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2화
폭발 가능도 아닌, 대폭발 가능이었다.
게다가 확률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불안정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계공학의 정수!
기계공학 아이템들은 스킬을 가진 사람이 즉석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들고 다니다가 갑자기 터지거나 망가지는 경우도 의외로 있었던 것이다.
스킬이 인기 없는 이유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폭탄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눈빛에 광기가 보일 정도!
태현이 갑자기 앉아서 폭탄 더미를 만들기 시작하자 대장장이들은 중얼거렸다.
“뭐야, 저거. 무서워…….”
“그보다 저 사람은 대체 스킬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요리 스킬도 신기했지만, 기계공학 스킬까지 저렇게 갖고 있다니.
보통 대장장이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기계공학 스킬도 익히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있는 스킬 범위가 너무 넓었다.
그렇다고 전투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전투면 전투, 또 아까 보니 마법도 쓰고…….
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직업!
‘뭔 직업이야 대체?’
[<고블린 제작자가 설계한 연쇄 화염 폭탄>이 <불안정한 미친 화염 폭탄>으로 개조되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고블린 제작자가 설계한 연쇄 화염 폭탄>이 <극도로 불안정한 미친 화염 폭탄>으로 개조되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대폭발을 위해 준비를 마쳤다.
창고에서 갖고 나온 폭탄과 기타 재료들을 거의 다 써버렸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크핫핫핫핫핫!”
폭탄 무더기를 안고 살벌한 웃음을 터뜨리는 태현을 보고 모두가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 * *
“침입자다!”
“침입자가 여기까지 들어왔다!”
침묵을 깨는 사디크 성기사의 고함.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신입 사디크 성기사가 아닌 정예 사디크 성기사들이 빠르게 신전 건물들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사불란한 움직임!
대장장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기사들 뒤에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달려오는 사디크 성기사들이 무서웠던 것이다.
“전부 준비!”
태현의 외침에 기사들은 검을 앞으로 들었다.
[냉정한 지휘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부하들의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가혹한 채찍질을 사용했습니다. 일시적으로 HP와 MP가 깎입니다. 다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태현은 빠르게 지휘 관련 스킬들을 사용했다. 기사들의 능력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갔다.
“가자!”
“아탈리 왕가의 이름으로!”
“영광을!”
기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맞서서 달려들었다. 이제부터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순식간에 껑충 뛰는 공격력. 태현은 달려오는 성기사들을 빠르게 훑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누구를 먼저 쳐야 하는가?
‘사제!’
-그림자 잠수!
태현은 방랑자의 외투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 태현의 모습이 사라지며 저 뒤에 있던 사디크 사제들 뒤에서 나타났다.
“……!”
“막아라!”
“이놈! 감히 어디서!”
-끓어오르는 사디크의 손!
사제가 신성 마법을 쓰자, 불꽃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손이 생겨나 태현을 후려쳤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저놈이 이상한 기술을 쓴다!”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버려!”
-사디크의 타오르는 족쇄!
사디크 고위 사제가 쓰는 신성 마법은 무시무시했다. 강력한 마법이 빠르게 시전됐다.
방해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타타탓-
태현은 몸을 날려서 마법을 피했다. 사제들의 저주는 찜찜한 게 많았다.
회피를 믿고 맞다가는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 피할 수 있을 때는 다 피해둬야 했다.
치렁치렁한 로브를 입은 사디크 고위 사제들이 지팡이를 휘두르고 겨누는 순간.
아주 그 짧은 순간을 태현은 읽을 수 있었다.
그때 몸을 날려서 피한다!
간단한 반응이었지만 절대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아아악!”
태현이 접근해서 롱소드를 휘두르자 사디크 고위 사제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력한 아이템과 치명타, 검술 스킬, 그리고 행운의 일격으로 올라간 태현의 공격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연타, 강격!
롱소드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사디크 고위 사제들을 후려쳤다.
퍽, 퍽, 퍼퍼퍽-
태현의 롱소드는 물 흐르듯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디크 고위 사제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사제들은 피하려고 용을 썼지만, 태현 앞에서는 불가능했다.
“놈을 막아라!”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은 뒤에서 사제들이 공격을 당하자 바로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은 레벨이 높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신입 성기사들과는 전혀 다르게 싸웠다.
태현에게 검을 휘둘러도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 바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사디크 신이시여! 제 몸을 받아주소서!”
-희생의 불꽃!
갑자기 검을 들어 자기를 찔러버리는 사디크 고위 성기사!
그러자 사디크 고위 성기사의 몸이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불꽃으로 변해 태현을 덮쳤다.
“이런 미친!”
워낙 빠르게 들어오는 공격에 태현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치명타를 당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습니다.]
[디버프 <사디크의 분노의 화염>에 걸렸습니다.]
사디크의 분노의 화염:
1초마다 300의 신성 데미지, 300의 화염 데미지를 입습니다.
거의 맞는 순간 풀지 못하면 죽는다고 봐야 하는 강력한 저주였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한 가지 패가 더 있었다.
전설 직업인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는 패!
[<신성 권능>으로 <사디크의 화염>에 저항합니다.]
태현은 HP가 깎이다가 멈추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당했는데도 체력의 1/4이 날아가 있었다.
“놈을 죽여라!”
태현이 화염에 휩싸여 데미지를 입자 다른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이 기회를 엿보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한번 당한 이상 태현은 다시 당하지 않았다.
“사디크 신이시여! 제 몸을 받아주소서!”
-희생의 불꽃!
“어림도 없다, 이 자식아!”
-반격의 원!
미친듯이 빠르게 날아오는 화염의 저주였지만, 태현은 이를 악물고 반격의 원 스킬을 사용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간 반격의 원!
파아아아아앗!
“크아악!”
희생의 불꽃은 반격의 원에 막혀 다른 사디크 고위 성기사를 태워 버렸다.
* * *
태현이 뒤에서 날뛰는 동안, 기사들은 정면에서 성기사들과 맞붙고 있었다.
“이 사악한 놈들!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사디크 고위 성기사 중 하나가 화염의 채찍을 만들어내서 후려쳤다. 그러나 아탈리 왕국의 기사는 두꺼운 방패로 채찍을 막아내며 돌격했다.
콰콰쾅!
강력한 방어구와 맷집으로 공격을 막아내며 돌격하는 것이 기사의 특기!
아탈리 왕국의 기사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기사들은 성기사들을 하나씩 하나씩 후려 팼다.
두꺼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성기사들의 갑옷이 쩍쩍 갈라졌다.
-질주하는 질풍의 원!
루포는 검을 휘두르며 날뛰었다. 기사들이 묵직하게 전진한다면 루포는 태현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적진을 휘젓는 검사였다.
태현한테 언제나 구박을 받지만,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엄두도 못 내는 강한 실력자가 바로 루포!
* * *
태현과 일행은 멈추지 않고 계속 싸워야 했다.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계속 몰려온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공격이 멈췄다. 그제야 태현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라: 퀘스트 공적치는 현재 10,100입니다.]
빠르게 쌓인 공적치!
골짜기 안에서 사디크 교단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많이 처치한 덕분이었다.
게다가 시작할 때부터 높기도 했고.
‘그렇지만 아직 부족한데.’
골짜기 밖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사디크 교단과 싸우고 있었다.
거대한 마수와 맞붙고, 강력한 성기사들과 싸운다. 당연히 밖의 플레이어들도 공적치를 꽤 쌓았을 것이다.
확실하게 1등을 하려면 더 공적치를 쌓아야 했다.
그 순간 신전 쪽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으로 동굴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들어라, 이 하찮은 필멸자 놈들아! 감히 사디크 신이 있는 성스러운 곳에서 날뛰다니!
사디크 교단 사제장은 분노로 펄펄 뛰며 외치고 있었다.
화가 날만도 했다. 교단의 병력 대부분이 나가서 싸우는 동안 웬 쥐새끼 같은 놈들이 와서 이 난장판을 벌여놓았으니까.
그러나 듣는 태현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전투 준비!
“야. 빨리 치료해. 무기 수리하고. 포션 다 썼냐?”
“네!”
태현이 기사들에게 명령하는 동안 케인이 다가왔다.
“헉헉, 나도 포션 좀…….”
다른 기사들이 싸우고 나서 체력 포션을 바로바로 써서 회복하는 것과 달리, 케인은 알아서 살아야 했다.
전사라서 체력 회복 스킬이 몇 개 있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포션 줄 테니까 계약서 하나 더 쓸래?”
“…….”
“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거까지 받아먹겠냐?”
‘넌 충분히 그럴 거 같다!’
케인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태현은 케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냐?”
“헉?!”
남이 자기 욕하는 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태현!
“당황하는 걸 보니 욕한 거 같은데?”
“안, 안 했다.”
“뭐, 상관없지. 여기 포션.”
케인은 허겁지겁 태현이 건네준 포션의 뚜껑을 열고 마셨다. 시원한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길드 마스터일 때는 사냥할 때 물 쓰듯이 포션을 썼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감지덕지 받아야 하는 상황!
‘크흑!’
“포션 다 썼냐?”
“어…….”
“그럼 포션 값해야지?”
태현의 말에 케인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또 뭘 시키려고?’
그러는 사이 사디크 교단의 사제장은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태현이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절대로 너희들은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까! 보아라! 이 눈부신 화염을! 사디크 신께서 사랑한 짐승이 깨어나신다!
[사디크가 이끄는 불의 마수가 곧 완전히 힘을 되찾습니다.]
순간 동굴의 천장으로 강하게 치솟는 불기둥!
강력한 불의 마수가 깨어나고 있었다. 사디크 교단에서는 많은 마수 몬스터를 부렸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마수였다.
신이 직접 이끄는 불의 마수!
사디크 교단이 갖고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사디크 교단은 이 강력한 불의 마수를 깨우기 위해 예전부터 잔뜩 공을 들이고 있었다.
마지막에 방해가 들어왔지만, 고위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나서서 막은 덕분에 힘을 되찾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사디크 교단의 사제장은 붉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어서 일어나서 저놈들을 전부 쓸어 버려라!
* * *
메시지창을 본 대장장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보스 몬스터구나!’
던전의 꽃.
보스 몬스터 사냥!
강력했지만 그만큼 쓰러뜨리면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제까지의 싸움을 봤을 때, 적은 절대로 약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엄청나게 강할 것이다.
그래도 싸우는 것이 진정한 모험!
대장장이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들이 비록 약하지만, 용기를 내서, 최선을 다해서 태현과 기사들을 도와주리라.
세 대장장이는 망치를 들고 각오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희는 뭘 할까요?”
“수리? 무기 강화?”
“뭐든지 맡겨 주십쇼!”
그러나 태현은 ‘이 자식들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폭탄 다 터뜨리고 튈 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