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42화
스킬 시전 속도가 차이가 나도 그렇지,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알아채다니.
정말 무시무시한 재능이었다.
“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냐?”
“아, 아니.”
“이상한데. 뭔가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
케인은 속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부분에서도 무시무시한 재능!
“야. 너 중급 방어막 썼냐?”
“네? 네! 문제가 됩니까?”
“문제는 아니고, 중급 방어막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썼냐? 무슨 다른 패시브 스킬이라도 갖고 있어? 아니면 다른 마법 시전 속도 빠르게 하는 버프라도 걸었다던가?”
“그런 건 안 걸었습니다! 아마…….”
“아마?”
“어…… 제가 마법 스킬이 고급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뭐?”
태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마법 스킬이 고급이라고?
마법 스킬.
검사에게는 검술 스킬, 창술사에게는 창술 스킬, 도적에게는 단검 스킬, 궁수에게는 궁술 스킬이 있는 것처럼, 마법사에게는 마법 스킬이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스킬.
화려한 검법이나 액티브 스킬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이자 기초가 되는 스킬이었다.
초급과 중급의 차이가 크고, 중급과 고급의 차이는 또 엄청나게 컸다.
‘흔히들 무시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스킬이지.’
태현은 이런 기본 스킬들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강함이란 건 토대가 탄탄해야 했다.
이런 기본 스킬들을 올리지 않고 있어 보이는 스킬만 얻는다고 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기본 스킬들이 가장 스킬 레벨을 올리기 어려운 스킬이라는 것!
중급만 되어도 오르는 속도가 펄쩍 뛰었다. 실제로 태현은 그렇게 강한 몬스터를 잡고 싸웠는데도 아직 검술 스킬이 중급 4였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험난해지는 게 바로 이 기본 스킬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멍청이가 고급 마법 스킬을 찍었다니.
“네가 마법 스킬이 고급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랭커 중에서도 마법 스킬이 고급인 사람이 몇 안 될 텐데.”
옆에서 듣던 케인도 놀라서 끼어들었다. 한 때 랭커 경쟁을 하려고 노리던 케인이었으니 다른 랭커들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마법사 직업 플레이어 중에서 고수급은 고급 마법 스킬 찍은 플레이어 없고, 준 랭커나 랭커들 중에서도 아직 중급 마법 스킬인 마법사들도 있거든? 그런데 네가 고급 마법 스킬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작작…… 억!”
“물어도 내가 물을 테니까 넌 끼어들지 마.”
“…….”
태현은 케인을 발로 차서 밀어낸 다음 정수혁을 쳐다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수혁은 딱 봐도 거짓말을 잘 못 할 성격이었다.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은 바로 태현 같은 성격!
“고급 마법 스킬이라고?”
“네…… 고급 마법 스킬 3이요.”
“그럼 다른 스킬은? 화염 마법이나, 냉기 마법이나…….”
마법 스킬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화염 마법, 냉기 마법, 흑마법 등 이렇게 분류가 되어 있었다.
즉 화염 전문 마법사 직업이라면 화염 마법을 많이 썼을 테니 높은 레벨의 화염 마법 스킬을 갖고 있고, 그보다 살짝 낮은 레벨의 마법 스킬을 갖고 있는 게 보통.
마법 스킬 같은 기본 스킬은 오르는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어. 다 초급입니다.”
“……?”
태현은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법 스킬이 고급인데 다른 하위 마법 스킬들이 초급이라고?
“다른 마법 스킬이 다 초급이라니. 너 전문 마법도 없냐?”
“정하기가 아쉬워서…… 전문을 정하면 다른 마법을 쓸 때 페널티를 받잖습니까.”
“그러면 마법 스킬은 뭐로 올린 거야? 전문 분야를 안 정했어도 마법 스킬을 고급까지 올리려면 마법을 꽤 썼을 거 아니야. 불화살만 그렇게 썼어도 화염 마법이 중급은 됐겠다.”
“속성 없는 기초 마법으로 올렸습니다.”
“…….”
옆에서 듣던 케인이 입을 떡 벌렸다. 저건 뭐하는 놈이냐?
속성 없는 기초 마법. 그러니까 마법사 꿈나무들이 초보자 때 쓰던 매직 애로우 같은, 분야가 없는 아주 쉬운 마법들.
이런 마법들은 전문 분야가 없어서 많이 써도 그 분야 마법이 오르지 않았다. 그냥 마법 스킬만 올랐다.
“너 화염 마법 있지 않아?”
“네!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건 안 썼냐?”
“마법 스킬 오르는 거 보니까 제 수준의 화염 마법 쓰는 것보다 그냥 속성 안 들어가는 기초 마법 쓰는 게 더 빨리 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케인의 입이 더 크게 벌어졌다. 태현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하나 꺼내 케인의 입에 던져 넣었다. 케인이 캑캑대며 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
-정수혁은 초보자 때부터 너무 실력이 없어서 마법사였는데도 다른 파티에서 끼어주질 않았다.
-그래서 혼자 마탑의 연습장에서 마법만 주야장천 쓰며 연습을 했다.
-마법도 뭔가 미래를 보고 분야를 정한 게 아니라, 그냥 기초 마법이 그나마 마법 스킬을 가장 많이 올려줘서 그것만 썼다.
“그렇게 해서 고급까지 찍었다고?”
“네.”
“지루하지는 않았냐?”
“그냥…… 매일 연습하는 셈 치고…….”
탁-
태현은 정수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합격.”
“네?”
“따라다니는 걸 허락한다. 물론 내가 뭐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알아서 배울 수 있으면 배워.”
“……!”
“따라다니기 싫으면 안 따라다녀도 되고.”
“물론 아닙니다! 따라다니고 싶습니다!”
정수혁은 눈빛을 반짝이며 그렇게 외쳤다.
“켁켁!”
그제야 케인은 들어간 동전을 뱉을 수 있었다.
‘또 이상한 놈이 들어왔어!’
* * *
태현은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야. 한심한 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물론 그렇다고 안 한심한 건 아니고. 여전히 한심하지만 생각보다 다른 면이 있네.’
그렇다고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수혁의 우직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였다.
정수혁이야 파티에 안 껴 주니 그냥 계속 마법만 혼자 쓰면서 연습을 한 거겠지만, 그런 끈기는 아무나 발휘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어.’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써먹기 힘들었다. 일반 직업인 데다가 마법도 많이 배운 거 같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여전히 그 치명적인 실력 문제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정수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생각하는 머리가 부족하기는 했지만, 그것만 어떻게 처리하면 분명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저 정도 끈기라면 분명히 그럴 것이다.
“일단 우리 일부터 먼저 해야겠지. 펠마스! 에드안! 다음 권능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 있나?”
펠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키서스의 권능에 대한 소문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나온 것도 그러지 않았나? 뭐가 다른 건데?”
“그야 태현 님께서 얻은 권능들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권능들이었잖습니까. 이제 소문을 확인하려면 꽤 멀리 가야 합니다.”
“얼마나 멀리?”
“오스턴 왕국이나 덩글랜드 왕국, 에스파 왕국…….”
“바다 건너야 하잖아.”
“거기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아예 나라도 없는 금역에도 권능이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말을 들은 태현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나마 왕국 안이 나았지, 왕국도 없는 저런 오지는 가는 순간 목숨을 걸어야 했다.
갈 거면 좀 더 레벨을 올리고 강해진 상태에서 가야 안전했다.
“잠깐만.”
태현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르크 지역에도 권능 있다는 소문이 있나?”
“어…… 잠시만요. 네. 있습니다.”
우르크 지역.
태현이 시작한 잘츠 왕국의 타이럼 시에서 한참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강력한 오크 부족들이 있는 곳.
그리고 태현한테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있었다.
바로 <오크 대족장의 분노> 퀘스트의 본거지!
<오크 대족장의 분노>
동쪽의 오크들은 언제나 갈라져서 싸우고 있지만, 몇 가지 일에는 협력하는 사이다.
그중 대족장 카라그는 가장 큰 오크 부족을 이끄는 존재로, 카자크의 아버지다.
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는 매우 분노할 것이 분명하다.
카자크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보상:?
‘흠. 나중에 걸리게 되면 골치 좀 아프겠는데.’
우르크의 오크들이 쳐들어오면 도중에 왕국도 있고 성도 있고 요새도 있으니 태현은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르크에 갔다가 만나기라도 한다면?
태현은 케인을 쳐다보았다.
‘저걸 제물로 바쳐야겠군.’
오싹!
갑자기 케인은 등골에 오한이 드는 느낌을 받았다.
‘김태현 저놈하고 같이 다니고 나서부터 몸이 허해졌나…….’
케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우르크는 피하고. 일단 가장 가능성 높고 가기 쉬운 곳부터 가서 먼저 얻어야 해. 괜히 어려운 곳에 갔다가 실패라도 하면 귀찮아지니까. 펠마스. 뭐 좀 더 능력을 발휘해 보라고.”
“태현 님. 그래도 저니까 이 정도인 거지 다른 놈들이었다면…….”
“후후. 태현 님. 제가 알아낸 정보가 있습니다.”
“?!”
에드안이 입을 열자 펠마스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는 아무 말도 없었잖아.”
“후후. 펠마스. 원래 이런 공은 혼자 차지해야…….”
“이런 팔 잘린 도둑놈이!”
“뭐? 이 도박꾼 놈이?!”
둘은 언제 친했냐는 듯이 바로 서로 멱살부터 잡았다. 태현은 한숨을 한 번 쉬고 펠마스를 잡아서 뒤로 던졌다.
“으헉?!”
“에드안. 뭘 알아냈는지 말해봐. 그리고 둘이 싸울 것 없어.”
태현의 말에 둘은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인 만큼, 화신다운 관용으로 둘의 싸움을 말리려는 것일까?
“너희 둘 다 똑같이 한심한 놈이니까.”
“…….”
물론 태현 성격에 그런 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둘 중 더 한심한 짓을 하는 놈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해했으면 말해봐.”
“태현 님! 저놈 믿지 마십쇼! 저놈이 저 모르게 정보를 얻었을 리가 없습니다!”
“왕궁에서 얻었다고!”
“왕궁에서 팔이나 잘렸겠지!”
“뭐? 팔 잘린 곳이 왕궁이었나?”
“저놈 저거 다미아노 1세한테 붙잡혀서 팔 잘린 겁니다!”
현재 아탈리 국왕이 다미아노 2세였으니, 다미아노 1세는 이전 왕이었다.
“잘린 게 아니다! 내가 자르고 도망친 거지!”
“그게 그거지, 이 한심한 도둑놈아!”
“대도적이라니까!”
쾅!
태현은 롱소드 검집으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그리고 살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내 허락 안 맡고 한 마디라도 말하는 놈은 혀 길이를 절반으로 줄여버린다.”
“…….”
[화술 스킬이 상승합니다.]
[위압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협박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너무 효과가 좋았는지 바로 뜨는 메시지창들!
둘은 겁을 먹고 태현의 눈치를 봤다. 태현은 에드안에게 손짓했다.
“그래서 얻은 정보가 뭔데.”
“제가 태현 님보다 먼저 왕궁에 도착했잖습니까? 저는 먼저 돌면서 권능의 위치 말고 다른 고문서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저 옆에 있는 무능한 도박꾼과는 아주 다르지 않습니까? 후후.”
빠득!
“어쨌든 얻은 정보가 무엇이냐! 에랑스 왕국 남쪽 지역 던전에 아키서스의 권능이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있다고? 확실하게 있는 거 맞아?”
“어…… 있…… 을지도 모르는…….”
<있느냐, 없느냐-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는 잊혀진 신의 이름이다. 대륙에서 잊혀진 신은 언제나 많은 소문과 헛소문을 갖고 있다.
진정한 아키서스의 화신이 되기 위해서 당신이 겪어야 할 장애물은 진실 그 자체이다.
무엇이 진짜 권능이고, 무엇이 그저 헛소문인지. 그것을 파악하고 알아내는 것은 당신의 그릇을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