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8화
[아키서스의 권능을 얻었습니다.]
[신성이 150 증가합니다.]
[명성이 150 증가합니다.]
[모든 스탯이 5 증가합니다.]
[직업 스킬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각 신전에 당신의 이름이 알려집니다.]
‘응?’
태현은 움찔했다. 방금 뭔가 불길한 메시지가 나온 것 같았는데?
[<신성 권능>의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신의 품격>의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직업 스킬 <신수 소환>을 얻었습니다.]
[권능을 얻음으로써 유일한 아키서스의 화신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고대 신의 망령이 깨어납니다.]
“뭐?”
콰콰콰콰콰쾅!
고대 신의 망령이 깨어난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제단이 터져나갔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는 성공했지만 태현은 제단에서 날아가 바닥에서 굴렀다.
뭔가 나올 때를 대비해 폭탄을 곳곳에 설치했지만, 제단이 먼저 날아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누가 감히 이 신성한 곳에 발을 디디느냐!
“……!”
제단이 터져 나간 곳에 나타난 건 거대한 검은 덩어리였다. 꿈틀거리는 암흑은 아주 깊게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화신의 후계자가 드디어 찾아왔구나! 나는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
“음?”
긴장하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안 싸워도 되는 건가?
“그러면 가도 되나?”
-침입자를 물리치는 것이 나의 사명. 화신의 후계자가 정당한 권능을 찾아가는 것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도다!
태현은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그냥 자기 할 말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냥 태현도 나가도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콰지직!
“……!”
순식간에 통로가 어둠으로 막혀버렸다. 속마음을 들킨 것에 태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맹세한 대로, 나는 정당한 화신의 후계자를 시험하겠노라! 나를 쓰러뜨려라!
“…….”
태현은 욕설이 나오는 걸 참아야 했다.
[고대 신의 망령이 제압 스킬을 사용합니다. 신성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콰아아앙!
고대 신의 망령 주변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바로 상태 이상에 빠졌을 스킬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신성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젠장…… 침입자도 막고, 후계자도 시험하고. 그런 건가?’
속으로 혀를 찼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태현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도망이지!’
태현은 주저하지 않고 설치된 폭탄을 작동시켰다.
콰콰콰콰콰쾅!
[정교한 장치로 폭탄을 폭발시켰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증가합니다.]
폭음과 함께 곳곳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고대 신의 망령이 막은 길이 뚫려버렸다.
-무슨 짓이냐! 후계자여! 정정당당하게 나를 상대해라!
“헛소리 하지 마라! 너를 쓰러뜨릴 생각이었다면 파티를 끌고 왔겠지!”
판타지 온라인 1에서는 대부분의 공략을 혼자서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부 다 계산을 한 뒤의 이야기였다.
계산이 서지 않을 때 멍청하게 덤벼들어서 죽는 건 절대로 태현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고대 신의 망령은 딱 봐도 엄청나게 강력한 보스 몬스터. 현재 태현이 몇 개 안 되는 스킬과 스탯만 믿고 덤비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일단 빠져나가야 했다. 어차피 권능은 얻은 상황. 보스 몬스터를 잡고 보상까지 얻을 필요는 없었다.
타타타탓-
[강력한 적을 상대로 연속해서 도망치는 데 성공합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지구력이 1 상승합니다.]
[스킬 <도망치기>를 얻었습니다.]
우르르 뜨는, 뭔가 굴욕적인 메시지창들!
방랑자의 신발에 달려 있는 <완전한 도주> 스킬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이동 속도를 준다면, <도망치기> 스킬은 도망칠 때 꾸준하게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이었다.
같이 쓴다면?
-거기 서라……!
“?!”
거리를 빠르게 벌린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제단 주변에서 못 나올 줄 알았는데, 놈이 밖으로 나와서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까지 오는 거야?’
궁금하기는 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원래 도망칠 때 가장 멍청한 짓이 뒤를 보면서 머뭇거리는 것이었다.
도망을 칠 때는 최선을 다해서!
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질주했다.
* * *
-돌아왔구나, 살아 있는 놈!
“저리 비켜!”
행운의 일격 4중첩!
태현은 고대의 망치로 살덩이 골렘을 후려갈겼다. 살덩이 골렘은 비틀거렸지만 껄껄 웃으며 버텼다.
-약하다! 살아 있는 놈! 이번에 내 공격을 받아봐라! 잠깐…… 어디를 가는 거냐! 또 도망가는 거냐!
태현이 바빠 죽겠는데 망치를 꺼내서 휘두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살덩이 골렘이 맞고 반격을 준비하느라 길을 내준 것이다.
태현은 잽싸게 그쪽으로 파고들어 다시 도망쳤다.
-거기 서라! 살아 있는 놈! 당장 돌아와…… 크허어억!
“……!”
살덩이 골렘이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쫓아온 고대 신의 망령이 그대로 살덩이 골렘을 집어삼킨 것이다.
거대한 어둠 덩어리가 살덩이 골렘을 집어삼키는 장면은 소름이 돋았다.
[살덩이 골렘을 쓰러뜨리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뭐?!”
달리던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도망치던 중이라도 이건 너무 놀라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직접 처치한 것도 아닌데, 도움을 줬다고 바로 레벨 업을 하다니.
그렇다면…….
‘망령 전사하고 살덩이 골렘의 경험치가 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단순히 계산해도 바로 짐작이 가는 어마어마한 경험치 양들!
태현은 도망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정도로 레벨 업이 가능한 사냥터였다면 차라리 그냥 던전 사냥을 각오하는 게 나았을지도 몰랐다. 이런 던전이 또 언제 나올지 알겠는가!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 태현은 가슴으로 울었다.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후계자!
그리고 그 뒤에서 끈질기게 쫓아오는 망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태현 님! 돌아오셨군요!”
“뛰어!”
“예?”
“뛰라고! 이 자식아! 귀 막혔냐!”
태현은 말 못 알아듣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낭비해주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달리면서 루포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그냥 그대로 달렸다.
“???”
던전의 입구에서 기다리던 루포는 당황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그리고 바로 이해했다.
저 멀리서 거대한 어둠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루포는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검사라지만 이런 좁은 통로에서, 저런 정체도 모르는 괴물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같이 가요! 같이 가자고요!”
둘은 던전의 입구를 지나 아까 내려온 천장의 구멍 밑까지 도착했다.
“밧줄 던져!”
“예!”
“먼저 간다!”
“예?”
루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태현은 먼저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 루포는 욕도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밧줄을 타고 따라서 올라갔다.
“헉, 헉헉…… 대체 저놈은 뭡니까?”
“나도 몰라. 제단에서 갑자기 나타났어!”
“제단이요? 그러면 아키서스의 권능은 얻으신 거죠? 얻었다고 해주세요!”
“당연히 얻었…….”
탁-
구멍으로 기어 나온 태현은 눈앞에 있는 걸 보고 눈을 깜박였다.
단단히 무장한 해적들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 * *
“하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태현은 양손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립니까…… 헉.”
바로 따라 올라온 루포는 분위기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무장한 해적들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들켰구나!
“당장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들 다 버리고 따라와라!”
첫 번째 줄에 서 있는 해적들은 창을 겨누고 있었다.
두 번째 줄에 서 있는 해적들은 장전된 석궁을 겨누고 있었다.
그 뒤에는 귀한 해적단 소속 마법사들까지 보였다.
‘들킨지 좀 된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급하게 모인 인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내려간 걸 알게 된 다음 단단히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태현은 루포에게 속삭였다.
“루포. 뚫을 수 있겠냐?”
“예? 이 포위를요?”
루포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카테란드 해적단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놈들을 보니, 해적단 중에서도 실력이 좀 되는 놈들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정말 실망이군. 우리는 너희를 믿고 들여보내 줬는데.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말이야.”
“맞아! 이런 신의도 없는 도둑놈들!”
해적단 백병대장이 말을 시작하자 다른 해적들이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일도 잘하고 해서 믿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그러나 태현은 당당했다.
“해적들이 뭐라는 거야?”
“뭐라고?”
“너희도 훔친 거잖아! 훔친 걸 다시 훔치는 게 뭐가 잘못이냐!”
해적들은 할 말이 없었다.
[화술로 말싸움에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악명이 1 오릅니다.]
물론 말싸움에 이긴다고 이 상황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시끄럽다! 이 도둑놈들. 너희 모두에게 이 책임을 묻겠다. 너희 상단 놈들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우리 데넬손 대장의 손바닥 위라 이거지!”
“대장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빨리 데리고 가자!”
해적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계산을 해봤다. 과연 그의 계산대로 될까?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할 것 같았다.
“데넬손은 어떻게 우리가 이런 짓을 한 걸 안 거지?”
“후후. 아무도 우리 대장을 속일 수는 없지.”
이미 완벽하게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해적은 입을 열었다.
[화술로 사람을 속이는 데 성공합니다. 스킬 <사기>를 얻습니다.]
“…….”
좋긴 좋았지만, 태현은 순간 회의감이 들었다.
왜 화술 관련 스킬은 이리도 잘 얻어지지?
* * *
데넬손이 잠에서 일어난 건 부하의 보고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냐?”
“대장님! 밑에서 보고가 있었습니다.”
“무슨 보고?”
“그 지하에 가둬놓은 귀족 놈 있잖습니까!”
“아. 그 시끄러운 놈.”
데넬손은 바로 알아들었다. 마르셀 백작은 해적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귀족 주제에 겁 많고 능력 없는 놈’으로.
인질로 잡혀 온 주제에 아주 태연하게 술을 더 달라고 하지 않나, 현실 감각이 없는 것 같은 놈이었다.
“그놈이 일어나서 시끄럽게 뭐라고 하는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슨 소리냐?”
갇혀 있던 마르셀 백작은 잠결에 옆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고, 그것 때문에 해적들을 불러서 불평을 한 것이다.
-사람 자는데 자꾸 옆에서 시끄럽게 하지 마라!
그걸 들은 해적은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데넬손에게 보고를 하러 온 것이다.
그걸 들은 데넬손의 얼굴이 굳어졌다. 데넬손을 절대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설마…….”
“예?”
“따라와라. 확인을 해봐야겠다.”
백작이 갇혀 있는 곳의 끝에 있는 곳은 해적단의 보물이 있는 창고.
설마 거기를 열지는 못하겠지만…….
덜컥- 덜컥-
창고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데넬손은 그제야 그가 갖고 있는 열쇠가 바꿔치기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도둑놈들이!”
데넬손은 대노해서 외쳤다.
“당장 부하들을 불러 모아라! 이 상단 놈들을 찢어 죽여야겠다!”
“예?!”
해적은 당황했다. 최근 상단이 데리고 온 일꾼들 때문에 섬 생활이 편했던 것이다.
그러나 데넬손이 화내는 걸 보니 그런 걸 말할 때가 아니었다.
“섬 주변에 있는 일꾼 놈들은 모조리 잡아서 묶어라! 마법사들을 불러서 이 문을 열게 하고! 이놈들을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겠다!”
데넬손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방금 일어난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과 비교한다면 아주 작은 일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