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8화
“악마?”
“악마??”
“악마가 누구야?”
“NPC인가?”
케인이 살벌하게 외쳤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케인이 말한 ‘악마’가 누군지 궁금해했다.
뭔가 특별한 NPC 같았으니까!
물론 그 악마는 태현이었다.
자신의 살벌한 협박이 먹히지 않고 다시 다른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자 케인이 외쳤다.
“시끄러워, 이것들아! 조용히 하고 내가 뭘 하나 보라고.”
케인이 대검에 손을 뻗었다. 그걸 본 레드존 길드원 중 한 명이 말했다.
“협박은 안 통한다! 케인!”
“뭐라고?”
“여기서 PK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주변을 봐라!”
길드원의 손짓에 케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렸다.
“이런 곳에서 PK를 하면 네가 공격을 받을걸?! 네가 아직도 길마인 줄 아냐!”
케인은 이제 뒷받침해 줄 길드도 없는 상황.
막무가내로 PK를 했다가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케인은 얼굴도 꽤 많이 팔린 플레이어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길드원들은 나름 태연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근데 상관없어.”
“……?”
“내가 케인인 게 알려져서 다른 놈들한테 털려도 상관이 없다 이거야.”
케인은 대검을 들었다. 케인의 주변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저건 케인의 스킬이 써지기 전 나오는 효과였다!
“여, 여기서 PK를 하면 너도 무사하지……!”
“상관없다니까 이 자식들아!!!!”
울분에 찬 외침과 함께 튀어나가는 케인!
“같이 죽자! 어디 한 번 말해봐라! 나도 네놈들이 나랑 같이 놀았던 레드존 길드원들이라는 걸 말할 테니까! 다 같이 사이좋게 쫓겨보자고!”
이미 다 망해서 남은 건 복수심밖에 없는 케인! 길드원들의 눈에는 소름 끼치는 물귀신으로 보였다.
“이, 이런……!”
“미쳤어!”
잃을 게 없는 사람은 강하다는 걸 케인이 보여주고 있었다.
“너희들도 당해봐야지! 안 그래?! 내가 겪은 걸 당해보라고! 너희들도 악마 밑에서 굴러봐!”
케인은 진심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도망치는 건 그른 상황!
“에이!”
“저 물귀신 같은 인간이 진짜!”
레드존 길드원인 만큼 다들 PK 경험은 꽤 있었다. 모두 빠르게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케인이 한 수 위였다.
오랜 시간 같이 돌아다닌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 케인은 바로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쾅!
-붉은 피의 연타!
“으아앗! 야! 막아줘!”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는 공격을 맞고 마법이 취소되자 비명을 질렀다.
마법 준비 중 공격을 받으면 취소되거나 준비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케인은 마법사부터 먼저 처리하려고 했다.
내버려 뒀다가는 제대로 한 대 맞을 테니까!
퍽! 퍽! 퍼퍽!
“이, 이런…… 막아달라고!”
“알겠어! 그만 징징거려!”
푸른색 마나 방패가 순식간에 깨지자 마법사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 마법을 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패가 깨지면 죽음이나 마찬가지!
케인의 공격력은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인 그로서는 몇 대 맞으면 목숨이 위험했다.
“비켜!”
그제야 길드원들이 끼어들었다. 준비를 끝낸 길드원들은 케인을 둘러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물귀신같이!”
“맞아! 그 꼴 났으면 얌전히 꺼졌어야지, 여기가 어디라고!”
팍! 파파팍!
케인의 등에 길드원들의 공격이 작렬했다. 그러나 케인은 피하지 않았다.
오로지 마법사만을 공격!
캉, 캉, 카카캉, 파직!
“안 돼!”
[고속 마법 방패가 깨졌습니다.]
메시지창을 본 마법사 플레이어가 깜짝 놀라 외쳤다. 케인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대검을 휘둘렀다.
“으아아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이, 이 자식이?!”
“떨어져! 떨어지라고! 안 떨어져?!”
뒤에 있던 길드원들인 케인을 공격했지만 케인은 그냥 맞으면서 마법사를 공격했다.
원래 탱커 계열의 직업인만큼 맷집은 상당했다.
게다가 케인이 갖고 있는 희귀 직업인 ‘붉은 피의 전사’는 피가 내려갈수록 강해지는 직업!
쾅! 쾅!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결국 마법사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서 회색으로 변했다. 그러는 동안 케인도 많이 두들겨 맞아서 HP가 25%까지 깎였다.
그러나 케인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반드시 그가 겪은 고통을 저놈들한테도 겪게 해주겠다는, 물귀신 같은 각오!
-너희들도 내가 겪은 굴욕을 맛봐라!
“으읏!”
“대, 대체 뭐지?!”
길드원들은 케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얼마 전, 길드가 망했을 때 보여주던 쓰레기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살벌하게 달려드는 모습!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몰라! 저 자식 좀 막아봐!”
영문을 모르는 길드원들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대체 뭘 잘못 먹고 저렇게 날뛰는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각오한 케인은 강했다.
잃어버릴 게 없는 사람은 강한 법. 케인은 자기가 죽든 말든 상관없이 이 예전 길드원들을 족치기 위해 날뛰었다.
“죽어! 죽어! 크하하하! 죽으라고!”
“이거 미친놈이다! 진짜 미친놈이야!”
처음에는 도망치지 않고 상대하던 길드원들도 슬슬 겁을 먹기 시작했다.
“이, 이거 위험하지 않냐?”
“그렇지?”
케인이 날뛰고 있기는 했지만 처음에 많이 맞았기에 계속 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싸우지 않았다. 아니,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
“히, 히익. 튀어! 튀자고!”
평소에 약한 놈만 골라서 싸우던 그들이었다. 상대가 생각보다 강하면 바로 싸울 의지가 사라졌다.
“어딜 도망치려고! 너희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케인의 말에 길드원들이 외쳤다.
“저 끈질긴 인간이 진짜!”
“남한테 맞고 와서 우리한테 이러냐!”
“저러니까 길드가 망하지!”
길드원들은 케인을 털려던 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를 탓했다. 물론 케인의 분노를 더욱 키울 뿐이었다.
“야! 움직이지 마!”
“??”
케인은 고개를 돌렸다. 길드원 중 한 명이 대장장이들을 겨누고 있었다.
케인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저게 뭐하는 짓이지?
“……???”
“움직이면 이놈들 공격한다!”
어이가 없는 건 대장장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지산은 그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는 길드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요. 우리는 저 사람이랑 안 친한데요.”
“헛소리하지 마! 아까 같이 있었잖아!”
“그래도 안 친한데…… 인질 잡아도 별 소용이 없어요…….”
김지산의 말에 길드원은 발악하듯이 외쳤다.
“아냐! 헛소리하지 마!”
여기서 인질이 안 되면 그는 그냥 사망!
그렇기에 길드원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사망 페널티를 몇 번 맞아서 위험한 상황인데…….
“끄응…….”
“?!”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케인이 덤비지 못하고 머뭇거린 것이다. 길드원보다 더 놀란 건 대장장이들이었다.
‘저 인간이 왜 저러지?’
‘뭐 잘못 먹었나?’
케인이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
태현 때문이었다.
‘대장장이들 안 챙겼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놈이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까?’
태현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어쨌든 이 대장장이들이 싸움에 휘말린 건 케인 때문이었으니까.
케인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기세가 올랐다.
“하하! 역시! 약점이 맞았어!”
“움직이지 말라고. 쫓아오지도 말고! 쫓아오면 저 대장장이들 공격한…… 커허허헉!”
외치던 길드원이 날아갔다. 뒤에서 나타난 건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최하준, 최하영 파티의 플레이어들!
그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길드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물었다.
“왜, 왜?”
“이 인간들이 누구를 호구로 보고…….”
최하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 감쪽같이 넘어갈 뻔해서 더 분했다.
“어디서 레드존 길드에서 놀던 놈들이 수작을 부려?! 우리가 속을 줄 알았냐?!”
뭔가 수상하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바로 튀어나온 것이다. 레드존 길드원들은 아차 싶었다.
‘그냥 얼굴도 가리고 다녔어야 했어!’
‘젠장!’
지금은 변명도 못 했다. 한 명은 대장장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고 싸움까지 벌어진 상황.
“오해야! 오해! 우리는 그냥 파티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파티에 들어가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말했어야지. 너희들은 레벨부터 시작해서 다 속였잖아. 그 이유를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여러분! 칩시다! 저것들 어차피 PK 하던 놈들이라 페널티도 안 나올 거예요!”
우르르-
“젠장!”
최하준과 최하영의 파티원들이 몰려오자 길드원들은 일이 꼬였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필요한 건?
물타기였다.
“저놈!”
대장장이를 겨누고 있던 길드원 중 한 명이 케인을 가리켰다. 모두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그를 쳐다봤다.
“……?”
“저놈, 저놈 사실 ㄹ…… 컫?!”
레드존 길드원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뒤에서 완벽한 기습에 성공했습니다. 추가 데미지를 받습니다!]
김지산이 대장장이 망치를 들어 전력으로 후려친 것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공격을 맞은 길드원은 비틀거렸다.
“이, 이 대장장이 자식이 미쳤냐?!”
길을 가다가 개미한테 물린 기분! 길드원은 바로 분노해서 김지산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 순간 박성찬이 케인에게 외쳤다.
“빨리! 지금!”
“알고 있어!”
-피와 분노의 돌격!
콰콰콰콰쾅!
그사이에 케인이 돌격해서 레드존 길드원을 날려버렸다. 그걸 본 최하준이 외쳤다.
“공격!”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이 시작된 이상 길드원들은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말을 하다가 죽을 테니까!
“으아악! 튀어! 튀…… 크악!”
-이동 속도 저하의 저주!
-실명 저주!
-중급 화염 화살 연사!
-목표 지정!
숫자가 워낙 차이 나니 손이 순식간에 어지러워졌다. 파티원들이 여럿 달라붙자 레드존 길드원들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헉, 헉…….”
레드존 길드원 한 명을 기어코 쓰러뜨린 케인은 숨을 내쉬며 HP를 확인했다. 스킬을 쓰느라 15% 밑까지 떨어져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도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저…….”
“……?”
대장장이 중 한 명인 박성찬이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 케인은 이 멍청이들이 무슨 소리를 하나 했다.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저희를 구해주려고…….”
“그러려고 한 거 아니거든?”
“이해합니다.”
“뭐? 뭘 이해한다는 거야?”
“쑥스러우니까 그러시는 거겠죠.”
“뭔 개소리야! 아니야!”
케인은 자기 할 소리만 하는 박성찬에게 어이가 없어서 외쳤다. 쑥스럽긴 뭐가 쑥스럽단 말인가.
태현만 아니었어도 그냥 버리고 싸웠을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박성찬은 코밑을 쓱 훑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번 일 덕분에 제가 케인 씨를 좀 오해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그래서 앞으로는 같이 다니는 걸 방해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뭐?”
“앞으로도 같이 다니죠!”
박성찬은 손을 내밀었다. 박성찬과 김지산은 고마워서 손을 내미는 것이었지만, 케인 입장에서는 거의 악담 수준!
“싫어, 이 자식들아! 난 곧 떠날 거야! 너희들이나 그놈이랑 같이 다녀!”
“하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쑥스러우셔서 이러는 거 봐.”
“태산 님이랑 비슷한데?”
김지산과 박성찬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알아서 좋은 대로 생각했다. 케인은 다시 한번 뒷목을 잡았다.
그러는 사이 우정식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걸 본 케인은 순간 희망을 가졌다.
‘그래, 이놈은 좀 나이도 있고 하니까 멀쩡한 소리를 하겠지?’
“내가 오해했나 봐. 남들이 뭐라고 하면 내가 도와줄 테니, 앞으로도 같이 다니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