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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화 (56/1,826)

§ 나는 될놈이다 56화

“그런 방법이…….”

“지금 그거 듣고 감탄한 거야? 진짜로?”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간단한 기본적인 방법도 떠올리지 못하다니.

그렇지만 둘도 할 말은 많았다.

그들은 도적이나 다른 직업이 아니라 대장장이였으니까!

대장장이로 랭커를 때려잡고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한 태현이 이상한 거였다.

원래 대장장이는 저런 모험이 아니라 도시에서 일하는 직업이었다. 저런 속임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빨리 가서 말이나 걸어.”

“아, 네.”

둘은 태현이 등을 떠밀자 허둥지둥 앞으로 달려갔다.

* * *

“저, 저기…….”

“뭐야?”

한눈에 봐도 험악하게 생긴 해적들은 두 대장장이가 다가오자 인상부터 찡그렸다.

둘은 바로 겁을 먹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쩌지?’

‘어쩌기는 뭘 어째. 하라는 대로 해야지!’

태현에게 이미 다 말을 들었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저, 저희가 새로 온 대장장이인데요.”

“그래서?”

“그, 여러분들의 장비도 좀 봐드리려고…….”

“뭐어어?”

“헉! 싫으시면 안 주셔도 괜찮아요!”

해적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박성찬은 급히 말했다. 여기서 죽는 건 사양이었다.

“이런 친절한 놈들을 봤나!”

“네?”

“싹수가 좀 있는 놈들이군!”

[해적 감옥 보초가 당신의 친절에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증가합니다.]

“그래. 대장장이라면 이렇게 직접 와서 부탁을 하는 맛이 있어야지! 저기 갇혀 있는 놈들은 그런 맛이 없다니까!”

사실, 해적의 말은 잘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밖에서 강제로 잡아 온 대장장이들이 열심히 일할 리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 둘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들린 건 ‘갇혀 있는 놈들’이란 단어뿐!

“갇, 갇혀 있다니요?”

“응? 저기 저놈들 본 적 없나? 밖에서 데리고 온 놈들인데 말이야, 영 시원찮단 말이지. 대장장이라면서 무기 만지는 솜씨도 별로고!”

“하, 하하. 그렇군요…….”

“잘해달라고! 안 그러면 너희들도 저기에 처넣어버릴 테니까!”

“!!”

해적이 하는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러면 무기를 일단 주셔야…….”

둘이 떠드는 사이 태현은 빠르게 은신을 사용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스스슥-

다른 도적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혀를 내둘렀을 정도의 능숙함!

보통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판타지 온라인 2는 가상현실게임이었고, 스킬이 높더라도 어느 정도는 플레이어가 실제로 할 줄 알아야 했다.

지수가 왜 늑대 상대로 그렇게 고전을 했겠는가. 타고난 근접전 센스가 없어서였다.

둘은 태현을 보며 생각했다.

‘도적이지?’

‘응. 도적 같다.’

하는 짓도 그렇고, 저건 분명 레벨 높은 도적 직업이 분명해!

태현은 졸지에 도적으로 의심을 사게 되었다.

* * *

해적 요새 가운데에 있는 지하 감옥은 살벌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니 축축하고 어두운 공기가 느껴졌다.

앞도 제대로 안 보일 정도. 태현은 눈을 찌푸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여기가 감옥으로 쓰이고 있으니, 일단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아래로 내려갈 만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여기 해적들은 그 비밀을 모르고 있는 거겠지?’

화신의 권능이 이 지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해적들이 여기를 감옥으로 쓰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욕심 많은 해적들이라면 그걸 잘 활용해서 벌써 써먹었겠지.

‘그러면 아래로 내려가는 입구는 해적들도 모르는 건가?’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아이고, 아이고…….”

“흑흑흑. 밖으로 내보내 줘!”

“시끄럽다, 이놈들! 빨리 일하지 못해! 오늘치 일을 끝내지 못한다면 밥은 없다!”

해적 감옥 간수가 외치자 안에 갇힌 대장장이들은 울음소리를 냈다.

밖에서 다양하게 잡혀 온 그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갇혀 있었다.

해적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요새가 돌아가려면 여러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기껏 잡아 온다고 해도 저렇게 못 하겠다고 버티거나, 가족이 보고 싶다고 일을 안 하면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맥크레니 상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이런 이유 때문도 있었다.

언제나 사람 손이 없어서 삐걱거리는 해적 요새에서 저런 대규모 인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

태현은 그들을 지나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간수나 갇힌 대장장이들한테는 볼 일이 없었다.

더 밑으로 내려갈 곳을 찾아야 했다.

“……!”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태현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윗층, 지하 1층 감옥은 어둡고 습기차고…… 전형적인 지하 감옥이었다. 갇힌 대장장이들이 징징거리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 비해 여기는 밝고 따뜻했다. 복도 천장에는 다 마법으로 만든 등이 달려 있었고 복도 양옆에 있는 방은 감옥 같지가 않았다.

창살도 없고, 그냥 일반 방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보초도 보이지 않았다. 위에는 해적 보초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거기 누구 있나?”

방문이 열리고, 안에서 살찐 중년 남자가 하품을 하며 나왔다.

손에는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있었고, 화려한 귀족 복장까지 입고 있는 상황!

태현은 순간 그가 다른 곳으로 공간이동 한 게 아닌가 고민했다.

지하 1층과 너무 다른 2층의 분위기 때문에.

“내가 잘못 들었나?”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안 보이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태현은 잽싸게 문이 닫히기 전에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태현과 남자만 남게 되었다.

“그러면 뭘 마실까…… 이런. 술이 다 떨어졌잖아? 또 달라고 해야 하나?”

스르륵-

태현은 은신을 해제했다. 그리고 바로 남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읍읍?!”

“쉿. 조용히 해.”

“?!”

“내 말 제대로 이해했으면 눈을 한 번 깜박여. 만약 큰 소리를 낸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아서 생각하고.”

깜박-

[힘으로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협박’을 얻습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협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혜가 1 오릅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화신의 힘으로 협박 시도 시 보너스를 받습니다.]

[영웅 직업 ‘왕국 협박꾼’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이미 전설 직업을 얻은 상태이기에 발동이 취소됩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국 협박꾼이라니. 이미 전설 직업을 얻어서 바꾸는 건 불가능했지만, 이런 게 뜬다는 거 자체가 지금 태현의 상태를 의미했다.

화술에 설득에 사기에 협박에…….

조건을 만족시켰기에 뜨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이런 거 갖고 뜨고 그러냐. 조건이 쉬운가 보네.’

얼굴에 깐 철판 두께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이런 걸로 양심에 찔렸을 거라면 판타지 온라인 1에서 그런 깽판을 치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태현한테 이를 갈던 사람들을 일렬로 세운다면 전국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수준!

* * *

-희귀 직업 ‘뒷골목 협박꾼’, 당신도 얻을 수 있다!

판타지 온라인 매니아의 베스트 순위에 있는 글 중 하나였다.

작성자는 뒷골목 협박꾼 직업을 얻은 걸로 유명한 플레이어 필립.

개인 방송은 이런 보기 힘든 직업 하나만 얻어도 사람들이 몰리곤 했다.

워낙 직업이 다양하고 많으니 찾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직업을 얻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직업을 얻는 조건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자기가 고생해서 얻어냈는데 그걸 공짜로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필립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뒷골목 협박꾼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로!

뒷골목 협박꾼으로 전직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그런 관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리를 잡으려면 쐐기를 박아야 했다.

그래서 오늘도 필립은 친절하게 질문을 받아주고 있었다.

-방송에서 말해주신 대로 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전직 퀘스트가 안 떠요…….

-협박 10명 하셨는데도 안 뜨면, 상대가 좀 레벨이 낮아서 그런 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냥 10명 채우면 되는 게 아니라, 10명 정도 하면 될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상대가 중요해요. 레벨 높은 상대를 협박해야 조건이 빠르게 채워집니다.

-와. 진짜 어렵네요. 어떻게 전직하신 거예요?

-하하.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지요. 하지만 다른 랭커분들도 보면, 원래 좋은 직업을 얻으려면 고생을 좀 많이 해야 합니다. 대장장이분들 보시면 좋은 대장장이 직업 얻으려고 몇 날 며칠을 계속 망치질만 하잖아요? 저도 그런 것처럼 계속 말하고 설득하고 협박하고 그런 거죠.

겸손하게 말했지만 필립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대장장이가 대장장이 스킬을 열심히 올리고, 화가가 그림 스킬을 열심히 올리는 것처럼, 그도 열심히 화술 스킬을 올렸다.

다른 제작 직업이나 예술 직업보다 마이너하지만, 그래도 화술로만 따지면…….

‘나도 나름 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그는 상상치도 못하고 있었다. 아예 다른 직업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상위 직업 퀘스트를 손쉽게 받아갔다는 것을.

* * *

남자가 눈을 깜박이는 걸 확인한 태현은 손을 놓았다. 남자는 벌벌 떨면서 물었다.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건가? 나는 분명 하라는 대로 했네! 편지도 썼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헉, 술 때문인가? 알겠네. 술은 더 안 줘도 되니까…….”

“난 해적이 아니야.”

“……?”

“밖에서 온 사람이라고.”

“……!”

남자는 화들짝 놀랐다.

“왕국에서 온 사람인가?!”

“왕국에서 오긴 했는데…….”

“나를 구하러?”

“정확히 그런 건 아닌데 뭐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태현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일단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슨 소리지 그게?”

“네가 누구인지나 말해봐. 여기는 왜 있는 거야?”

“내가 누구냐니. 나는 마르셀 백작이다. 나를 모른단 말이야?”

“아. 알지. 근데 얼굴은 몰라서.”

“하긴, 귀족이 아니라면 내 얼굴을 모를 수도 있겠지.”

마르셀 백작은 알아서 납득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이 무례한 해적 놈들한테 납치당했다. 잠깐. 이걸 내가 설명해 줘야 하나? 여기 왔으면 알고 있을 텐데?”

“사실 확인하는 거지. 계속 말해봐.”

“내가 비록 납치당했지만 고귀한 몸. 저 위의 하찮은 것들과 같은 곳에 있을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이런 곳을 배정받은 거지.”

“…….”

대화한 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한 대 치고 싶어졌다. 태현은 그런 마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귀한 놈들 가둬놓는 감옥이었군.’

몸값이 좀 나가는 사람들은 해적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들은 거금을 만들어주는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지하 2층에 좋은 시설을 만들어두고 대접을 하는 게 분명했다.

어차피 빠져나가려면 지하 1층을 거쳐야 할 거고, 이런 귀족들이 혼자서 탈출 시도를 할 만큼 능력이 있지는 않았으니까.

“자. 나를 구출하러 왔으면 나를 데리고 가게. 빨리. 여기서 마시는 술도 지겨워지던 참이었어. 이 무식한 놈들의 술은 맛이 없거든.”

<마르셀 백작의 탈출>

카테란드 해적단에 잡혀 있는 마르셀 백작은 당신을 구출자로 오해하고 있다.

오해하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기회. 그의 구출을 도와 밖으로 안내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를 데리고 섬을 탈출해 왕국으로 돌아가라.

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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