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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화 (92/1,826)

§ 나는 될놈이다 92화

둘은 화들짝 놀라서 뛰었다.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질 좋은 무기나 방어구, 광석이나 재료를 보면 정신이 팔리는 게 그들의 성격이었다.

그래도 상단의 손님 앞에서 이러다니. 볼 면목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계셨죠?”

태현은 두 드워프에게 다가가 부서진 도끼 파편과 부서진 갑옷 파편을 보여주었다.

카자크를 쓰러뜨리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물론 완전히 박살이 나서 더 이상 장비할 수는 없는 아이템들이었지만.

그러나 두 드워프는 도끼 파편과 갑옷 파편을 보더니 펄쩍 뛰었다.

“이, 이건 혈정석!”

“이, 이건 흑철!”

“……둘이 꼭 그렇게 합을 맞춰야겠냐?”

두 드워프는 마치 짠 것처럼 반응을 맞춰서 행동했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오크들을 쓰러뜨리고 얻었는데.”

태현의 말에 드워프 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혈정석을 써서 만든 도끼라니. 오크들의 아이템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아이템이라니. 야만스러운 오크 놈들이지만 이런 아이템을 아무나 갖고 있지는 못했을 텐데.”

드워프들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오크들이 이 무기를 찾지 않을까?”

“뭐 어때. 우.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지.”

“그렇지? 우리가 녹이고 바꾸면 그만이니까.”

둘의 대화를 듣던 태현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그래서, 이 무기와 방어구가 쓸 만하다 이거지?”

“물론입니다.”

“박살이 났지만 재료가 워낙 뛰어나거든요.”

우와 주는 동시에 입을 맞춰서 말했다.

“혈정석은 아주 귀한 광석입니다. 오크들이 신성시하는 광석이기도 하지요. 피를 먹고 공격력을 올려주는 광석입니다.”

혈정석. HP를 깎는 대신 공격력을 증폭시켜 주는 효과를 가진 광석이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가진 광석이어서 많은 대장장이들이 원하는 재료 중 하나였다.

구하기 힘든 건 당연한 것!

오크들의 본거지 깊숙한 곳에서나 가끔 구할 수 있는 광석이었다.

“그렇지만 혈정석보다 더 귀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이 흑철입니다. 혈정석이야 오크들 본거지에 광산이 있지만 이 흑철은 광산도 없기 때문입니다.”

흑철. 드워프들은 이 흑철이 정말로 귀한 광석이라고 침을 튀기며 떠들어댔다.

어지간한 공격은 전부 다 흡수해버리는, 착용자의 몸을 보호해주는 귀한 광석 중의 광석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구하는데?”

“글쎄요?”

드워프 주는 태현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희도 흑철이 어디서 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가끔 정말 귀한 아이템에 섞여 있는 걸 보는 정도니까요. 이렇게 흑철을 통짜로 써서 만든 아이템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드워프 우가 그 말을 받아서 계속 떠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이런 보물은 오크들도 쉽게 만들 수 없을 테니, 찾으러 올 겁니다.”

태현은 움찔했다. 안 그래도 카자크를 죽인 것 때문에 대륙 단위의 퀘스트가 발동된 것이다.

물론 레드존 길마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기는 했지만, 상황은 언제 달라질지 몰랐다.

‘빨리 바꿔야겠다.’

안 들키면 된다는, 훌륭한 범죄자의 마음가짐!

* * *

“그래서 이걸 다시 다듬어서 무기로 만들려고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으음…….”

“으으으음…….”

두 드워프는 짜기라도 한 것처럼 고민에 잠겼다.

정말 좋은 광석들이고 재료들이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완전히 박살이 나고 우그러진 상태라는 것!

“일단 펴고…….”

“녹인 다음에…… 원재료를 추출하고…….”

“어떻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태현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제발 한 명이서 말해라.”

“습관이 되어서…… 광석을 추출할 수는 있겠는데, 태현 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양이 확 줄 겁니다. 혈정석이나 흑철 같은 건 한 번 가공해서 만든 다음 다시 가공하면 양이 줄어드는 광석이거든요. 다른 걸 섞어야 합니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태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번 부서진 아이템을 녹여서 재활용을 하려는 입장에 많은 걸 바랄 수는 없었다.

“다른 광석은 뭘 섞을까요?”

“비싼 거.”

“네?”

“무조건 비싼 거. 상단의 창고에서 가장 비싼 거.”

“…….”

두 드워프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 그래도 됩니까?”

태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1㎜도 흔들리지 않는 결연한 대답!

“된다!”

“……!”

자기 광석 아니라고 고민하지 않고 막 쓰려는 속셈!

물론 두 드워프는 태현의 그런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감탄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 * *

태현이 꺼낸 건 카자크에게서 얻은 아이템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카테란드 섬에서 싸우고 나온 <부서진 해적왕의 세트 아이템>도 꺼냈다.

부서졌기는 했지만 일단은 해적왕의 세트 아이템. 녹이든 부수든 쓸 구석은 있을 것이다.

태현은 부서진 해적왕의 세트 아이템을 꺼내서 드워프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것도 쓸 수 있을까?”

“심하게 박살이 나기는 했지만…….”

“이것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좋군요.”

드워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갸웃거렸다.

“그런데 뭐에 맞아서 이렇게 된 겁니까? 이렇게 타버리기도 쉽지 않은데.”

“드래곤 브레스라도 맞았나?”

두 드워프는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지만, 무의식중에 진실을 말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드워프 우는 부서진 해적왕의 세트 아이템을 탁자 위에 곱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타버리고, 녹고, 박살이 난 세트 아이템 중에서 쓸 만한 부분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탁탁-

갑옷의 한 부분을 들고 재를 턴 다음 망치로 두드려서 괜찮은지 소리를 확인한다. 그리고 확대경으로 겉표면을 다시 확인한다. 느리고 지루한 과정이었다.

“내가 도와주지.”

“예? 괜찮습니다.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으실 텐데요.”

드워프 우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재활용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드워프 중에서도 이 스킬을 배운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내가 맡긴 일인데 내가 빠지면 안 되지. 도와주지.”

태현의 속셈은 간단했다.

‘대장장이 스킬을 올리기 딱 좋은 기회군.’

드워프 우가 하는 걸 보니 저 과정은 스킬이었다. 대장장이 스킬이 하나라도 아쉬운 태현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무구 재활용>

부서진 아이템이라도 뛰어난 장인은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든다! 부서진 아이템에서 쓸 수 있는 재료를 추출해 냅니다.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더 좋은 재료를 추출해 냅니다.

“스킬을 가르쳐주면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어.”

“태현 님……!”

그러나 태현의 속셈을 모르는 드워프 우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 있다니!

상단의 손님이라면 굳이 이렇게 직접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냥 앉아서 시켜도 됐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나서서 하겠다고 하다니.

[드워프 우가 당신을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응?’

태현은 갑자기 뜨는 메시지 창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높게 평가하는 건 좋은데, 왜 갑자기?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무구 재활용> 스킬을 배웁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스킬 경험치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중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스킬 경험치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태현은 빠르게 스킬을 배웠다. 무구 재활용 스킬은 대장장이 스킬 중에서도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킬이었다.

[갑옷에서 은을 성공적으로 분리해 냈습니다. 대장장이 스킬이 오릅니다. <무구 재활용> 스킬이 오릅니다.]

[갑옷에서 철을 성공적으로 분리해 냈습니다. 대장장이 스킬이 오릅니다. <무구 재활용> 스킬이 오릅니다.]

마치 곰인형의 눈알을 실로 꿰매는 것 같은 지루한 단순노동의 반복!

그러나 태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드워프 주가 감탄을 할 정도!

“타고난 대장장이십니다!”

옆에서 떠들거나 말거나 태현은 한 땀 한 땀 갑옷과 무기에서 재료를 분리해 냈다.

분리해 낼 때마다 대장장이 스킬이 상승하고 무구 재활용 스킬이 상승했다.

거의 무아지경에 다다른 정신집중!

무언가를 한 번 하면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게 태현의 무기였다.

“태현 님. 일단 이 아이템은 분해가 끝났습니다.”

“좋아. 조금 쉬었다 다른 걸 하자고.”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지금 대장장이 기술이 어느 정도지?’

<중급 대장장이 기술 6 (17%)>

‘아직 중급인가.’

대장장이 기술이 중급에 도달하고 나자 성장이 엄청나게 느려졌다.

당연했다. 초급 대장장이 기술과 중급 대장장이 기술은 올리는 난이도부터가 달랐으니까.

대장장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초급 대장장이 기술은 갖고 있는 플레이어는 꽤 있었다. 그러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중급까지 찍은 플레이어 중에서 대장장이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태현처럼 대장장이 직업도 아닌데 중급까지 찍은 게 특이한 케이스!

‘고급을 찍으려면 한참 걸리겠는데…….’

태현이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느리게 올리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태현의 수준 정도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찍은 사람은 대장장이 플레이어 중에서도 숫자가 적었다.

기회만 되면 고레벨의 장비를 수리하고 버프하고 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만만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계속 천천히 올리는 수밖에.’

태현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원래 이런 건 급하게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한한 끈기! 무한한 인내!

때로는 답이 없어 보이고, 안 될 것 같아도 끝까지 노력하는 것만이 길을 만들 수 있었다.

* * *

땅, 땅, 땅-

“그런데 정말 상단 창고에 있는 광석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드워프 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광석을 집어 들었다.

지금 그들은 상단의 창고 구석에 있었다.

‘분명 여기 있는 광석들은 귀한 거니까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었나?’

맥크레니 상단이 왕국에서 잘나가는 상단이라고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템을 다 보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당장 흑철만 해도 맥크레니 상단은 갖고 있는 게 없었다. 원래 이런 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한 광석!

그런데 태현이 창고에 있는 적은 양의 광석들을 거침없이 꺼내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은인가?”

진은(眞銀). 은 중의 은이라고 불리는, 아주 희귀한 금속이었다.

태현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며 뿜어내는 작은 은색 덩어리를 손에 들고 신기해했다.

진은이라니. 참 오랜만에 보는 아이템이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이거 구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진은 광산은 귀한 광산답게 대형 길드들이 독점을 하고 있었다.

대형 길드들은 자기들끼리만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주 비싼 값을 받고 조금씩만 팔았다.

물론 태현은 두 방식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현은 대신 진은을 갖고 나오는 길드원들을 습격했다.

-콰콰콰콰쾅!

-습격이다! 습격! 어떤 미친놈이 광산 입구를 날려 버렸어!

-하하! 죽어라! 하하!

‘추억 돋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진은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그걸 본 드워프 주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갖고 가도 되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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