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4화
“뛰어!!!!!!!!”
셋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
대장장이들은 즉시 돌려서 뛰었다.
“그 인간은 대체 기계공학 스킬 같은 건 왜 익혀 가지고!”
“맞아! 마법사 데리고 다니면 되잖아!”
대장장이들은 울부짖으며 전력 질주했다.
그리고 뒤에서 폭발이 시작됐다.
* * *
“어? 뭐야? 뭐야?”
폭탄을 들고 뛰던 케인은 멀리서 일어나는 폭발에 깜짝 놀랐다.
뒤에서 쫓아오던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도 놀랄 정도의 폭발!
“아차!”
케인은 그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놀라는 바람에 발을 멈춘 것이다.
그 사이 거리를 빠르게 좁히는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
“죽어라, 이단자!”
“사디크 신에게 너의 몸을 제물로 바쳐라!”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케인은 이들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이 자식들이 진짜!”
순간 울컥하고 치솟는 성질!
‘내가 원래 상태였다면 너희들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어!’
억울한 마음에 케인은 폭탄을 성기사들에게 집어 던졌다. 태현이 위치를 정해줬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억울하고 서러워서 너희들은 죽이고 간다!”
그렇게 말하고 케인은 대검을 뽑아 들었다.
캉!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은 날아오는 폭탄을 멋지게 검으로 베어냈다.
“……지금 뭘 한 거냐?”
그걸 본 케인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사디크 고위 성기사는 자기가 지금 뭘 한 건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단자 놈! 시간을 끌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너, 너…… 이 무식한 놈……!”
케인은 말을 더듬으며 손가락질했다. 폭탄을 던진 건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을 오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폭탄을 던지면 보고서 피하겠지!
그런데 이 성기사들은 다짜고짜 폭탄을 베어버린 것이다.
치치치치칙-
“으아아아아!”
케인은 바로 몸을 돌려 뛰었다. 그리고 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강력한 폭발에 휘말렸습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붉은 피의 강인함> 패시브 스킬로 스턴 상태에 저항합니다.]
[폭발 데미지를 받습니다.]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으아아아악! 끓어오르는 피! 광분의 돌격!”
폭발에 휩쓸린 케인은 살아남기 위해 가진 스킬을 총동원했다.
일시적으로 HP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스킬과 일시적으로 이동속도를 빠르게 올려주는 스킬.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은 계속해서 케인을 후려갈겼다.
“컥! 으헉! 크허헉!”
결국, 폭탄을 설치한 사람 중 가장 많이 데미지를 입은 건 케인이었다.
* * *
“어? 다들 안 죽었네.”
만나자마자 태현이 하는 소리. 모두 태현을 노려보았다.
“죽을 뻔했습니다!”
“맞아요!”
대장장이들이 항의했지만, 태현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나도 죽을 뻔했거든? 제일 쉬운 거 맡았으면 됐지.”
“윽…….”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가장 어려운 건 태현이 했으니까.
“짐이나 들어. 빨리 튀자.”
대장장이들은 바닥에 놓고 갔던 짐들을 다시 챙겼다. 무게 제한까지 챙기자 속도가 다시 느려졌다.
“근데 넌 왜 이렇게 너덜너덜하냐?”
태현은 케인을 보며 물었다. 케인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새로 만든 갑옷은 불길에 그을리고 얼굴은 폭발 때 떨어진 재투성이!
“크, 크흑흑…… 크흑흑흑흑…….”
“너, 너 우냐?”
“안 울어!”
“우는 거 같은데?”
“안 운다니까!”
케인은 억울함과 서러움이 북받쳐서 그렇게 외쳤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인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신전 가장 가운데에 있던 화염의 기둥, 그 기둥이 깨지더니 안에 있던 불의 마수가 일어난 것이다.
-이 하찮은 놈들이 감히! 사디크 님의 신성한 곳을 불태워?!
사디크 사제장의 목소리였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걸 들은 태현은 투덜거렸다.
“안 죽었냐? 질긴 놈 같으니.”
사실 폭발로 전부 잡았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기사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생존력!
안 그래도 단단한 방어력에 신성 마법까지 쓸 수 있으니 정말 생존력 하나만큼은 바퀴벌레 급이었다.
게다가 고위 사제들까지 있었으니, 그 폭발 속에서도 마법을 썼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절대로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절대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 사디크 신이 이끄는 불의 마수가 너희를 벌하리라!
[사디크 교단의 사제장이 <사디크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사제장이 죽기 전까지는 스킬이 유지됩니다.]
거대하고 넓은 동굴 안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벽, 천장, 바닥이 마치 용암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사디크의 영역> 안에 있습니다. 데미지를 받습니다.]
“으악!”
김지산은 펄쩍 뛰었다. 이 넓은 곳에서 발을 디딜 때마다 데미지라니.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물론 태현처럼 안 맞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넓은 공간에서 계속 데미지를 주는, 사기적일 정도로 강력한 스킬!
역시 사디크 교단의 사제장. 강력한 스킬들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튀어야지! 뛰어!”
태현은 일행에게 뛰라고 명령했다. 지금 저 <사디크의 영역> 스킬을 풀겠다고 덤비는 건 자살행위였다.
태현이야 견디겠지만, 대장장이들은 싸우다가 죽을 것이다.
남은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이나 사제들만 해도 까다로운데, 거기에다가 불의 마수라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까지 있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싸우는 건 피해가 너무 크지!’
굳이 싸울 필요 없이 도망치는 게 최선의 선택!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뛰기도 전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쿠어어어어어어어!
동굴 안이 아닌, 골짜기 전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소리!
불의 마수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 * *
골짜기 밖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뭐야, 뭐야?”
“사디크 교단 놈들이 뭐 했나 본데?”
그 소리를 들은 사디크 교단은 기세가 올랐다.
“불의 마수가 드디어 깨어났도다!”
“이제 너희를 사디크의 이름으로 벌하리라!”
사디크 성기사들이 외치는 소리에 골짜기 앞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지금도 사디크 교단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추가로 뭔가 나온다니.
“길마님! 사디크 교단에서 뭐 나온다는데요?”
“불의 마수가 깨어났대요!”
순식간에 퍼지는 소식들.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빠져나가야 하나? 아니면 계속 싸워야 하나?
그러는 사이에 사디크 교단은 점점 기세를 올려갔다.
“쳐라! 이교도들을 몰아내라!”
“필멸자들을 죽음으로!”
쾅! 쾅! 쾅!
사디크 성기사들은 사디크 사제들의 보호 마법을 받고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멈칫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으아악!”
“이 자식들이! 도와줘! 여기 밀린다!”
* * *
밖의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동굴 안의 상황은 더 위험했다.
불의 마수가 완전히 힘을 되찾은 상황!
사디크 사제장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이제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 커헉!
“……?”
멀리서 뛰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저놈이 뭔가 말하다가 한 대 맞지 않았나?
[강력한 폭발로 <불의 마수를 다스리는 사디크의 지팡이>가 파괴되었습니다.]
[불의 마수가 폭주합니다.]
“어……?”
다른 사람들도 메시지창을 보고 멈칫했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불의 마수가 폭주한다니?”
태현이 일으킨 폭발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디크 사제장은 재빠른 보호 마법으로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살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와중에 들고 있던 지팡이는 폭격에 망가진 것!
망가진 아이템으로 불의 마수를 통제하려고 하자, 불의 마수는 통제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진, 진정해라! 불의 마수여! 우리는 진정한 사디크의 신도…… 커허헉! 커헉!
쿵! 쿵! 쿵!
불의 마수는 대답도 듣지 않고 불타는 주먹으로 사디크 사제장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한 번 칠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용암이 치솟는 강력한 공격!
방금 태현이 일으킨 폭발을 막느라 MP를 많이 쓴 사디크 사제장은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불의 마수한테 얻어맞았다.
[사디크 사제장이 죽었습니다. <사디크의 영역>이 해제됩니다.]
[경험치를 얻습니다.]
[공적치를 얻습니다.]
[계략을 써서 사디크 사제장을 쓰러뜨렸습니다. <이이제이>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
태현은 황당했지만 계속 달렸다. 이게 무슨 떡이냐!
“뛰어! 멈추지 말고!”
“뒤, 뒤에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건 나중에 보고! 뛰라고 이것들아!”
태현은 대장장이들을 걷어차며 재촉했다. 불의 마수가 폭주해서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도망치려면 이때!
다른 놈들을 다 해치우면 불의 마수가 누구를 쫓아올지는 뻔했다.
-크아악! 불의 마수여! 어떻게 우리를 공격하냔 말이다!
-사디크 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뒤에서 들리는 건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과 사제들의 비명 소리!
그러나 불의 마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쳐 날뛰었다.
그사이 태현과 일행은 전력으로 달려서 동굴의 출구로 뛰었다.
* * *
우지끈! 우르르릉! 콰콰콰쾅!
“헉, 헉헉! 같이 가요!”
거대한 동굴 안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자, 대장장이들은 기겁해서 뛰었다.
간신히 출구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
안에서 뭔가 무너지고 박살 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보통 무서운 게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동굴에 깔려서 죽을 것 같은 공포.
“진짜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혼이 빠져서 중얼거리는 김지산. 다른 대장장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깬다고 했을 때 사디크 성기사들과 조금 싸우는 걸 생각했지, 이렇게 들어가서 신전 건물을 부숴 버린 다음 목숨을 걸고 뛰어서 도망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러나 태현은 탁탁 옷을 털더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가자. 골짜기 밖에서 사디크 성기사들 싸우고 있다고 하니까 좀 더 잡아야지.”
공적치를 확실히 쌓으려는 욕심!
방금 무너지는 동굴 안에서 목숨을 걸고 달려 나온 사람 같지가 않았다.
“쉬지도 않아요!?”
“사람도 아니야!”
“쉬어서 뭐하게. 남는 게 없는데. 싸우면서 쉬어! 싸우면서!”
악덕 사장 같은 말을 태연하게 하는 태현이었다.
타타타타탁-
저 앞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건 한 무리의 사디크 성기사들!
그들은 골짜기 안에서 나온 태현 일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이교도가 안에 있다!”
“어떻게 안에?!”
“처리해!”
태현은 웃으면서 롱소드 유성을 뽑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고마워라. 이렇게 알아서 와주고 말이야!”
태현의 눈에 일반 사디크 성기사들은 그냥 걸어 다니는 공적치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자!”
“…….”
뒤에 있던 기사들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사람인만큼 이제까지 했던 일들로 지친 것이다.
혼자 쌩쌩한 태현이었다.
* * *
“어떻게 된 거냐? 왜 안에서 아무런 말이 없지?”
“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사람을 보냈으니…….”
“마법을 써서 물어봐라!”
“대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 겁니다. 그저 잠시 연락이 끊긴 것일 겁니다!”
“그래. 불의 마수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잘못될 리가 없지!”
안토니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그들은 골짜기 바깥에서 플레이어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