤거리며 묻자 태현은 망치질을 멈췄다. 그 앞에는 완전히 박살이 난 언데드 창병의 잔해가 있었다.

가루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팬 것!

“내가 너무 심하게 팼나? 알겠어. 앞으로는 좀 살살 팰게. 네가 비위가 약한 줄은 몰랐네.”

“아,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정수혁은 에반젤린을 가리켰다.

전신 갑옷과 투구로 얼굴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전신에서 화가 났다는 기운이 풀풀 풍겼다.

말을 걸어도 ‘흥’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에반젤린!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 잘 싸우고 있잖아.”

화가 나서 말은 안 해도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갔다. 태현한테는 그걸로 충분했다.

게다가 마르덴 후작에 관한 정보까지 이미 들은 상황!

‘마르덴 후작이 이 지하 던전 밑에 잠들어 있다고 했지?’

함정에 빠지기 직전인 에반젤린은 결국 태현한테 퀘스트 내용을 다 털어놓아야 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이 마르덴 고성 지하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바로 마르덴 후작이라는 것!

아주 예전에 뱀파이어가 된 마르덴 후작은 완전히 타락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뱀파이어의 후예인 에반젤린에게 마르덴 후작을 해치우라는 퀘스트가 나온 것이었고.

‘무슨 착한 뱀파이어 나쁜 뱀파이어도 아니고…….’

퀘스트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태현이었다.

‘아키서스의 권능이 진짜 있는 거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점점 불안해지는 퀘스트 내용!

타락한 뱀파이어인 마르덴 후작과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인 에반젤린이 맞붙는 퀘스트 내용 어디에 아키서스의 권능이 들어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물러날 수 없는 상황.

이러니저러니 해도 태현 일행의 던전 돌파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 편이었다.

다른 파티가 다 몸으로 부딪혀서 길을 찾아야 할 때,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로 가장 빠른 길을 찾았다.

나타나는 적들이 점점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에반젤린이라는 강력한 전력이 하나 더 추가된 상황.

그야말로 파죽지세!

[낮은 체력으로 기록적일 정도로 오래 싸우는 데에 성공합니다.]

[칭호:걸어 다니는 시체를 얻습니다.]

칭호:걸어 다니는 시체

걸어 다니는 시체:당신은 날아오는 돌멩이에 맞아도 죽을 체력으로도 계속 싸우는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언제 한 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겠군요.

체력이 5% 이하일 때 추가 능력치 보너스 받음.

‘오. 좋은데?’

태현은 옆에서 전신으로 화를 내고 있는 에반젤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오르는 스탯과 스킬, 칭호 창에 집중했다.

“에잇! 진짜!”

결국 답답한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건 에반젤린이었다.

그녀의 성격상 오랫동안 참지 못했던 것이다.

“너! 다른 파티원들은 어디 있어?”

“파티…… 원들은 아니고, 짐꾼은 있는데.”

“짐꾼? NPC들을 고용했나 보구나? 여기까지 안 죽고 올 짐꾼 NPC는 구하기 힘들지 않아?”

짐꾼으로 고용할 수 있는 NPC들은 많았지만, 문제는 그런 NPC들은 약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지하 던전까지 올 경우 도중에 죽는 경우가 다반사!

“구하기 힘들지. 그래서 위에 세워놨어.”

에반젤린은 태현이 짐꾼 대신 실제 플레이어를 짐꾼으로 활용하는 참신한 방법을 쓰고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

* * *

“어서 오십시오! 장비 수리해 드립니다!”

“각종 버프 걸어드려요! 제노마 시 대장장이 조합에서 준 자격증도 있습니다! 믿고 맡겨보세요!”

“?!”

지하 던전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위로 올라온 파티는 깜짝 놀랐다.

분명 그들이 들어올 때는 없었던 사람들!

말하는 걸 보니 대장장이와 상인 같았다.

“여…… 여기까지 와서 장사를?”

“어떻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왔다는 겁니다!”

우정식의 말발에 다른 두 대장장이는 놀란 눈으로 우정식을 쳐다보았다.

맨날 툴툴거리는 것만 같았던 그에게 이런 모습이?

“왜. 나도 저렙 때는 상인 짓도 했었어. 이러면 안 되냐?”

“아, 아니요. 보기 좋습니다.”

“더 하시죠!”

우정식은 다시 플레이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불꽃이라도 나올 것 같은 강렬한 시선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파티들은 밖으로 나갔다 오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렇죠.”

“그렇지만 여기서 장비를 수리하고 아이템을 사고 다시 들어간다면? 다른 파티들보다는 몇 배는 앞서갈 수 있을 겁니다!”

듣다 보면 홀릴 것 같은 구수한 입담. 우정식의 말을 듣던 파티는 당장 여기서 장비를 수리받고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뒤처지고 있었다. 태현은 지금 미친 속도로 던전을 돌파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알 방법이 없었다.

“주세요! 살게요!”

“제 장비도 수리해 주세요. 진짜 제노마 시 대장장이 조합에서 자격증 받은 거 맞죠?”

파티원들은 반신반의하면서 장비를 맡겼다. 물론 그들이 걱정하는 상황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본적인 실력은 갖춘 그들!

“아. 맞다. 대금은 골드보다 잡템으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나온 잡템이요.”

“네? 그건 왜요?”

“저희가 쓸 곳이 있거든요. 만들려고 하는 게 있어서.”

“아. 그래요?”

상인과 대장장이 직업은 던전 클리어 경쟁에 전혀 참가하지 않는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잡템들을 건넸다. 골드도 아끼고, 공간도 처리하고,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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