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5화
점점 몰려오는 왕국군과 다른 교단 병력들, 그리고 플레이어들!
사디크 교단도 슬슬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불의 마수를 불러내려고 한 건데…….
불의 마수가 깨어난 다음부터 안쪽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사디크 성기사들은 웅성거리며 떠들어댔다. 아까 그렇게 시끄럽게 포효한 불의 마수가 왜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 * *
“태현 님. 태현 님!”
“왜?”
“아까 그 불의 마수 있잖습니까. 죽었나요?”
“죽었으면 경험치가 뜨지 않나? 안 죽었겠지.”
태현은 마지막 남은 사디크 성기사를 롱소드로 두들겨 패면서 대답했다.
“억! 으헉! 크허헉!”
사디크 성기사는 두들겨 맞다가 쓰러졌다. 태현은 대장장이들에게 손짓했다.
-잡템 챙겨라!
이제는 익숙해진 명령. 대장장이들은 재빨리 아이템을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그러면 안 죽었으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뭐, 아직 괜찮겠지. 그리고 거리도 꽤 벌렸고…… 덩치 큰 놈이니까 안에서 나오면 먼저 볼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못 나올 수도 있고.”
동굴 안이 박살이 났지만, 불의 마수는 워낙 덩치가 컸다. 부서진 동굴에서 못 빠져나올 수도 있었다.
‘잠깐, 그러면 나중에 다른 놈들이 잡는 거 아냐? 공적치 뺏기면 안 되는데.’
태현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적치를 얼마나 쌓았는지 궁금했다.
다들 방송은 하면서도 공적치는 숨기고 있었다. 괜히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다들 나름대로 최대한 공적치를 쌓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계속 움직인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자고. 다른 놈들이 있어야 방패로 쓸…… 아니, 같이 싸우지!”
“…….”
태현의 속마음이 새어 나왔다.
만약 불의 마수가 나온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을 방패로 쓰겠다는 속마음!
대장장이들은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투두둑-
무너진 동굴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 *
“저 사람들 뭐야?”
“골짜기 안에서 나오는 건가?”
궁수 같은 직업은 다른 직업보다 훨씬 더 좋은 눈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멀리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궁수 플레이어들 눈에 골짜기 안에서 나오는 무리가 보였다.
겉모습은 뭔가 꾀죄죄했지만, 분위기는 살벌한 무리들!
물론 태현의 파티였다.
“어떻게 골짜기 안에서 나오는 거야?”
“뭐지? 사디크 교단에 들어간 놈들인가?”
플레이어들이 놀라서 중얼거리는 것처럼, 사디크 교단도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었다.
“뭐냐! 저놈들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 성기사들은 어떻게 된 거냐!”
원래라면 다른 사디크 성기사들이 있을 골짜기 안에서 나온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
바로 몇몇 사디크 성기사들이 태현 파티를 발견하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포위당하는 상황!
이럴 때 필요한 건?
든든한 아군이었다.
“자! 왕국군한테 가자!”
태현이 기사를 빌려온 곳은 아탈리 왕실, 이번 사디크 교단을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몰고 온 곳도 아탈리 왕실, 그리고 태현이 공적치를 많이 쌓은 곳도 아탈리 왕실이었다.
당연히 아탈리 왕국군만큼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좋은 곳도 없었다.
태현은 뛰면서 기사들에게 말했다.
“외쳐! 도와달라고!”
“예? 그, 그런 부끄러운 말을…….”
“뭐? 뭐라고 했지?”
[중급 화술 스킬로 부하들을 다루는 데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지금 말하겠습니다!”
“그래. 빨리 외치라고.”
태현의 말에 기사들은 부끄러움을 참고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여기다! 여기!
-도우러 와라!
-여기 아탈리 기사들이 있다!
부끄러움을 참고 외친 효과가 있었다. 소리를 들은 아탈리 왕국군 부대가 방향을 바꿔서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현은 빠르게 버프 주문을 걸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골짜기 안은 난리가 났지만, 골짜기 밖은 쌩쌩한 사디크 교단 병력들이 우글거렸다.
여기 오래 있어 봤자 좋을 게 없는 상황!
최대한 빨리 사디크 성기사들을 쓰러뜨리고 왕국군과 합쳐야 했다.
든든한 고기방ㅍ…… 가 아니라, 든든한 동료가 필요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검술 스킬이 레벨 3에서 레벨 4로 오릅니다.]
[새로운 스킬 <치명타 중첩>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스킬 <치명타 폭발>을 얻었습니다.]
‘어? 이건 도적 스킬인데?’
<치명타 중첩>. 판타지 온라인 1에서도 알고 있던 스킬이었다.
치명타를 띄울 때마다 치명타 스택 하나씩을 쌓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치명타 폭발>은 모은 치명타 스택을 쓰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데미지를 폭발적으로 올리는 스킬.
치명타를 띄울 일이 많고,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상대에게 폭딜을 넣는 도적 직업의 강력한 스킬 중 하나였다.
그런데 태현한테 뜨다니.
‘좋긴 좋은데…… 뭐지? 치명타를 하도 많이 띄워서 그런가?’
태현의 추측은 완전히 일치했지만, 태현은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아직도 다양한 스킬을 찾는 태현에게 이런 스킬은 가뭄에 단비였다.
[연속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 스택이 쌓입니다.]
-치명타 폭발!
콰콰콰쾅!
태현의 찌르기가 들어가자 사디크 성기사는 달려오는 말에게 차인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격분, 연타, 강격!
경쾌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태현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사디크 성기사들을 연속으로 공격했다.
번쩍이는 검날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사디크 성기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연속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 스택이 쌓입니다.]
대부분의 공격은 한발 앞서서 피하고, 어쩌다가 들어간 공격은 사기적인 회피율로 피해 버린다.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면서 스킬 콤보를 넣는 데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어지간한 랭커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정도의 강력함이었다. 그만큼 태현은 강해져 있었다.
막대한 행운 스킬과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스킬 몇 개만 믿고 덤비던 태현이 아니었다.
이제 나름의 스탯들과 다양한 스킬들로 균형을 갖춘 강함!
“놈을 밟아버려라!”
-크아아아앙!
태현이 날뛰자 바로 견제가 들어왔다.
사디크 사제 중 한 명이 마수를 끌고 나타난 것이다.
네 발로 걷는 거대한 멧돼지 같은 마수는 입에서 불을 뿜으며 태현에게 돌격했다.
태현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돌격했다.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마수의 발걸음 소리!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게임 속에서라도 심장이 두근거릴 것이다.
가상현실게임은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직접 경험시켜 주는 게임.
아무리 게임이라는 걸 알아도 자기 눈앞에서 덩치 큰 몬스터가 달려오면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현은 태연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마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놈이 내딛는 발과 그다음으로 내딛을 발의 위치와 노려보는 눈빛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까지.
‘지금!’
멧돼지 마수가 엄니로 태현을 그대로 들이받자, 태현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반격의 원!
[정확한 타이밍에 반격의 원을 사용했습니다. 공격이 되돌아갑니다!]
[추가 데미지 보너스를 받습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상대가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쿠어어어억!
묵직한 손맛이 롱소드 끝에서 느껴졌다. 태현은 스턴 상태에 빠진 마수의 머리를 밟고 높게 뛰었다.
퍽! 퍽!
이어지는 다음 공격. 멧돼지 마수는 머리를 공격받고 비틀거렸다. 아직 스턴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태현은 마무리를 지을 준비를 했다.
-치명타 폭발, 강격!
쌓았던 치명타 스택을 전부 소모함과 동시에 공격 스킬. 태현의 롱소드 <유성>이 타오르는 것처럼 빛났다.
-꾸아아아아악!
멧돼지 마수는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태현은 가볍게 뛰어내렸다.
‘나름 괜찮아졌어.’
태현이 원하는 캐릭터의 강함. 그중 한 가지가 이런 식의 다양한 스킬 연계였다.
단순히 스킬 콤보가 아닌, ‘어? 이런 스킬을 같이 쓸 수 있어?’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다른 스킬들을 응용시켜서 연계하는 것!
그런 곳에서는 틀에 박히지 않는 강함이 나왔다.
‘정석이니 가장 쉬운 길이니 해도 그런 판에 박힌 방법으로 키워봤자 재미도 없고 공략만 당하지.’
* * *
태현이 혼자서 사디크 성기사들을 쓸어버리고 마수까지 잡아버리는 장면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저런 플레이는 아무나 할 수 없었다. 단신으로 돌파해서 도움도 안 받고 마수까지 처리하는 저런 플레이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기본적으로 실력도 있어야 했다.
센스가 없는 놈은 레벨이 높아도 무리!
“저게 김태산이냐?”
“그런 것 같은데요.”
“랭커 같지?”
“랭커겠죠. 저기서 단신 돌파해서 마수 목을 딸 정도면 랭커죠.”
“레벨이 얼마나 될 거 같냐? 100? 설마 110은 안 넘겼겠지?”
“110 넘겼을 수도…… 판타지 온라인 2는 진짜 사람이 많다 보니까 온갖 곳에서 별 고수들이 다 튀어나오네요.”
물론 태현은 아직 50도 못 넘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고수는 태현뿐만이 아니었다.
판타지 온라인 2를 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있고, 지역은 워낙 넓다 보니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서 특수한 직업을 얻고 조용히 키우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디크 교단 퀘스트에서 갑자기 나타난 버포드도 그런 플레이어였다.
퀘스트 전에는 아예 보이지 않던 플레이어들!
랭커들이라면 무조건 유명하고, 방송도 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쉬웠지만, 태현처럼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태현이 기사들을 데리고 왕국군을 향해 뛰어가는 걸 보며 골짜기에 모인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투덜거렸다.
“아오, 우리는 길드원들끼리 뭉쳐서 사냥하는데도 이렇게 레벨 업이 느린데, 저놈은 길드도 없이 어떻게 저렇게 키운 걸까? 뭐 특별한 거라도 먹나?”
“직접 가서 물어보시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딱 봐도 ‘나 건드리지 마라. 나 고고한 놈이다’ 이런 느낌이잖아. 복면도 쓰고. 분명 복면 벗으면 잘생겼겠지.”
“잘생긴 건 어떻게 알아요? 잘생기지 않았을 수도…….”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잖아! 원래 잘생긴 놈들이 저런 복면 쓰고서 폼 잡고 다닌다고. 나중에 봐라. 내 감은 잘 맞는다고.”
태현이 들었다면 분노해서 바로 PK를 시도했을 말이었다.
-잘생기긴 누가!
남은 조심해서 살려고 복면 쓰고 있는데, ‘저놈 잘생긴 거 알고 폼 잡으려고 복면 쓴다’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태현의 분노가 두 배로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태현은 스스로 생각해도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 * *
“오오! 정말 대단하십니다! 설마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단독으로 저 골짜기 안에 들어가 적을 공격하다니!”
“그래. 알겠으니까 잠깐 좀 내버려 두지?”
태현은 감탄하는 왕국군 천부장을 밀어내려고 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아키서스의 권능을 배우는 것!
아직 사디크 교단의 세력은 많이 남아 있었고, 퀘스트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공적치를 확실히 얻어서 퀘스트를 성공으로 끝내려면 아키서스의 권능을 지금 배워둬야 했다.
‘분명 첫 번째 권능도 그렇게 강했으니…… 두 번째 권능도 쓸만하겠지!’
신수 소환.
물론 지금이야 용용이가 부작용으로 많이 약해져서 안에서 쉬고 있지만, 원래 섬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린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