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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4화 (74/1,826)

§ 나는 될놈이다 74화

“데넬손! 너는 허튼짓 하지 말고 일단 내 공격을 피했어야 했다!”

“닥쳐라!”

데넬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한쪽 다리가 저렇게 베이면 자연스럽게 느려지게 마련.

망령의 저주는 견뎌내고 있지만 저렇게 느려지는 것만으로도 태현에게 밀리기 좋았다.

“네놈이 이상한 기술을 쓴다는 건 알겠다. 거기에 맞춰서 해주지!”

“……!”

데넬손은 칼을 앞으로 세우더니,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파도 연쇄 공격!

“안 통한다니깐?”

태현은 옆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해내고 앞으로 들어오는 공격은 능숙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데넬손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폭풍 같은 공격!

칼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잔상을 남겼다. 동시에 오러가 사납게 피어오르며 전 방향에서 태현을 덮쳤다.

한 번 막아내고 피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가 죽거나, 자기 체력이 다 닳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죽음의 연속 공격이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사나운 물결의 상처에 당했습니다.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합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데넬손은 태현이 엄청나게 회피율이 높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상대하기 위해서 명중률이 높고 엄청나게 공격이 많이 나오는 스킬만을 골라서 쓰고 있었다.

덕분에 완전히 다 빗나가지는 않았다.

가끔가다가 한 대씩 데미지가 크게 터지곤 했다.

‘무시무시하군.’

데넬손은 과연 악명이 높은 해적단의 대장을 할 만했다. 한 대를 맞아도 피가 쭉쭉 달았다.

심지어 제대로 맞지도 않았는데!

태현은 절대로 공격을 제대로 맞지 않았다. 무슨 한이 있더라도 공격을 흘리거나 빗겨 맞았다.

그런데도 명중이 뜨는 순간 피가 쭉쭉 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냉정했다. 밖에서 보면 위험해 보였지만, 실제로 위험하지는 않았다.

데넬손은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건 태현이었던 것이다.

태현의 레벨은 낮았지만 스탯은 많이 성장한 상황.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공격을 오래 할 수는 없을 거고.’

만약 정말로 HP가 위험해진다면?

‘바로 뒤로 도망치면 된다.’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데넬손을 도와줄 부하는 없는 상황!

태현으로서는 여유롭게 상대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공격을 견뎌냈습니다. 지구력이 1, 체력이 1 오릅니다.]

[아슬아슬하게 치명타를 피해냈습니다. 민첩이 1 오릅니다.]

‘응?’

계속 피하는 사이 뜨는 창들. 태현은 순간 깨닫는 바가 있었다.

‘데넬손 이 자식이 레벨이 높아서 조금만 피해도 이렇게 금방금방 스탯이 오르는구나!’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저 지하 던전도 클리어하고 싶었는데 고대 신의 망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망친 상황.

태현은 데넬손을 상대로 최대한 뽑아내기로 마음먹었다.

“헉, 헉헉…… 이 자식……!”

“아! 너무 강하다! 으악! 이러다가 질 것 같아!”

“……?”

멀리서 보던 루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인간이 왜 저러지?

“왜 저러는 겁니까?”

“글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닐걸.”

밖에서야 그렇게 보였지만 눈이 돌아가고 브레스를 한 대 맞은 데넬손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

태현이 밀리는 것 같자 끝까지 달라붙어서 공격을 퍼부었다.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크아악! 으아아악! 으허어억!”

“하하! 이제 너도 끝…… 음?”

연속 스킬을 끝낸 데넬손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비명은 지르고 있었지만 태현의 겉모습은 생각보다 멀쩡했던 것이다.

“네놈…… 설마…….”

“이런, 들켰나.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올렸지.”

데넬손의 혈압을 아주 끝까지 올려버리는 말이었다. 데넬손은 부들부들 떨었다. 저 얄미운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악마에게 빌어서라도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 죽이고 말겠다!”

“거. 말 험악하게 하네. 예전처럼 폼 잡던 너로 돌아오지그래? 악마한테 빈다고 악마가 힘을 빌려줄 거 같냐?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은데.”

“악마든 신이든 상관없다! 네놈은 반드시 죽인다!”

“그러니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콰콰콰콰콰콰쾅!

말과 함께 땅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나왔다.

“?!”

-후계자여, 감히 나를 속이고…… 외부의 존재를 끌어들이다니!

“죽은 게 아니었냐?!”

나온 건 고대 신의 망령이었다. 고대 신의 망령은 이글거리는 빛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제까지 계속 고대 신의 망령을 속인 태현은 시선을 피했다.

-땅 속으로 들어가서 공격을 피했다. 드래곤은 강력하지만 나 또한 강력한 존재! 제대로 맞지 않은 브레스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아, 진짜 끈질기네. 둘 다.”

-나는 결정을 내렸도다! 너처럼 비열한 사람은 화신의 후계자로서 자격이 없도다!

“……?”

-내 손으로 너를 끝장내주겠노라!

“아니, 무슨 이게 동네 이장 자리냐? 네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게? 애초에 나도 이거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 된 거야, 이 자식아! 어디서 네 마음대로야!”

태현은 고대 신의 망령에게 모욕적인 손짓을 보냈다.

고대 신의 망령은 데넬손보다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용용아! 브레스 한 방 더 날려라!”

-…….

대답이 없었다.

“용용아?”

“태, 태현 님. 저기 위에…….”

“……?”

태현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작고 금빛 나는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태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받았다.

“이 작고 귀여운 건 뭐냐?”

“방금 드래곤이…….”

“설마 그 거대한 드래곤이 이걸로 변했다는 농담을 하려는 건 아니지? 하하.”

“하하하…….”

루포는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본 태현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젠장.”

* * *

“용용아. 괜찮은 거 맞냐?”

-힘을…… 너무 많이 써서…….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신수를 고를 때, 태현은 작지만 안정적인 신수가 아닌, 강하지만 불안정한 신수를 골랐다.

‘그래. 완전한 드래곤을 부릴 수 있다면 그건 너무 사기지!’

골드 드래곤은 정말로 강력했지만, 대신 불안정했다. 힘을 많이 쓰면 이렇게 작아지는 것이다.

거의 겉모습만 보면 귀여운 펫 수준!

“언제 돌아오냐?”

-…….

대답이 없었다. 태현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야, 언제 돌아오냐니까?”

-나도 잘…….

“설마 영원히는 아니지?”

-그, 그것도 잘 모르겠다. 미안하다. 주인이여.

“…….”

태현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행운을 그렇게 써서 신수를 소환했는데, 잘못하면 일회용 브레스로 끝나게 생겼다.

“그러게 작작 좀 쓰지…… 됐다. 내가 언제 그거 믿고 살았냐.”

태현은 용용이를 손으로 집어 가방 속에 넣었다.

-푸흡! 뭐하는 거냐!

“약해졌으면 거기 들어가 있어.”

[신수의 충성도가 오릅니다.]

고대 신의 망령은 태현을 보며 광소하기 시작했다.

-그 드래곤도 이제 더 이상 힘을 빌릴 수 없는 모양이로구나! 드디어 네 종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걸 본 데넬손도 마찬가지로 광소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핫! 꼴좋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너도 이제 제대로 망할……커헉!”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고대 신의 망령이야 아직 쌩쌩하니까 저렇게 폼을 잡는데, 너는 뭘 믿고 내 앞에서 이렇게 까부는 거냐?”

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데넬손을 보며 말했다. 비웃다가 제대로 급소를 찔린 데넬손은 비틀거리며 물러서려고 했다.

“원래 시간 좀 끌면서 빨아먹으려고 했는데, 저놈이 살아 있으니 계획 변경이다. 루포! 올라와라! 이놈 죽이고 저놈 상대한다!”

“이 자식이 어디서!”

“안 통한다니까?”

콰콰콰쾅!

데넬손은 남은 힘을 짜내서 다시 공격했지만, 이미 공격은 단순해진 지 오래였다. 태현은 바로 반격의 원을 사용했다.

휘릭-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간 공격이 그대로 돌아가자, 데넬손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 이 내가 이렇게 죽을 수는 없……!”

[악명 높은 카테란드 해적단의 대장, 데넬손을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250 오릅니다.]

[카테란드 해적단과 관련 있는 NPC들이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칭호: ‘카테란드 바다의 질서를 가지고 온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카테란드 바다의 질서를 가지고 온 자

카테란드 바다의 질서를 가지고 온 자: 악명 높은 카테란드 해적단의 대장을 쓰러뜨리는 건 어마어마한 위업입니다. 항구의 시인이 당신의 이름을 노래할 것이고 왕국의 왕은 당신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바다 위에서 싸울 때 모든 능력치 +5% 증가.

간단하지만 어마어마한 효과였다. 창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응?’

갑자기 뜨는 레벨 업 창들. 태현은 순간 버그라도 생긴 줄 알았다.

아키서스의 화신 패시브 스킬 <신의 품격>은 행운에 따라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올라갔다.

태현의 행운 스탯은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

덕분에 태현은 레벨 업을 하는데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동시에 레벨 업을 하다니.

‘아무리 데넬손이 레벨이 높아도…… 아!’

태현은 그가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수 소환 스킬을 쓰느라 행운이 그만큼 내려간 것이다.

거기에 데넬손이라는 거물까지 겹치자 이런 레벨 업이 가능했다.

사실, 다른 플레이어가 데넬손을 잡았다면 레벨이 한 10은 넘게 올라가도 모자랐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해적왕의 저주받은 보물 지도를 얻었습니다.]

[완전히 박살 난 대해적의 갑옷을 얻었습니다.]

[완전히 박살 난 대해적의 목걸이를 얻었습니다.]

[완전히 박살 난…….]

아이템창을 보자 갑자기 아쉬워졌다. 드래곤 브레스 탓에 이 좋은 아이템들이 다 박살이 난 것이다.

원래라면 하나하나가 몇천만 원, 아니 몇억까지 갈지도 모르는 아이템들이었다. 지금 판타지 온라인 2에서 데넬손 정도가 쓰는 아이템이면 플레이어들이 구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아이템이었다.

‘이거 부서진 잔해도 어디에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쿵, 쿵, 쿵-

“……?”

다른 아이템들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태현은 들리는 소리에 바로 몸을 굴렸다. 방금까지 태현이 있었던 자리에 검은색 가시가 찍혔다.

콰직!

-아주 여유롭구나. 후계자여. 하지만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우리 좀 이성적으로 대화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응?”

태현은 검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물론 말하는 태현도 알고 있었다. 대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태현 님. 돕겠습니다!”

“잘 왔다.”

“어떻게 싸울까요? 명령만 내려주시죠.”

루포 정도 되는 NPC가 이렇게 ‘뭐든지 따르겠다’는 태도로 나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오늘 태현이 보여준 모습이 대단했던 것이다.

해적들을 상대로 속이고, 지하로 들어가 권능을 빼오고, 마지막에는 드래곤을 부리기까지.

이제 아무도 태현이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시간 끌어.”

“예?”

“시간 끌라고. 어차피 시간 끌면 왕국 해군이 올 거 아니야.”

“어…… 네…….”

“그러면 믿고 간다. 난 지금 갈 곳이 있어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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