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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9화 (119/1,826)

§ 나는 될놈이다 119화

-필멸자들을 죽여라!

-필멸자들을 쓸어버려라!

기세 좋게 뛰어나온 사디크 교단의 마수들과 성기사들은 닥치는 대로 공격하며 돌격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건 골짜기 가까이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어, 어, 하는 사이 골짜기에서 대형 몬스터들과 사디크 성기사들이 나와서 닥치는 대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레벨이 좀 낮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퀘스트를 깨려고 온 플레이어들은 마수한테 밟히고 성기사들의 랜스 돌격에 당해 그대로 로그아웃 당했다.

“크하하하하!”

“사디크 만세! 위대한 사디크 앞에 무릎 꿇어라!”

사디크 성기사들은 신이 나서 외쳤다. 그들 사이에 있던 버포드도 신이 나서 따라 외쳤다.

“사디크 만세!”

* * *

애초에 사디크 교단은 골짜기 안에서 수비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성격 더럽고 싸우는 거 좋아하는 걸로 따지면 대륙에서 손꼽히는 교단이 바로 사디크 교단!

저 밖에 바글바글 몰려온 모험가들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먼저 공격하자!

-감히 여기로 찾아온 모험가 놈들한테 사디크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들의 그렇게 외치자, 사디크 교단의 추기경이 지팡이를 들고 외쳤다.

-좋다! 저놈들에게 사디크의 위엄을 알려주도록!

골짜기에 들어왔다가 박살 난 파티 덕분에 사디크 교단은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였다.

-돌격! 돌격하라!

거대한 대형 마수들이 돌격해서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뒤를 사디크 성기사들이 따랐다.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순식간에 사디크 교단의 승리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과 교단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 *

“뭐? 야습?”

“미친 거 아냐? 이 인원을 상대로?”

소식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렸다. 아무리 겁이 없고 싸움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 숫자를 상대로 먼저 공격을 해오다니.

“골짜기 밖으로 나왔으면 잘됐네! 때려잡아야지!”

“나도 간다!”

“야! 다들 불러! 사디크 놈들이 밖으로 나왔다!”

골짜기 가까이 있던 플레이어들은 해보지도 못하고 다들 로그아웃 당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직 쌩쌩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준비를 마치고 공격을 준비했다.

-연쇄 화염비 작렬!

-솟구치는 암석의 파도!

쾅쾅 내리꽂히는 마법에 돌격하던 마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앙! 크아아아앙!

“가자! 공적치 쌓으러!”

“사디크 성기사 한 놈 잡을 때마다 공적치가 팍팍 쌓인다!”

플레이어들 눈에, 골짜기 밖으로 나온 사디크 교단의 마수와 성기사들은 무시무시한 적이 아닌 공적치 포인트를 쌓아주는 상품으로 보일 뿐!

사디크 교단의 마수와 성기사들을 상대하기 힘든 플레이어들은 벌써 죽었거나 뒤로 도망쳤고, 지금 덤벼드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한가락 하거나 자신이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야! 저거 랭커 요한손이야!”

도끼를 들고 날뛰는 덩치 큰 오크 전사. 전사 랭커로 유명한 요한손이었다.

-끓어오르는 용암 벽!

“화염술사 크로포드다!”

퀘스트가 대형 퀘스트다 보니, 고렙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대륙에서 한가락 한다는 랭커들도 눈에 띄었다.

현재 이세연이나 스미스 같은,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 랭커들의 레벨은 120을 넘겼을 거라고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안 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나 랭커야!’라고 말하고 다니려면, 레벨이 보통 100은 넘었다.

물론 레벨이 랭커의 필수 조건은 아니었다. 레벨이 좀 낮아도 스탯이나 스킬, 직업으로 더 강한 플레이어들은 많았으니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제작 직업이나 예술 직업은 레벨이 그보다 훨씬 낮아도 랭커 대접을 해줄 때가 많았다.

그런 방송에서나 보는 랭커들이 보이니 다른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뿐!

랭커뿐만 아니라 고렙 플레이어들도 공적치를 얻기 위해 신나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에는 플레이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각 교단에서 온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콰콰콰콰쾅!

골짜기 근처에서 날뛰는 사디크 교단의 마수들과 성기사들에게 내리꽂히는 신성 마법 폭격!

번쩍이는 빛의 기둥이 한 번 찍힐 때마다 거대한 몸집의 마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웅장한 장면들이었다.

개인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지금 제가! 사디크 성기사를 하나 잡았습니다! 저기 불타는 거 보이시죠! 이게 지금…… 으어어! 잠시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사디크 교단이 처음 계획했던 건 틀어지게 되었다.

밤에 기습적으로 공격한 다음, 혼란에 빠진 적들을 전부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예상외로 여기 모인 모험가들이 강했던 것이다.

팽팽한 맞대결!

골짜기 입구를 가운데에 두고 사디크 교단과 모인 모험가들은 치열하게 다투었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공적치를 쌓을 아주 좋은 기회였다.

“길드원들 빨리 여기로 모여! 저 마수를 잡는다!”

“파티원 분들! 뛰세요! 저기 있는 사디크 성기사 무리 잡을 거니까요!”

* * *

“어? 뭐야? 벌써 붙었어?”

산맥을 통해 빙 돌아가면서 태현은 틈틈이 퀘스트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확인하고 있었다.

이건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퀘스트였다. 공적치를 쌓는 것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쌓는 것!

까놓고 말해서 공적치를 1만 쌓아도 됐다. 다른 사람들이 다 0으로 할 수만 있다면.

태현은 기사들을 완전히 복종시키려고 산맥 위로 빙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참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들어간 파티들 다 죽어서 좀 늦게 진행되나 했더니…….’

파티들이 막 죽어 나가서 좀 늦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지금 영상을 보니 아주 대놓고 맞붙고 있었다.

거의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싸움의 규모!

사디크 교단에서는 교단에서 부리는 마수 몬스터와 성기사들, 사제들을 내보냈다.

성기사나 사제는 원래 강했지만, 교단의 마수 몬스터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 괴수 몬스터는 한 번 내리찍을 때마다 플레이어 한 명을 허공으로 띄워서 던졌다.

저 발톱에 걸리면 어지간하면 사망!

다른 마수 몬스터들도 그에 못지않게 강하고 까다로웠다.

불을 뿜고 땅을 뒤집고 플레이어들을 단체로 혼란 상태에 빠뜨리고…….

그러나 그에 맞서는 플레이어들도 만만치 않았다.

교단의 성기사와 사제들이 지원하는 걸 힘으로 삼아서, 마수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려고 덤벼들었다.

“야! 뿔 마수 몬스터 저기에 떴다! 저거 잡자!”

“오케이!”

잡기 좋은 마수 몬스터는 파티들끼리 경쟁이 붙을 정도!

다들 공적치를 쌓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영상을 멈추고서 태현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이러면 계산이 달라지는데…….”

“왜 그러십니까?”

“퀘스트 진행되는 게 생각보다 빨라. 사디크 교단 놈들은 왜 밖으로 나와서 덤비는 거야?”

태현은 투덜거렸다. 사디크 교단이 한 짓은 전술적으로 멍청하게 보였다.

골짜기 안에 잘 자리를 잡아놓고 적을 공격하러 나가다니.

물론 교단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워낙 많았으니 지금 저렇게 나가서 싸워도 팽팽했지만, 태현이었다면 그냥 안에서 버텼을 것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짓!

“빨리 가자. 퀘스트 다 놓치기 전에.”

“예!”

다른 사람들과 기사들을 재촉해서 빠르게 움직이던 태현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그런데 지금 골짜기 바깥에서 사디크 교단하고 모인 플레이어들이 싸우고 있는 거면…… 골짜기 안에는 비었나?’

사디크 교단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밖에 모인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면서 안에도 병력을 남겨놨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도 싸움이 팽팽한데, 안에 병력이 있다면 그 병력을 써서 몰아붙였을 테니까.

그렇다면 지금 골짜기 안은 병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현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매우 넓고 길이 복잡한 곳이었다.

들어가는 가장 큰 입구는 들판과 맞닿아 있는 입구. 처음 파티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기습당해서 죽고, 지금은 교단의 성기사들이 마수를 끌고 나와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맞붙고 있는 곳이었다.

그 입구 말고도 골짜기 안에 들어갈 수 있기는 했다.

골짜기 뒤로 거대하게 나 있는 산맥에서 내려오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산맥은 몬스터도 많고, 길도 험하고 좁아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굳이 그 길로 가지 않았다.

거기로 많이 가봤자 쉽게 들킬 테니까. 그리고 들키면 사디크 교단 쪽에서 막기가 너무 쉬웠다. 산맥이라 도망치기도 힘들었고.

소규모 파티로 몰래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었다. 골짜기 안에는 사디크 교단의 병력이 우글거렸으니까. 금세 포위당해서 죽을 게 뻔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러나 지금, 태현과 일행은 산맥을 뚫고 골짜기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음…….”

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일행은 저 밑을 내려다보았다.

띄엄띄엄 돌아다니는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들이 보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이었다.

“별로 없다. 처리할 수 있겠는데.”

“내가 한다!”

케인이 의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상황. 자리가 간당간당했다.

확실하게 살려면 태현의 눈에 들어야 한다!

“뭐?”

“저놈들이 눈치 못 채게 죽이면 되는 거 아냐? 내가 가서 죽이고 올게!”

“아니.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

“……?”

“그게 뭐냐면…….”

태현은 케인한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들은 케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 *

“이, 이건 진짜…….”

“힘내라. 케인. 그리고 나랑 기사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이상한 짓 하면 여기서 죽이고 시작할 거야.”

노골적인 협박!

태현의 말에 케인은 서러움을 삼키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맨몸으로!

들고 있던 대검도 내려놓고 맨몸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태현의 지시는 간단했다.

-무장하고 달려들면 성기사들이 골짜기 안의 동료들도 부르겠지만, 맨몸으로 달려들면 뭐하는 놈인가 싶어서 확인부터 할 거야.

한 마디로 미끼 역할을 하라는 것!

-잠, 잠깐. 만약 사디크 성기사들이 확인을 안 하고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면?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잘 살아 남아봐.

-…….

-왜, 싫어? 다른 거 시켜줘?

-아, 아냐! 이거 하고 싶어! 하게 해줘!

태현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케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크, 크흑…….”

케인은 맨몸으로 멈춰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초를 서던 사디크 성기사들이 그걸 보고 황당해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놈?”

“미친놈인가?”

“거기! 멈춰라!”

[사디스 성기사들이 당신에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멋대로 도망칠 경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끼 잘하네. 타고났네.”

멀리서 하품을 하며 중얼거리는 태현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 무슨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

만약 성기사들이 그냥 케인을 죽였다면, 그냥 숨어서 케인을 버리고 도망쳤을 것 아닌가.

그러나 태현의 속임수는 성공했다.

사디크 성기사 네 명이 케인을 향해 다가온 것이다. 딱히 경계하거나 무기를 들이대지는 않았다.

그만큼 케인이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공격!”

파파파파팍!

그 순간 몸을 드러내고 가차 없이 창을 던지는 기사들!

“크아아악!”

“커헉!”

기사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성기사들은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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