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2화
“아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인생!
방랑자의 신발은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동속도 옵션에 저주 저항 옵션까지.
그렇지만…….
[영향받는 스탯: 민첩]
민첩에 영향받는 아이템! 태현은 간절한 마음으로 장갑을 확인했다.
방랑자의 장갑:
내구력 100/100, 방어력 ?
착용 시 전투 관련 스킬 경험치에 보너스.
스킬 ‘칼날 잡기’ 사용 가능.
힘 제한 50, 민첩 제한 50, 체력 제한 50, 지혜 제한 50, 행운 제한 50.
카인다가 썼던 장갑. 외투와 세트 아이템이다. 착용 시 손을 사용한 스킬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준다.
[영향받는 스탯: 힘]
“…….”
루포는 태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나온 건 좋았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태현은 화신이었다. 화신인 만큼 숨겨진 재주가 있을 테니 창고에서 좋은 걸 갖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속은 쓰리지만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왜 그런 다음에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것인가?
“……?”
“뭘 봐? 응? 뭘 봐?”
“아니, 제가 뭘 했다고…….”
괜히 있다가 태현의 화풀이를 듣게 된 루포는 억울한 목소리로 입을 다물었다.
“에휴. 어쩌겠냐. 그래도 좋은 아이템이니까…….”
태현은 빠르게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향받는 스탯이 행운이라면 그야말로 사기적인 아이템이 됐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았다.
‘25% 정도인가?’
영향받는 스탯의 25% 정도가 방어력으로 나타났다. 현재 태현의 체력은 145. 외투의 방어력은 36 정도 되는 셈이었다.
안에 갑옷까지 따로 입을 테니 외투의 방어력치고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애초에 외투나 벨트 같은 건 방어력보다 옵션을 보고 착용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런 면에서 방랑자의 세트는 화려한 옵션의 결정체!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을 모두 착용했습니다.]
[추가 스탯 버프를 받습니다.]
‘스탯창 확인.’
이름 : 김태현
레벨 : 27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1325
MP : 1325
힘 : 145 (+25)
민첩 : 145(+25)
체력 : 145(+25)
지혜 : 160(+25)
행운 : 2585(+25)
보너스 스탯: 0
“루포. 창고 안에 강화석도 있었지?”
“예? 있긴 한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쓸 곳이 있어서.”
“아니, 대장장이도 아니신데 강화석은 왜!?”
루포는 투덜거렸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화석을 갖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루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 * *
‘저게 화신이야, 대장장이야?!’
방랑자의 벨트(+4):
내구력 160/160, 방어력 ?
착용 시 각 스탯 +14
힘 제한 40, 민첩 제한 40, 체력 제한 40, 지혜 제한 40, 행운 제한 40.
카인다가 차고 다니던 벨트. 외투와 세트 아이템이다. 착용 시 스탯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준다. 뛰어난 대장장이가 성공적으로 강화를 시켰다.
방랑자의 장갑(+4):
내구력 150/150, 방어력 ?
착용 시 전투 관련 스킬 경험치에 보너스.
스킬 ‘칼날 잡기’ 사용 가능. 스킬 ‘무장 해제’ 사용 가능.
힘 제한 50, 민첩 제한 50, 체력 제한 50, 지혜 제한 50, 행운 제한 50.
카인다가 썼던 장갑. 외투와 세트 아이템이다. 착용 시 손을 사용한 스킬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준다. 뛰어난 대장장이가 성공적으로 강화를 시켰다.
방랑자의 외투(+4):
내구력 250/250, 방어력 ?, 마법 방어력 ?, 속성 방어력 ?
스킬 ‘그림자 잠수’ 사용 가능, 스킬 ‘은신’ 사용 가능. 스킬 ‘그림자 회복’ 사용 가능. 스킬 ‘그림자 분신’ 사용 가능.
힘 제한 100, 민첩 제한 100, 체력 제한 100, 지혜 제한 100, 행운 제한 100.
전설적인 방랑자 카인다가 입고 다녔던 외투다. 카인다는 모든 스탯이 균형 있게 강해지는 걸 추구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외투를 입을 수 없으리라. 뛰어난 대장장이가 성공적으로 강화를 시켰다.
방랑자의 신발(+4):
내구력 150/150, 방어력 ?
스킬 ‘그림자 도약’ 사용 가능, 스킬 ‘완전한 도주’ 사용 가능, 이동 속도 35% 증가.
힘 제한 50, 민첩 제한 50, 체력 제한 50, 지혜 제한 50, 행운 제한 50.
카인다가 신던 신발. 외투와 세트 아이템이다. 착용 시 카인다처럼 빠른 발을 가지게 해준다. 뛰어난 대장장이가 성공적으로 강화를 시켰다.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을 모두 착용했습니다.]
[추가 스탯 버프를 받습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27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1325
MP : 1325
힘 : 145 (+35)
민첩 : 145(+35)
체력 : 145(+35)
지혜 : 160(+35)
행운 : 2585(+35)
보너스 스탯: 0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은 상단에서도 우연히 구한, 귀한 아이템이었다.
방랑자 카인다가 썼다고 알려진 희귀 세트 아이템. 그 자체로도 훌륭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강화까지 시키자 루포도 놀랄 정도의 아이템이 됐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태현의 강화 스킬이었다.
‘저 인간 숨도 안 쉬고…….’
무슨 숨 쉬는 것처럼 편안하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강화를 성공시켜버렸다.
이쯤 되니 저 인간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루포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태현은 고민했다.
‘강화를 더 해, 말아?’
현재 강화 단계는 4. 실패할 경우 아이템이 망가질 수 있었다.
저번에는 잘 몰라서 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실패할 경우 망가진다는 걸 아니 쉽게 시도할 수가 없었다.
원래 강화는 구하기 쉬운 물건에다 하는 것이었지,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처럼 구하기 힘든 것에 하는 건 위험했다.
태현도 강화 스킬 레벨 4니까 4까지 거침없이 지른 것이었지, 그 이상으로는 솔직히 겁이 났다.
아무리 행운이 높더라도 실패는 언제나 일어나는 법이었으니까.
‘그래. 이 정도만 하자.’
이 정도만 해도 이미 방어력은 충분히 올라간 상태였다.
‘스탯의 50% 정도인가?’
어지간한 갑옷의 방어력은 뺨치는 수준이었다. 보조 아이템의 방어력이 이 정도라니.
강화로 여기까지 올라오자 욕심이 났지만…….
태현은 참았다.
지금은 모험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이런 식의 강화는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일단 최대한 빠르게 성장해서 기반을 잡아야 했다.
이러는 동안에도 랭커들은 쭉쭉 치고 나갈 테니까!
‘따라잡을 수 있겠지?’
기껏 아버지한테 호언장담을 했는데 ‘아이고 너무 늦게 시작해서 못 따라잡겠네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웃기는 것도 없었다.
태현은 할 생각이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좋아. 그러면…….”
“이제 다른 곳으로 가는 겁니까?”
“아니. 하나만 더 만들고 가자.”
루포는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건 꼭 필요한 것이었다.
“뭐 만드시는데요? 네?”
“복면. 이 비단 좀 써도 되지?”
“예? 아니, 복면 만드는 데 그 비단 쓰시면…… 그거 고급 비단이에요!”
남의 상단 창고를 마치 자기 주머니처럼 쓰는 태현. 그걸 본 루포는 기겁해서 막으려 들었다.
그러나 태현은 이미 한발 빨리 가위를 들이댄 상태였다.
“하하. 같이 좀 쓰자고.”
“복면이면 저런 천 써도 되잖습니까!”
“색이 칙칙해서 싫어.”
“둘 다 검은색입니다!”
“이 검은색이 조금 더 예쁜 것 같지 않냐?”
[간단한 복면을 만듭니다. 재봉 스킬이 오릅니다.]
[뛰어난 재봉사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화신으로서의 힘이 영향을 끼칩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잘 만들어진 검은 비단 복면:
내구력 40/40, 방어력 10
스킬 ‘변장’ 사용 가능, 스킬 ‘협박’ 사용 가능.
젊고 재능 있는 재봉사가 만든 복면이다. 겉은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비범한 솜씨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태현이 복면을 만든 이유는 하나였다.
‘알아보는 놈들이 너무 많아!’
요리사나 기계공학은 괜찮았지만, 재봉사 길드만 해도 재봉사 플레이어들이 태현에게 관심을 가졌다.
재봉사 길드 마스터와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나눴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빨리 지나가서 눈치를 못 챈 것 같았지만, 앞으로 퀘스트를 깰 때가 문제였다.
태현에게 원한을 가진 놈들이 많았으니까!
‘괜히 얼굴 드러나서 좋을 게 없지.’
판타지 온라인 1에서나 2에서나 얼굴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았다.
투구나 가면이나 복면이나…… 뭐든 간에 쓰고 다니는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태현은 앞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딱히 이세연을 만나서는 아니었다. 이세연이 그를 만나면 죽인다고 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어때. 폼 나냐?”
“……강도 같은데요?”
“뭐든 간에 못 알아보면 그만이지.”
세트 아이템을 착용하고 복면까지 걸치자 그럴듯한 겉모습이 나왔다.
긴 코트와 장갑, 신발, 벨트. 안에는 창고에서 발견한 제노마 시 용병장교의 갑옷을 입었다.
세트 아이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나 좋은, 희귀 등급의 아이템!
누가 봤을 때 태현이 레벨 30도 안 되는 플레이어라고는 상상치도 못할 것이다.
50~60은 넘겼고, 잘 쳐주면 준 랭커 정도까지도 볼 수 있는 겉모습이었다.
“위장도 했고…… 사람 모으러 가볼까.”
“……?”
루포는 그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사람을 모은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해적단을 혼자서 공략할 수는 없지.”
“용병은 저희 상단에서도…….”
“그거 갖고 누구 코에 붙이라고?”
맥크레니는 동맹이었지만 마냥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 혼자서 해적단을 칠 수 있었다면 이미 그랬을 것이다.
당연히 용병도 일정 숫자 이상은 지원해주지 않았다.
나머지는 태현이 알아서, 화신의 힘으로 해결해 봐라!
“그래도 나름 되는 용병들입니다!”
무시당한 루포가 투덜거리자 태현이 쯧쯧거렸다.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안 되는 거야.”
“……?”
“나만 따라오라고.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 테니까.”
* * *
제노마 시의 광장.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제노마 시 외곽의 유령 나오는 공동묘지 같이 클리어하실 사제 분 구합니다! 든든한 탱커 두 명 있으니 절대 뻗으실 일 없을 겁니다! 아이템 우선으로 드려요!”
던전을 공략하려고 사람을 구하는 파티도 있었고,
“레벨 34 대장장이 던전 파티 구해봅니다! 날카롭게 갈기, 녹 없애기, 수리 모두 가능하고요! 중갑 입어서 탱킹도 어느 정도 가능해요!”
파티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제작 직업도 있었다.
철컥, 철컥-
플레이어들 사이로, 잘 차려입은 상단의 인원이 길을 가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뭔 퀘스트인가?”
한눈에 봐도 잘나가는 것 같은 NPC들이 광장에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당연히 머리가 있는 플레이어라면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가 끝나자, 태현은 헛기침을 하며 무대 위에 올라갔다. 복장도 완전히 바뀌고 복면까지 쓴 이상, 누구도 태현의 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소리 키우는 마법 썼습니다.”
“좋아.”
태현은 위에 서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까지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어느새 광장은 조용해져 있었다.
다들 말없이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건 하나!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거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