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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2화 (132/1,826)

§ 나는 될놈이다 132화

그러나 기다리는 건 많이 어려운 일이었다.

돌진하는 건 의외로 아무나 할 수 있었다. 그냥 용감하게 무기를 들고 앞으로 달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건 달랐다. 속에서 들려오는 ‘지금? 지금?’ 같은 목소리를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선택.

스스로를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 *

불의 마수는 냉기 마법을 집중적으로 얻어맞고 포효했다.

몇 번이고 광역기를 써도 플레이어들은 끈질기게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대형 길드만 해도 4개!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공적치 조금이면 만족하지 않았다. 참여한 이상 다들 공적치 1등을 노리고 있었다.

길드원 몇 명이 죽어도 바로바로 다음 길드원들이 와서 싸움에 참가했다.

-쿠어! 쿠어어어!

“놈이 다시 날뛴다! 피해!”

계속 싸우다 보니 이제 불의 마수가 날뛰는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저런 식으로 포효하는 건 곧 광역기를 쓸 거라는 신호!

“물러서! 물러서!”

“빠져!”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욕심을 부리는 몇몇 플레이어는 용감하게 불의 마수에게 스킬을 퍼부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저러다가 죽지!’

이미 몇 번이고 다른 사람들이 죽었는데 저러는 건 바보나 마찬가지였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죠?”

“그래. 걱정 좀 했는데 이 정도면 잡겠다.”

길드원들 사이에서는 그런 대화가 오갔다.

불의 마수가 엄청나게 강하기는 했지만, 패턴이 꽤 단순했던 것이다.

거기에 여기 몰린 플레이어들과 교단, 왕국군의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

사디크 교단의 지원을 못 받고 집중공격을 맞으니 불의 마수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다음 광역기 쓰면 전부 들어갈까? 저기 에덴 길드 놈들이 노리는 거 신경 쓰이는데.”

“에덴만 문제가 아니에요. 저기 요한손도 자기 길드 끌고 왔어요.”

“에이씨. 상도덕도 없냐. 이렇게 많이 몰리면 어쩌자고.”

랭커 요한손은 대형 길드는 아니지만 실력자들로 이끌어진 소형 길드를 이끌고 버티고 있었다.

충분히 불의 마수를 사냥할 수 있을 실력!

거기에 다른 길드들까지 있으니 골치가 아팠다.

“좋아. 저 광역기 꺼지면 들어가자.”

“괜찮을까요?”

“더 기다렸다가는 다른 놈들한테 뺏길지도 모르겠어.”

불의 마수가 분노해서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저런 광역기가 나올 때에는 무조건 피해야 했다.

아무리 화염 속성 저항력이 있고 마법 저항력이 있어도 저런 건 맞고 견딜 수가 없었다. 체력이 엄청나게 높은 탱커도 마찬가지였다.

“어?”

“왜 그래?”

“저거 뭡니까? 기사들 같은데요?”

“??”

길드원의 말에 아카시아 길드의 길마 이준섭은 눈썹을 찌푸렸다.

화염의 바다를 한 무리의 기사들이 돌격하고 있었다.

“???”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저게 뭔 짓?

“저, 저거 뭐하는 거냐?”

저런 광역기 속에서는 아무리 레벨 높은 왕국 기사들이라고 해도 5초 이상을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흔들리지 않고 돌격했다. 그들은 고함을 질렀다.

-아탈리 왕국을 위하여!

[기사들의 함성을 사용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 10%가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력 10%가 상승합니다.]

[낙마하지 않습니다.]

“가자! 지금이 기회다!”

그리고 그들 가장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있는 건 바로 태현이었다!

* * *

‘바로 지금!’

-아키서스의 축복!

때가 됐다고 생각하자 태현은 바로 아키서스의 축복을 사용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부하들 전부와 행운을 공유하는 사기 스킬!

유지 시간이 짧았다. 그 시간 안에 바로 광역기 사이를 돌파해서 불의 마수에게 결정타를 먹여야 했다.

“몰아! 미친 듯이 몰라고! 멈추지 마라!”

[가혹한 채찍질을 사용합니다. 중급 전술 스킬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기사들의 HP와 MP가 깎이며 동시에 다른 스탯들이 상승했다.

어차피 지금 그들은 태현의 막대한 행운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무수히 뜨는 메시지창들. 이런 식으로 피할 수 있는 광역기는 태현이 가장 상대하기 쉬운 공격이었다.

기사들의 돌격은 무시무시했다. 말에서 내려도 강했지만, 원래 기사 직업의 강함은 말에 탄 채로 빠르게 돌진할 때 나오는 법!

그들이 뭉쳐서 돌진하자 몇 개의 스킬이 연속으로 나왔다.

-찬란한 광휘!

-왕국의 깃발!

태현과 케인도 기사들의 스킬 덕분에 버프를 받았다. 몸이 번쩍번쩍 빛나며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쳐라!”

쾅!!!

기사들의 맹렬한 돌격이 불의 마수를 그대로 박아버렸다.

그냥 돌격이 아닌, 스킬 몇 개가 합쳐진 돌격!

-크어어어억!

불의 마수는 주변에 화염을 뿌리다 공격을 맞고 비명을 질렀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돌격으로 초월적인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명성이 100 오릅니다.]

[불의 마수가 일시적으로 기절합니다!]

[칭호 <풍차에 돌진하는……>을 얻었습니다.]

칭호:풍차에 돌진하는…….

풍차에 돌진하는…… : 말을 타고 돌진하는 것은 기사의 꽃.

당신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사들을 이끌고 돌진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 정신 나간…… 아니, 위대한 업적은 계속 전해질 겁니다.

말 위에서 전술 스킬 추가 보너스. 말이 겁을 먹지 않음. 승마 스킬 보너스. 희귀 탈 것 페널티 없음.

칭호를 볼 시간은 없었다. 태현은 기사들의 랜스 차지가 성공하자마자 말에서 내려 불의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림자 잠수, 그림자 도약!

짧은 거리를 사라졌다가 태현이 다시 나타난 곳은 불의 마수의 어깨였다.

-신의 예지. 격분, 공격의 원!

[MP가 부족합니다.]

아키서스의 축복과 다른 스킬들을 연달아 쓰니 순식간에 MP가 바닥을 쳤다.

태현은 미리 들고 있던 중급 MP 포션을 빠르게 들이켰다. 탄산 같은 느낌이 목구멍을 강하게 자극했다.

쨍그랑!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불의 마수가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쿠악!

‘…….’

별생각 없이 던진 포션 병이 불의 마수에 눈에 맞았다. 태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바로 움직였다.

불의 마수가 기사들의 단체 돌격으로 기절한 지금이 바로 기회!

태현의 롱소드, <유성>이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쾅! 쾅! 콰콰쾅!

연속으로, 리드미컬하게 들어가는 검격들. 신의 예지로 본 아주 작은 약점을 기막히게 노리고 있었다.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불의 마수 어깨 위에서 보여주는 곡예!

균형을 잡기도 힘든 곳에서 쉬지 않고 공격을 구겨 넣는 태현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밑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거 누구야?”

“요한손인가? 아니, 요한손은 저렇게 안 싸우는데?”

“저거…… 김태산이다!”

“뭐? 김태산?”

태현의 이름(가명이지만)은 그래도 나름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 카테란드 섬에서 나타난 드래곤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캉, 캉, 카카캉-

[연속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 스택이 쌓입니다.]

태현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치명타 스택을 쌓아놓고 있었다. <치명타 중첩> 스킬로 계속 쌓이는 치명타 스택!

터뜨리고 싶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은 아니었다.

‘3초, 2초…….’

“물러나!”

태현의 고함에 기사들은 일제히 말을 몰고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버프가 끝날 시간이었다. 더 공격을 넣고 싶었지만 태현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괜히 욕심부렸다가는 피만 본다.’

활활 타오르는 불의 마수 위에서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현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들이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공격할 사람들은 더 있었다.

“공격해! 공격!”

“저거 뺏기면 안 돼!”

태현이 노리고 있는 건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

멍하니 있다가 기사들을 이끌고 온 태현한테 뺏길 상황이 되자, 자리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숨기고 아껴왔던 스킬들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크어어어억! 크억! 크억!

어깨에 올라가 있는 태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폭풍 공격!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표적 적중의 화살에 맞았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이 자식들이…….’

태현도 같이 공격에 휘말렸다. 물론 대부분의 공격은 회피에 성공하거나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스킬로 막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더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불의 마수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불의 마수가 사디크의 힘을 내려받고 각성합니다!]

“?!”

자리에 있던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각성이라니.

‘무슨 로봇도 아니고 변신을 하냐?’

불의 마수 어깨에서 날뛰고 있던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이 부정되지는 않았다.

-크어어!

힘차게 울부짖는 불의 마수!

불의 마수는 갑자기 몸을 땅으로 엎드리더니, 두 발로 걷던 자세에서 네 발로 걷던 자세로 바꿨다.

“???”

타타탓-

위에서 공격하던 태현은 재빨리 등 위로 올라탔다.

‘이 자식 왜 이래?’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불의 마수는 네 발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목표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곳!

“!!!”

“저, 저, 저, 저거!”

이제까지 두 발로 서서 잘 움직이지 않던 불의 마수에게 방심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네 발로 뛰자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쾅, 쾅, 쾅, 쾅!

불의 마수는 빠르게 내달리며 온몸에서 뜨거운 불길을 내뿜었다. 거기에 휩쓸리거나 치이면 그대로 사망!

“으아악!”

“도망쳐!”

이제까지 잘 피하거나 버텨온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로그아웃 당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이 뭔…….”

태현은 등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불의 마수의 등 위는 마치 뜨겁게 달궈진 철판처럼 뜨거웠다.

일렁이는 불꽃이 계속 태현을 태우기 위해 덮쳐왔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계속해서 회피에 성공했다. 가끔 들어오는 데미지들은 무시하고 견딜 수 있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이제 좀 죽어라!”

콰직!

태현은 전력을 다해 검을 내리찍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요란하게 공격해준 덕분에 태현은 등 위에서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연속 공격!

쾅, 쾅, 쾅, 쾅-

태현은 집요할 정도로 불의 마수의 약점을 계속해서 후려쳤다. 무시하고 달리던 불의 마수는 결국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크어어어억!

태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 것을.

-치명타 폭발!

콰콰콰콰콰쾅!

계속 모아놓은 치명타 스택이 동시에 소모되며 폭발적인 데미지로 변했다.

이제까지 했던 공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모습!

[불의 마수가 쓰러집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명성을 얻었습니다.]

[공적치를 얻었습니다.]

[신성을 얻었습니다.]

[칭호:불의 마수를 쓰러뜨린 자를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바쁘게 뜨는 메시지창들. 태현은 일단 확인을 멈추고 전부 다 넘겨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태현 님! 불의 마수를 쓰러뜨린 걸 축하 드립…….”

“시끄럽고, 달려라!”

“예?”

“내 아이템 가져간 놈 잡는다!”

불의 마수가 쓰러진 것에 만족할 태현이 아니었다. 태현은 그가 가져가야 할 반지를 훔쳐간 버포드를 잊지 않았다.

분명 이 골짜기 주변에 있을 테니, 도망치기 전에 잡는다!

사디크 교단이 망해서 도망치는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가자! 나를 따라와라!”

“예, 옛!”

기사들은 태현이 명령하자 영문도 모르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우르르-

흙먼지를 일으키며 태현과 일행은 떠났다. 거기에 남은 건 멍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는 플레이어들뿐이었다.

“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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