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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7화 (67/1,826)

§ 나는 될놈이다 67화

지켜보는 둘이 놀라거나 말거나 태현은 싱글벙글하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망령 전사의 검:

내구력 0/?, 공격력 88

스킬 ‘망령화’ 사용 가능, 스킬 ‘망령의 저주’ 사용 가능.

망령들에게 강력한 위력을 가짐.

공격 시 사용자에게 저주 데미지. 계속 착용하면 악명 증가. 착용 시 행운 –100

망령 전사들이 사용하는 저주받은 유령의 검. 강력하고 위력적인 검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쓰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검이다.

<아이템 등급: 영웅>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좋은 아이템이었다. 레벨 제한, 스탯 제한이 없는 아이템들은 언제나 시장에서 비싸게 팔렸다.

공격력만 보면 70~80레벨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써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지만 세상에 좋기만 한 게 어디 있겠는가.

‘이 페널티들은 뭐야?’

보통 아이템들에 하나만 붙어 있어도 다들 쓰기를 꺼려 할 옵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공격 시 사용자에게 저주 데미지.

“…….”

-계속 착용하면 악명 증가.

“…….”

태현은 어떻게든 납득하려고 애썼다. 그래, 뭐…… 저주 데미지는 태현 같은 경우는 회피할 수 있으니까.

악명도 명성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마지막 페널티는 착용 시,

행운 –100.

사실 이게 가장 만만한 페널티였다. 태현에게 행운 –100 정도는 아프지도 않은 수준!

‘그런데…… 행운이 0 밑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태현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처럼 행운을 올린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플레이어들은 행운이 –100 되면 0 밑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뭐…… 걸어가다가 뒤로 넘어지는데 코가 깨지고 그러나?’

태현은 농담처럼 넘겼지만, 태현의 상상은 거의 일치했다.

* * *

태현은 일단 망령 전사의 검을 들지 않았다.

페널티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망령들이 살아 있었다면 망령 전사의 검을 들고 상대했겠지만 고대의 망치도 정말 좋은 아이템이었다.

검술 스킬 페널티가 붙었지만 고대의 망치 성능 자체가 그런 걸 능가했다.

지금 이 던전에서 나오는 적들을 상대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었던 것이다.

“공격의 원!”

-크아악! 네가 어떻게 그 검을 쓰는 거냐!

-도둑놈! 그 검을 내려놓아라!

태현은 대답하지 않고 망치를 휘둘러서 망령 전사들을 도륙했다. 이제 슬슬 감이 온 상태였다.

태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적응력이었다. 상대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방법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대단했다.

그 능력 덕분에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대장장이 같은 직업으로 랭커드를 쓰러뜨리고 다닐 수 있었다.

망령 전사들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처음에야 감이 오지 않은 상태라 여럿을 상대하다가 위험한 수준까지 갔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아무리 많아도 셋까지.’

태현은 쫓아오는 망령 전사의 숫자를 세며 움직였다. 망령 전사는 강했지만 그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았다.

적당히 거리를 조절해가면서 쫓아오는 숫자를 조절하면…….

“지금!”

-크앗!

도망치던 태현이 갑자기 뒤로 돌아서 덤벼들자 망령 전사는 기겁해서 칼을 휘둘렀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이 비겁한 인간!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이것들은 몸도 없으면서 뭐가 정정당당하다는 거야?”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숫자를 조절해도 망령 전사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저주!’

태현은 몸에 힘을 주고 망치를 휘둘렀다.

-반격의 원!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휘두르자, 망령 전사가 쏘아낸 저주가 그대로 돌아갔다.

푸학!

망령 전사는 순간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태현은 그대로 망령 전사를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콰지직!

“후우…….”

[쉬지 않고 끈질긴 전투를 한 덕분에 체력이 1 오릅니다.]

[지구력이 1 오릅니다.]

태현은 상단에서 강탈한 포션을 마시고 붕대를 감았다. 망령 전사와 한 번 싸울 때마다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온 거지?’

망령 전사가 나타날 때마다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 탓에 시간은 많이 지났는데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았다.

“……!”

쿵, 쿵, 쿵-

멀리서 들리는 소리. 망령 전사는 저런 소리를 내면서 오지 않았다. 태현은 얼굴을 굳혔다.

‘이거 뭐지?’

보통 이런 소리는 덩치가 크고 무거운 놈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놈은 보통 강했다.

-살아 있는 놈의 냄새가 난다!

[저주받은 살덩이 골렘이 나타났습니다!]

망령 전사와 달리 뜨는 경고 메시지. 태현은 침을 삼켰다. 이렇게 뜬다는 거 자체가 저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 말해주고 있었다.

가로로 보나 세로로 보나 태현의 덩치보다 두 배는 큰 것 같았다.

겉모습도 끔찍했다. 어디서 근육을 주워와 군데군데 기워서 만든 것 같았다.

-살아 있는 놈! 살아 있는 놈이…….

태현은 말을 듣지 않고 달려들었다. 어차피 저 골렘은 통로를 막고 있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빠르게 이어지는 행운의 일격 연속 버프. 태현은 재빠르게 길을 달려 골렘의 다리를 후려쳤다.

-……?

“……?”

때린 태현도, 맞은 골렘도 당황했다. 워낙 강렬한 기세로 달려들었기에 골렘도 맞은 순간 몸을 움찔했지만…….

아무런 데미지가 없었던 것이다.

“골렘 주제에 살아 있는 놈이었냐?!”

태현은 욕설과 함께 몸을 뒤로 굴렸다. 방금까지 태현이 있었던 자리에 골렘의 주먹이 쾅 하고 찍혔다.

-감히 나를 모욕하다니!

“아니, 생명체면 왜 ‘살아 있는 놈의 냄새가 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건데?!”

태현은 불평하며 계속 거리를 벌렸다. 일단 골렘 같은 몬스터는 움직임이 둔했다. 거리를 벌리면 공격을…….

“……!”

퍼퍼퍽!

태현은 그대로 뒤로 나뒹굴었다. 큰 데미지를 받았을 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주받은 살덩이 골렘의 저주를 맞았습니다.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체력이 흡수됩니다.]

[신성 권능으로 인해 저주가 약화됩니다.]

‘이거 장난 아니잖아?!’

망령 전사의 저주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눈을 번쩍이면 그대로 날아오는 수준!

‘반격의 원으로……!’

-죽어라, 살아 있는 놈!

“……!”

태현은 반격의 원이 갖고 있는 약점을 깨달았다.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들어오면 튕겨내는 게 불가능해!’

* * *

“저주받은 살덩이 골렘은 저렇게 생겨도 마법사 타입에 가깝지.”

“마법사 타입이요?”

윤주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주받은 살덩이 골렘의 덩치를 봤을 때, 저런 놈이 마법을 잘 쓴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마법을 잘 쓰는 건 역시, 뭔가 지적으로 생기고 똑똑해 보이는 몬스터였다.

“근접전도 강력한 놈이지만, 그건 원래 스탯이 좋아서 그런 거고, 따져보면 마법사 타입이야. 저렇게 저주 난사하는 거 봐라. 마나 회복 속도랑 마법 시전 속도가 어마어마해야 가능한 거지.”

저주받은 살덩이 골렘의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됐다.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처럼 상대해야 했다.

보통 골렘처럼 생각하고 상대하면 큰코다치기 쉬웠다.

“근접 계열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 타입이면 김태현하고 상성도 안 좋지 않나요?”

“그렇지. 아무래도.”

근접에서 강력한 공격을 휘두르는 전사 계열의 플레이어. 일대일에서 그 강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손쉬운 상대였다. 전사 계열의 플레이어는 회피를 뚫고 맞추는 스킬이 극히 적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마법사는 온갖 저주를 갖고 있었다. 그중에는 회피를 무시하고 약화시키는 스킬들도 꽤 있었다.

“빨리 망치 집어넣고 칼 든 다음 덤벼야지. 지금 김태현 공격력 정도면 최대한 뻥튀기시키고 덤비면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행운의 일격은 발동 조건이 불규칙할 뿐이지 성능 자체는 사기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거기에다가 아키서스의 직업으로 받은 패시브 스킬들을 합치고, 태현의 천부적인 근접전 센스로 싸운다면…….

‘보여다오, 김태현! 네 재능을!’

“어, 도망치는데요.”

“뭐?!”

* * *

콰콰콰콰쾅!

태현은 도망쳤다.

앞으로.

‘이렇게 된 이상 두고 간다!’

태현은 이 던전을 완전히 깨려고 들어온 게 아니었다. 던전 끝에 있는 직업 스킬을 찾아 들어온 것이었다.

들고 있는 폭탄들을 꺼내서 골렘한테 던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골렘의 윗부분인, 천장을 향해서.

그리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천장이 무너지는데 뛰어드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지만 태현은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무수히 뜨는 창들!

태현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지나가는 암석 덩어리들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돌아와라! 살아 있는 놈!

“너 같으면 돌아오겠냐?”

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휘리릭-!

뒤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골렘의 몸에서 혓바닥 비슷한 게 나오더니 채찍처럼 늘어지며 태현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수십 줄기가 넘는 것 같았다.

-그림자 도약!

방랑자의 신발의 전용 스킬. 그림자 도약. 태현의 그림자가 뛰어오르더니 태현의 발판이 되었다.

태현은 발판을 딛고 연속적으로 뛰어올랐다. 채찍 하나가 태현의 발목을 잡았지만…….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완전한 도주!

이어지는 방랑자의 신발 전용 스킬. 공격을 포기하는 대신 엄청난 이동속도를 순간적으로 주는 스킬이었다.

살덩이 골렘은 욕을 퍼부으며 태현을 저주했지만 이미 거리는 벌어진 상태였다.

태현은 지하 신전 복도의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 * *

한참을 달린 것 같았다. 발광 마법이 달린 아이템도 끄고서 달린 태현은 통로가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넓은 홀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가운데에는 계단을 타고 올라야 나오는 높은 제단이 보였다.

‘여기인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장에 달려들어서 제단 위로 올라갔겠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원래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다 깼다고 방심하는 순간!

일단 주변부터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는 거 같기는 한데…….’

방금 두고 온 살덩이 골렘이 다시 나오지도 않았고, 망령 전사가 나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러니까 불안해지는 게 사람의 마음.

‘대체 뭐가 있는 거야?’

기다리고 주변을 찾아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태현은 한 번 한숨을 쉬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에 발을 디디자 제단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

-이곳의 정당한 후계자가 아니라면 즉시 돌아가라. 그대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

설마 저 소리를 듣고 돌아갈 사람이 있을까?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어도 그럴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한 고생을 생각해 보면…….

-돌아가지 않겠다면 정당한 시험을 받게 되리라!

“아. 예.”

태현은 귓등으로 흘리고 걸어 올라갔다.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제단 위에 있는 것은 잘 말려진 양피지 하나. 태현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잡는 순간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도망칠 만한 곳은…… 저기군.’

태현은 폭탄을 꺼내 천장과 구석에 설치했다.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부수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싸우는 것보다는 일단 갖고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

‘대충 다 됐나? 그러면…….’

태현은 결심을 하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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