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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7화 (127/1,826)

§ 나는 될놈이다 127화

그가 찾는 것은 단 하나.

전(前) 레드존 길드원들!

‘반드시 찾아내서 죽인다!’

케인은 이를 갈며 눈을 번득거렸다. 쌓인 원한이 하늘을 뚫고 올라갈 지경!

이미 태현한테 복수하는 건 포기한 상황이었다. 너무 차이가 컸던 것이다. 복수도 할 만해야 할 생각이 들지, 이렇게 차이가 나면 할 생각도 안 들었다.

게다가 이번 퀘스트를 깨면서 태현의 강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대체 저 자식은 레벨이 몇이야? 아니, 그걸 떠나서 왜 저런 놈이 랭커로 활동을 안 하는 거야?’

저렇게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그처럼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케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태현한테 복수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간 상황.

그렇다면 이 상황이 된 놈들한테 원한을 풀어야 했다.

‘보이기만 해봐라. 내가 아주 박살을 내줄 테니까!’

케인은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원래 태현한테 갔을 원망이 다 이전 레드존 길드원들한테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그가 태현한테 붙잡혀서 시키는 대로 이래라저래라 하고 있는 건 다 그들 때문이었다.

그놈들이 산맥으로 끌고 가서 도망치느라 태현을 만난 것 아닌가.

그놈들이 그런 짓만 안 했어도 태현을 만나지는 않았을 텐데!

‘어디 있냐!’

물론 원인을 따지고 보면 케인의 탓이 더 컸지만, 그렇게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응?”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다니던 케인은, 누군가가 그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같이 퀘스트를 깼던 대장장이들이었다.

‘저놈들은 날 왜 쫓아오는 거야?’

케인 입장에서도 저 세 대장장이는 불편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태현의 부하였으니까!

‘김태산 놈의 부하가 날 왜 쫓아오지? 감시하려고 쫓아오나?’

케인은 대장장이들의 생각을 오해했다. 태현이 시켜서 그를 감시하려고 쫓아온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태현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

“왜 쫓아와?”

케인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

“어, 어떻게 알았지?”

대장장이들은 들킨 걸 알고 수군거렸다. 그걸 본 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설마 그렇게 숨어놓고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한 거냐?”

케인의 말에 김지산과 박성찬은 서로 속삭였다.

“역시 케인…… 전 레드존 길마답군.”

“그래. 보통이 아니야!”

“…….”

케인은 순간 저 둘이 그를 놀리나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저 둘은 진지했다.

‘이것들은 뭐지? 바본가?’

상대하고 있는 그가 바보 같아지는 기분!

케인이 그러거나 말거나 김지산은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흥. 얻어먹을 게 있어서 쫓아다니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그쪽이 먼저 물러나는 게 좋을 걸요?”

“????”

케인의 입이 벌어졌다.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지산은 그걸 케인이 놀라서 저런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정면에서 선전포고를 받는다면 당연히 놀라겠지!’

물론 전혀 아니었다. 케인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들은 대체 뭐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김태산이 시켰나? 나 가서 괴롭히라고?’

원래 성질대로라면 당장 PK를 시도하거나 협박을 했겠지만, 저 대장장이들 뒤에는 태현이 있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피를 보는 건 케인이었다.

케인은 겨우 입을 열었다.

“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태산 님 따라다니면서 같이 퀘스트 깨려는 거잖아요.”

“맞아. 그걸로 다시 일어나려는 거겠지!”

“????”

케인은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대장장이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제야 케인은 그들이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뭐 이런 XX들이…….’

안 그래도 지금 태현한테 약점을 잡혀서 속이 터지기 직전인데, 웬 이상한 놈들이 와서 헛소리를 하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누가 따라다니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줄 알아?!”

울컥한 케인은 그렇게 외쳤다. 물론 대장장이들은 케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말할 것 같았습니다.”

“음흉한 거 봐. 자기 속셈 안 들키려고.”

“괜히 레드존 길마가 아니라니까.”

수군수군!

케인은 뒷목을 잡았다. 이 대장장이들은 태현과 다른 방향으로 사람의 성질을 긁었다.

‘확 공격할 수도 없고…… 그래, 참자, 참아!’

케인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쉬운 놈이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들어서 부쩍 참을성이 는 것 같았다.

“앗! 간다!”

“잘 들으세요! 물러설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맞아! 우리가 먼저 친해졌다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들. 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뒤로 고개를 돌려서 외쳤다.

“그러니까 아니라고! 나도 좋아서 같이 다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스스로 믿고 싶겠죠! 자존심이 있으니까!”

“맞아! 좋아서 같이 다니는 게 아니라면 지금 떠나면 되잖아요!”

두 대장장이의 공격. 케인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내가 떠날 수 있었으면 진작 떠났지!”

그렇게 말싸움을 하는 동안, 케인의 눈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들어왔다.

저 멀리서 처음 보는 파티와 대화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

전 레드존 길드원들이었다.

* * *

케인을 으슥한 곳으로 끌어내서 묻어버리려던 전 레드존 길드원들은 실패하고 어쩔 수 없이 산맥에서 내려왔다.

그들의 목표는 골짜기 앞에 있는 플레이어들!

굳이 대형 길드가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들은 많았으니 그중 적당한 파티에 들어가면 됐다.

물론 들어간 다음에는 당연히 뒤통수를 칠 생각!

그러나 그런 짓을 하기도 전에 벼락을 맞았다.

사디크 교단이 갑자기 밤에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뭘 하지도 못하고 전멸!

그들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일이었다.

“미친…… 이게 무슨…….”

“이게 말이 돼? 이게 게임이야?!”

아무리 투덜거려도 그들의 사망 페널티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피해를 확인했다.

PK를 하던 도중이라 그런지 역시 페널티는 컸다. 스탯도 많이 하락해 있었고, 스킬 레벨도 꽤 내려가 있었다.

그들이 다 고렙 플레이어긴 해도 사망 페널티는 역시 뼈아팠다.

“그나마 아이템이 무사해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들을 털기 위해 바꿔 끼고 있던 장비 덕분에 아이템은 비교적 무사했다.

“야, 빨리 움직이자. 퀘스트 엄청 진행된 것 같더라.”

“사디크 교단은 아직도 쌩쌩하지?”

“어. 곧 무슨 일 터질 거 같아. 그러면 대형 길드들 들어가고 다른 파티들도 들어갈 테니까, 빨리 파티 하나 잡고 들어가야 해.”

죽은 상황에서도 다른 플레이어들의 방송으로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었다.

사디크 교단의 군대와 왕국군, 교단 병력,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맞붙은 상황!

거기에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했다.

먹이를!

“저놈 어때?”

“음…… 너무 강해 보여. 게다가 숫자도 좀 많다. 잘못 건드렸다가 역공당할 것 같아.”

“저놈들은?”

“저거 장비 고렙 같지 않냐?”

“그러네. 넘어가자.”

먹이. 그들이 찾는 건 언제나 먹음직스러운 먹이였다.

먹음직스러운 먹이란, 좋은 퀘스트를 갖고 있고, 좋은 장비를 갖고 있으며, 죽이기 만만해 보이는 호구들!

물론 판타지 온라인 2는 겉으로 누군가를 파악하기 매우 힘든 게임이었다.

실제로 저렙 장비를 끼고 있다고 만만하게 보고 PK를 하려다가 역으로 당한 경우가 꽤 있었다.

전 레드존 길드원들도 그걸 알기에 신중하게 움직였다.

수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노련함!

돌아다니던 그들은 목표를 찾아냈다.

숫자도 적당하고, 고렙 플레이어도 안 보이고, 장비도 꽤 좋아 보이고, 표정을 보아하니 나름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은 파티였다.

“누나. 이번에는 좀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위험하지 않아?”

“사제들이 버프 좀 걸어주고 파티원들도 있으니까…….”

최하준과 최하영. 데메르 성기사와 데메르 사제 남매였다.

전 레드존 길드원들은 험험 기침을 하며 다가갔다.

“……?”

“혹시 파티원 받나요? 괜찮으면 끼고 싶은데…….”

표정만 보면 레드존 길드원들은 선량한 소규모 파티로 보였다.

전 레드존 길드원들은 이런 데에 아주 재주가 있었다.

“저는 탱커고 이 친구는 마법사거든요. 전격 마법 꽤 잘 쓰니까 딜 넣을 때에도 충분히 도움 될 거에요.”

“마법사에 탱커요?”

레드존 길드원의 말을 들은 최하준이 눈빛을 빛냈다. 마법사. 탱커. 둘 다 파티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직업이었다.

“네. 저는 대형 방패 특화로 가서 메인 탱커 맡을 수 있어요. 사람 많아도 뒤에 추가로 몇 명 더 막아줄 수 있고요.”

“오오……!”

마치 준비된 것처럼 나오는 말에 최하준은 솔깃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파티에 넣어도 좋지 않을까?

“잠깐만. 하준아. 그래도 좀 확인은 하고 넣어야지.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최하준을 말린 건 최하영이었다. 그녀는 아무리 파티장이 최하준이어도 바로 파티원을 추가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파티원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그들한테 설명을 해줘야 했다.

최하준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좀 물어보고 올 테니까요.”

“에이. 물어볼 것까지 있나요? 그냥 파티장이 결정해도 되는 일인데. 파티원 넣는 걸 누가 다 일일이 물어봐요? 그건 파티장 권한이잖아요.”

꿈틀-

레드존 길드원은 최하준의 마음을 기막히게 읽었다. 파티장이라고 띄워주니 최하준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레드존 길드원이 쐐기를 박았다.

“야. 야. 그만해라. 저쪽 파티장도 사정이 있을 거 아니야. 파티원들한테 물어봐야 하겠지.”

“그런가? 어쩔 수 없네.”

둘의 대화를 들은 최하준은 울컥해서 외치려고 했다.

“내가 알아서 결정해도 될…….”

퍽!

“?!”

“물어보고 올게요.”

최하영은 동생의 옆구리에 묵직한 한 방을 먹이고 뒤로 끌고 갔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거의 다 넘어왔었는데…….”

“저 여자가 생각보다 똑똑하네.”

최하준 같은 플레이어는 아주 다루기 쉬웠다.

파티를 이끄는 리더로서 뭔가 인정을 받고 싶고 뭔가 이루고 싶은 사람.

살살 긁어주면 바로 덥석 물게 되어 있었다.

“걱정 마. 표정 보니까 넘어왔어. 지들이 어쩔 거야? 마법사에 탱커까지 들어간다는데.”

길드원들은 시시덕대며 웃었다. 이미 미래가 보였던 것이다.

“그래. 아주 잘했다.”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길드원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대답했다.

“아주 잘했지?”

“응? 근데 누가 말한 거야?”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다가 서로가 말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뒤로 시선을 돌렸다.

뒤에 있는 건 케인이었다.

* * *

“크르르릉…….”

케인은 이를 갈다 못해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전 레드존 길드원들을 노려보았다.

하도 살기 넘치는 눈빛이라 빔이 나올 수준!

“어, 어, 어떻게…….”

길드원들은 케인을 보자 깜짝 놀라서 외쳤다. 거기서 어떻게 여기까지?

아무리 그래도 장비를 다 잃고 아이템도 없이 산맥을 멀쩡하게 내려올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저 장비들은 다 어디에서 났단 말인가. 케인은 분명 길드가 망할 때 쫄딱 망했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냐고?”

길드원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은 살벌하게 대답했다.

“악마랑 계약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 개자식들아……! 감히 날 PK해?! 죽여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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