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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7화 (147/1,826)

§ 나는 될놈이다 147화

-네?

-네 가장 큰 문제가 손 꼬이는 거잖아. 손 꼬이는 이유는 스킬을 여러 개 동시에 쓰려고 해서고.

-그렇…… 죠?

-그러니까 스킬을 한 번에 하나만 써.

-어, 그래도 됩니까?

마법사는 스킬을 여러 개, 동시에 빠르게 사용하는 게 생명이었다. 괜히 난이도가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적합한 상황에서 맞는 스킬을 쓰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HP가 낮다 보니 재수 없으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었다.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뭐 어쩌겠냐. 네가 스킬을 못 쓰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한 번에 하나씩 써.

-만약에 적이 달려오면…….

-적이 달려올 상황을 만들지 마. 용병을 고용해서 호위로 데리고 다니던가. 너는 한 번에 하나만 해라.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핵심을 찌르는 조언.

못 하는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유도하는 게 나았다.

태현은 정수혁을 나름 높게 쳐주고 있었다. 파티도 못 들어가고 직업도 저런데 마법 스킬을 고급까지 찍은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기 뒤에서 시시덕대는 대장장이들과는 근본부터 다른 끈기!

-그리고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빨리 마법 전문 분야 정하고 희귀 직업이나 영웅 직업 찾아서 전직으로 갈아타라.

-예? 저는 이 직업이 좋은데…… 그리고 멋있지 않습니까?

-뭐가?

-남들은 다 희귀 직업 영웅 직업으로 싸우는데 저 혼자 일반 직업으로 이기면 폼이 나잖습니까! 인기도 많아질 거고요!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물론 태현은 허락하지 않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만 찢어질 뿐!

-후배야. 잘 들어라.

-네.

-네 실력으로 준 랭커급이라도 가려면 전설 직업 정도는 얻어야 해.

-…….

-그러니까 깝치지 말고 그냥 좋은 직업 찾아서 전직할 생각이나 해라.

-네…….

그래도 하라는 대로 하라는 점은 좋았다. 최소한 시키는 일은 제대로 할 테니까.

* * *

그렇게 정수혁은 태현한테 가르침을 받고 새롭게 싸우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적이 보이면 일단 공격!

적이 다가와도 일단 공격!

괜히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스킬은 하나만. 공격 스킬 하나만!

“어, 선배님. 그런데 이번에는 적이 저를 공격 안 했지만, 앞으로 적이 저를 공격할 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때도 그냥 공격 스킬을 씁니까?”

“어.”

“방어 마법 같은 건 안 씁니까?”

“너 어차피 같이 쓰면 손 꼬이잖아. 남한테 걸어주고 싶냐?”

“그, 그러면 그냥 방어만 전념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적한테 물렸을 때 공격만 하느냐, 방어만 하느냐 문제인데. 방어만 하면 이길 가능성이 없잖아. 공격을 해야 이길 가능성이 생기지.”

“그러다 죽으면 어떡합니까?”

“죽으면 죽는 거지. 네 실력에 안 죽고 계속 이기길 바랐어? 안 죽고 싶으면 잘해야 하는데 네가 잘 못 하잖아. 고육지책이지.”

정수혁 실력 수준에서 혼자 싸우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태현은 방어를 포기하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죽여라!

물론 먼저 죽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무기력하게 그냥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이 들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할 소리였다. 한 번 죽을 때마다 페널티가 얼마인데 그걸 저렇게 쉽게 말하다니.

그러나 정수혁은 태현이 돌을 먹으라고 하면 일단 먹고 생각할 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넌 내가 말한 거에 뭐 의심 같은 거 안 드냐?”

“예? 잘 모르겠습니다?”

“훌륭해.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고.”

태현이 칭찬하자 정수혁은 일단 기분 좋게 히죽 웃었다.

* * *

그 이후 일행의 움직임은 순조로웠다.

태현은 말 위에서 움직이면서 재주도 좋게 제작 스킬들을 연달아서 연습했다.

상단에서 갖고 온 다양한 재료들과 아이템들은 모두 다 대장장이들의 큰 가방 안에 있었다.

태현은 그저 손을 뻗어서 꺼내기만 하면 됐다.

[투척용 폭발창을 만들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이름만 들어도 흉흉한 아이템들!

대장장이들은 태현이 뭘 만들고 있는지 몰랐다. 만약 기계공학으로 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바로 말렸을 것이다.

태현이니까 이 정도로 만들지, 다른 대장장이들이었다면 벌써 폭발을 몇 번은 경험했을 것!

그렇게 계속 움직이다가, 잠시 멈춰서 쉴 때는 태현이 직접 요리를 했다.

“잠깐, 수프가 남았는데.”

“배, 배가 불러서…….”

“다 먹어. 나 보너스 받아야 해.”

“아, 아니…… 들고 다니다가 이따가 먹어도 되잖아…….”

“이따가 쉴 때는 새로 만들어야지. 그러려면 이걸 다 먹어야 하고. 먹어라.”

“……!”

케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솥을 들고 요리를 흡입했다.

[요리를 지나치게 많이 먹었습니다.]

[과식 상태에 빠집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 민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분명 맛있기는 한데, 양이 많다 보니 다 먹는 건 괴로웠다.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요리를 전부 먹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태현은 색다른 요리에도 시도하고 있었다.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맹독 소스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초급 독 제작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이것도 먹어봐라.”

“뭐, 뭐? 나 아까 다 먹었잖아? 이번에는 저놈들 먹여!”

케인은 질색을 하며 대장장이들을 가리켰다. 대장장이들은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했다.

어깨동무를 하며 ‘우리는 앞으로 친구다!’라고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대장장이들은 언제 시선을 피해야 좋을지 배우고 있었다.

“넌 너무 말랐어. 많이 먹어라.”

“읍! 읍읍!”

태현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를 하며 케인의 입에 요리를 쓸어 넣었다.

케인에게 많이 먹이는 이유는 단 하나.

HP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장장이들이나 정수혁한테는 잘못 먹였다가는 목숨이 위험하지만, 전사 계열에 탱커로 키운 케인은 맹독 몇 번은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제일 얄미운 게 케인이기도 했지만!

[<4시간 후 효과가 나타나는 독>제작법을 배웠습니다.]

[<두 가지 다른 독과 같이 작용하는 독> 제작법을 배웠습니다.]

[<하급 감지 스킬에 걸리지 않는 독>제작법을 배웠습니다.]

케인의 희생으로 태현의 독 제작법 스킬은 다양해지고 점점 더 강력해져 갔다.

“크아아아악! 크악!”

케인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대장장이들은 눈가를 훔쳤다.

“흑흑. 당신의 희생은 잊지 않겠습니다.”

옆에서 듣던 정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신 드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

* * *

“헉, 허어억…… 헉…….”

[수많은 독을 섭취하고 살아났습니다. 체력이 1 오릅니다.]

[독 저항력이 1% 오릅니다.]

[칭호:독 애호가를 얻었습니다.]

칭호:독 애호가

독 애호가:세상은 넓고 변태는 많다! 당신은 굳이 독이 있는 요리를 집어서 입에 넣는 사람입니다. 이제까지 당신 같은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군요!

독 섭취 시 저항력 5% 증가. 특정 요리사 NPC들과 상호작용 가능.

다른 사람들은 편안하게 도착했지만, 케인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카바네 호흡 독>이 완전히 풀립니다.]

방금까지 태현이 준 독을 먹고서 움직인 것! 케인은 뜨는 메시지창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흑흑. 내가 어쩌다가…….’

도망치고 싶다가도, 뒷일을 생각하면 차마 발걸음이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케인은 지금 태현을 떠나서 더 좋은 퀘스트를 잡을 자신이 없었다.

“사람이 좀 많다?”

저 멀리 높은 언덕 위에 낡고 음침한 마르덴 고성이 있었다. 낮인데도 음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문제는 그 주변 곳곳에 플레이어들이 몰려다니고 있다는 것!

“언데드용 중급 성수 팔아요! 저 옆 상인보다 싸게 팔아요!”

“마르덴 고성에서 나온 잡템 삽니다! 대량 판매 시 보너스 드릴게요!”

“대장장이 파티 끼워주실 분 구합니다! 서브 탱킹 가능하고 수리부터 시작해서 버프 스킬까지 다 가능해요!”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해도 마르덴 고성은 이렇게 사람이 많을 사냥터는 아니었다.

‘뭐지? 무슨 퀘스트라도 떴나?’

태현은 일행을 둘러보았다. 과연 누가 이 중에서 그나마 괜찮을까?

“수혁아, 가서 아무나 붙잡고 무슨 퀘스트 있냐고 물어봐라.”

“네!”

정수혁은 씩씩하게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정수혁의 얼굴은 한 번도 방송에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아무도 못 알아볼 게 분명!

정수혁은 가까운 파티에 다가가더니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묻기 시작했다.

“예의가 바르군요.”

“내 후배잖아. 예의가 바르지.”

우정식은 별생각 없이 한마디 했지만, 태현은 바로 대답했다. 태현이 나름 자랑스러워하는 거 같아서 우정식은 분위기를 맞춰줬다.

“흐뭇하시겠습니다.”

“아니, 그건 아니고.”

“…….”

“남이 잘한다고 내 기분이 좋아지진 않거든.”

철저하게 자기 기준!

태현은 자기가 잘해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는 사이 정수혁은 파티원들과 대화를 끝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파티원 중 한 명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

정수혁은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서 돌아왔다.

“이 주변에 퀘스트가 있다고 합니다, 선배님!”

“그건 짐작했는데. 넌 뭘 했는데 저 사람들이 화내는 거냐?”

“여자분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길래 혹시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는데…….”

동시에 쏟아지는 한심하다는 눈빛!

그러나 정수혁은 꿋꿋했다.

“뭐라디?”

“대답도 듣기 전에 다른 파티원들이 화를 내던데요.”

그걸 들은 케인이 말했다.

“자기들끼리 나름 눈치 보고 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놈이 말을 거니까 화를 낸 거겠지.”

“그런 겁니까?”

정수혁은 케인의 설명에 감탄했다. 뭔가 많이 아는 것 같아 보이는 케인!

오랜만에 대단하다는 눈빛을 받자 케인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내가 게임을 몇 년째 하는데. 이 정도는 듣기만 해도 바로 안다!”

예전 레드존 길마 때 케인을 아는 사람이 본다면 눈물 날 정도의 변화였다.

그 거칠던 사람이 어쩌다가 저런 눈빛 하나에 신이 나가지고 떠드는 사람이 됐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케인은 신나서 정수혁에게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정수혁은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오오, 그런…… 혹시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물론이지! 뭐든지 물어보라고!”

“여자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겁니까?”

“……어?”

옆에서 듣던 태현이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그걸 얘한테 물으면 얘가 알겠냐?”

“뭐, 뭐?! 내가 뭐 어때서?!”

“딱 보니까 게임만 하느라 아는 여자는 없을 것 같은데. 아냐?”

묵직하게 명치로 들어오는 태현의 말. 케인은 비틀거렸다. 더 아픈 건 정수혁의 눈빛이었다.

초롱초롱 빛나며 진짜냐고 묻는 눈빛!

“아, 아니거든? 있거든?”

“레드존 길드원들은 빼라. 너 이제 연락도 안 되잖아. 거의 원수 아닌가?”

“크으으으…….”

레드존 길드원들로 변명해 보려던 케인은 들키고 깊게 신음 소리를 냈다.

자존심은 이제 거의 너덜너덜한 수준!

“그런 놈이 뭘 조언을 한다고…… 야. 얘 말 듣지 마라. 들어서 좋을 거 없다.”

“너, 너는 얼마나 대단한데 이 자식아! 너는…….”

말하던 케인은 순간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태현은 그 미녀 BJ인 사유와 친한 사이!

말해봤자 자기 무덤만 파는 짓이었다.

“으헝헝헝!”

케인은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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