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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0화 (100/1,826)

§ 나는 될놈이다 100화

“태현 님, 괜찮으시다면 다시 출발하고 싶습니다만. 제독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미안해. 출발하자고.”

태현은 아이템 확인을 끝내고 일어섰다. 태현은 레드존 길드원들이 죽은 곳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저거 언데드 소환 연습하기 딱 좋은데…….’

기껏 마법을 배웠으니 최대한 많이 써서 스킬을 올려야 했다.

문제는 지금 병사들이 다 보고 있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언데드들을 일으켰다가는 친밀도가 팍팍 깎일 게 분명했다.

어디든 간에 흑마법사는 좋은 대접을 받기 힘들었다.

언데드들을 일으켜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있다.

‘어쩔 수 없지.’

태현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욕심을 부리는 것도 좋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게 더 중요했다.

그러는 사이 로그아웃된 케인은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태현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반드시 죽인다! 끝까지 쫓아간다!

-저, 길마님. 그런데 저놈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

케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지만, 길드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사망으로 페널티를 또 받은 상황에서 태현을 쫓는 건 미친 짓 같았다.

태현이 만만한 상대도 아니고, 쫓아간다고 해서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뭐? 그래서 두고 보자고?

-아니, 다른 만만한 놈들 먼저 잡고 돈 좀 모으는 게…….

-시끄럽다! 그러다가 놓친다고!

케인의 말에 길드원들은 속으로 불만을 가졌다.

‘놓치는 게 문제냐? 이길 수가 있어야지.’

‘저거 계속 믿어도 돼?’

길드가 망했는데도 그들이 케인을 따르는 이유는 하나, 케인이 다른 사람들을 털어먹는 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케인은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털어먹을 때 보여주던 냉정하고 똑똑한 모습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태현을 반드시 쫓아서 죽이자고 외치는 모습만 남아 있었다.

-알겠지? 쫓는 거다! 쫓아서 잡는 거다! 방해꾼만 없으면 내가 잡을 수 있어!

-…….

길드원들은 케인 몰래 서로 신호를 보냈다. 그 뜻은 명백했다.

* * *

“저 멀리 보이는 게 아탈리 왕국의 수도, 모라 시입니다.”

태현은 산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평지 가운데에 거대한 성벽이 도시 하나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하고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성벽 밑에 난 성문으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움직였다. 플레이어들이었다.

“수도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수도에는 언제나 일이 있습니다. 일이 없는 경우가 드문 법이죠.”

“그건 아는데, 저기 사람들이 많잖아.”

“아. 저 사람들은 아마 이번 왕궁에서 부른 사람들일 겁니다.”

“왕궁에서 불렀다고? 그게 뭔 퀘스트지?”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건 언제나 퀘스트였다. 대도시에서는 다양한 퀘스트가 있었다.

특히 제작 직업이나 예술 직업 같은 경우에 대도시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스킬을 배울 NPC, 아이템을 만들어서 팔 상점, 직업 길드…… 다 대도시에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왕궁에서 사람들을 부르다니. 보통 퀘스트보다 훨씬 더 좋은 퀘스트가 분명했다.

‘아, 어차피 나는 왕궁으로 가고 있지?’

태현은 무슨 퀘스트일까 고민하는 걸 멈췄다. 어차피 왕궁으로 가게 되면 알게 되어 있었다.

‘귀족들이 가끔 제작 직업 가진 사람들 불러서 대회를 열고는 한다던데, 그런 건가?’

가끔 돌발 퀘스트가 나올 때가 있었다. 귀족들이 음악 계열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저택으로 부르는 것이다.

자리에 모인 귀족들을 만족시켜 주면 막대한 보상이 그냥 나오는, 그야말로 꿀과 같은 퀘스트.

모두가 좋아하는 종류의 퀘스트였다. 하물며 부른 사람이 귀족이 아니라 왕이라니. 놓치기 힘든 퀘스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태현의 질문에 병사들을 이끌던 백부장은 턱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마 요리사들과 음악가들을 불렀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슨 연회라도 여나?”

“하하, 태현 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

“태현 님이 참석하실 연회잖습니까.”

“……!”

그랬다. 태현은 순간 잊고 있었다. 지금 가는 건 카테란드 해적단을 소탕한 공적을 보상받기 위해서였다.

왕국의 골치를 썩인 카테란드 해적단을 쓰러뜨린 건 대단한 공적. 당연히 축하의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연회 때문에 이 주변의 예술 직업이나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에게 돌발 퀘스트가 뜬 것이다.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나?’

* * *

“여기가 쉬실 곳입니다.”

“고마워.”

병사들의 깍듯한 대접을 받으며, 태현과 일행은 도시의 성문을 지나 왕궁의 안으로 들어섰다.

왕궁도 도시의 크기만큼이나 꽤나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어디가 어디인지 바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왕은 언제 만나는 거지?”

“내일 낮 연회에 정식으로 태현 님을 부르실 겁니다. 그때까지 쉬시면 됩니다.”

“좋아, 알겠어.”

왕궁에 워낙 NPC가 많다 보니 복도에 돌아다니는 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루포가 떠나기 전에 입을 열었다.

“태현 님, 내일 뵙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그래.”

펠마스가 떠나기 전에 입을 열었다.

“태현 님, 만약 에드안이 걸리면 우리는 모르는 사람인 척하는 겁니다.”

“……그래.”

우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냉정함!

모두 떠나고, 태현은 방을 둘러보았다. 한눈에 봐도 비싼 그림들과 조각들이 방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손님용 객실인데도 이 정도로 호화롭게 장식을 해놓다니. 역시 왕궁이었다.

‘이거 갖고 가면 걸리려나?’

바로 ‘훔칠 수 있나?’부터 생각하는 태현! 거의 본능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걸리겠지?’

태현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예술품들을 어루만졌다. 한두 개만 경매장에 올려도 가격이 분명…….

‘그러고 보니 경매는 어떻게 됐으려나?’

* * *

4,200만 원.

<매우 가볍고 질 좋은 단검>이 판매된 가격이었다.

태현은 놀라서 휘파람을 불었다. 분명 비싸게 팔릴 만한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경쟁이 붙어서 그런가?’

사람들끼리 경매를 하다가 경쟁이 붙으면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쨌든 간에 태현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단검만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군.’

물론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다. 일단 매우 가볍고 질 좋은 단검이 만든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계속 그것만 만들려고 붙잡는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성장하는 동안 태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아이템은 많이 만들어서 팔면 가격이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템은 많이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지.’

판타지 온라인 2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아이템은 더 많이 풀리게 되어 있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면 <해적 대장의 잘 세공된 단검>은 얼마나 나왔으려나?’

태현은 한 1,500만 원, 많이 나오면 2,000만 원 정도를 생각했다.

그때 봤을 때 1,000만 원에서 경쟁이 붙었으니 적당한 예상이었다.

그러나 나온 결과는 태현을 또 놀라게 만들었다.

-8,900만 원으로 낙찰.

“?!?!?!”

태현은 순간 그가 잘못 본 줄 알았다.

“뭐야, 이거?”

1,000만 원, 2,000만 원 단위가 아니었다. 무려 8,000만 원을 넘어선 결과.

태현은 몇 번이고 다시 확인을 해보았다. 그러나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쟁이 얼마나 붙었길래?’

태현은 경쟁 기록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이 이 <해적 대장의 잘 세공된 단검>을 갖기 위해서 정말 치열하게 대결한 것이다.

1,000만 원에서 8,000만 원까지 오다니. 대체 이 아이템이 뭐라고?

‘진짜 무슨 퀘스트 아이템인가? 아, 괜히 팔았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무엇이든 간에 비싸게 팔렸다면 그 이유는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태현은 그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쪽지가 와 있습니다.

“확인.”

태현은 경매 이후에 온 쪽지를 확인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MBS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배장욱이라고 합니다.

결국 남매 대결에서 승리한 건 배장욱!

출혈이 컸지만, 배장욱은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경매에서 승자가 되었다.

오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배장욱은 ‘이 자식은 누군데 왜 이렇게 붙는 거야!’ 이러면서 계속 가격을 올린 것이다.

간신히 승자가 되고 나서야, 배장욱은 정체불명의 판매자한테 쪽지를 보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MBS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배장욱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아이템을 올리신 분이 혹시 이번에 카테란드 섬에서 퀘스트를 진행하신 플레이어분이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혹시 그분이 맞다면,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한번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부담은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아이템을 구입한 것도 제가 멋대로 구입한 거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디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쪽지를 다 읽은 태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배장욱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디에서 들어봤더라?’

그나저나 쪽지는 정말 간절함이 뚝뚝 묻어져 나오는 내용이었다.

이해는 갔다. 이 단검에 8천만 원을 넘게 준 건 단검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나한테 연락을 하려고 산 거겠지?’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자한테 연락을 하려면 구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이 경쟁이 붙는 바람에 배장욱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했던 것이 분명했다.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는 하지만, 배장욱도 만만찮게 투자를 한 상황!

만약 정말로 부담을 가지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피눈물을 흘릴지도 몰랐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신경 쓰지는 않지만.’

얼굴 철판 두께로는 언제나 자신 있는 태현이었다.

태현은 배장욱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고민에 빠졌다.

‘분명 어디서 들었는데…… 아!’

태현은 그제야 떠올렸다.

배장욱.

판타지 온라인 1에서 그한테 열렬하게 쪽지를 보냈던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김태현 플레이어. 이번에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특집 방송을 하는데 혹시 관심이 있으면 연락 주시죠. 참고로 방송 주제는 <특이한 컨셉의 직업 플레이어>입니다.

처음 온 쪽지.

태현은 물론 무시했다. 그리고 랭커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때쯤 다시 쪽지가 왔다. 내용은 살짝 바뀌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태현 플레이어님. 판타지 온라인 1에서 김태현 플레이어님을 중심으로 몇 명 더 넣어서 방송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연락을 주세요.

물론 태현은 또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랭커들을 사냥했다. 7위 랭커를 사냥한 다음 날, 다시 또 쪽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김태현 님. 판타지 온라인 1에서 김태현 플레이어님만 단독으로 잡고 3부작짜리 특집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키우게 됐고,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짰고, 앞으로 목표는 어떤 것이고…… 무엇이든 좋으니 와서 편하게 이야기만 해주셔도 좋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발 연락 좀 주세요.

가면 갈수록 처절해지는 쪽지 내용!

물론 태현은 또 무시했다. 그 당시만 해도 방송에는 별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나가볼까?’

판타지 온라인 2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상황. 방송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지금 판타지 온라인 2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들은 방송도 나오고 있었으니까. 일종의 프로게이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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