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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3화 (123/1,826)

§ 나는 될놈이다 123화

여기까지 와서 튄다니.

아무리 태현이 말한 거지만 대장장이들은 바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맞아요!”

그리고 케인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여기까지 고생한 건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더 많은 보상을 얻고 싶었다.

“맞아! 여기까지 와서 도망치는 건…….”

“닥쳐.”

“…….”

케인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태현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금 오는 고위 성기사하고 사제들 상대하는 것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불의 마수까지 깨어나면 우리로 어떻게 이겨? 게다가 저기 안에는 방금 싸운 놈들보다 더 강한 놈들이 있을 텐데.”

구구절절 맞는 말!

그러나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꿈에 부푼 대장장이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했다.

“크흑…… 말도 안 돼…….”

“시끄럽고. 지금 여기서 이럴 시간 없어. 불의 마수가 아직 완전히 힘을 못 찾았다고 하니까 빨리 날려 버리고 가자고. 신전 건물들만 날려 버리고 가도 충분해.”

태현이 노리는 건 어디까지나 공적치. 굳이 보스 몬스터와 목숨을 건 혈투는 벌이지 않아도 됐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려면 교단이나 왕국군을 여기까지 끌고 왔어야지.’

기사 몇 십 명으로 다 쓸어버리는 건 욕심이 과했다.

어지간하면 욕심을 부릴 상황에도 절대로 냉정함을 잃지 않는 태현이었다.

설명을 마친 태현은 케인을 쳐다보았다. 닥치라고 해서 닥치고 있던 케인은 움찔했다.

“난, 난 닥치라고 해서 닥쳤…….”

“그거 말고. 아까 포션 받았잖아. 포션 값해야지.”

“……!”

* * *

-이 폭탄들을 저쪽 구석에 가져다 놓고 와. 지금 사디크 성기사하고 사제들은 다 저 불의 마수가 있는 쪽에 있으니까 폭탄 놓는 건 쉬울 거야.

-이, 이 폭탄 이름이 <불안정한 미친 화염 폭탄>인데?

-괜찮아. 안 터져.

-안 터지기는 뭐가 안 터져!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은데!

태현은 웃으면서 검을 뽑았다.

-터질지 안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갖고 뛸래, 아니면 맞으면 확실하게 죽는 롱소드 맞을래?

-알겠어! 폭탄 들고 뛰면 되잖아!

태현이 검을 뽑자 바로 돌아오는 현실 감각. 케인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으아아아아!”

케인은 비명을 지르며 뛰고 있었다. 팔 사이에 끼고 있는 폭탄이 금세라도 터질 것 같았다.

“침입자다! 여기까지 오다니!”

“감히 혼자서! 겁도 없구나! 내 칼을 받아봐라!”

거기에다가 뒤에서 쫓아오는 성기사들까지. 케인은 죽어라 뛰었다. 폭탄을 놓고 와야 해서 싸울 시간도 없었다.

* * *

“이,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성기사들 없다고 했으니까…….”

대장장이들은 가장 쉬운 곳, 그러니까 신전 외곽에 폭탄을 가져다 놓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사디크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은 다 안쪽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사디크 성기사 하나를 만나도 위험했다.

“만나면 무조건 튀는 거야.”

“그래. 짐도 없으니까.”

대장장이들은 이제까지 들고 있던 엄청난 무게의 짐을 다 놓고 온 상태였다.

태현이 시킨 것이다.

-폭탄 설치하고 오는 동안은 가방 두고 움직여.

물론 태현이 이런 명령을 내린 이유는 하나였다.

‘실수라도 폭탄 터지면 죽을 텐데 여기서 챙긴 전리품들은 가져가야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함!

그러나 대장장이들은 다르게 이해했다.

-아, 우리를 배려해서 짐도 안 들어주게 하는구나!

-역시 겉은 험하지만 속은 따뜻하시구나!

자기 좋은 대로 해석하는 대장장이들이었다.

그래도 대장장이들에게는 행운이 따라줬다. 케인과는 달리 적과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폭탄을 놓을 수 있었다.

* * *

다들 각자 움직이며 폭탄을 곳곳에 깔아두고 있었다.

물론 태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태현은 가장 위험한 곳, 신전 건물들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에이. 은신 스킬 있는 놈들이 없어서…….’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은신 스킬이 가장 높은 건 태현이었다. 태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물론 이 또한 대장장이들의 오해를 샀다.

-자기가 가장 위험한 곳에…….

-우리를 생각해서……!

-역시 겉은 험하지만(후략)

태현은 대장장이들이 속으로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사디크 교단의 신전을 어떻게 날려야 잘 날렸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할 뿐.

-신의 예지.

‘쯧.’

태현은 붉은색으로 난 길을 보고 혀를 찼다.

아주 가늘게, 실처럼 나 있던 길도 어느 정도 가자 뚝 끊어져 있었다.

즉, 여기서 더 앞으로 가면 무조건 은신이 걸린다는 것!

신의 예지 스킬은 만능이 아니었다. 좋은 길과 나쁜 길을 보여주는 것이지,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지.’

태현은 안에 있는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이나 사제들한테 몇 대 맞더라도, 들어가서 폭탄을 던지고 튈 결심을 했다.

어차피 도망치는 것만 따지면 태현을 따라올 수 없을 테니까!

이동 속도도 이동 속도지만 엄청난 회피율 때문에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은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다.

“오오! 사디크 님이시여! 불의 마수로 오소서!”

“곧 깨어나신다! 모두 경배하라!”

“……?”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태현은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아까도 본, 거대한 화염 기둥 속에서 거인 같은 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꿈틀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모습!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현은 행운의 일격을 연속으로 계속 사용했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공격력이 4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뒷면이 나왔습니다!]

스킬의 효과가 다시 사라졌다. 태현은 혀를 차고 행운의 일격을 다시 사용했다.

행운의 일격은 효과만 보면 정말 좋은 스킬이었지만, 운빨 스킬이라는 점이 큰 단점이었다.

뒷면이 나오는 순간 스킬의 효과가 그대로 사라지니, 급한 순간에는 욕심을 많이 부릴 수가 없었다.

<우기기> 스킬로 한 번 더 쓸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시간이 넉넉할 때나 많이 쓰는 게 가능!

‘앞면 좀 나와라!’

[앞면이 나왔습니다. 공격력이 4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공격력이 8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공격력이 16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그만. 이제 간다!”

파아아앗!

태현이 뛰어들자 은신이 깨졌다. 안에 있던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침입자!”

“놈을 죽여라!”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스피드!

태현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렸다. 그러면서 달리는 길에 서 있는 고위 성기사 하나에게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쾅!

사디크 고위 성기사는 막으려고 했지만, 태현이 너무 빨랐다. 큰 충격을 받은 고위 성기사는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으윽! 이 하찮은 필멸자가 감히……!”

태현은 사디크 고위 성기사를 무시했다. 지금 저놈을 잡는 것보다 더 급한 게 있었다.

‘가라!’

태현은 품속에서 폭탄을 꺼냈다. 그리고 전력을 향해 던졌다.

“이게 뭔……?!”

날아오는 폭탄을 본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피해라!”

그리고 폭발이 시작됐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사디크 교단의 무기 창고 건물을 무너뜨렸습니다. 공적치를 얻습니다.]

[사디크 교단의 참회소를 무너뜨렸습니다. 공적치를 얻습니다.]

[폭탄이 바로 앞에서 터집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폭탄이 바로 앞에서 터집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연쇄 폭발이 당신을 덮칩니다. 회피에 실패합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낙하하는 잔해에 맞았습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

너무 많이 떠서 볼 수도 없는 메시지창들!

사방이 화염과 폭발로 가득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태현은 방향을 잡고 전력으로 뛰었다.

지금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폭발로 인해 죽든, 사디크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이 몰려와서 죽든…….

빠져나가야 했다.

목표는 달성했다. 태현이 폭탄을 터뜨리면,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보고 터뜨리기로 했다.

이곳 말고도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터지기 시작할 것이다.

[칭호: 미친 폭탄마를 얻었습니다.]

[서버에서 처음 얻은 칭호입니다. 각 스탯이 7씩 증가합니다.]

칭호: 미친 폭탄마

미친 폭탄마: 기계공학의 꽃인 폭탄은 그 위험성과 불안정성 때문에 아무나 다루지 못한다. 그러나 몇몇 정신 나간 사람들은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이 폭탄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한 번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라고. 그러나 폭탄마들은 죽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기계공학 스킬-폭탄 제작시 추가 보너스. 폭탄류 아이템에 받는 데미지 감소. 더 크고 강한 폭탄 제작 가능.

박살 난 건물들의 조각들이 날아오는 상황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칭호는 언제 받아도 좋았다.

태현은 레벨 업을 확인하고 동시에 공적치를 확인한 다음 신성 스탯도 확인했다.

폭발 속에서 달리는 사람치고는 정말 침착한 행동!

신성: 996

‘젠장!’

4가 모자랐다. 새로운 아키서스의 권능을 익히려면 신성이 1,000 이상이 되어야 했다.

이렇게 건물을 날리고 안에 있는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박살을 냈는데도…….

‘어쩔 수 없지. 일단 빠져나간다!’

* * *

“어, 어, 어…… 저, 저거…….”

폭탄을 몰래 놓고 뛰던 대장장이들은 멀리서 일어나는 대폭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본 폭발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대폭발!

“야, 터뜨리랬잖아!”

“아. 그랬지?”

세 대장장이는 순간 서로를 쳐다보았다.

“네가 불붙이고 와.”

“뭐? 싫어요! 왜 내가 해야 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가자!”

그들도 대장장이. 기계공학 스킬과 폭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기계공학 스킬을 익히는 건 바보짓이다!

많은 대장장이가 이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갑옷이나 아이템을 제작하고 강화하고 버프를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대장장이는 충분히 인기가 있었다.

물론 파티에는 잘 안 끼워주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언제나 찾는 게 대장장이!

그러나 기계공학 스킬은 달랐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 레벨이 어느 정도 되어야 배울 수 있는, 난이도 있는 스킬이 바로 기계공학 스킬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난이도가 있는 주제에 정작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기계공학 스킬로 만들 수 있는 건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이 이상한 물건들!

-고블린 장인이 만든 빵빵 로켓(조종 불가능, 도중에 35% 확률로 폭발함)

-걸어 다니는 기계 양(데미지를 받을 시 10% 확률로 폭발)

뭔가 성능이 이상하거나, 어딘가 크게 단점이 있거나, 일정 확률로 폭발하는 게 바로 기계공학 스킬이었다.

기계공학 스킬을 올릴 시간에 갑옷 제작이나 무기 제작 스킬을 올리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됐다.

물론 폭탄류 아이템의 효과는 강력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쓰기를 꺼려했다.

도중에 멋대로 폭발하면 그냥 끝장이니까!

차라리 파티에 마법사를 넣어서 강력한 마법을 쓰는 게 나았다.

대장장이들도 그걸 알기에 폭탄에 불을 붙이는 걸 두려워했다.

‘안 그래도 화력 엄청 세 보이던데…….’

‘재수 없으면 나만 여기서 죽는다!’

툭-

“어?”

셋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이, 저 멀리 일어나는 폭발에서 불똥이 튀었다.

날아온 작은 불씨가 폭탄 위에 떨어진 것이다.

치치치치칙-

그리고 들리기 시작한 소리.

대장장이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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