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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0화 (80/1,826)

§ 나는 될놈이다 80화

태현은 갑자기 주현영한테 급격히 호감이 생겼다. 비주류 직업을 고르고, 노가다를 좋아한다니.

성격만 조금 더 더럽고 꼬여 있으면 완전히 태현 아닌가.

“레시피라도 알려줄까? 요리 스킬 지도나.”

“네? 아뇨. 괜찮아요. 스스로 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

이 무슨 기특함!

저 뒤의 대장장이들은 어떻게든 콩고물 하나 얻어먹으려고 추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 주현영의 모습은 순수한 감동이었다.

‘본 좀 받아라.’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우정식의 멱살을 잡고서 투덕거리던 김지산이 태현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아냐. 아무것도. 그냥 갑옷이나 만져줘라.”

그러자 셋이 다투기 시작했다.

“내가 할게!”

“나이도 있으신 분이 무슨! 이런 건 어린 사람이 하겠습니다!”

“나이 대접해 줄 거면 이 멱살부터 놔라!”

* * *

[‘즉석 생선 수프 요리’를 만듭니다. 두 요리사가 같이 만들기에 요리 스킬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서로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요리를 진짜…… 잘하는데?’

태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재료를 손질했다. 주현영의 손놀림은 아무리 봐도 초보가 아니었다.

물론 가상현실게임이다 보니, 고렙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그런 직업을 안 가져도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주고는 했다.

대장장이 랭커가 망치질을 하는 걸 보면 정말 현실에서 대장간 운영하나 싶을 정도!

그렇지만 주현영은 그렇게 레벨이 높은 것 같지도 않은데 손놀림에 빈틈이 없었다.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게 마치 십 년은 넘게 수련한 고수 같은 움직임!

주현영은 태현이 그녀의 손을 쳐다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제가 뭐 잘못하고 있나요?”

“아니, 요리를 잘한다 싶어서.”

“현실에서도 요리를 하거든요.”

“……!”

역시 그랬나. 태현은 그럴듯하다 싶었다. 저런 손놀림은 하루 이틀 해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가족들은 그래서 ‘게임에서도 요리를 하냐!’이러는데, 저는 요리가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요.”

“그렇지. 그렇지.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

태현과 주현영은 말이 딱딱 맞았다. 둘은 즐겁게 떠들면서 요리를 했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요리사의 요리 스킬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즉석 생선 수프 요리’의 평가가 좋으면 추가로 경험치를 받습니다.]

“다 됐습니다! 와서 드세요!”

“오오! 감사합니다!”

요리가 끝나자 병사들은 우르르 몰려와 줄을 서기 시작했다. 태현이 직접 요리를 해주자 병사들은 매우 황송해했다.

“이거, 저희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하. 괜찮네. 자네들이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도 못 해주면 그게 사람인가?”

태현은 가식적인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병사들을 대했다. 병사들은 더욱 감격했다.

[왕국 해군 제3함대 내에서 당신의 평가가 올라갑니다.]

[병사들을 지휘할 때 더 높은 효과를 받습니다.]

‘병사들 지휘는 무슨…….’

태현은 해군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지금 괜히 들어갔다가는 계획 자체가 꼬이는 상황.

그래도 병사들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다. 평가가 올라가면 다른 퀘스트를 할 때 더 편해질 테니까.

당장 지금 던전을 깨는 것뿐만이 아니라, 언제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

“자자. 내가 직접 떠주지. 많이 먹고 힘을 내게.”

“감사합니다!”

“좀 지친 거 같아 보이는데. 자네 대신 내가 싸우는 건 어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젠장.’

끝까지 싸우게 해주지는 않았다.

[병사들이 대만족합니다.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처음으로 두 요리사가 협력해서 만든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제자를 들일 수 있습니다.]

‘응?’

[제자를 들일 수 있습니다. 현재 선택 가능한 제자는 화술, 요리,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입니다. 제자는 비교적 빠르게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제자의 스킬 레벨에 따라 보너스를 받습니다.]

‘패스.’

제자고 뭐고 간에 지금 귀찮은 사람을 늘릴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벌린 일이 많아서 귀찮아 죽겠는데…….

“왜 그러세요?”

“이상한 창이 떠서.”

“이상한 창이요?”

“그러고 보니 제자 시스템 아나?”

“들어는 봤어요. 스승-제자 식으로 해서 빠르게 키워주는 거잖아요.”

‘의외로 유명하네?’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는 없었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원래 잘 알려져 있었나?”

“대형 길드는 그런 식으로 키워준다고 하던데요.”

“아. 그렇겠네.”

“대단하시네요.”

“뭐가?”

“제자 창 떴다는 거 아닌가요? 실력 없으면 잘 뜨지도 않아요.”

“제자 가르치는 것도 조건이 있나?”

“정확한 조건은 아마 안 나왔을 걸요? 아마 스킬이랑 레벨, 명성이나 그런 게 상관이 있는 거 같은데…….”

태현은 대충 알아차렸다. 저런 것들이 어느 정도 넘어야 나오는 것 같았다.

하긴 레벨 1짜리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도 웃길 테니까.

“제자로 들어올래?”

“네? 그래도 괜찮아요?”

태현은 주현영에게서 커다란 가능성을 보았다.

자기 직업을 좋아하고, 지루한 노가다를 재밌게 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모습.

원래 저런 사람이 크게 되는 법이었다.

성격이 너무 올곧은 게 좀 마음에 걸렸지만…….

‘좀 더 치사한 성격이었으면 완전히 나하고 잘 맞았을 텐데.’

사악하기 그지 이를 데 없는 생각! 주현영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어 할 생각이었다. 성격이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

주현영이 제자로 들어온다면 태현에게도 손해가 아닐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면 태현에게 알아서 보너스가 들어올 테니까.

“나는 상관이 없어. 그렇지만 문제가 있는데, 내가 요리사 직업이 아니거든.”

“요리 잘하면 요리사 직업이 굳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직업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태현은 다시 한번 눈부심을 느꼈다.

“좋아. 그러면 해보자고.”

[주현영 님에게 ‘요리’ 제자로 들어오라고 권하겠습니까?]

“권하겠어.”

[주현영 님이 제자로 들어옵니다. 주현영 님의 성장에 따라 추가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요리사 직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스승 역할의 페널티가 있습니다.]

[전설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으로 페널티가 상쇄됩니다.]

“어라?”

주현영도 메시지창을 확인했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왜 그래?”

“이름이 김태산이 아니라 김태현이었나요?”

‘아차.’

제자-스승 시스템은 본명을 나오게 하는 것 같았다. 처음 하는 것인지라 놓치고 있었다.

“김태산은 가명이야.”

“왜 가명을?”

“진짜 이름 쓰고 다니면 귀찮게 하는 사람 많잖아.”

“아. 그렇겠네요. 그래도 아쉽지 않아요? 그렇게 좋은 일을 하고 인기를 끌었는데. 방송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 하나 얻으려고 되게 노력하던데요.”

“방송을 안 하니까…… 그보다 잠깐만. 좋은 일을 하고 인기를 끈다는 게 무슨 소리지?”

“네? 아. 그러니까 김태산 씨…….”

“그냥 김태현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좀 조심해주고.”

“네네. 김태현 씨는 사람들 모아서 여기 데려왔잖아요. 원래라면 받기 힘든 퀘스트였는데 덕분에 다들 퀘스트를 할 수 있었고요.”

“으음…… 엄청나게 긍정적인 반응인데, 계속해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욕하는 동안 주현영은 긍정적으로 요리를 했기에,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리고 해적들한테 잡혔을 때도 구하러 왔고, 망령 전사들 사이 뚫고 탈출할 때도 혼자서 싸우셨으니까,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요.”

“음…… 그게…… 그래. 뭐…….”

태현은 연신 말끝을 흐렸다. 이게 이렇게 되나?

원래 대놓고 나쁜 짓을 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김태산이라는 가명을 쓴 거였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어 있었다.

‘거 참 기분 묘하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영웅 취급을 받기는 했었지만, 그건 대장장이라는 직업으로 독특하게 랭커들을 썰고 다녀서였지 사람들을 도와줘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걸로 따지면 오히려 이세연이 더 유명했다.

“어쨌든 난 방송할 생각 없으니까 그런 인기는 별로 신경 안 써.”

“대단하시네요. 게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어느 정도 신경을 쓰던데.”

“인기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마지막을 결정짓는 건 실력이라고.”

인기가 아무리 좋아 봤자 일대일에서 지는 걸 막아주지는 않았다.

태현의 말을 주현영은 다르게 이해했는지 다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러네요. 인기나 그런 거 신경 쓰는 것보다 자기 플레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정말 맞는 말 같아요. 기억해둬야지.”

“맞는 말인데…… 그거 꼭 그렇게 다시 반복해서 말해야 해?”

“잠깐만요. 적어놓게 다시 말해주실래요?”

“그만둬……!”

자기가 한 말을 무슨 명언처럼 다시 말하니 은근히 부끄러웠다.

“네? 뭐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요리나 해보자고. 여기서 가르쳐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요리 스킬에는 ‘재료 파악’과 ‘독 제작’이 있습니다.]

[현재 요리에서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보정과 행운 보정을 받고 있습니다. 요리를 가르쳐줄 경우 두 가지 보정을 따로 스킬로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행운의 요리>

사용자의 행운에 따라 달라지는 요리. 요리의 재료를 마음대로 넣어도 일품의 요리로 나오는 것이 요리사의 진정한 실력이다.

<신성 요리>

사용자의 신성에 따라 달라지는 요리. 신을 믿는 신자들을 위한 요리법으로, 그 교단의 명성에 따라 요리법도 달라진다.

[현재 교단이 없습니다. 신성 요리는 가르쳐줄 수 없습니다.]

‘아, 이런 식이군.’

태현이 요리를 할 때면 행운 스탯의 보정을 강하게 받았다. 아까 대충 넣었는데도 일품 요리가 나온 건 요리 스킬도 스킬이지만 행운 덕분이 컸다.

그런 요리 방법을 다른 사람한테 가르쳐 줄 때면 이런 식으로 스킬이 되어서 나오는 것 같았다.

-일단 재료 파악, 독 제작 스킬을 가르쳐주고, 행운의 요리를 가르쳐주겠어.

“앗. 스킬이 생겼어요.”

주현영은 새로 생긴 스킬 창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재료 파악, 와. 이거 좋아 보이는데요? 독 제작. 독 제작?”

독 제작이란 스킬을 보고 주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요리사 스킬인데 왜 독 제작이 있죠?”

“요리사도 가끔 독 만들 수도 있지. 배워둬. 배워둬.”

“그,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싫어하는 사람 요리에 침 뱉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듣다 보면 그럴듯한 태현의 궤변!

주현영은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행운의 요리요? 어. 저 행운 스탯 거의 없는데.”

“가르치다 보면 조금 올라갈 거니까, 틈틈이 배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행운 스탯은 쓸모가 있나요? 다들 별로라고 하던데.”

“글…… 쎄?”

태현은 표정을 관리하며 그렇게 말했다. 행운 스탯에 올인을 한 태현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행운 스탯이 좋아!’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1000 넘게 찍어야 효과가 좋은 스탯을 어떻게 추천하겠는가!

미친놈 취급받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주현영은 배운 스킬을 즉석에서 열심히 써보았다.

사실 태현은 재료 파악보다 독 제작을 더 좋아했지만, 주현영은 독 제작이 아니라 재료 파악을 이곳저곳에 사용했다.

인성의 차이였다.

‘정말 그릇이 큰 사람이구나.’

주현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플레이어들을 모아서 좋은 퀘스트를 주고, 플레이어들이 위험에 빠지자 먼저 나서서 지키고, 그런데도 인기는 신경 쓰지 않아서 가명을 쓰고 복면을 썼다.

그릇이 큰 사람만이 가능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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