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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3화 (83/1,826)

§ 나는 될놈이다 83화

고대 신의 망령은 공격을 멈추고 몸을 넓혀 제단을 감쌌다. 마법에 혹시 부서질까 봐 방어에 들어간 것이다.

그 틈을 태현은 놓치지 않았다.

타타타타탁-

마법이 날아오는 동안 잘못 끼어들면 아군이라도 같이 다칠 수 있었다.

범위 마법은 원래 아군을 봐주지 않았다.

그러나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용감한 행동에 명성이 오릅니다!]

[왕국 해군 제3함대 내에서 당신의 평가가 오릅니다!]

[칭호: 공포를 모르는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공포를 모르는 자

공포를 모르는 자: 위험한 마법이 당신 앞에 꽂혀도 당신은 겁먹지 않고 달려듭니다. 어떤 강한 적이 있어도 당신은 도망치지 않고 덤벼듭니다. 당신의 겁 없는 용기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공포 관련 스킬에 면역.

공포 관련 스킬에 면역.

사기 중의 사기나 다름없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태현은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좋은 스킬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좋아할 수도 없었다.

고대 신의 망령이 바로 태현을 견제하려고 몸을 늘리고 있었던 것이다.

콱! 콱! 콰콰콰콱!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미꾸라지 같은!

[고대 신의 망령이 ‘망령이 쏘아내는 충격파’를 던전 전체에 쏘아냅니다!]

“……!”

“으아아악! 피해!”

“아이고!”

지하홀 전체에 충격파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망령 전사들과 싸우던 병사들은 기겁해서 피하기 시작했다.

두 대장장이는 비명을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살려줘! 여기서 죽기는 너무 억울하다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태현은 피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앞으로 계속 달렸다. 행운으로 회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쿵-

“……!”

그러나 이 충격파는 회피가 되지 않았다. 태현은 몸이 흔들리고 HP가 쭉 깎이는 걸 보고 혀를 찼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어디를 기어오르는 거냐!

태현이 제단 앞까지 오자 고대 신의 망령은 다시 태현만을 노리기 시작했다.

충격파들이 무수히 날아오며 주변을 부쉈다.

‘궤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럴 때 가장 안 좋은 습관은 눈을 감는 것이었다.

가상현실게임이다 보니 이럴 때 앞에서 날아오는 충격파들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현은 눈을 감지 않았다. 끝까지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몸을 움직여 피했다.

민첩 스탯이 높은 도적 플레이어들이 종종 하는 묘기였지만, 태현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민첩 스탯으로 이런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공할 만한 동체시력과 반사속도였다.

팍! 파팍!

-죽어라, 후계자!

고대 신의 망령은 태현을 몰아넣고 충격파를 쏟아부었다. 앞뒤, 양옆에서 전부 들어오는 공격!

-그림자 도약!

태현은 아끼고 아꼈던 스킬을 지금 사용했다. 폭발적으로 뛰어오른 태현은 제단 꼭대기에 순간적으로 착지했다.

얼굴도 없는 고대 신의 망령이었지만, 태현은 고대 신의 망령과 눈을 마주친 기분이었다.

그러자 상대의 기분이 느껴졌다.

상대는 당황하고 있었다.

치익-

-그, 그건…….

“이것도 다 막을 수 있겠어?”

태현은 말과 함께 폭탄 더미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제단과 붙은 상황에서 폭탄이 떨어지자 고대 신의 망령은 허겁지겁 폭탄을 치우려고 했다.

-안 돼!

촉수가 날아들자 태현은 검을 휘둘러 촉수를 잘라냈다.

-이놈이!

“하하! 폭발이다! 폭발!”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미안한데 난 피할 자신이 있거든!”

치지지직-

폭탄의 심지 하나가 다 타들어갔다. 그리고 메시지창이 떴다.

[불안정한 제작 과정 때문에 폭탄이 터지지 않습니다.]

“……?”

-……?

고대 신의 망령도, 태현도 폭탄 무더기를 쳐다보았다.

-방금 안 터지지 않았나?

“아니, 늦게 터지도록 만든 거다!”

-안 터진 거 같은데?

“못 믿겠으면 다가와 보던가!”

-그러도록 하지!

고대 신의 망령은 태현의 폭탄이 터지지 않은 걸 깨닫고 비웃으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다른 폭탄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제작 과정 때문에 화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꽈꽈꽈과과광!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까 불발된 폭탄도 같이 터졌다.

-크아아악!

고대 신의 망령이 지키려던 제단 윗부분이 박살 나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폭발은 멈추지 않았다.

[불안정한 제작 과정 때문에 폭발 범위가 고정됩니다.]

콰콰쾅!

-카아악!

폭발이 직격으로 몸통에 들어오자 고대 신의 망령은 괴로움으로 몸부림쳤다.

[불안정한 제작 과정 때문에 폭탄이 순간이동합니다.]

“뭐?”

태현은 놀라서 멈칫했다. 페널티가 있다고 해도 불발되거나 좀 더 세게 터지거나 할 줄 알았는데, 순간이동이라니.

‘아니,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설마 병사들 사이로 가서 터지면……!

역대급 팀킬이다!

그러나 폭탄은 고대 신의 망령 몸속으로 가서 터졌다.

-끄아아아악!

‘휴.’

폭탄은 제각각 터지기 시작했다. 좀 버티던 제단도 결국 무너져내렸다.

* * *

-크으으으…….

[고대 신의 망령이 갖고 있던 힘의 원천을 보호하던 제단이 파괴되었습니다.]

[고대 신의 망령이 약해집니다.]

무너진 제단 사이에서, 태현이 흙먼지를 털며 걸어나왔다.

그 엄청난 폭발 사이에서도 태현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행운!

스르릉-

태현은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 고대 신의 망령을 끝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후, 후계자…… 이놈…….

“이 지긋지긋한 싸움도 이제 끝낼 때가 됐지. 안 그래?”

-오냐. 와 보거라! 나는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고대 신의 망령이 몸을 줄이기 시작했다. 거대했던 덩어리가 망령 전사 크기로 줄어들었다.

‘힘을 모으는 건가?’

-도망치고 도망쳤지만 마지막에는 정정당당하게 내 칼을 받거라, 후계자여!

고대 신의 망령은 몸을 줄여서 칼을 만든 다음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태현은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응? 뭐라고?”

태현의 손에 들린 건 아까 만든 성수가 들린 가죽 물통!

-그건 뭐…….

태현은 대답 대신 달려들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공격의 원!

고대 신의 망령은 몸이 작아진 대신 속도가 빨라졌다. 빠르게 공격을 피하며 태현에게 역습을 가해왔다.

태현은 칼을 맞부딪히고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물통을 터뜨렸다.

푸확!

[고대 신의 망령이 성수를 맞고 약화됩니다.]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끄아악! 후계자! 끝까지 비겁한 짓을! 비겁하고 비겁하다!

“억울하면 너도 해!”

태현은 대답 대신 검을 휘둘러 고대 신의 망령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봉쇄된 고대 신의 망령은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다가 사제들이 태현에게 온갖 축복을 걸어주기 시작했다.

-활력이 넘치는 팔!

-신이 속삭이는 검날!

퍽! 퍼퍼퍽! 퍼퍼퍼퍽!

-아, 안 돼……! 내가, 이렇게 질 수는……!

[고대 신의 망령을 쓰러뜨렸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응??’

너무 많이 뜨는 레벨 업 창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레벨 업을 해도 되나?

이름 : 김태현

레벨 : 45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5245

MP : 4935

힘 : 211 (+35)

민첩 : 234(+35)

체력 : 250(+35)

지혜 : 219(+35)

행운 : 1601(+35)

보너스 스탯: 0

순식간에 30대를 돌파하고 40대에 안착한 레벨. 레벨만 따져도 중간은 가는 수준이었다.

무식한 스탯 양만 따지면 랭커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

<아키서스의 변덕> 스킬 때문에 스탯 양이 올라간 것이다. 랜덤 배분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섬 전체에 깔린 던전이 사라집니다.]

[명성이 750 오릅니다.]

[악명이 150 오릅니다.]

‘악명은 왜?!’

현재 명성이 1800, 악명이 870이었다. 악명 수치가 무섭게 높아지고 있었지만 명성 수치가 높아서 아직은 괜찮았다.

[‘고대 신의 언데드 소환 비법서’를 얻었습니다.]

[‘망령의 정수’를 얻었습니다.]

‘마법서다!’

태현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법서. 쓰면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아이템.

태현이 지금 가장 원하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언데드 소환이라는 게 좀 아쉬웠지만…….

‘원거리 공격 마법이 좋은데.’

언데드 소환도 꽤나 좋은 마법이었다. 태현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고대 신의 언데드 소환 비법서:

먼 옛날 사교도들이 사용하던 언데드 소환의 비법이다. 사용하면 마법 <저주받은 언데드 소환>을 배울 수 있다.

사용 시 악명 500 상승. 행운 100 감소.

“…….”

태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좋은 스킬이기는 했지만, 페널티가 너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심플하게 악명이 500 오르고 행운이 100 감소한다니.

이게 무슨……!

‘행운은 괜찮은데, 악명은 이제 슬슬 위험하지 않나?’

태현은 망령 전사의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악명이 많이 오른 것도 이 검을 쓴 것 때문 같았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망령의 정수는?’

고대 신의 망령에게서 나온 아이템이니만큼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망령의 정수:

고대 신의 망령에게서 나온 정수다. 이 정수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가장 어둡고 깊은 사령술을 쓸 수 있게 된다.

사용 시 일시적으로 ‘고대 신의 망령’으로 변신 가능.

“!!!!”

이것도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아이템이었다.

섬 전체를 그렇게 지배하던 고대 신의 망령으로 변신할 수 있다니.

고대 신의 망령은 지능이 좀 낮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활용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강력할 게 분명했다.

벌써부터 태현의 머릿속에서는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계획이 빠르게 지나갔다.

‘적이 있는 성에 가서 이걸 쓴 다음 언데드들을 일으키고…….’

남 괴롭히는 데에는 정말 타고난 재능!

* * *

“정말 고생이 많았군. 부하들에게 들었네. 혼자서 그 강력한 적을 쓰러뜨렸다고. 정말로 해군에 들어올 생각이 없나? 들어온다면 내 부관 자리를 줄 수도 있네.”

<아탈리 왕국 해군의 부관>

뛰어난 제독 브랑송은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하다. 그런 그에게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평가를 뚫고 브랑송의 마음에 들었다. 브랑송은 당신을 부관으로 삼아 바다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한다.

받아들일 경우 브랑송의 부관으로 아탈리 왕국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

보상: 브랑송의 부관.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환호를 했을 것이다. 받고서 들어가면 아탈리 왕국과 깊숙하게 관련된 퀘스트를 깰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적이 예전에도 있었다.

‘비전 대장장이로 전직하라고 그랬었지?’

“마음만 받겠습니다.”

1초도 고민하지 않는 거절!

“그런가? 아쉽군. 어쩔 수 없지.”

“저는 그러면 조금 쉬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 배에서 가장 좋은 방을 주겠네.”

태현이 피곤한 척을 하자 브랑송은 대화를 멈추고 쉴 곳을 안내해주었다.

물론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흥분되는 상태였다.

이번 섬과 관련된 거대한 퀘스트가 막 끝난 상황. 이제야 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섬에서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뭘 해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고급 선실로 향하는 태현의 눈앞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창들이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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