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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6화 (76/1,826)

§ 나는 될놈이다 76화

망령 전사들의 포위망을 뚫기 전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 약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으니까.

대장장이들은 갖고 있던 아이템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입을 수 있는 건 입히고 입지 못하는 건 스킬을 써서라도 입었다.

대장장이 스킬 중 하나인, 아이템의 성능을 낮춰서 입는 <무구 맞춤 조작> 스킬.

대신 레벨 제한이나 스탯 제한을 못 맞춰도 입을 수 있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장비를 재빠르게 수리하고 일시적으로 버프를 걸었다.

“모두 장비 갖고 와!”

“레벨이 얼마나 되지? 지금 이거 입을 수 있어?”

요리사들은 갖고 있는 재료를 탈탈 털어서 요리를 시작했다. 지금 움직일 때 최대한 체력을 올릴 수 있는 게 필요했다.

“향신료 남는 거 있냐?”

“아까 거기서 갖고 온 거 있는데…… 이거 유통기한 지난 거 아냐?”

“지금 그런 거 따질 때냐! 일단 넣어! 넣고 봐!”

음유시인은 빠르게 곡을 준비했다.

“여기서는 하프를 쓸까 기타를 쓸까?”

“곡 가사는 뭐로 하지? 저번에 지어놓은 거 그대로 써도 되나?”

“저번에 지어놓은 게 뭔데?”

“우리를 속이고 여기까지 데려온 상단 놈들 저주하는 노래 있잖아.”

“너 미쳤냐? 가사 바꿔!”

그리고 태현은 플레이어들을 구박했다.

“대장장이 맞냐? 응? 어떻게 그렇게 손이 느리지? 지금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거였어? 이런 젠장. 나는 멈춘 상태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두드려서 아이템이 수리가 되나? 아니, 박살이 날 것 같다!”

듣던 대장장이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고일 정도의 갈굼!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갈궈도 속도가 빨라지지 않자 직접 잡은 것이다.

“내놔!”

“예?”

“내놓으라고. 안 들려?”

대장장이 플레이어, 우정식은 망치를 놓고 비켜섰다. 속으로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뭘 보는 거야?”

일어난 우정식은 옆에서 김지산과 박성찬이 빤히 쳐다보자 짜증을 냈다.

김지산과 박성찬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도 이미 경험한 일이었다.

“곧 알게 될 겁니다.”

“뭘 알게 되는데?”

“그보다 우정식 씨. 저번에 내기했었잖아요. 바다에서 헤엄쳐 간다고.”

“……!”

우정식은 기겁했다. 생각해 보니 그런 내기를 했었지?

“아, 아니. 그건 그냥 농담…….”

“그거 녹화도 했거든요?”

“아니!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 어떻게 사나! 내가 그러면 정말 헤엄쳐 가야 해?!”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뻔뻔해졌다. 우정식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그거 취소해 주는 대신 다른 걸로 갚으실래요?”

우정식에게도 솔깃한 소리였다.

“뭔데?”

“김태산 씨랑 친하게 지내지 않기로.”

“뭐? 내가 저런 인간이랑 왜 친하게 지내?”

우정식은 기가 막혀서 되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신이 나서 ‘김태산은 원래 착한 사람인데 표현이 거친 거야!’이러고 있었지만, 우정식은 아니었다.

애초에 착한 사람이면 속여서 섬에 데리고 오지도 않았겠지!

섬에 와서 한 노가다를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그러면 지금 약속하시죠?”

“좋아. 좋아! 그걸로 좋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우정식은 신나서 빠르게 말했다.

“나는 저 인간하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

“어길 경우에는?”

“뭐?”

“어길 경우에는 어떻게 하실 건지도 말해주세요.”

“알겠어! 어기면 진짜로 바다에서 헤엄쳐서 육지까지 간다!”

“좋아요.”

김지산과 박성찬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같은 대장장이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

그러는 사이 태현은 빠르게 작업을 끝냈다. 다른 대장장이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뜰 정도로 빠른 작업 속도였다.

“다 됐다. 나머지 점검하고 입혀!”

“예!”

우정식은 갑옷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얼마나 잘했나 궁금해진 것이다.

‘뭐, 어차피 그렇게 급하게 했으니 엉망이겠지…… 우리가 한 것보다…….’

“크허억?!”

우정식은 기겁해서 갑옷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저 두 놈이 이런 약속을 시켰는지!

“야, 이 치사한 놈들아!”

“이미 끝났습니다!”

* * *

“이, 이건 카테란드 앞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생선과 해적들이 쓰던 향신료 네 가지를 사용해서 만든 신선한 구이 요리입니다. 낚시꾼분들이 아주 좋은 재료를 갖고 와서 요리도…….”

요리사들은 태현이 오자 긴장해서 말을 더듬었다.

방금 대장장이들 사이에서 태현이 구박한 걸 봤기 때문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대장장이들은 태현이 지나가고 난 다음 자기들끼리 놀라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거 진짜 어떻게 한 거냐고!?”

“이런 대장장이 직업 아는 사람?!”

“야! 이거 뭐냐 대체!”

요리사들 입장에서는 ‘쟤네 대체 왜 저러냐’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태현이었다.

태현은 생선구이 요리를 한 점 집어서 먹었다.

[향신료 네 가지를 사용한 카바다 생선구이를 먹었습니다.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체력이 5% 증가합니다.]

[요리 수준이 낮아 요리 스킬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쯧.’

날로 먹는 스킬 상승을 기대했지만, 역시 그거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요리사 중 한 명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 요리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군.”

“헉, 무슨 문제입니까?”

“이걸 이제야 내가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지.”

칭찬이었다. 요리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일찍 먹어봤다면 요리 실력이 이렇다는 걸 미리 알았을 테니 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

“농담이야. 괜찮게 했어. 그런데 양이 좀 적군.”

지금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몇 명인데, 완성된 요리는 너무 적었다.

요리사들이 자신 있는 요리를 하다 보니 양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그, 양 많은 요리 하면 질이 안 좋아지는데…….”

“그건 핑계지. 내가 요리 하나 할 테니 재료 좀 내놔봐.”

“예? 아니, 그래도 그건 좀…….”

태현은 요리사를 밀치고 솥 앞에 섰다. 어차피 시간이 없으니 복잡한 요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합니다. 요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가장 쉬운 건 역시 재료 다 넣고 끓이는 잡탕 수프! 태현은 잡히는 대로 덥석덥석 재료를 넣어서 솥 안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요리사들은 기겁해서 펄쩍 뛸 장면!

“그, 그 재료는……!”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현은 눈빛으로 요리사들을 제압했다. ‘괜히 방해하면 한 대 때리겠다’는 눈빛!

“이 향신료는 뭐지?”

“그건 카바다 생선이 맛이 강해서 빼놓은 향신료입니다. 둘을 같이 넣으면 조화롭지가 않죠.”

“그래?”

태현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향신료를 솥 안으로 부어 넣었다. 요리사들은 펄쩍 뛰었다.

“안 됩니다!”

“이미 넣었어.”

태현은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대충 넣을 수 있는 재료면 무조건 다 들이부었다.

“좀 짠 거 같지?”

“…….”

“좀 짠 거 같네. 물 좀 갖고 와라.”

점점 솥 안에 든 수프 양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먹을 양은 충분할 것 같았다.

맛이 문제지!

“이번에는 좀 싱거운가? 저기서 남은 재료 좀 갖고와 봐.”

“예? 저 생선은 남은 건데…….”

“바다 생선이니까 약간 소금기가 있겠지?”

“커허헉!”

아무거나 다 집어넣는 미친 요리 센스! 태현을 본 요리사들은 자신의 세계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완성. 누가 먼저 먹어볼래?”

“…….”

요리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좋은 요리를 먹으면 스탯이나 다른 것에 보너스를 받지만, 나쁜 요리를 먹으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

독 데미지나 복통은 약한 케이스였고, 심할 경우에는 먹는 것으로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태현이 만든 요리는 아무리 봐도 좋은 요리 같지가 않았다. 잘못 먹었다가는 훅 갈 요리!

“가장 먼저 먹는 게 좋을 텐데.”

다른 사람이 만든 요리를 가장 먼저 먹는 사람한테는 추가 보너스가 있었다.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이었다.

요리사들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지만…….

‘이 요리 보너스는 별로 받고 싶지 않아!’

‘맞아!’

모두가 계속 머뭇거리자, 결국 요리사 한 명이 나왔다. 나온 요리사의 얼굴에는 결연한 각오가 엿보였다.

‘죽으러 가냐?’

태현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요리사들은 감동한 것 같았다.

“현영아!”

“안 돼!”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그러면 네가 먹을래?”

“…….”

순식간에 전원이 꿀 먹은 벙어리행!

앞으로 걸어 나온 요리사, 주현영은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

“제가 먹을게요. 다른 분들은…….”

“그러든가. 너희들은 먹지 말고 그냥 너희들끼리 요리해서 먹어라.”

태현은 알아서 자기 밥상을 걷어차는 사람을 굳이 떠먹여 주고 싶지 않았다.

요리사들은 알아서 해서 먹어라!

그러나 요리사들은 좋아서 얼굴이 활짝 펴졌다. 태현은 그걸 보고 살짝 고민했다.

‘저것들 한 대 때릴까?’

그러는 사이 주현영은 수프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뛰어난 요리 실력과 미친 센스를 가진 요리사가 만든 생선 잡탕 수프를 먹었습니다. 체력이 영구적으로 5 오릅니다. 행운이 영구적으로 5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회피율이 30% 오릅니다.]

[뛰어난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요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레시피(74% 완성됨)를 얻었습니다. 완전하게 완성시키려면 추가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르르 뜨는 창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맛있어!’

주현영은 실제로 현실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입맛에도 이 요리는 정말로 맛있었다.

첫맛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칠맛, 이어지는 강렬한 매운맛. 대충대충 넣은 재료들이었지만 씹을수록 탄력까지 느껴졌다.

“현, 현영아. 괜찮아?”

“나 해독제 있는데. 빌려줄까?”

“응? 아니. 괜찮아. 이거 진짜 괜찮은데? 맛있어!”

듣던 요리사들은 살짝 감동했다. 사람이 얼마나 착하면 저런 걸 먹고서도 저렇게 말을 해주나!

태현이 화를 내지 않게 먹고서도 참다니. 모두의 눈가가 붉어졌다.

“더 먹어도 되나요?”

“안 돼. 다른 사람들 불러서 전부 먹여. 그리고 너희들은 먹지 말고.”

태현은 요리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먹으라고 해도 안 먹을 건데?’

‘왜 저런 소리를?’

요리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몰래 먹다가 걸리면 바다로 던져버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

요리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

“더 주세요!”

“야! 너 먹었으면 버프 받았잖아! 다른 사람도 먹어야 하니까 비켜!”

“아니, 너무 맛있어! 한 입만 더 먹고!”

요리사들이 입이 벌어졌다.

툭-

그들이 만든 생선구이 요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해서 만든 요리가 저 잡탕 생선 수프에 밀린 것이다.

“말도 안 돼!”

“아니, 저 요리가 우리 요리보다 맛있다는 거야?!”

“대체 무슨 맛이길래?!”

요리사 중 한 명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달려와서 솥에 손을 내밀었다.

캉!

그 순간 발 앞에 꽂히는 단검!

옆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아이템을 손보던 태현이 단검을 던진 것이었다.

태현은 요리사를 가리키더니, 다시 바다를 가리켰다.

-먹으면 바다에 던져버린다!

요리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제야 요리사들은 태현이 무슨 뜻으로 한 소리인지 깨달았다.

그만큼 요리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먹지 않은 그들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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