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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3화 (103/1,826)

§ 나는 될놈이다 103화

어찌 보면 가장 당연한 질문!

당연한 걸 놓치고 있던 대장장이들은 다시 웅성거렸다.

“그러게?”

“누구지? 귀족인가?”

“그 브랑송이라는 제독 아냐?”

“아, 브랑송인가. 브랑송이 뭐 좋아한다고 알려진 거 있나?”

“브랑송은 세이버 좋아하잖아. 세이버 만들어서 바치면 되려나? 마법 인챈트 걸고 보석 몇 개 박아서.”

“갑옷이 낫지 않나? 이미 세이버 있을 텐데.”

자리는 순식간에 대장장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그러는 사이 김지산과 박성찬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설마…….”

“너도 그 생각했냐?”

둘이 생각한 것은 하나.

바로 김태현이었다.

물론 다른 대장장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브랑송을 위한 자리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만약 김태현이라면?

대박이었다.

다른 대장장이들과 달리 그들은 김태현과 안면이 있는 것이다.

김태현이 심사를 보게 된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

“야, 근데 그 인간이 뭐 좋아하더라?”

“……!”

둘은 정작 태현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훔쳐 듣고 있던 우정식이 돌아와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태산 그 인간한테 바치는 거라고?”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둘의 말을 들은 우정식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브랑송이 아니라고? 브랑송인 줄 알았는데…….”

“김태산 그 사람이 공 많이 세웠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김태산이 받는 거면 우리가 훨씬 더 유리하지 않겠어요?”

“무조건 김태산이어야 하겠네!”

순식간에 설득된 우정식!

받는 사람이 브랑송이든 김태현이든 그건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우승해서 국왕한테 보상을 받는 것!

김지산과 우정식이 떠드는 동안 박성찬은 생각했다.

‘근데 그 인간이 우리 안다고 해서 편들어준다는 보장이 있나?’

다른 건 몰라도 태현의 성격이 냉정하고 칼 같다는 거 하나는 확실했다. 그런 사람이 얼굴 안다고 편들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뜯어내면 뜯어냈지.

그렇지만…….

‘말하지 말자.’

박성찬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다른 둘이 너무 즐겁게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 * *

다른 곳에서도 방금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요리사들이여, 들어라. 오늘 기쁜 날에…….”

“이 자리에 모인 음악가들이여, 들어라. 이 자리를 빛내줄…….”

각자 직업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서 우승하라는 퀘스트.

당연히 사람들이 놓칠 리 없었다. 모두 퀘스트를 듣자마자 최대한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갖고 있는 재료와 제작법을 활용해 어떻게 혼자서 1등을 해보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강한 건 무리 지어서 다니는 사람들!

“퀘스트는 다 들었겠지?”

“예!”

길드 <풍림화산>은 대장장이들이 주 멤버인 길드였다.

다른 대형 길드와도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대장장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길드!

풍림화산 길드장인 스티븐은 진지한 얼굴로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이 퀘스트, 반드시 우리가 먹는다. 다른 대장장이 놈들한테 절대 지지 말자!”

“예!”

일사불란하게 대답하는 대장장이들. 잘 조직된 길드였다. 이런 조직력이 풍림화산 길드의 힘이었다.

“발드윈, 너는 돌아다니면서 다른 대장장이들이 뭘 준비하는지 알아 와라. 부에노, 너는 임시 용광로를 준비해. 만들 수 있겠지?”

대장장이 스킬 중 임시로 용광로를 만들어내는 스킬이 있었다.

재료와 골드 소모가 심한, 일종의 돈지랄이었지만 풍림화산 길드는 충분히 그럴 만한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 1등을 하고 국왕의 눈에 든다!’

아탈리 왕국에서 활동을 하는 이상, 국왕의 눈에 드는 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엄청난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만약 여기서 잘되어서 국왕의 전속 대장장이라도 된다면…….

판타지 온라인 2 대장장이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겠습니다!”

“좋아, 빠르게 움직이도록!”

스티븐이 만들려고 하는 것은 반지였다.

랭커 대장장이인 스티븐은 모두 다 잘 만들었지만, 그중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건 반지였다.

‘심혈을 쏟아부은 반지를 만들어주지.’

기술, 재료, 정성…… 모든 게 들어간 반지를 만들어서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쭙잖은 세이버나 갑옷 같은 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스티븐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 * *

대장장이들이 주축인 풍림화산 길드와 달리, 요리사들이 주축인 <레스토랑> 길드는 조금 다른 식으로 생각했다.

<요리사 직업 퀘스트-국왕을 만족시켜라>

아탈리 왕국의 국왕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다. 오랫동안 왕국 해군을 괴롭혀 왔던 카테란드 해적단이 사라진 것이다. 국왕은 이 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카테란드 해적단을 섬멸하는 데 가장 공이 큰 사람에게 바칠 영광스러운 요리를 만들어라. 만약 국왕의 마음에 든다면 막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상: ??, ??, ??, ??, ??

대장장이들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광석이나 마법석, 시약 같은 재료들은 보통 내버려 둬도 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요리사들은 달랐다.

물론 안 상하는 재료들도 있었고, 상하는 재료들을 상하지 않게 만드는 요리사 스킬도 있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요리를 할 때 신선한 재료를 구해오는 것이었다.

스킬을 써서 보관한 오래된 재료를 쓰는 것보다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게 제일!

그리고 왕궁에서 요리를 할 때 신선한 재료를 구하려면 주변의 시장을 가야 했다.

“굳이 저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지. 가장 좋은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다.”

<레스토랑> 길드의 길드 마스터, 차오는 길드원들을 불러놓고 그렇게 말했다.

레스토랑 길드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길드원의 대부분이 요리사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길드원의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는 것이었다.

인구수가 많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레스토랑 길드의 인원도 다른 길드보다 훨씬 더 많았다.

차오는 길드원들을 보며 외쳤다.

“지금 당장 시장으로 가라! 시장으로 가서 신선한 재료는 전부 사버려라! 다른 놈들은 빵 하나 사지 못하도록 해버려!”

“예!”

다른 요리사들은 설마 이런 무식한 전략을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시장에 가서 그 많은 재료를 싹 사들이다니.

그러나 레스토랑 길드는 할 수 있었다. 길드 창고에 있는 넉넉한 돈과, 많은 길드원 덕분이었다.

우르르-

-여기 있는 빵, 전부 사겠어.

-야채는 전부 얼마지? 내가 다 산다!

-고기는 얼마나 있나? 오늘 더 들어온다고? 그것도 미리 구매하지. 전부 줘!

이렇게 한 번 전부 사버리면, 다시 양이 채워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 요리사 퀘스트에 맞춰서 요리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차오는 바로 그런 걸 노렸다.

요리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차오는 확실한 걸 좋아했다.

그가 요리를 잘하는 것보다 다른 요리사들이 요리를 못 하게 만드는 게 더 확실한 방법!

“크하하하하하! 어디 한번 날뛰어봐라!”

왕궁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의 욕망과 음모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 *

“뭐라고?”

“전하께서 태현 님을 위해 이 많은 사람을 부르신 겁니다. 기쁘지 않으십니까?”

“기쁘긴 한데…….”

태현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시종이 와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해 준 것이다.

“날 위해서 저 사람들이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걸 내가 고르고?”

“그렇습니다.”

씨익-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태현은 솟아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정말 제대로 보상을 해주는구나!’

카테란드 해적단을 쓸어버릴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보상은 기대하지 않았다.

국왕답게 보상의 스케일도 엄청났다.

“태현 님, 전하를 알현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래.”

“그러면 따라오십시오.”

태현은 시종의 뒤를 따라 왕궁의 호화로운 건물로 향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근위대 병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왕이 있는 건물이 분명했다.

[귀한 신분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습니다. 명성이 150 오릅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뛰어난 미술 작품을 보았습니다. 명성이 5 오릅니다.]

[미술 스킬이 상승합니다.]

[미술 스킬이 너무 낮아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복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들.

사람들이 왜 귀족이나 왕족 NPC와 친해지기 위해 그 고생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창들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혜택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VIP 수준의 혜택!

끼이익-

거대한 붉은 문이 열리자, 넓은 홀이 앞에 나타났다. 안에는 플레이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전부 NPC였다.

귀족들이나 왕궁에서 일하는 신하들이 옆에 서 있고, 가장 뒤의 황금 왕좌에 왕이 앉아 있었다.

젊고, 수염을 길게 기른 위엄 넘치는 얼굴을 갖고 있는 왕이었다.

‘다미아노 2세라고 했지?’

아탈리 왕국의 왕답게 보통 위엄이 아니었다.

[칭호: 공포를 모르는 자로 공포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공포 상태를 견뎠다는 메시지창.

태현이 가진 칭호 덕분에 왕 앞에서 공포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는 메시지창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기본적으로 위압되고 시작했을 것이 분명했다.

다미아노 2세는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브랑송, 이 모험가가 카테란드 섬의 해적들을 소탕한 그 모험가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옆에서 브랑송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다미아노 2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오랫동안 왕국을 골치 아프게 했던 해적들을 모험가가 소탕하다니. 브랑송, 제대로 치하를 해주었는가?”

“아직 보상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야 되겠는가. 모험가여! 오늘 이 기쁜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불렀지만 아직 부족한 감이 있군. 혹시 원하는 상이라도 있는가? 부담 가지지 말고 말해보도록!”

“……!”

태현은 다미아노 2세의 말에 눈을 깜박였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원하는 상을 말해보라고?’

원하는 상이라니. 지금 태현이 말할 건 하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의 권능!’

아키서스의 권능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전하!”

“오! 모험가여. 결정했는가!”

다미아노 2세는 인자한 미소를 가득 띠우며 대답했다. 무슨 요구라도 들어줄 것 같은 미소였다.

그 미소에 자신감을 얻은 태현이 말했다.

“전하. 혹시 왕궁 창고에 들어갈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십니까?”

“왕궁 창고에 들어갈 기회라고?”

“예. 전하!”

다미아노 2세는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 다른 건 필요 없나?”

“예. 전하! 그거면 됩니다!”

“왕궁 창고에 들어갈 기회라…….”

두근두근!

태현은 다미아노 2세를 힐끗 쳐다보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곧 허락할 것 같았다.

“미안하게 됐군. 안 되네.”

“?!”

태현은 순간 휘청거렸다.

‘이 왕이 장난하나?’

울컥했지만 태현은 바보가 아니었다. 마음은 흥분해도 머리는 냉정!

언제나 상황을 이리저리 따져 보고 결정하는 게 태현이었다. 지금 왕한테 화라도 냈다가는 끔찍하게 죽을 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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