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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9화 (109/1,826)

§ 나는 될놈이다 109화

[적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크으윽!”

폭탄이 앞에서 터졌지만 성기사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건 상관없었다.

애초에 태현도 이 폭탄으로 성기사들을 잡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으니까.

성기사들은 온갖 버프 마법을 걸고 있었는지, 몸에서 다양한 색깔의 빛을 뿜어냈다.

‘레벨 높은 놈들을 폭탄 하나로 잡으려는 건 좀 많이 날로 먹으려는 거고.’

노리는 건 아주 잠깐의 틈이었다.

폭탄을 맞으면 걸릴 수밖에 없는 스턴 상태.

그 상태로 인한 아주 잠깐의 틈!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태현은 그 틈을 타 두들겨 패던 성기사를 마저 두들겼다.

원래 많이 맞았던 성기사는 태현의 맹공에 결국 쓰러졌다.

“이놈!”

동료가 쓰러지자 성기사 한 명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전신에서 강력한 충격파를 뿜어내며 달려드는 모습이 꽤 위험한 스킬 같았다.

-반격의 원!

“컥!”

태현은 이 싸움판을 지배하고 있었다.

적을 나눠서 한 명을 집중 공격한 다음 숫자를 줄였다. 방해가 들어올 것 같으면 스턴을 걸어서라도 시간을 끌었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난 적이 급하게 달려들면 바로 카운터를 넣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싸움 중에 하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상황 판단력이었다.

캉! 카캉!

반격의 원으로 기껏 공격한 스킬이 되돌아가자, 덤볐던 성기사는 태현에게 무식하게 얻어맞고 있었다.

롱소드 유성이 아름다운 궤적을 만들며 방 안을 수놓았다.

사디크 성기사의 방어력이 아니었다면 바로 쓰러졌을 수준의 맹공!

“네가 희생해서 놈의 발을 묶어라!”

“예!”

‘뭐? 희생?’

성기사의 공격을 고개를 꺾어서 한끝 차이로 피한 태현은 뒤에서 들리는 대화에 움찔했다.

한 명을 희생시켜서 쓰는 스킬이라니.

듣기만 해도 불길했다.

‘막아야 하겠는데.’

차르륵-

그러나 태현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남은 성기사가 모조리 앞으로 달려와 벽을 만들었다.

태현한테 덤비면 틈을 만들어서 뒤로 뚫고 갈 텐데, 아예 오지 못하게 멈춰 서서 막아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뚫는 게 힘들었다.

‘끙.’

-주인이여, 내가 돕겠다!

“……!”

그 순간 튀어나온 건 용용이었다.

용용이는 가방에서 나오더니 재빨리 날개를 펴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뭐야?!”

“펫인가? 별거 아니다! 무시해!”

파지지직-

용용이는 전신을 웅크리더니 날카로운 번개 화살들을 쏘아냈다.

전성기의 골드 드래곤 브레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강력했다.

“크아악!”

“저, 저거 보통 펫이 아니다!”

용용이를 얕보고 있다 번개 화살을 맞은 성기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적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저기 뒤에서 주문 준비하는 놈을 막아!”

-알겠다!

용용이는 갑자기 몸을 부풀렸다.

작았던 덩치가 순간적으로 세 배 정도로 커지더니, 발톱도 위협적일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콰지직!

“으악!”

뒤에서 주문을 외우던 성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용용이의 발톱에 그대로 어깨를 찍힌 것이다.

“이 하찮은 짐승 놈이!”

“뭐라고? 이 하찮은 인간 놈들이 어디서!”

용용이와 사디크 성기사들은 서로를 하찮다고 욕하며 맞붙었다.

쾅! 쾅! 쾅!

-주인이여! 도와다오!

-왜 그래? 잘 싸우고 있잖아?

성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용용이의 강함에 당황한 것 같았다.

제대로 칼을 찔러 넣지 못하고 수비하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쩔쩔매는 게 눈에 보일 정도.

-내 힘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잖은가! 곧 힘이 떨어진다!

-뭐?

태현은 그제야 용용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골드 드래곤 브레스로 섬을 날려버린 다음 힘을 다 소진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힘을 완전히 회복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젠장. 회복한 힘을 당겨쓴 건가?’

-방어의 원!

태현은 성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괜히 용용이가 공격이라도 받아서 죽기라도 하면 보통 손해가 아니다.

‘본전 뽑기 전에는 죽으면 안 돼!’

-주인이여, 고맙다!

용용이는 재빨리 몸집을 줄이고 태현의 어깨 위에 앉았다.

정신을 못 차리던 성기사들이 다시 태현을 집중 공격!

-광포한 신의 분노!

-정화의 화염!

-회피 불가능한 파괴의 저주!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 불가능한 파괴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합니다.]

[정화의 화염 저주에 걸렸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합니다.]

“놈에게는 저주가 효과적이다! 피할 수 없는 저주를 걸어!”

성기사들은 태현에게 물리 공격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전략을 바꿔서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대미지는 약하더라도 피하기 힘든, 명중률이 높은 저주만 계속 연사!

맞다 보면 언젠가 쓰러지게 되어 있었다.

[회피 불가능한 파괴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하는데 실패합니다.]

“……!”

처음으로 저항에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만큼 저주가 많이 중첩된 것이다.

태현은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주 덕분에 시야가 어두워지고 느리게 움직였다.

퍽! 퍼퍼퍽!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공격!

성기사들이 징그럽다는 눈빛으로 볼 정도로 끈질긴 전투력이었다.

저 정도 저주를 맞고서도 태현의 전투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보이지 않아도 감각으로 패면 됐다.

느리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느린 몸에 맞춰서 상대의 동작을 먼저 읽으면 됐다.

[HP가 절반 이하로 내려갑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HP가 25% 이하로 내려갑니다. 회복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물러서는 순간 진다!’

저주를 많이 맞았다고 물러서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었다.

태현은 위험한 구석에 몰리고 몰려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최선의 선택은 물러서지 않고 적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쓰러지냐의 싸움!

“이 자식은 괴물이냐!”

“저주가 많이 걸렸어! 찔러라!”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회피해내는 태현의 경이로운 회피율!

이러는 와중에 두 명의 성기사가 쓰러졌다.

태현은 살벌한 눈빛으로 남은 성기사들을 쳐다보았다.

“자, 얼마 남았지?”

“……!”

[위압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적이 공포심을 갖습니다. 적의 사기가 내려갑니다.]

탁탁탁탁-

“전하를 보호하라!”

“습격자들을 살려두지 마라!”

“!!!”

사디크 성기사들의 얼굴이 돌변했다.

저 멀리서 근위대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런……!”

“이럴 수가! 다 왔는데! 놈을 잡았는데!”

“안토니오 님! 어떻게 합니까!”

뒤에서 쿨럭거리던 안토니오는 욕설을 하며 외쳤다.

“빌어먹을! 빠져나간다! 나를 보호해라!”

“예!”

빠져나가기 전, 안토니오는 태현을 가리키며 외쳤다.

“네놈의 얼굴을 절대 잊지 않겠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사디크의 이름에 걸고 네놈을 죽이러 갈 테니까!”

점점 쌓여가는 원한!

섬뜩한 저주였지만 태현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저런 소리라면 판타지 온라인 1에서부터 많이 들었던 것이다.

“아. 예. 할 수 있으면 해보시고, 나가는 곳은 저 창문입니다.”

“두고 보자!”

와장창!

성기사들은 창문을 깨더니 단체로 빠져나갔다.

태현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약한 척은 하지 않았지만, 피가 꽤 위험할 정도로 까여 있었던 것이다.

‘20% 밑으로 내려가다니.’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워낙 회피율이 높아서 피가 많이 까이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태현의 스타일은 피하면서 딜을 넣는 스타일.

성기사들의 저주가 얼마나 많이 걸렸는지 알 수 있었다.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동속도가 내려갑니다.]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화염 대미지를 받습니다.]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화염 대미지로 인한 추가 대미지를 받습니다.]

‘……!’

한 걸음 내디디려다가, 태현은 걷는 걸 포기하고 앉았다.

무슨 몸이 저주의 종합세트가 된 느낌이었다.

‘레벨 높은 성기사들은 진짜 무시무시하군.’

게다가 사디크라는 신의 교단은 파괴적이고 싸움을 좋아하는 교단 같았다.

덕분에 쓰는 신성 마법 같은 것도 공격용이 많았다.

왕을 암살하러 온 놈들이면 당연히 성기사 중에서도 엄청나게 강한 놈들일 테고…….

“전하!”

쾅!

근위대원들은 뒤늦게 도착했다.

그들은 상황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완전히 난장판이 된 왕의 침실!

근위대원들은 태현을 보고 외쳤다.

“이놈! 감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아니다!”

다미아노 2세가 손을 흔들며 그들을 말렸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저 모험가가 짐을 지켜주었다. 감사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 무슨 무례냐!”

다미아노 2세는 빛나는 인성을 갖고 있었다.

태현은 다미아노 2세를 죽이지 않고 편을 든 보람을 느꼈다.

만약 성격 더러운 왕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트집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 그런…… 죄송합니다, 전하.”

“저 모험가를 회복시켜주도록.”

“예.”

근위대원들과 사제들이 태현에게 다가왔다.

-상급 치유 주문!

-저주 해제!

HP가 빠르게 차오르고 저주가 풀렸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회복을 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체력이 1 오릅니다.]

[오랜 싸움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텼습니다. 지구력이 2 오릅니다.]

저주가 풀리고 상태가 제대로 돌아오자 뜨는 메시지창들.

그러는 사이 다미아노 2세가 다가와서 태현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고맙네, 모험가여! 자네가 오늘 내 목숨을 살렸어!”

[명성이 250 오릅니다.]

[다미아노 2세의 친밀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공적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아탈리 왕실에 관해서 쓸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경우 특정 NPC들한테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디크 교단과 원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당신의 목숨을 노릴 것입니다.]

“…….”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미묘한 순간.

왕에게 은혜를 베푼 건 좋았는데 대놓고 ‘너는 사디크 교단과 원수졌으니까 목숨 조심해라’라고 뜨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일단 처리해야 할 일부터 처리해야 했다.

태현은 충성스러운 신하의 얼굴로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전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니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나를 지켜주다니.”

다미아노 2세는 그렇게 말하고 근위대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쓸모없는 놈들!”

“…….”

근위대원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태현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왕의 침실에 있었는지 자세하게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했던 탓이다.

‘하하. 사실 뭐 훔칠 게 있어서 왔다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모험가여. 어떻게 적이 여기로 올 거라고 생각했는가?”

“…….”

* * *

“어?! 실패했어?!”

버포드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 상황에서 어떻게 실패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성기사는 대답도 해주지 않고 명령부터 내렸다.

“도망쳐라! 왕궁을 빠져나간다!”

“안토니오 님을 보호해!”

버포드는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동료 성기사를 붙잡았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줘! 방송 중이라고!”

“이놈! 지금 잡담할 때냐!”

고위 사디크 신관이 화를 내며 버포드를 질책했다.

버포드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안 그래도 반지를 몰래 훔친 것 때문에 들키면 위험한 상황.

튀는 행동을 해서 좋을 게 없었다.

사디크 교단은 그 교단의 특성답게, 교단 내부의 처벌도 엄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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