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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1화 (101/1,826)

§ 나는 될놈이다 101화

물론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때 했던 걸 지금 알리고 싶지는 않은데…….’

원한을 쌓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 세지도 못할 정도!

방송에 나와서 ‘하하 제가 판타지 온라인 1에서 김태현이었습니다. 그때는 어렸었죠. 랭커들을 다 썰고 다녔으니!’라고 말하는 순간 그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의 군대를 상대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태현이 고민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김태산이었다.

* * *

김태산은 기분이 좋았다. 방금 막 길드원들이 전직을 끝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팍팍 차올랐다.

태현이 덤벼도 어떻게든 붙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어디 한번 덤벼봐라!’

그래서 태현이 뭐 하나 은근슬쩍 찾아온 것이다. 염탐도 할 겸…….

“어디, 잘되어 가고 있냐?”

“……?”

태현은 김태산을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어색하게 ‘잘되어 가고 있냐’고 묻다니.

보통 김태산이 저럴 때는 뭔가 속셈이 있게 마련이었다.

‘무슨 꿍꿍이지?’

태현이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김태산도 그걸 눈치채고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냥 뭐 하는지 궁금해서 왔다.”

“…….”

점점 더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태현. 김태산은 그 눈빛을 피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김태산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험! 그래서. 잘되어 가고 있냐? 저번에 말했던 건?”

“저번에 말했던 게 뭐였더라?”

태현이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을 하자 김태산은 울컥했다.

“게임에서 뭔가 보여준다며, 인마!”

“아, 그거였죠.”

“그래서 뭐 보여줄 거라도 있냐? 응? 없겠지?! 하하! 그렇게 말해놓고! 윤희한테 그대로 일러줄 테다!”

“…….”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김태산을 쳐다보았다. 저 모습 어디에서 아버지의 위엄이 있단 말인가?

“있는데요.”

“어?!”

* * *

간단한 보고.

태현은 김태산과 정윤희 앞에서 판타지 온라인 2로 거둔 소득을 간단하게 늘어놓았다.

1억이 넘는 수익이었지만 김태산은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고 했다.

“그깟 1억은 나도 가만히 앉아서 번…….”

“그거 건물 돌려서 나오는 돈이잖습니까.”

“야! 건물에서 돈 나오는 게 어때서!”

“저보고는 땀 흘리면서 일해서 벌라고 하셔놓고…….”

“난 젊었을 때 땀 흘렸어!”

둘의 대화 수준이 점점 수준 낮아지자 옆에서 있던 정윤희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만해요, 둘 다.”

뚝-

“어쨌든 태현아, 네가 말한 대로 결과를 보여주니 이 어미는 기쁘구나.”

“감사합니다, 어머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니?”

“실은 이제 곧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데…….”

방학이 끝나고 개강이 시작되면 판타지 온라인 2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물론 태현이 학교생활에 열중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있지 않은가.

역시 판타지 온라인 2에 집중하려면 휴학이 좋았다.

정윤희는 태현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물었다.

“휴학하고 싶다고?”

“네!”

1초도 쉬지 않고 나오는 대답.

휴학은 역시 대학생의 꿈!

김태산이 그걸 보더니 정윤희에게 속삭였다.

“저거저거 아주 놀려고 게으름 피우려는 그런 속셈이야! 들어주면 안 돼!”

“하고 싶다면 하렴.”

“?!”

정윤희의 말에 김태산이 한 대 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시간을 쏟을 거라면…….”

“더 결과를 보여달라는 거죠?”

“그래, 그렇단다.”

휴학을 하고 그 시간에 판타지 온라인 2를 할 거라면, 그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달라는 뜻이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태현이 네가 하는 게임이 보통 게임이 아닌 것 같던데, 맞니?”

판타지 온라인 2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거의 유일한 전 세계적인 가상현실게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 그렇죠.”

“그러면 앞으로 미래가 더 있을 테니, 네가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거기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렴.”

“……!”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김태산은 옆에서 투덜거렸다. 태현이 판타지 온라인 2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쏟을수록, 게임 내에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건 그였던 것이다.

* * *

-맞습니다. 잘 알아보셨네요. 만나보고 싶으니 장소와 시간을 정해주시죠.

태현은 결정을 내렸다. 배장욱을 만나보기로.

꼭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했던 걸 알리지 않고서도 방송은 할 수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투구 쓰고 다녀서 다행이군.’

얼굴을 가린 덕분에 어지간해서는 들키지 않을 것이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야 그냥 게임만 했지만, 2에서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배장욱이 살짝 불쌍하기도 했고…….

* * *

“됐다!!”

배장욱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로서도 약간 도박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안 되면 어쩌지’ 같은 마음으로 불안해했었는데…….

그의 생각이 맞은 게 증명된 것이다. 배장욱은 혼잣말을 했다.

“정말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어떤 또라이 때문에 돈을 그렇게 썼는데…….”

태현에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쪽지를 보내려던 배장욱은 멈칫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 경매에서 붙었던 상대도 나처럼 저 사람을 섭외하려고 돈을 넣은 사람 아닌가?

처음에는 저 해적 대장의 단검이 퀘스트 아이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무리 귀한 퀘스트 아이템이라고 해도 몇천만원을 넘겨서까지 따라올 것 같지는 않았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배장욱은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였다.

* * *

방송은 방송이고, 게임은 게임.

태현은 일단 답변은 제쳐 두고 다시 판타지 온라인 2에 접속했다.

-밤에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병사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따른다면 태현이 아니었다.

시간은 밤. 태현은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엿들어보았다. 밖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끼이익-

바로 문을 열고 나가는 태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걸리면 위험하겠지.’

은신 계열 스킬이 있기는 했지만, 왕궁에 있는 NPC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레벨의 NPC들이었다.

그것도 현재 랭커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고렙. 재수 없으면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태현은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미리 파악을 해둬야 해.’

복장도 다 갈아입고, 복면까지 쓰고 나왔으니 어지간하면 도망칠 수는 있을 것이다.

태현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에드안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사고를 칠 거 같다!’

물론 대도적(자칭) 에드안이 사고를 치지 않고, 직업 스킬을 잘 찾아서 갖고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직감이 왔다.

아무리 봐도 이 인간들은 분명 사고를 칠 거라고!

‘아니, 전설 직업이면 좀 좋은 NPC들이 붙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나는 이런 놈들만 붙는 거지?’

태현은 속으로 불평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실제로 이세연 같은 경우에는 전설 직업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 때부터 이끌고 있던 정예 길드와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라는 전설 직업으로 생긴 흑마법사 NPC들까지.

동영상으로 모든 걸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겉으로만 봐도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해 태현은…….

깊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슬퍼졌다.

‘생각하지 말자.’

복도의 구석을 돌아 태현은 건물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바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경비병의 등.

왕궁의 경비병답게 잘 무장하고 주변을 제대로 경계하고 있었다.

-신의 예지.

경비병들 사이로 좁고 붉은 길이 생겨났다.

태현은 은신 스킬을 쓴 상태로 그 주변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갔다.

한 발자국만 잘못 대는 순간 밖으로 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다. 태현은 그 위를 힘겹게 걸었다.

‘무슨 체조선수도 아니고…….’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은신을 해냈습니다. 민첩이 1 오릅니다.]

‘……?’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경비병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태현은 씩 웃었다.

* * *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은신을 해냈습니다. 민첩이 1 오릅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은신을 해냈습니다. 민첩이 1 오릅니다.]

반복해서 뜨는 메시지창들.

지금 태현은 경비병들 사이를 지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반복해서 스탯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기가 막혀 했을 모습이었다.

한 번 실수하는 순간 경비병들한테 들키게 될 텐데,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탯을 올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집요함!

[행운의 은신 스킬을 얻었습니다.]

‘응?’

신의 예지 스킬을 하도 많이 써서 MP 걱정을 해야 할 때쯤, 은신 스킬을 얻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행운의 은신>

행운에 몸을 맡겨 상대가 보지 않을 곳을 찾는 스킬. 행운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스킬 레벨 2.

하도 많이 은신을 쓰고 왔다 갔다 해서 새로 생긴 스킬!

물론 태현은 고마운 마음으로 스킬을 받아들였다. 이미 아이템에 있는 은신 스킬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따로 나오는 게 더 좋았다.

‘게다가 추가로 버프도 되니까…….’

-행운의 은신.

[행운의 운신 스킬을 사용합니다. 은신 스킬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태현은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왔다 갔다를 했지만, 더 이상 민첩이 오르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나?’

태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거리를 벌렸다. 경비병들은 그들이 태현의 민첩 스탯을 올려준 시험대가 되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무뚝뚝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 * *

-저기가 왕궁 창고입니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병사들이 안내해준 기억을 떠올리며, 태현은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저기가 왕궁 창고고…… 저 옆이 왕이 머무르는 곳이고. 젠장. 들어갈 곳이 전혀 안 보이는데.’

왕궁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병사들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수준!

아까 태현이 빠져나온 곳은 손님들이 머무르는 곳이라 병사들도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여기는 경비의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장비도 더 좋아 보이고…… 더 레벨도 높나? 일단 위치를 파악해 둔 것으로 만족해야겠군.’

일단 왕궁 내의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놓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겨도 도망칠 수 있으니까.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나무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툭-

“……?”

발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아니라 뭔 단단한 게 발밑에서 밟혔다.

태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복면을 쓴 남자가 얼굴을 밟힌 채로 태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

쉭! 착!

땅에 착지하자마자 태현은 무기를 뽑아 들었다. 얼굴을 밟혔던 남자도 바로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덤비지는 않았다.

여기는 왕궁!

소란을 피웠다가는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서로 위험한 상황이니 먼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남자는 완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우리 서로 못 본 걸로 하지 않겠나?”

“좋은 생각 같기는 한데…… 너 혹시 에드안이냐?”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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