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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6화 (86/1,826)

§ 나는 될놈이다 86화

-사용.

[고대 신의 언데드 소환 비법서를 사용하겠습니까? 사용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

[고대 신의 언데드 소환 비법서를 사용했습니다.]

[악명이 500 상승합니다.]

[행운이 100 감소합니다.]

‘크으…….’

각오하기는 했지만 정작 뜨자 속이 쓰렸다. 이렇게 행운이 쭉쭉 내려가다니.

물론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속이 쓰린 건 쓰린 거였다. 태현은 토끼발 노가다를 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현재 마법 스킬이 낮아서 쓸 수 없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초급 언데드(망령) 소환>을 익혔습니다.]

[<초급 어둠의 화살>을 익혔습니다.]

‘상태창 확인.’

초급 마법 1 (6%)

-초급 흑마법 1 (3%)

<혈마법>

일시적으로 MP 대신 HP를, 마력 대신 체력을 사용해 마법을 강화시키는 비법이다. 과한 부작용 때문에 몇몇 학파에서는 금지령을 내렸다.

*현재 스킬 레벨 1.

<초급 언데드(망령) 소환>

언데드(망령) 계열을 소환하는 흑마법이다. 초급 마법이기에 강한 존재는 불러낼 수 없다. 새로 시작하는 네크로맨서한테는 기본기가 되어줄 마법.

*현재 스킬 레벨 1.

<초급 어둠의 화살>

암흑의 힘을 모아서 쏘아내는 마법. 간단한 흑마법이지만 그만큼 사용자의 실력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 스킬 레벨 1.

‘이거 무슨 네크로맨서로 가는 거 같은 느낌인데…….’

태현은 화염구나 얼음 기둥 같은 원소 계열 마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건 혈마법, 흑마법 같은 것들!

스킬 창도 초급 마법 밑에 초급 흑마법이 생겨 있었다.

‘그보다 어둠의 화살이라니. 이걸 내가 배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둠의 화살. 이건 네크로맨서뿐만 아니라 저주 마법 전문으로 가는 흑마법사도 다 아는 아주 유명한 마법이었다.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화염구’ 같은 국민 마법!

원거리 마법 공격에, MP도 적당히 쓰고, 주문 시전 시간도 적당히 짧은 아주 가성비 좋은 마법이었다.

태현은 이세연이 어둠의 화살을 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크아아악!

-저 화살을 피해라!

사제들의 축복을 받은 기사들의 중갑을 그대로 뚫어버리는 미친 위력!

그걸 생각하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이세연은 그한테 원한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동안은 절대 만나는 걸 피해야지.’

태현도 지금 그가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는 여전히 최상위 랭커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래도 <고대 신의 언데드 소환 비법서>는 생각보다 더 좋은 마도서였다.

아직 태현이 못 배운 스킬들이 더 있다고 하는 걸 보니, 마법 스킬과 흑마법 스킬의 레벨을 올리면 추가로 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마법도 좀 올리긴 해야겠군.’

간단하게 정리를 끝낸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그아웃을 하고 잠깐 쉴 생각이었다.

* * *

“으아아. 뻐근하네.”

태현은 하품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격렬하게 운동을 했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흔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면 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 안에서 게임만 한다고 착각하기 쉬웠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게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현실의 체력!

체력이 없는 사람은 오래 버틸 수 없었다. 태현의 취미도 운동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 김태산과 직접 격투기를 같이 했을 정도니…….

넓은 저택 안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은 거의 체육관 수준이었다.

“게임하다 나오냐?”

김태산은 태현을 보고 물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도 하고 운동도 좀 했죠.”

“오. 그래? 저번에 게임에서 뭔가를 좀 보여준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내 착각이었나?”

명백한 도발!

김태산은 입가에 비웃음을 드러내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김태산은 그의 아들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기처럼 자존심 빼면 시체인 성격!

그러나 태현은 바로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씩 웃으며 김태산을 쳐다보았다.

“곧 결과를 보여드리죠.”

“이야. 정말 기대되는데? 우리 아들이 드디어 방송도 타고 그러는 건가? 응?”

“꼭 방송이나 인기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수입도 결과인데.”

“아들아. 내가 돈 많은 건 알고 있지? 적당히 벌어봤자 내 기준에는 안 맞을 것 같은데.”

2차 도발. 그러나 태현은 이번에도 능숙하게 피했다. 태현은 귀를 손가락으로 파며 말했다.

“뭐, 어차피 심사하는 건 어머니니까 상관없죠. 아버지가 뭐라고 해도 어머니는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실 겁니다.”

‘윽!’

김태산은 속으로 움찔했다. 확실히 태현의 말이 맞았다.

태현이 만약 1억을 벌어온다고 했을 때, 김태산이라면 ‘이게 무슨 푼돈이냐!’라고 트집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의 아내 정윤희 여사는 ‘잘 했다’고 칭찬을 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실제로 그게 맞았다. 1억이 누구 코에 붙일 돈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얄미운 놈…….’

한 번이라도 태현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태현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도 캡슐 사신 지 꽤 됐으니까 분명 게임도 시작했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까?”

“……!”

태현은 이미 김태산이 가상현실게임용 캡슐을 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태산 성격에 그걸 사놓고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김태산은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버지가 판타지 온라인 2를 시작했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아직 시작 안 했다.”

“정말이십니까? 아닌 것 같은데.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아주 잘 도와드리겠습니다.”

입은 ‘아주 잘 도와드리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표정과 눈빛은 ‘어디 있는지 말해주면 지금 당장 쫓아가서 PK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김태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이놈이 진짜…….’

태현이라면 정말로 게임에서 쫓아와서 PK를 시도할 놈이었다. 김태산은 그의 아들을 잘 알았다.

“시작 안 했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시작하면 말해달라고요.”

“네 도움은 필요 없다! 크흠!”

김태산은 급히 몸을 돌려 걸어갔다. 대화를 해서 손해만 본 기분이었다.

그 뒷모습을 본 태현은 확신했다.

‘이미 시작한 지 좀 되셨군!’

태현은 손가락 관절을 꺾어 뚜둑거리는 소리를 만들었다. 아주 기대가 됐다.

게임 내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크하하하하하하핫!”

“조용히 하렴!”

“네.”

* * *

우걱, 우걱-

태현은 아주 맛있게 순대국밥을 먹고 있었다. 평소에 가던 단골 순댓국밥집은 여전히 맛있었다.

“어유. 총각.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맛은 있고?”

“맛이야 언제나 맛있죠. 아주머니 솜씨가 최고예요.”

태현은 엄지를 척 들었다. 아주머니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데 총각이 저번에 말한 거 있잖아.”

“예? 뭐가요?”

태현은 시치미를 뚝 뗐다. 보아하니 김태산이 여기 와서 설명을 하고 간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을 하는 게 제일이었다.

“판타지 온라인 2 말이야.”

“아. 그거 이야기였구나.”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판타지 온라인 2가 왜요?”

태현이 저번에 왔을 때, 주인아주머니는 ‘딸이 너무 일만 해서 걱정이야’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태현은 가상현실게임인 판타지 온라인 2를 추천했었다.

물론 아버지에 대한 헛소문도 말했었지만.

“그 캡슐인가? 그거 사서 딸한테 해보라고 했었거든. 처음에는 무슨 게임이냐 했던 애가 시작하니까 재미가 있나 보더라고! 그래도 나름 꾸준히 하는 거 보니까 좋대.”

“그래요? 잘됐네요.”

“그렇지. 여전히 일만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취미 하나 생긴 게 어디야.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하고 더 친해지면 여기서도 만날 수 있고. 그러면 또 다른 취미도 생기고.”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타지 온라인 2가 그렇게 좋은 변화를 갖고 오다니. 추천한 보람이 있었다.

태현은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물었다.

“그래서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무슨 직업으로 플레이하는데요?”

“아. 요리사.”

“요리사요? 게임에서도?”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더라고. 현영이가 워낙 요리를 좋아하는 애라…….”

“뭐, 자기 좋아하는 거 하는 게 제일이죠. 저도 그러거든요.”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그러는 동안 태현은 무언가를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딸 이름은 주현영, 거기에다가 요리사라면…….

‘응? 왜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지?’

자기가 필요한 게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꺼버리는 무심한 성격!

태현은 잠시 멈칫했다가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남은 국밥을 먹었다.

‘별거 아니겠지.’

* * *

“후. 예리한 자식.”

집에 혼자 남은 김태산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태현이 보고 있지는 않겠지?

태현의 생각이 맞았다. 그는 게임을 시작한 지 조금 되었던 것이다.

태현한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말했다가는 와서 날 공격할 놈이니까!’

이 부자(父子)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김태산은 아들의 실력을 믿었다. 태현이 언제나 괴팍한 짓만 하기는 했지만, 한 번 마음 먹으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PK를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정말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김태산은 판타지 온라인 2에서 지금 약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레벨이 엄청나게 높거나 실력이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레벨이 높을 수가 없었다. 실력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에서 격투기를 잘 하기는 했지만 가상현실게임에서의 싸움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현질이었다.

김태산은 캡슐에 들어가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자 화려한 장비로 온몸을 도배하고 있는 오크가 나타났다.

겉모습에서 미적 감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일단 화려하고 크면 다 몸에 붙인 괴악한 겉모습!

무슨 못생긴 황금 공작새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달고 있는 건 잘 생긴 엘프가 아니라 험악하게 생기고 덩치가 큰 오크였다.

김태산은 오크를 좋아했다.

‘암. 남자라면 역시 오크지!’

화끈하고, 박력 있고, 덩치 크고, 정력 좋고, 힘세고…….

하여튼 김태산이 좋아하는 요소는 다 있는 게 오크!

그래서 시작할 때도 오크로 시작했다. 게다가 혼자 시작한 게 아니었다.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오셨다! 인사 드려라!

리X지 때부터 같이 했던 길드원들을 다시 연락해서, 판타지 온라인 2를 같이하자고 꼬신 것!

리X지 때는 젊었던 길드원들도 이제 다 40, 50을 넘어가는 아저씨들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성격과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김태산이 하자고 하자마자 바로 우르르 모여서 외쳤다.

-우리가 접수하는 거다!

-그래! 리X지 때처럼! 최대한 빨리 세력을 모으자고!

-세력을 모은 다음 이 지역, 이 지역, 이 지역을 점령하는 거야! 그리고 세금을 걷는 거지!

-아주 좋아!

5분도 되지 않아서 아주 악당 같은 계획을 세우는 길드원들을 보고 김태산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가 예전에 했던 짓이 있는데.

태현이 알면 쪽팔려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젊었을 때 김태산은 리X지에서 거대 길드의 군주로 불렸었다.

성과 성 주변의 지역을 철권으로 통제하며, 반항하는 플레이어는 가차 없이 죽였던 악당 플레이어!

물론 지금 생각하면 철없던 시절에 했던 부끄러운 짓이지만, 여기 모인 길드원들은 다시 그런 걸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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