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0화
‘눈에 욕심이 아주 가득한데.’
태현은 맥크레니가 입맛을 다시는 걸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이 날뛰었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저렇게 나오는 거지, 만약 용용이가 힘을 잃은 상태라는 걸 알게 된다면 만지고 싶다고 달려들 게 분명했다.
맥크레니는 헛기침을 했다. 그녀도 너무 대놓고 행동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권능을 더 찾아야지.”
아키서스의 화신. 전설 직업이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직업 스킬이 너무 부족했다.
‘아마 직업 퀘스트를 깨가면서 스킬을 얻으라는 것 같은데…….’
다른 랭커들과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전력으로 달려야 했다.
태현의 말에 맥크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화신의 힘은 권능에서 나오지. 많은 권능을 얻을수록 힘이 강해지니까.”
“그래서 다른 권능이 어디 있는지는 아나?”
맥크레니는 태현의 말에 움찔했다. 그걸 보고 태현은 피식 웃었다.
“모르는군.”
“그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아니다. 그건 잘 알 텐데?”
“대단한 상단인 것처럼 이야기해 놓고 모른다고 하면 좀 그렇지? 어쩔 수 없군. 네가 싫어하는 놈들을 부르자고.”
“내가 싫어하는 놈들이라면…….”
맥크레니는 말하다가 말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정해져 있었다.
* * *
“아이고, 태현 님! 저희를 버리시는 줄 알았습니다! 엉엉! 그럴 리 없겠죠! 그럴 리 없겠죠!”
“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계속 나한테 매달려서 울면 정말로 버리게 될지도 모르겠어. 떨어져.”
태현은 엉엉 울면서 달라붙는 펠마스를 발로 밀어냈다.
타이럼에 있던 태현을 찾아 온 펠마스였지만, 정작 제노마 시에 도착한 이후로는 버려진 그였다.
기껏 모셔온 펠마스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
그러나 대상단을 이끄는 맥크레니 입장에서는 펠마스와 펠마스의 친구들이 싫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거 없이 도박장이나 다니면서 사는 인간쓰레기들!
신을 찾아다닌다고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하는 짓을 보면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같이 있으면 돈이나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되는 놈들이 바로 저들이었다.
맥크레니의 시선을 느낀 펠마스가 헛기침을 하며 태현의 바짓가랑이를 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험험. 태현 님. 하도 오랜만에 뵙는지라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원래 추했는…….”
“그래서!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펠마스는 재빨리 태현의 말을 끊었다. 펠마스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밖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불렀다는 건 그가 필요하다는 것. 그걸 눈치챈 펠마스는 맥크레니와 태현을 보며 다시 헛기침을 했다.
“혹시 제 능력이 필요하신 겁니까? 이제야? 저번에 저를 그렇게 내쳐놓고서?”
“싫으면 나가.”
태현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문을 가리켰다. 맥크레니도 감탄할 정도의 냉정함!
‘상인보다 더 냉정하군!’
그러자 펠마스는 바로 엎드렸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냥 해본 소리였어요! 제가 싫을 리가 어디 있습니까!”
펠마스도 태현처럼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허리를 숙였다. 맥크레니도 감탄할 정도의 비굴함이었다.
‘쓰레기보다 더 쓰레기 같군!’
태현은 펠마스가 허리를 숙이자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일어서라고 손짓했다.
“앞으로는 같이 힘을 모아서 일하게 될 거야. 여기 맥크레니도 더 이상 너희들을 빼놓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내가 언제…….”
맥크레니는 억울해했지만 태현의 말에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지금 정보를 갖고 있을 만한 건 펠마스였으니까.
태현의 말에 펠마스는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서, 권능은 얻어오셨습니까?”
“그래. 얻어왔어. 다른 권능의 위치는 알고 있는 곳 있나?”
펠마스는 씩 웃었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였다.
“태현 님. 제가 누굽니까?”
“인간쓰레기.”
맥크레니가 옆에서 중얼거렸지만 펠마스는 무시했다.
“계속 아키서스의 흔적을 쫓아다니며! 화신이 있을 거라고 믿고! 모든 걸 준비해 온 사람 아닙니까!”
“…….”
펠마스는 신이 나서 뜨겁게 외쳤다.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별로 감동을 받지 않았지만.
“당연히 다른 권능의 위치에 대해서 들은 게 있습니다.”
“오. 어디지?”
“실은 지금 저희 동료 중 한 명이 거기로 들어간 상태죠.”
“그래서 어디냐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연락을…….”
“어디냐니까?!”
옆에서 계속 묻던 맥크레니가 성질을 내며 말을 끊었다. 그러나 펠마스는 맥크레니를 비웃으며 말했다.
“태현 님한테만 말씀드릴 겁니다.”
“뭐라고? 같이 일하자고 했을 텐데?”
“그렇긴 한데 카테란드 섬에서 권능을 얻어올 때 우리를 빼놓고 한 건 그쪽이잖습니까.”
“이런 쪼잔한 놈……!”
“쪼잔한 건 그쪽이지! 그러게 우리를 버려놓고 마음대로 진행하래?! 누가 화신을 모셔왔는데!”
맥크레니와 펠마스는 시끄럽게 다투기 시작했다. 정말 추한 싸움이었다.
“그만. 일단 펠마스의 말도 일리가 있으니까 따로 들어보지.”
“지금 펠마스 편을 드는 건가?”
“맞는 말이잖아? 이번에 얻은 권능도 펠마스가 찾은 문서인데 빼놓고 진행했지. 억울할 만 해.”
태현이 펠마스의 편을 들어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태현 혼자 들어서 손해 볼 일이 없었으니까!
정보는 원래 혼자 가질수록 좋았다. 굳이 태현이 맥크레니를 생각해서 ‘같이 듣자 하하’ 이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면 펠마스의 말을 들어보게 잠깐 나가 있어주겠어?”
“여기는 내 건물…….”
“네 건물이 내 건물이고 내 건물이 내 건물이지. 자. 잠깐 나가 있어.”
태현은 루포와 맥크레니의 등을 막무가내로 떠밀었다. 둘은 어어 하는 사이 밀려서 방 밖으로 쫓겨났다.
* * *
“후후. 태현 님. 저를 믿고 계셨군요. 이렇게 저를 따로 불러주시다니.”
“네가 다른 사람들 없이 나한테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해놓고 무슨 소리야?”
“알겠습니다. 태현 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이 펠마스,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펠마스는 폼을 잡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작게 하며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뜻이었다.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말하면 안 되냐?”
“밖에서 들을 수도 있잖습니까.”
“밖에서 들으려고 하면 목소리 줄여도 별 의미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 알겠어.”
태현은 펠마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펠마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제 동료들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너하고, 네 친구 넥돈.”
“훌륭한 근위기사였죠.”
“그래. 도박하다 걸려서 쫓겨난 것만 빼고.”
“……그리고 갈락파드. 마탑에서 오랜 시간 지낸 현자 같은 친구. 기억하십니까?”
“그래. 마법사가 아니라 필사꾼이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하하. 마법사나 필사꾼이나 생각보다 크게 다른 건 없습니다. 마법을 쓸 줄 모른다는 것만 빼면…….”
“그게 전부 아니냐?”
“험험. 어쨌든 마지막으로 에드안은 기억나십니까?”
“도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앞에 ‘대’를 붙이셔야 합니다. 대도적 에드안이죠.”
“그래. 그래. 대도적 에드안. 그래서 뭐? 걔가 뭘 했는데?”
“이번에 권능이 있다고 알려진 곳에 먼저 들어간 게 바로 에드안입니다.”
“……!”
태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펠마스와 그 친구들에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물론 카테란드 섬 밑에 권능이 있다고 알아낸 건 펠마스의 공이 컸다. 고문서를 수집해서 알아냈으니까.
그렇지만 그다음 것도 이렇게 빨리 찾아오다니.
‘생각보다 유능하잖아?’
펠마스는 태현의 눈빛에 뭔가 찜찜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아니, 생각보다 유능해서.”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칭찬이야. 그래서 에드안이 권능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고? 거기가 어딘데?”
“권능이 있다고 알려진 곳이죠. 확실하게 있는지는 에드안이 가서 확인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알아냈냐면, 아키서스의 교단에 관련된 고문서 중에 ‘옛 지배자들의 수도 지하에는……’이란 문구가 있었…….”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안 궁금하고.”
태현은 싹둑 말을 잘랐다. 펠마스는 시무룩해졌다.
“거기가 어디고, 에드안이 언제쯤 결과를 갖고 나올지가 궁금해.”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언제쯤 결과를 갖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에드안은 분명 잘해낼 겁니다. 당해낼 사람이 없는 대도적이니까요.”
“응?”
태현은 잠시 멈칫했다. 무언가 떠오른 것이다.
“잠깐만. 그 에드안이라는 친구, 은퇴하지 않았었나?”
“은퇴해도 대도적은 대도적이죠.”
“아니, 은퇴한 이유가 잡혀서 양팔이 잘린 거 아니었나?”
“하하. 양팔이 잘렸어도 대도적은 대도적 아닙니까?”
“그건 아니지!”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펠마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펠마스는 당당했다.
“에드안은 팔이 없어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데. 그래서 어디로 갔지? 도와주러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도와주러 가는 게 낫겠군.”
펠마스는 에드안을 믿고 있는 것 같았지만, 태현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괜히 들쑤셨다가 권능을 다른 세력이나 사람한테 뺏기기라도 한다면 일이 몇 배로 귀찮아졌다.
‘쉽게 깰 수 있는 퀘스트를 꼬아서 깰 수는 없지!’
그러나 펠마스는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태현은 재촉했다.
“뭐해? 어디로 갔냐고.”
“그…… 모라 시입니다.”
“모라 시는…….”
태현은 기억을 더듬었다. 모라 시는 분명, 이 아탈리 왕국의…….
“수도죠.”
“수도잖아?”
아탈리 왕국의 수도. 왕궁이 있고, 아탈리 왕국의 왕이 있고, 기사들이 우글거리는 곳.
“거기로 들어갔다고?”
“네.”
“설마 왕궁은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왕국하고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판타지 온라인 2에서 제일 골치 아픈 상황이 강력한 세력과 등을 지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이 모인 길드는 강력한 세력 축에도 들지 못했다. 정말로 강력한 세력은 왕국 같은 거대한 세력!
왕국한테 원한을 지고 쫓기기 시작하면 답이 없었다. 태현은 예전 판타지 온라인 1 때 일들을 떠올렸다.
‘그때 까다로운 놈들이 있으면 누명을 씌워서 왕국군한테 던져놨었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태현이 어떤 길드와 마찰이 생겨서 PK로 박살을 내놨더니, 그 길드와 엽합을 맺고 있던 길드들이 우르르 몰려온 것이다.
아예 작정을 했는지, 대놓고 덤비지 않고 거리를 두고 계속 태현 뒤를 따라다니며 원거리 공격만 가했다.
태현이 하는 퀘스트를 방해하고 빈틈이 생기면 덮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태현은 그들을 데리고 계속 이동해서…… 왕국군이 점령한 성으로 갔다. 마침 그 당시 왕자도 성에서 왕국군을 이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현을 쫓아오던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잘 있어.
태현은 복면을 쓴 다음 닥치는 대로 폭탄을 터뜨렸다. 당연히 왕국군들이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길드원들이 항의를 하거나 말거나 태현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달렸다.
-아, 아니야! 우리가 한 게 아니라고!
길드원들 중 왕국군과 대화를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퍽!
그러나 태현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들 사이를 뛰어서 도망가면서 때릴 수 있겠다 싶으면 강하게 때리고 다시 도망쳤다.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수준의 얄미움!
-저 자식, 죽여 버리겠어!
결국 길드원들은 폭발해서 무기를 뽑아 들었고, 그걸 왕국군은 공격 신호로 받아들였다.
결과는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