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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5화 (145/1,826)

§ 나는 될놈이다 145화

“으아아! 살려줘!”

“뛰어! 뛰어!”

보아하니 지금 도망치는 플레이어들은 꽤 초보 같았다. 장비도 초보자용 장비를 통일성 없이 대충 입었고, 싸우는 모습도 어딘가 많이 어설펐다.

필드에서 만난 플레이어를 돕는 것도 게임의 재미!

김태산은 망치를 빙글 돌린 다음 던졌다.

-되돌아오는 분노의 망치!

망치가 붉은 오러를 내뿜으며 휘리릭 회전했다. 그러고는 뒤에서 달려오는 오크들에게 직격했다.

콰콰쾅!

“길마님, 나이스샷!”

뒤에서 오크 길드원들이 손뼉을 치자, 김태산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그거 쪽팔리니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기억이 깜박깜박…….”

양성규는 능청스럽게 말을 받았다. 김태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양성규는 능글맞기가 태현 같은 놈이었다.

“감, 감사합니다!”

도망치던 플레이어들은 헉헉대며 김태산과 다른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위압적이고 중후한, 오크 아저씨들!

온갖 좋은 장비들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그게 겉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조건 성능만 좋으면 닥치는 대로 다 입은 탓에, <최강지존무쌍> 길드원들의 모습은 어디 변방에서 나타난 야만족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에다가 종족까지 오크였으니…….

“힉!”

“……?”

플레이어가 겁을 먹자 김태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냐?”

“우리가 너무 멋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하긴, 우리가 좀 멋있긴 하지. 내가 왕년에 학교 다닐 때 러브레터를…….”

“아니, 형님. 또 그 소립니까? 형님 남고 나오셨으면서!”

“마! 다른 학교에서 받았다는 거야!”

“다른 학교는 무슨. 후배들한테 협박해서 쓰라고 한 거 아닙니까? 그게 더 가능성 커 보이는데! 이 뱃살 뭡니까. 뱃살 나온 거 봐요!”

“이, 이건 오크 골라서 그런 거야! 실제로는 이만큼 안 나왔다고!”

아저씨들이 투덕거리는 모습에 세 명의 플레이어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젊은 그들에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싸움!

“크흠흠. 쟤네들은 신경 안 써도 된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김태산. 여기는 우리 길드원들.”

“와! 길드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요?”

“최…….”

“최?”

“최, 최강…….”

갑자기 말하려니까 이상하게 부끄러워지는 이름!

김태산은 머뭇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길드원 중 한 명이 바로 입을 열었다.

“최강지존무쌍 길드지.”

“최, 최강지존무쌍 길드……?”

“어때. 이름 좋지 않냐? 너희도 들어올래?”

“…….”

플레이어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오크들이 꽤나 레벨이 높은 고수 플레이어들이라는 것을!

그런 길드에 들어가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었다. 이런 제안을 받는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름이 너무 촌스러!’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는 그 이유!

누가 아저씨들 아니랄까 봐 느껴지는 구수한 올드함!

“저, 저희는 괜찮아요.”

“네. 저희들 힘으로 하는 걸 좋아해서요.”

길드원들도 딱히 강요를 할 생각은 없었다. 플레이어들이 거절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들었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열심히 해라!”

“내 아들 같아서 보기 좋네.”

“형님 아들도 게임해요?”

“미쳤냐? 지금 고3인데. 하는 걸 보면 바로 쫓아가서 다리를 부…… 아니지, 캐릭터를 죽이는 게 낫겠네.”

들으면 들을수록 연륜이 느껴지는 대화들!

플레이어들은 고맙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고 떠났다.

“그런데 김태산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본 거 같지 않아?”

“아. 그 김태현이 김태산이라고 하고 다녔었잖아.”

“맞다. 그랬지? 그러면 저분도 김태현 팬인가보다. 팬이라서 이름 똑같이 했나 봐.”

꿈틀!

김태산은 고개를 돌렸다. 저 뒤에서 걸어가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게 뭔 소리야?’

그가 태현의 팬이라니. 이 무슨 굴욕적인 말인가!

“쟤네들이 뭔 소리를 하는 거냐?”

“길마님이 태현이 팬이라는 거 같은데요?”

“그게 뭔 개소리냐고!”

울컥해서 외친 김태산이었지만, 다른 길드원들은 심드렁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맞지 않습니까?”

“팔불출인 거 뻔히 아는데.”

아무도 김태산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태산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아니야, 이 자식들아! 내가 언제 그랬어!”

“길마님. 솔직해집시다. 우리가 몇 년 알고 지냈는데…….”

“너 그놈 실제로 봤잖아! 그놈 뻔뻔한 거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다 형님한테 배운 것 같은데…….”

양성규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아저씨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 이놈들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앞으로 내 이름을 말하고 다녔을 때 저런 오해를 하는 놈들이 또 나올 거 아냐!”

“팬 아니라고 하세요.”

“그걸 믿겠냐?”

“그럼 아들이라고 하세요.”

“차라리 그렇게 해야 하나?”

김태산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리자, 길드원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들의 속마음은 그 순간 통했다.

‘아들이라고 하는 게 더 안 믿을 거 같지 않냐?’

‘어떠냐. 재밌잖아.’

사이좋은 두 부자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 * *

“태현 님. 제노마 시에서 배를 타고 올라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넌 그 고생을 하고서 배를 탈 생각이 드냐?”

“…….”

태현이 굳이 배를 타지 않고 육지로 가는 이유는 카테란드 해적단 때문이었다.

물론 완전히 박살이 나서 사라졌지만, 바다의 해적들과 몬스터들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태현은 칭호 <카테란드 바다의 질서를 가지고 온 자>와 아이템 <해적왕의 저주받은 보물 지도>를 갖고 있는 사람!

‘괜히 바다로 갔다가 강제 퀘스트 걸릴 거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

굳이 퀘스트를 해야 한다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바다로 나갈 생각이었다.

괜히 이동하다가 그대로 끌려가는 건 사양!

* * *

잘 닦인 길은 평화로웠다. 주변 필드에서는 플레이어 몇 명이 몬스터를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아무도 태현 파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정도 필드 위를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들은 흔했던 것이다.

-주인이여. 나는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용용이는 작은 형태로 변해 태현의 옆구리에 붙어 있었다.

“네가 크게 있으면 너무 시선을 많이 끌어.”

태현은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칼을 붙잡았다.

하이아데른 롱소드:

내구력 125/125, 공격력 75

스킬 '하이아데른식 돌격' 사용 가능. 검술 계열 스킬 사용 시 데미지 증가.

레벨 제한 68. 힘 제한 125. 민첩 제한 25.

하이아데른 검술 유파 검사들이 사용하는 롱소드다.

[수리 스킬을 사용합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스킬을 사용하기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완벽하게 수리를 해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이 상승합니다.]

[날카롭게 갈기 스킬을 사용합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스킬을 사용하기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일부러 페널티를 받는 상황에서 스킬을 갈고 닦는 태현!

뒤에서 따라가던 대장장이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말에서 내리셔서 해도 되지 않습니까?”

“말 위에서도 하고 말에서 내려서도 하면 두 배네.”

“…….”

수리를 마친 태현은 롱소드를 루포에게 던지고서 말했다.

“나는 대장장이가 아닌데도 이 정도인데, 너희들은 대장장이면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냐?”

“아니, 저희가 언제 게으름을……!”

“저희 열심히 일했어요!”

대장장이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면서 대장장이로 열심히 일한 것이다.

그들은 태현을 만나고 그들이 이제까지 했던 것보다 몇 배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게으름을 피운다는 소리를 듣자 억울할 수밖에!

“내가 일할 때 놀면 게으른 거야.”

“…….”

악덕 상사의 표본 같은 태현이었다.

“너희들 기준에서 부지런하다고 자뻑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지지 그러냐. 너희, 얘가 마법 스킬이 고급인 거 알고 있냐?”

태현은 정수혁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우정식은 피식 웃었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농담을 하다니. 스킬 올릴 테니 거짓말은 안 하셔도 됩니다.”

“…….”

태현은 우정식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정식은 움찔했다. 태현이 저렇게 쳐다보는 건 보통 나쁜 일이 찾아오기 전이라는 뜻이었다.

“넌 다 좋은…… 아니, 다 좋지는 않군. 넌 거의 좋은 점이 없는데, 거기에서도 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게 문제 중 하나야.”

“…….”

마음에도 없는 절대 하지 않는 태현이었다. 우정식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너 예전에도 게시판 사이트에 아이템 올라온 거 보고 입 잘못 털었다가 머리 박고 사죄해야 하지 않았냐?”

“헉, 그걸 어떻게…….”

“아직 사죄도 안 했지? 그런 일을 겪어놓고 아직도 그렇게 말이 나오냐? 너도 참 징하다.”

“사죄는 안 했습니다! 어차피 그 상대는 나오지도 않았고요!”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우정식은 김지산이나 박성찬보다 자기가 좀 더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것 같았는데, 태현이 보기에는 셋의 수준은 똑같았다.

보통 이쯤 됐으면 그 단검의 스탯이 태현의 행운의 대장장이 기술과 상관이 있다는 걸 눈치채야 하지 않을까?

‘뭐, 지들 인생이지.’

굳이 안 하겠다는 놈들 잡고 억지로 성장시킬 생각은 없었다. 태현은 이런 면에서는 냉정했다.

-따라올 놈만 따라와라!

태현은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고서는 루포에게 손을 내밀었다. 루포는 다른 검을 꺼내서 내밀었다.

출발하기 전에 상단에서 만질 만한 아이템들을 잔뜩 챙겨서 나온 태현이었다.

어차피 걸어 다니는 무게 제한 높은 가방이 세 개나 있었으니까.

“에취!”

김지산이 걷다가 재채기를 했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글쎄?”

태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검을 들고 이번에는 기계공학 스킬로 들어갔다.

[추가 개조 스킬을 사용합니다.]

[초급 기계공학 스킬 때문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추가 개조 스킬. 기계공학자 마음대로 제작법을 바꿔서 개조하는 스킬이었다.

마음대로 제작법을 바꿔서 개조가 가능하다는 건 매력적이었지만 언제나 기계공학 스킬의 단점은 한 가지였다.

부작용!

불안정하고 통제 안 되는 그 부작용 때문에 기계공학은 인기가 없었다.

[중급 은제 카바 블레이드를 개조합니다.]

[중급 은제 카바 블레이드가 폭탄이 내장된 은제 카바 블레이드로 바뀝니다.]

이름만 들어도 흉흉한 아이템 이름!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대장장이들은 태현이 폭탄을 만지작거리며 롱소드 안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알게 된다면 바로 기겁하며 거리를 벌릴 그들!

“태현 님, 그런데 너무 과민반응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가?”

“이런 변장이요.”

“변장에 뭐 불만이라도 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불만이 있었다.

‘뽐내고 싶어!’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다!’

태현의 방송이 나가고, 열렬한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 1위를 찍은 건 태현한테는 별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지산이나 박성찬, 우정식에게는 충분히 별일!

방송에서는 태현 위주로만 나오고 그들은 가끔 전체 샷으로만 나왔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친구들이 ‘너 방송 나왔더라?’ 하고 물어볼 정도!

물론 그 친구들은 그들이 파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친구들은 ‘대장장이로 나름 멋지게 활약하나 보네’ 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역할은…….

잡일 가능한 짐꾼에 가까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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