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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1화 (51/1,826)

§ 나는 될놈이다 51화

‘그래. 그럼 그렇지.’

생각해 보니 괜히 긴장한 것 같았다.

태현도 지금 해적단을 토벌하고 화신의 권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궁정 요리사가 되러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주시죠.”

“!?”

루포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진짜 하시려고요?”

“왜? 궁정 요리사는 명예로운 자리라잖아.”

“아니…… 당신은 화신이잖습니까! 화신이 요리사 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걱정 마. 적당히 조절해가면서 하면 될 거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루포는 간신히 소리를 눌러 삼켰다.

* * *

“드워프라고?”

“불만입니까? 불만이면 그냥 바로 돌아가도록 하죠.”

“하하. 내가 불만일 리가 있나. 그냥 물어본 거야.”

루포는 혀를 찼다. 태현이 대체 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둘은 제노마 시의 유명한 기계공학자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스킬은 몰라도 태현은 기계공학을 배울 수 있을 때 최대한 배워둘 생각이었다.

다른 건 배우지 못했을 경우 아쉬운 대로 할 수 있었지만 기계공학은 아니었다.

변수를 만들기에는 최적의 스킬!

루포는 기계공학자 맥스웰이 드워프라고 말했다.

“근데 좀 허름하지 않나?”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 그들이 걷고 있는 곳이 좀 허름했던 것이다. 아까까지는 고급스러운 저택과 길을 걸었는데, 지금은 낡고 금이 간 건물들과 길 사이를 걷고 있었다.

“유명한 기계공학자 정도면 좀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맥스웰은 사고를 친 적이 있어서…….”

“사고?”

“귀족한테 바치기로 한 물건이 폭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톡톡히 값을 물었죠. 그 이후로 맥스웰한테 일을 맡기는 사람도 없어졌고요.”

“폭발할 수도 있지 않나?”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루포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걸 어떻게 마음 놓고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태현에게는 아니었다.

기계공학에 있어서 폭발과 부작용은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걸 두려워해서는 절대로 기계공학을 마스터할 수 없었다.

기계공학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폭발이나 부작용 같은 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니, 오히려 역이용할 줄 알아야 했다.

“여기 도시 사람들은 의외로 겁이 많군.”

“그쪽이 이상한 게 아닌지…….”

탕탕-

도착한 루포는 낡은 문을 두들겼다. 그러자 안에서 술에 취한 것 같은 드워프가 걸어 나왔다.

“뭐야? 누구야?”

태현은 드워프를 가리키며 물었다.

“맥스웰?”

“네. 맥스웰 맞습니다.”

루포가 확인하자 태현이 입을 열었다.

“기계공학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가르쳐줄 수 있나?”

“꺼져.”

쾅!

“이 자식이…….”

울컥한 루포가 문을 열고 멱살을 잡으려고 들었다. 그러나 태현이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보면 알 거야.”

태현은 다시 문을 열었다. 맥스웰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인간한테 기계공학을 가르쳐 줄 생각은 없으니까 저리…….”

촤르륵-

태현은 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맥크레니한테 받은 금화였다.

금화들은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쏟아졌다. 맥스웰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리…….”

“저리?”

“저리 앉으시면 제 생각을 바꿔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 * *

“아니, 뭐 저런 드워프가 다 있어? 자존심도 없냐?”

루포는 투덜거렸다. 맥스웰의 집은 넓었지만 온갖 잡동사니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돈으로 넘어 와주면 좋은 거지. 왜 불만이야?”

“당연히 불만이죠! 이렇게 돈으로 넘어올 줄 알았으면 그냥 불렀을 텐데. 저놈 평소에는 오만하고 꼬장꼬장한 드워프로 소문난 놈이라고요. 돈으로 안 되는 줄 알고 이렇게 찾아온 건데…….”

“쯧쯧. 루포.”

태현은 루포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단다.”

“그게 뭡니까?”

“더 많은 돈이지.”

“…….”

“돈으로 안 되면 더 많은 돈으로 성의를 표시해. 그러면 넘어오게 되어 있어.”

“아니, 그래도 안 넘어오는 놈들은 있…….”

“그건 돈이 부족해서야.”

확고한 신념!

루포는 태현의 말에 어딘가 설득되는 자신을 느끼고 귀를 막았다.

이 화신은 기묘한 말재주를 갖고 있어서 듣다 보면 이상하게 홀리는 기분이었다.

“하하하.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저 맥스웰이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맥스웰은 술에 취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깔끔해져서 돌아왔다.

루포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알고 있는 건 전부.”

“예? 전부 말입니까? 기계공학이 아무리 그래도 난이도가 있는 거라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게…….”

태현은 손가락으로 금화더미를 가리켰다. 그러자 맥스웰은 바로 대답했다.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보도록 하지요! 하하!”

* * *

<초급 기계공학> 4(27%)

-초급 화약 제조 8(40%)

-초급 폭탄 제작 4(35%)

-초급 도구 제작 3(68%)

“폭탄이나 화약을 다룰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폭발입니다. 이게 불안정해서 폭발할 수 있거든요.”

폭탄 계열 아이템이 위험한 건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검은 무쇠 폭탄>

화약을 안에 넣어서 만든 기본적인 폭탄. 기본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파괴력은 충분하다.

주의! 10% 확률로 폭발 가능.

맥스웰이 만든 폭탄도 10% 확률로 제멋대로 폭발할 수 있었다. 기계공학이 가진 단점 중 하나였다.

기계공학 스킬이 고급인 맥스웰이 만들어도 10%가 나오는데 스킬 레벨이 낮은 다른 사람이 만들면 그 페널티는 더 커졌다.

그러나…….

“폭탄으로 저글링을?!”

태현이 폭탄을 공중에서 돌리며 장난을 치는 걸 본 맥스웰이 기겁했다.

‘목숨이 여러 갠가!?’

그러나 태현은 미쳐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 믿고 있는 게 있어서였다.

<검은 무쇠 폭탄>

화약을 안에 넣어서 만든 기본적인 폭탄. 기본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파괴력은 충분하다.

주의! 10% 확률로 폭발 가능.

[높은 행운으로 폭발 확률이 내려갑니다.]

[확률 조작 스킬로 폭발 확률이 내려갑니다.]

[신의 예지로 폭발 확률이 내려갑니다.]

이런 식으로 버프를 받자…….

<검은 무쇠 폭탄>

화약을 안에 넣어서 만든 기본적인 폭탄. 기본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파괴력은 충분하다.

주의! 0.0001% 확률로 폭발 가능.

이 정도면 절대로 터지지 않는다고 봐도 좋았다. 태현은 씩 웃으면서 폭탄을 가방에 넣었다.

“안 터지네. 잘 만들었어.”

“대체 어떻게……?”

“돈 더 벌고 싶으면 맥크레니의 상단을 찾아오라고. 거기로 가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태현은 손을 흔들면서 루포와 밖으로 나갔다.

다른 NPC들은 각자 이미 위치가 있어서 데리고 올 수 없었지만, 맥스웰은 데리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거의 백수나 다름없었으니까.

저 정도 되는 NPC를 그냥 데리고 올 수 있는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러나 태현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 이런 건 원래…….

‘불리한 태도를 보이면 지는 거지.’

맥스웰이 의외로 돈을 밝힌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쪽에 와서 일해줘!’ 이렇게 말한다면, 맥스웰은 눈치챌 게 분명했다. 아쉬운 게 그들이라는 것을.

이럴 때는 ‘오든지 말든지 네가 결정해라. 안 오면 네 손해지 뭐’ 이런 식으로 나가야 했다. 맥스웰의 처지라면 알아서 기게 되어 있었다.

* * *

“이제 다 끝난 겁니까?”

“대충 다 돌았네.”

루포는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맥크레니가 무슨 소리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해적단 소탕하는 걸 도와야 할 줄 알았는데 태현을 쫓아다니면서 온갖 기술들만 보고 있으니…….

“이제 아이템이 필요한데.”

“예?”

“아이템 말이야. 설마 나 이 상태로 해적단 상대하라는 건 아니지?”

기회를 잡았을 때 끝까지 빨아먹으려는 집념!

태현은 자기 장비를 가리키며 루포에게 말했다.

“돈 많은 상단이니 줄 수 있는 장비들 있지?”

“……따라오시죠. 창고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루포의 뒤를 따라가며 태현은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엄청 좋은 걸 얻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건 얻을 수 있겠지.’

맥크레니가 바보는 아니었다. 지금 막 동맹을 맺은 태현한테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퍼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상인인 만큼 상당히 좋은 장비일 게 분명!

루포는 창고 문을 열고서 태현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온갖 장비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여기서 찾아보시죠.”

“응? 감정사는?”

모든 아이템의 성능을 완전히 다 보려면 감정 스킬이 필요했다.

태현은 지금 감정 스킬이 부족한 상황. 아이템의 성능을 전부 다 볼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바빠서 데리고 올 수 없네요. 그냥 골라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화신인데 그 정도는 하실 수 있잖습니까?”

루포는 소심하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태현이 지금 화신인 게 확실하지도 않고, 해적을 바로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좋은 장비를 주고 싶지 않았다.

창고에서 가져가려면 알아서 가져가라!

“그래?”

루포의 속마음을 읽은 태현이 피식 웃었다.

“알겠어. 알아서 가져가지.”

루포는 한 가지를 더 생각했어야 했다. 태현이 어떤 신의 화신인지를.

아키서스는 행운의 신!

태현은 바로 신의 예지를 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장비를 꺼내 가지고 나왔다.

그걸 본 루포의 입이 벌어졌다.

“저, 저건…….”

방랑자의 외투: 내구력 200/200, 방어력 ?, 마법 방어력 ?, 속성 방어력 ?

스킬 ‘그림자 잠수’ 사용 가능, 스킬 ‘은신’ 사용 가능. 스킬 ‘그림자 회복’ 사용 가능.

힘 제한 100, 민첩 제한 100, 체력 제한 100, 지혜 제한 100, 행운 제한 100.

전설적인 방랑자 카인다가 입고 다녔던 외투다. 카인다는 모든 스탯이 균형 있게 강해지는 걸 추구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외투를 입을 수 없으리라.

<아이템 등급: 영웅>

“!!”

창고의 구석 중에 구석에 박아 놓은 영웅 등급 아이템을 어떻게 저렇게 바로 꺼낸단 말인가.

루포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게다가 그거 하나만이 아니었다.

방랑자의 벨트:

내구력 130/130, 방어력 ?

착용 시 각 스탯 +10

힘 제한 40, 민첩 제한 40, 체력 제한 40, 지혜 제한 40, 행운 제한 40.

카인다가 차고 다니던 벨트. 외투와 세트 아이템이다. 착용 시 스탯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준다.

‘잠깐, ?가 뭐지?’

루포가 놀라거나 말거나, 태현은 가장 중요한 수치가 ?로 표시되어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확인했다.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은 스탯의 영향을 받습니다.]

“?!”

어떤 아이템은 착용자의 스탯에 따라 성능이 달라졌다.

만약 방랑자의 외투가 태현의 스탯에 영향을 받는 거라면…….

‘내 행운이 2천을 넘으니까……?’

행운에 영향을 받을 경우 그야말로 전설 아이템 뺨치는 성능!

[영향받는 스탯: 체력]

“젠장.”

역시 세상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방랑자의 외투가 가진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 속성 방어력은 모두 체력과 관련이 있었다.

‘벨트는?’

[영향받는 스탯: 힘]

“……아직 남았으니까…….”

세트 아이템인 만큼 벨트, 장갑, 외투, 신발로 이루어져 있었다.

긴 코트처럼 생긴 외투는 제법 근사했지만, 태현은 오로지 성능에만 집중했다.

제발 행운에 영향받는 아이템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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