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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3화 (93/1,826)

§ 나는 될놈이다 93화

질 좋은 강철 주괴는 창고에서 넉넉하게 구할 수 있었다.

이런 것도 원래는 쉽게 구하기 힘들었다. 다른 대장장이들은 길드에 들어가거나 경매로 사거나 퀘스트로 모아야 하는 재료들이었다.

그러나 상단과 친하면 그냥 창고에 가서 갖고 나오면 됐다.

물론 맥크레니가 좋아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랜드 산 최고급 강철 주괴>

아랜드에 있는 광산에서 캔 철광석을 제련해서 만든 주괴다. 가장 좋은 철광석만을 골라 만들었기에 그 품질은 완벽하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인해 추가 옵션을 볼 수 있습니다.]

(추가 옵션)아랜드 산 강철-물리 공격에 한해 일정 확률로 반사 가능.

강철도 어디서 캤느냐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 게 판타지 온라인 2였다.

어찌되었든 준비는 끝났다. 태현은 드워프 주와 우를 데리고 용광로로 이동했다.

이제 주 재료를 녹일 시간이었다.

* * *

“흑철은 어떻게 녹이지?”

“먼저 이 용광로를 최대한 뜨겁게 작동시키고, 저희가 사용하는 몇 가지 비약을 넣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 흑철을 넣어서 녹이는 거죠.”

“녹인 다음에는?”

“갖고 나온 광석들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갑옷을 만들 겁니다. 그런데 태현 님. 혹시 원하시는 갑옷의 형태가 있으십니까?”

태현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비교적 높고 다른 대장장이 관련 스킬도 꽤 높은 편이었지만, 대장장이는 아니었다.

대장장이의 진수는 스스로 무기나 방어구의 제작법을 찾고 만드는 것!

뛰어난 무기나 방어구는 아예 특별하게 이름이 붙었다. 아티팩트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템들은 만든 사람의 명성을 대거 올려주었다.

실제로 몇몇 대장장이 랭커들은 아예 작정하고 재료를 모으고 어려운 제작법들을 모아 아티팩트 제작에 나서고 있었다.

어렵더라도 한 번 성공하면 이득이 크니까.

즉 무언가 만들려면 재료나 스킬 레벨도 중요했지만, 제작법도 중요했다.

제작법은 다른 NPC한테서 배우거나, 적혀져 있는 걸 보고 배우거나,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태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드워프 주와 우가 있었으니까.

‘이래서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좋다니까.’

“원하는 갑옷 형태?”

“예. 갑옷의 크기가 커지면.”

“강철 같은 다른 금속을 더 많이 섞어야 하겠죠,”

주와 우는 동시에 대답했다.

“기사들이 쓰는 풀 플레이트 아머 같은 걸 원하십니까?”

“아니. 그런 전신갑옷은 필요 없어.”

전신을 단단하게 감싸는 갑옷은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만약의 상황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방어력은 엄청나게 높고, 공격을 받았을 때 회피를 덜해도 됐지만 태현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판타지 온라인 2에서 태현의 스타일은 미친 듯이 높은 회피율을 기본으로 상대의 공격을 날렵하게 피하며 공격해 딜을 넣는 스타일.

묵직하고 무거운 탱커와는 방향이 달랐다.

“몸통 정도만 감싸는 갑옷이면 된다.”

브레스트 아머. 가슴과 몸통 주변만 막아주는 형태의 갑옷이었다.

어차피 전신을 감쌀 생각도 없었으니 몸통 정도만 막으면 됐다.

‘나머지는 피한다. 애초에 공격을 다 맞아주게 되는 거 자체가 진 싸움이지.’

태현의 말에 드워프 주와 우는 다시 말했다.

“몸통 정도만 말입니까?”

“그러면 다른 금속을 그렇게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드워프는 바로 탁자 위에 양피지를 펼치고 슥슥 갑옷을 그리기 시작했다.

[드워프 주와 우가 아이템 <여러 금속을 이용한 제노마 갑옷> 제작법을 공유합니다.]

[대장장이 스킬이 충분합니다. 제작법을 완전히 이해합니다.]

[기본적인 제작법입니다. 결과물에 따라 아이템의 등급이 달라집니다.]

[아티팩트 제작 가능성이 있습니다.]

‘……!’

태현은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지금 상황은 아티팩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뛰어난 두 드워프 대장장이가 있고, 태현이 있고, 거기에 모으기 힘든 재료들까지 있었다.

잘만 만들면 아티팩트가 확실하게 나오는 상황.

갑자기 의욕이 생겼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태현이 아니었다.

“좋아! 해보자고!”

“아. 용광로가 충분히 달궈지려면 3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

* * *

3시간 동안 남는 시간. 다른 사람이었다면 느긋하게 쉬면서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쾅-

용광로 앞에서 자리를 깔고, 한쪽에는 솥, 한쪽에는 작업대, 한쪽에는 허수아비를 갖다 놓았다.

상단의 건물 안이다 보니 필요한 건 어지간해서는 다 구할 수 있었다.

드워프 주와 우는 태현이 뭘 하는지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치이익-

“……!”

먼저 솥에 물을 끓이고 요리를 시작한다. 요리도 그냥 요리가 아니었다.

[구하기 힘든 값진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요리 스킬이 상승합니다.]

[희귀 등급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요리 스킬이 상승합니다.]

상단의 창고에서 태현은 <초급 재료 파악> 스킬을 마음껏 사용했다.

<전기철갑상어의 알>

심해에서 서식하는 전기철갑상어의 알이다. 미식가들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뛰어난 맛을 가진 식재료다.

복용 시 체력 1 상승.

<푸른 정령 버섯>

엘프들이 키우는 정령 버섯의 일종이다. 푸른 정령이 깃든 버섯은 빙결계 마법을 익히는 마법사들이 즐겨 찾는다.

복용 시 빙결 마법에 대한 저항력 1 상승.

각자 경매에 올리면 요리사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헐레벌떡 몰려와서 살 요리 재료들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가차 없이 재료를 집어 솥에 넣었다.

요리사들이 보면 거품을 물고 기겁을 할 광경!

‘비싸고 희귀한 재료를 쓰면 요리 스킬이 빨리 오르지.’

자기가 직접 모은 게 아니니 태현의 요리 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해서 곧바로 요리를 만들어갔다.

솥에 재료를 다 쓸어 넣고 끓기 시작하자 태현은 옆으로 이동했다.

작업대였다.

치칙, 쾅! 치치칙, 쾅!

연달아서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기본 노랑 화약을 만들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상승합니다.]

[폭탄 제작 스킬이 상승합니다.]

요리와 마찬가지였다. 재료가 많으면 만드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태현은 상단의 창고를 거덜 낼 기세로 온갖 제작 스킬들을 올리고 있었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왕궁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 재료를 아낄 필요가 없었다.

지금 아까운 건 시간!

요리를 만듦과 동시에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고 동시에…….

“검술까지?!”

드워프 주와 우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옆에서 탄성을 내뱉었다.

허수아비를 놓은 건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태현이 휘두르는 검을 보며 드워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사람 같아!’

그렇지만 드워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현은 상단의 귀한 손님이었고, 태현이 지금 하는 행동이 그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곧 바뀌었다.

“아. 요리가 다 됐군. 와서 먹어봐.”

“네?”

드워프 둘은 동시에 되물었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먹기 싫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만든 요리를?”

“아, 아니.”

“그렇다는 게 아니라…….”

“주가 먹고 싶다네요!”

“우?!”

급기야 서로 배신하는 둘!

태현의 요리가 불러온 놀라운 효과였다.

아무리 고급 재료를 썼다 해도, 태현처럼 저렇게 대충 솥에 쓸어 넣은 요리는 뭔가 먹고 싶지가 않았다.

드워프 둘은 서로에게 먹이려고 투닥거렸다.

“하하. 그렇게 싸울 필요 없는데. 둘 다 먹을 양은 충분하니까.”

“……!”

두 드워프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 * *

“맛있다?!”

“정말로?!”

[요리를 먹은 사람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요리 스킬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요리를 빠르게,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요리 스킬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아, 상황 보너스를 받는 건가?’

한쪽에서는 폭탄을 만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검을 휘두르고 동시에 요리까지 만드는,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 보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요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에 보상이 추가로 들어왔다.

‘확실히 이런 걸 보면 전설 직업 스킬이 좋긴 한데…….’

대충 넣어도 뭔가 맛있게 만들어진다!

대충 만들어도 뭔가 잘 만들어진다!

다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스킬 덕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은 각종 제작 스킬을 배울 때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행운이 생각보다 제작 스킬하고 궁합이 너무 좋아.’

보통 스킬을 배우기 시작할 때 초보 단계에서 헤매야 하는데, 아키서스의 화신은 압도적인 행운으로 그 단계를 뛰어넘어 버렸다.

어지간하면 행운 때문에 평균 이상인 작품이 나오니 스킬이 쭉쭉 오르는 것이다.

좋긴 좋은데…….

뭔가 찜찜한 기분!

‘다른 전설 직업은 엄청 세고 화려하던데 아키서스의 화신은 뭔가 좀 수수하다?’

이세연은 일인군단이라고 불리면서 언데드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

마치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친구를 보니 너무 잘 살아서 갑자기 억울해지는 그런 기분!

게다가 태현은 전설 직업을 고르고 싶어서 고른 것도 아니었다.

‘에이. 지금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태현은 허겁지겁 그릇을 비우는 드워프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맛있지?”

“예!”

“대단하십니다!”

“잘됐네.”

“……?”

태현의 말에 두 드워프는 뭔가 불안해지는 걸 느꼈다. 왜지?

태현은 창고에서 갖고 나온 다른 재료들을 우르르 꺼내놓았다. 요리에 쓰는 고급 재료뿐만이 아니라, 온갖 잡다한 재료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그중에는 딱 봐도 맛이 없어 보이거나 독이 있어 보이는 재료들도 있었다.

“그거 다 먹었으면 남은 건 치워라. 다른 거 만들어야지.”

“……?!”

비싼 요리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요리는 아직 솥 가득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치우라니?

‘드워프들 먹었고 요리 보너스 받았으니까 남은 건 의미가 없지. 팔 것도 아니고.’

빨리 치우고 새걸 만들어서 먹여야 했다.

드워프들은 용광로를 쳐다보았다. 아직 충분히 달궈지지 않았다. 태현의 손길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 이걸 좀 더 먹으면 안 됩니까?”

“안 돼. 그거 먹고 배차면 다른 요리를 못 먹잖아.”

고급 재료를 대충 사용해서 만든 요리는 맛이 없더라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저기 있는 다른 재료들은 대충 사용했다가는 정말 목숨에 지장이 갈지도 모르는 재료들!

두 드워프의 표정이 다시 창백해졌다.

* * *

“우으오옷!?”

드워프 주는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매웠다가, 짰다가, 달았다가, 시었다가, 썼다가…….

온갖 종류의 맛들이 혀 위에서 춤추는 맛!

[독성이 있는 재료를 훌륭하게 다뤄서 사용했습니다. 요리 스킬이 상승합니다.]

“주, 괜찮아?”

“괜찮아! 살았어!”

두 드워프가 서로 얼싸안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뻐하는 동안 태현은 요리 스킬을 확인했다.

‘흠. 좋아. 다양한 재료를 다루니 팍팍 오르는군.’

요리 스킬도 올리고, 다양한 재료도 써보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요리법도 기억해 놨다.

일석 삼조!

그러는 사이 용광로의 준비는 끝나가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태현이 또 다른 걸 그들에게 시험할까 봐 허겁지겁 말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죠!”

“아직 좀 덜된 거 같은데? 요리 하나만 더 맛보지 않을래?”

태현의 질문에 드워프들은 기겁을 하고 크게 외쳤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지금 갑옷을 너무너무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엄청나게 공손해진 태도! 태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좋아. 어쩔 수 없지.”

누가 보면 태현이 은혜라도 베풀어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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