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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0화 (120/1,826)

§ 나는 될놈이다 120화

“와,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김지산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태현이 케인한테 ‘옷 벗고 저기 가서 춤춰’라고 했을 때만 해도, 태현이 결국 케인을 죽이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들이 속아 넘어온 것이다.

“의외로 잘 속는다니까.”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성공적으로 강력한 적을 속였습니다. 사기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판타지 온라인 2의 NPC들은 거의 사람과 똑같다고 봐야 했다. 덕분에 정말 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속임수를 걸면 통했다.

물론 그렇다고 태현이 막무가내로 한 건 아니었다.

화술 스킬과 사기 스킬의 조화!

다른 사람들은 노리고 올려도 잘 오르지 않는 스킬들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중급까지 찍어놓은 상태.

당연히 이런 짓을 할 때 자신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태현의 속임수가 미친 짓처럼 보일 뿐.

“가자. 괜히 시간 끌다가 들킬라.”

우르르-

태현의 말에 기사들과 대장장이들은 산맥을 따라 골짜기 안에 발을 디뎠다.

* *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안은 무수히 많은 길과 동굴들로 이뤄져 있었다.

제대로 길을 찾기도 힘든, 밖에서 공격하기 힘든 곳이었다.

[던전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입장하셨습니다. 당분간 로그아웃이 제한됩니다. 로그아웃 시 던전에서 강제로 퇴장당하며,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태, 태산 님. 지금 길 알고 가시는 거 맞습니까?”

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복잡한 길을 팍팍 걸어나가자, 우정식은 불안해져서 물었다.

“왜, 못 미더워?”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태현에게 괜히 꼬투리를 잡힐까 봐 우정식은 바로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못 미더운 거 같은데?”

“아닙니다!”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로 길을 찾고 있었다. 정확히 원하는 곳에 갈 수는 없어도, 일단 흰색 선보다는 붉은색 선이 나을 테니까.

“침, 침입자다!”

“어떻게 이곳에 침입자가!?”

“사람을 불러!”

그 순간 동굴 저편에서 나타난 사디크 성기사들!

사디크 성기사들은 여기에 적이 나타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깜짝 놀란 상태였다.

[적이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났습니다. 일시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전부 처리해!”

태현은 외침과 함께 달려들었다.

“예!”

드디어 싸움다운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사들도 신이 나서 대답했다.

[위압 스킬을 사용합니다. 적들이 혼란 상태에 빠져 있어서 보너스를 받습니다.]

[위압에 성공합니다.]

“으아아아!”

“사디크 님! 저희에게 힘을!”

“저놈들을 태워주소서!”

위압에 걸린 사디크 성기사들은 허둥지둥 대며 무기를 뽑으려고 들었다.

그러나 이미 태현은 앞에 도착한 상황!

부우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롱소드, 유성을 전력으로 휘두른 공격에 사디크 성기사가 제대로 맞았다.

태현은 그 상태로 바로 버프 스킬, 행운의 일격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타!

-공격의 원!

파파파팍!

사디크 성기사는 순식간에 회색으로 변했다.

[던전의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1 오릅니다. 신성이 1 오릅니다.]

“……!”

사디크 성기사를 쓰러뜨려서 그런 건지, 신성이 올랐다는 메시지창이 떴다.

신성을 빨리 올려야 하는 태현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보상!

‘그러면 다른 놈들도?’

태현은 다른 사디크 성기사들도 쓰러뜨리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쾅! 쾅! 퍼퍼퍽!

“죽어라, 이 사악한 놈들!”

“태현 님에게는 손 하나 못 댄다!”

우르르 몰려들어서 성기사들을 집중 공격하는 기사들!

태현이 손을 뻗기도 전에 집중공격으로 끝내버리는, 아주 깔끔하고 훌륭한 싸움이었다. 태현이 하라는 대로 잘하고 있었다.

“태현 님. 저희가 쓰러뜨렸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사들은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 잘했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시킨 대로 했다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 * *

“크아악! 사디크의 저주를……!”

“사디크의 화염이 너를 태울 것이로다!”

그 이후로도 태현 파티는 빠르게 동굴을 돌아다녔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적은 사디크 성기사들 4~5명 정도의 무리였다.

이런 적은 쓰러뜨리기 쉬웠다. 태현 파티가 훨씬 더 전력이 강했으니까.

기사들이 밖에서는 많이 구박을 받고 그래도, 전투력만 보면 절대 약하지 않았다.

데리고 온 보람이 있는 전투력!

적만 보면 태현은 일단 외쳤다.

“내가 싸운다! 모두 기다려!”

기사들은 당황해 했지만, 명령은 명령. 기사들을 뒤에 병풍으로 세워놓고 태현은 혼자 돌진했다.

퍼퍼퍼퍽!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기사들이 뒤에서 무기를 들고 살벌하게 서 있기만 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싸우는 태현은 진지했다.

[던전의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1 오릅니다. 신성이 1 오릅니다.]

꾸준히 오르는 신성.

그리고 가끔가다가 뜨는 다른 메시지창도 있었다.

[낮은 체력으로 계속 싸우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체력이 1 오릅니다.]

많이 다친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싸우면 가끔씩 이렇게 체력 보너스가 떴다.

물론 태현이 이렇게 HP가 많이 깎인 건 사디크 성기사들한테 맞아서가 아니었다.

자해!

태현은 동굴에서 나오는 적들이 생각보다 만만하다는 걸 깨닫자, 이 적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숫자만 적을 뿐 사디크 성기사들은 아주 좋은 경험치 덩어리들.

태현한테 데미지를 주기 힘들다면 이런 짓도 해도 됐다.

태현은 스스로를 때려 HP를 깎은 다음 사디크 성기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저거 저래도 되는 거야? 저러다가 죽으면…….”

“안 맞으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

중얼거리는 대장장이들.

태현이 여기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들도 거의 꼼짝없이 죽을 테니 당연한 걱정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낮은 HP가 거짓말인 것처럼, 더 이상 다치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나갔다.

도중에 HP가 회복되면 다시 자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태현에게는 전혀 아슬아슬하지 않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나오는 사디크 성기사들은 나한테 데미지를 입히기가 힘들어.’

여기 나오는 사디크 성기사들은 왕궁에서 마주쳤던 사디크 성기사들보다 훨씬 약했다.

그들이 정예라면, 이들은 초짜 성기사!

엘리트 몬스터와 잡몹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당연히 거는 저주도 약했고 다른 스킬들도 약했다. 태현은 몇 번 싸우고 나서 그걸 바로 파악했다.

대부분 공격이 다 빗나가니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태현은 가차 없이 싸워나갔다.

[극히 낮은 체력으로 계속 싸우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체력이 1 오릅니다.]

[지구력이 1 오릅니다.]

간간이 뜨는 메시지창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태현이 여유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태현은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들어와서 이렇게 성기사들을 썰어댔는데도 아직까지 강한 놈들이 안 나오는 거 보면, 대부분 다 계곡 밖에 나가 있는 게 확실해.’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사디크 성기사나 사제들이 떼로 몰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시간 여유가 좀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시간을 유용하게 써야 했다.

스탯을 올리는 데에!

“커허헉!”

“사디크 님이시여!”

[중급 검술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3.]

중급 검술 스킬이 레벨 3을 찍었다. 태현은 간간이 뜨는 메시지창과 스탯, 스킬 창을 바쁘게 확인했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는 전설 직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 직업은 레벨을 올리는 데에서 엄청나게 불리한 대신, 스탯이나 스킬을 올리는 데에 유리한 직업이었다.

그렇다면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초급 어둠의 화살!

태현의 손에서 검은색 마나가 모이더니 화살로 변해서 쏘아져 나갔다.

목표는 도망치는 사디크 성기사의 등.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초급 어둠의 화살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상승합니다.]

원래 마법 레벨이 낮을 때에는 마법이 많이 실패했다.

-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마법에 실패합니다. 데미지를 입습니다.

-20초 동안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새로 시작한 마법사들을 괴롭히는 페널티들!

원래 자기 수준보다 더 어려운 마법을 쓰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태현한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행운!

[흑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마법 사용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높은 행운으로 마법 사용에 성공합니다.]

어둠의 화살 스킬은 태현이 직접 가서 때리는 것보다는 공격력이 많이 부족했다.

행운의 일격은 마법 공격에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이유는 하나.

[초급 언데드(망령) 소환을 시도합니다. 흑마법 스킬 레벨에 비해 시체가 너무 강합니다. 소환을 쓸 수 없습니다.]

흑마법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흑마법 스킬 레벨이 너무 낮아서 나오는 성기사들의 시체를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난이도가 높아서 마법을 썼을 때 높은 확률로 실패하는 수준이 아닌, 아예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

올릴 수 있을 때 꾸준히 올려야 했다.

사디크 성기사들이 나오면 어둠의 화살을 쏘고, 달려들어서 공격을 맞아가면서 검을 휘두르고…….

태현은 이런 일들을 질리지도 않고 계속, 계속, 계속 반복했다.

뒤에서 지켜만 보던 대장장이들이 지칠 정도!

싸움이 한 번 끝나자 케인은 슬며시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나오는 적들을 보니 욕심이 생긴 것이다.

“나도 싸우는 걸 도와주면…….”

“뭐?”

“아, 아니. 구경만 하다 보니까 심심해서…….”

“뭐?”

“……그냥 구경만 하는 것도 좋다고!”

태현은 별다른 말도 없이 ‘뭐’만 반복해서 케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케인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 * *

‘근데 이렇게까지 지났는데 왜 다른 놈들이 안 오지?’

태현은 사디크 초짜 성기사들을 쓰러뜨리며 생각했다.

그들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와 보이는 대로 성기사들을 쓰러뜨린 지 시간이 꽤 지났다.

정상적이라면 골짜기 내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찾아서 죽여라!’ 이런 경보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정예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우르르 몰려와야 했다.

물론 지금 골짜기 바깥에 대부분 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시간이 지났으면 좀 더 강한 놈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사실 태현의 생각이 맞았다. 원래라면 이렇게 활개를 치고 다니면 사디크 정예 성기사들이 대거 몰려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골짜기 밖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골짜기 안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뭐? 얼마나 많은 놈들이지?

-한 무리 정도…….

-별로 많지도 않지 않나! 알아서 쓸어버리라고 해! 지금 앞의 상황이 안 보인단 말이냐!

태현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모르고 과소평가를 한 사디크 성기사 지휘관이었다.

덕분에 신이 난 건 태현!

태현은 닥치는 대로 쓰러뜨리며 던전의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골짜기 안의 함정이나 미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의 예지 스킬은 거의 사기 수준의 스킬!

사디크 성기사 지휘관은 한 파티가 들어와 봤자 제대로 싸우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골짜기 안에 성기사들은 적어도 온갖 함정들과 미로들이 있었으니까.

그 길을 찾는 데만 해도 한세월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태현과 일행은 거의 최단속도로 골짜기의 복잡한 통로를 돌파해서 중앙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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