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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2화 (112/1,826)

§ 나는 될놈이다 112화

“대장장이 같은 제작 직업은 왕국군 따라가는 게 편할걸?”

태현은 쫓겨난 대장장이, 김지산에게 말을 걸었다.

김지산은 풀이 죽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대장장이 엄청 찾으면서 이럴 때는 푸대접하는 거 좀 치사하지 않아요?”

“세상 일이 원래 그렇지 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거 아니겠어? 의미 없는 불평은 그만하고 저기 왕국군 쪽으로 가서 같이 가자고 해.”

대형 길드나 파티를 크게 하는 플레이어들은 왕국군과 따로 움직이려고 했다.

먼저 도착해서 공을 세우면 그만큼 공적치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왕국군과 같이 움직인다면 아무래도 공적치를 쌓는 부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장장이 같은 제작 직업들은 왕국군과 같이 움직이는 게 가장 좋았다.

대형 길드야 대장장이도 데리고 가지만, 그들은 길드에 소속된 대장장이가 아니니…….

“태산 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도 왕국군이랑 같이 가야지.”

“오, 정말이요?!”

김지산은 화색이 되었다.

태현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같이 퀘스트를 깬다니.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어? 저 사람 김태산 아냐?”

“맞는 거 같은데?”

누군가 태현을 알아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특징적인 코트에 복면.

알아보기 쉬웠던 것이다. 게다가 카테란드 섬 퀘스트는 워낙 인상 깊었다.

동영상을 본 사람이 꽤 많았다.

“저 사람도 사디크 토벌 퀘스트 참가하나?”

“우리 파티 들어오라고 해볼까?”

“에이. 들어오겠어?”

“뭐 어때. 밑져야 본전이잖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김지산이 울상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은 어딘가 다른 파티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기, 저희 파티 들어오실래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김지산은 그 플레이어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연아잖아?’

유명 게임 방송 BJ이었다.

꽤 인기가 좋아서 방송사에서 하는 게임 방송에서도 정기적으로 나올 정도로.

김지산만 알아본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본 것 같았다.

“이연아네?”

“이연아도 여기 와 있었어?”

“누나, 팬이에요!”

“같이 사진 찍어요!”

순식간에 몰리는 사람들!

그러나 이연아는 방송인답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사람들을 정리했다.

“잠시만요. 지금 이분 파티 초대하고 있거든요. 이것만 하고 대답해 드릴게요.”

프로 방송인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태현에게 쏠렸다.

-넌 뭐하는 놈인데 이런 제안을 받냐!

-부럽다!

-한 대 치고 싶다!

질투, 시기, 원망이 담긴 눈빛들!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했다.

태현이 싫다고 거절하면 완전 나쁜 놈이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물론 그렇다고 태현이 흔들리지 않았다.

수백 명의 사람이 노려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덤벼’라고 말할 수 있는 게 태현!

“싫은데. 너희 파티 별로 안 좋아 보여.”

“……!”

설마 했는데 정말로 거절하다니.

사람들이 당황하기도 전에 이연아가 먼저 물었다.

“왜 저희 파티가 안 좋아 보인다는 거죠?”

“쟤랑 쟤. 파티원 맞지?”

태현은 이연아 뒤에 서 있는 두 명을 가리키며 물었다.

태현이 가리키자 두 명은 태현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맞는데요…….”

“쟤가 메인 탱커 같고, 쟤는 힐러 같은데. 별로 사이가 안 좋아 보인다. 파티한 지 얼마 안 됐나? 어쨌든 저런 애들이랑 같이 파티하면 피 보는 건 다른 사람이라고. 파티를 하는 건 좋은데 좀 사이좋은 애들끼리 꾸려라. 응?”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러나 이연아는 깜짝 놀랐다.

태현의 말이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저번 파티에 있던 힐러가 나간 다음 새로 들어온 힐러는 원래 있던 탱커와 계속 사이가 안 좋았다.

-거기서 왜 그렇게 어그로를 끌어요? 몬스터 이쪽으로 오잖아. 나 안 지켜?

-충분히 지키고 있거든? 한 대도 안 맞고 싸우고 싶으면 왜 던전을 오는데? 힐이나 제대로 해. 나 피 5% 밑까지 까인 거 못 봤어?

-그거 힐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건데? 몬스터나 잘 묶어. 자꾸 나한테까지 오게 하지 말고.

-어차피 안 죽는데 왜 자꾸 징징대는데?

-뭐? 징징?

-그래. 징징!

처음에는 신경전으로 시작했던 게 이제는 말만 하면 치고받고 싸웠다.

힐러 역할로 들어온 사제가 워낙 레벨과 실력이 있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파티 분위기는 나날이 안 좋아지는 상황.

그런데 태현은 그걸 들어오지도 않고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파티원들 사이가 좋았어도 들어갈 생각은 없었어. 할 게 있어서.”

“할 거라뇨?”

“왕국군이랑 할 거.”

“……!”

태현의 말에 이연아는 눈빛을 반짝였다.

이건 무언가 숨겨진 퀘스트의 예감이 들었다.

“무슨 퀘스트인가요?”

“하하. 무슨 퀘스트냐면…… 라고 설명해줄 줄 알았냐? 저리 가. 쉭쉭.”

“…….”

무슨 벌레 쫓듯이 손을 흔드는 태현의 모습에 이연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가자, 잉여들아.”

그러는 사이 태현은 대장장이들을 불렀다.

“잉여 아닙니다!”

“다른 파티에서 안 받아주면 잉여지. 잉여 1, 잉여 2, 잉여 3.”

우정식이 울컥해서 외쳤다.

“난 빼줘! 저놈들이랑 같이 엮이기 싫다고!”

태현과 대장장이들이 멀어지자, 기회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연아에게 다시 다가왔다.

“같이 사진 찍어요! 언니!”

“팬이에요!”

“아하하. 고마워요, 모두.”

이연아는 웃는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모두를 대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무슨 퀘스트를 하려는 거지?’

태현이 무슨 퀘스트를 하려는 건지 신경 쓰였던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파티원들, 이대로 괜찮으려나?’

파티원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게 불안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갔는데, 태현이 말한 것 때문에 갑자기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퀘스트에서도 이런다면…….

‘괜찮겠지?’

* * *

“역시 저희를 안 버리실 줄 알았습니다!”

“차가워 보여도 안에는 따뜻한 마음이…….”

옆에서 재잘거리는 대장장이들의 목소리를 듣던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말 한 마디 안 했지만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감이 왔다.

-시끄러워.

그러자 두 대장장이는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

우정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왕국군하고 퀘스트를 같이하실 겁니까?”

“그러려고.”

“파티를 따로 모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카테란드 섬 때처럼, 김태산 님이 모으면 사람도 좀 모일 거 같은데…….”

김지산이나 박성찬, 우정식이 사람을 모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달랐다.

사람들 앞에서 파티원을 모은다고 하면 꽤 많이 모일 것이다.

카테란드 섬 퀘스트가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쓸모도 없는 사람들 모아서 뭐하게? 모아봤자 제대로 말도 안 들을 텐데. 차라리 손발 맞는 사람들끼리 하는 게 편해.”

“그, 그 말인즉…….”

“저희는 손발이 맞는다?”

말을 주고받는 둘을 보며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좋냐?”

“네!”

“충성 충성 충성!”

“나한테 충성 충성할 시간에 그냥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올리지 그러냐? 그게 훨씬 더 좋을 텐데.”

태현은 강아지처럼 달라붙으려는 김지산을 밀어내며 그렇게 말했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태현이 워낙 레벨이 높아 보이고, 대장장이로서 뛰어나 보이니 뭔가 배우고 얻고 싶은 것이었다.

물론 남한테 의지하지 않는 태현은 저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럴 시간에 그냥 자기 알아서 스킬 올리고 노가다 하는 게 훨씬 더 좋지 않나?’

“연습은 충분히 하고 있죠!”

“맞아요. 행운의 대장장이 스킬도 계속 쓰고 있다고요.”

둘의 말에 태현은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다.

“정말로? 얼마나 했는데?”

“음…….”

“으으음…….”

“……퍽이나 했겠다. 됐어. 어차피 너희들 캐릭이니 알아서 키우겠지.”

태현은 세 대장장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번 퀘스트다. 그래서, 나하고 같이 퀘스트할 생각 있냐?”

“……!”

김지산과 박성찬은 화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과 같이 퀘스트를 한다니.

이건 기회였다!

그들이 왕국군을 따라가 봤자 <왕국군의 무기를 빠르게 수리해라> 같은 퀘스트만 나올 것이다.

그에 비해 태현을 따라간다면?

카테란드 섬에서 있었던 퀘스트처럼 환상적인 퀘스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물론입니다!”

“내가 뭘 시켜도 바로 따라야 해.”

“당연하죠!”

“그게 저희가 잘 하는 거 아닙니까!”

둘이 신나서 충성 맹세를 하는 동안, 우정식은 무언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불안한데…….’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속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불안함!

태현은 우정식을 보며 피식 웃었다.

“쟤는 하기 싫은가보군. 두고 가자.”

태현이 말하자 두 대장장이는 빠르게 말을 받았다.

“그러죠!”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없다!”

우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냉정함!

우정식은 속으로 욕했다.

‘이 치사한 놈들이…….’

“누가 안 한다고 했어! 둘이 먼저 떠들고 있어서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결국 우정식도 손을 들었다.

불안하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태현이 이끄는 퀘스트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 * *

“기사들을 빌려 달라?”

“예. 전하!”

“흐으음…….”

다미아노 2세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태현은 다미아노 2세에게 병력을 요청한 상태였다.

기사들을 부려먹기 위해서!

다른 대형 길드나 파티는 바로 사디크 교단을 공격하기 위해 떠났지만, 태현은 생각이 달랐다.

‘절대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왕국군처럼 든든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왕국군은 워낙 느린데다가 참가한 플레이어도 많아서 공적치를 쌓는데 방해가 됐다.

그렇다면?

‘왕에게 직접 부탁해서 정예를 지원받는 거야.’

국왕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친밀도와 공적치를 대폭 올린 태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좋다! 자네 같은 모험가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지. 그 사악한 놈들의 목을 갖고 오도록!”

“감사합니다, 전하!”

태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탈리 왕국 제2기사단의 기사들을 부하로 쓸 수 있습니다.]

[기사들은 명성이 없으면 부릴 수 없습니다.]

[현재 명성은 3040. 기사 30명까지 부릴 수 있습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기사들을 부하로 쓰려면 명성이 필요하다니.

물론 쓴다고 줄어드는 건 아니었지만, 명성이 없으면 부릴 수 없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용병이나 병사들은 그냥 돈이나 공적치, 친밀도면 됐는데. 기사는 다른 건가?’

다행히 태현의 명성은 낮지 않은 수준.

온갖 퀘스트로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30명이면 아쉽긴 했지만 꽤 강력한 전력이었다.

기사 아닌가.

[전술 스킬의 부족합니다. 기사들을 지휘할 때 페널티를 받습니다.]

[기사 계열 직업이 아닙니다. 기사들을 지휘할 때 페널티를 받습니다.]

[기사들의 사기는 현재 95입니다. 사기가 내려가면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사기를 잘 관리하셔야 합니다.]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들.

순간 태현은 고민했다.

‘그냥 병사 부대를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병사가 아닌 기사들을 데리고 가는 건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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