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50화 (50/1,826)

§ 나는 될놈이다 50화

사실 맥크레니가 제대로 사람을 본 셈이었다.

태현은 퀘스트를 보다가 정 깨지 못할 것 같으면 도망칠 생각이었으니까.

전설 퀘스트든 직업 퀘스트든 일단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괜히 현재 상황에서 깨지도 못할 건데 억지로 부딪혔다가 죽기라도 하면 손해 보는 건 태현이었다.

나중에 내버려 뒀다가 깨도 됐다.

그렇지만 맥크레니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태현이 받을 건 다 받고 언제까지 미루기만 한다면…….

“자. 태현 님. 한번 해보시죠.”

“좋아. 해보자고.”

[견습 마법사를 위한 로브를 제작합니다.]

[높은 행운으로 인한 보정을 받습니다.]

[신의 예지가 발동합니다. 제작에 보정을 받습니다.]

[뛰어난 재봉사가 옆에 있는 것으로 보정을 받습니다.]

태현은 능숙하게 가위와 칼, 실과 바늘을 다뤘다. 스킬 레벨은 낮지만 손을 쓰는 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결과…….

[매우 잘 만들어진 견습 마법사를 위한 로브를 만들었습니다.]

“……!”

재봉사 길드 마스터는 태현이 만든 걸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초짜였다.

맥크레니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람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태현이 보여주고 있는 건 놀라운 재능이었다.

타고난 재봉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능!

“정, 정말 대단하시군요……!”

“뭘 이 정도로.”

그러나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많이 겪은 반응이었으니까.

“혹시 재봉사 일에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

길드 마스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도 그가 제노마 시의 재봉사 길드의 마스터인데 1초도 고민 안 하고 저렇게 즉답을 하나?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태현은 이미 전직을 한 상황.

“가르쳐줄 수 있는 거나 더 가르쳐주지?”

“아, 예…….”

* * *

하품을 하던 루포는 태현이 재봉사 길드 마스터와 대화를 끝내자 물었다.

“볼일 다 봤습니까? 그러면 가시죠.”

“가기는 어디를 가?”

“예? 해적단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좀 더 배우고.”

“……?”

루포는 갑자기 불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여기 제노마 시에서 가장 요리 잘하는 사람이 누구지?”

“…….”

* * *

“시장의 전속 요리사라. 인맥이 좋긴 좋군. 이런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아니, 지금 이렇게 요리 배워도 됩니까?!”

“요리 무시하냐? 넌 밥도 안 먹고 사냐? 응?”

“아,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적단을 공격할 준비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

“참을성을 길러봐. 루포. 더 침착할 줄 알아야지. 펠마스나 넥돈 같은 놈들이 얼마나 침착한지 아나? 걔네들은 내가 버리고 들어갔는데도 지금 참고 기다리고 있잖아.”

“그건 그냥 그놈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게…….”

펠마스나 넥돈은 태현이 밖으로 나오자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이고,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안 버려. 안 버리니까 이거 좀 놔라. 걷어차기 전에.

일단 맥크레니의 허락을 받았으니 건물 안에 머무르게 할 수 있었다.

물론 맥크레니는 단호하게 조건을 걸었지만.

-저것들 도박하는 순간 무조건 쫓아낸다!

같은 동맹이라고 그녀의 카지노에서 저런 두 멍청이가 날뛰는 걸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태현이 제노마 시를 돌아다니며 기술을 배우는 동안.

“시끄럽고. 그래서 요리사는 어디 있지?”

“저 안쪽에 있습니다.”

“오. 이건 그 요리사가 요리한 건가? 먹어도 되지?”

“먹어도 되긴 되는데…….”

화려한 저택, 화려한 응접실. 맥크레니의 저택 중 하나였다. 과연 대상인이라고 할만했다.

판타지 온라인 2의 매력은 이런 것에 있었다. 정말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현실감. 가장 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현이나 다른 랭커들처럼 레벨이나 경쟁에 목숨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재미를 즐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면 먹어야지.”

“……해적 잡으러 안 갑니까?”

“일단 이것 좀 먹고.”

태현은 벌꿀에 절인 고기 요리를 날름 집어 먹었다. 루포가 옆에서 항의를 하든 말든 철저히 무시!

[벌꿀에 절인 참새 요리를 먹었습니다. 일시적으로 힘과 민첩이 오릅니다.]

[뛰어난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낮아 레시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체력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놀라운 솜씨로 잘 구워진 생선 요리를 먹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지혜가 오릅니다.]

[뛰어난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었습니다. 행운으로 레시피를 획득했습니다. 레시피는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체력이 영구적으로 2 오릅니다.]

빠르게 뜨는 창들!

태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던 루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지켜보았다.

‘저게 화신이야 거지야?’

지금 해적들을 공략할 준비를 해도 모자랄 시간에 길드들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크흠. 크흠.”

“아. 오셨습니까. 이분입니다.”

시장의 전속 요리사는 긴 수염을 만지며 헛기침을 했다. 루포는 그를 발견하고 태현을 소개했다.

“그래서, 이분이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하신다고?”

“예…….”

요리사는 루포한테 손짓을 하더니 구석으로 이동했다.

“대체 왜?”

“……그러게 말입니다.”

요리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맥크레니 같은 대상인이 불러서 요리를 해달라는 일은 자주 있었다.

그렇지만 요리를 배우겠다고?

맥크레니가 소개하는 사람이 요리를 왜 배우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요리 스킬이 높은 요리사는 어디에서든지 대접을 받지만, 맥크레니와 친한 사람들은 보통 비슷한 대상인이거나 귀족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요리를 배우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요리를 얕보고 그러는 건가? 응?”

“아니, 그건 저도 잘…….”

요리사는 불쾌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맥크레니나 다른 귀족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는 요리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다.

만약 저 태현이라는 사람이 요리를 만만하게 보고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이라면 혼쭐이 날 것이다.

“크흠. 알겠네. 한 번 해보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냥 못 가르치실 것 같으면 내보내세요.”

루포는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 태현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빨리 해적단을 소탕하러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라는 해적 소탕을 안 하고……!’

차라리 요리사한테 쫓겨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루포는 그렇게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저 요리사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성격도 깐깐했다.

당연히 태현은 요리에 대해 잘 모를 테니, 재봉사 길드에서처럼 잘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조금 하다가 욕을 먹고 쫓겨날…….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은 루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 * *

“이, 이건…… 정말 대단해! 마치 생선이 살아 있는 것 같아!”

“그거 아직 요리 안 한 살아 있는 생선인데…….”

“크흠. 크흠.”

요리사는 민망하다는 듯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방금 착각하기는 했지만, 그 착각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이 한 요리가 그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레시피는 간단했다. 들어간 것도 별로 많지 않았다. 단순하게 토끼 고기와 향신료를 섞어서 만든 요리였지만, 그 맛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야말로 기적적인 밸런스!

일곱 가지 향신료를 섞은 토끼 고기 수프:

서로 맛이 맞지 않는 향신료 일곱 가지를 섞어서 만들었는데도 맛이 완벽한 요리. 서툰 요리사가 만들었는데도 이런 요리가 나왔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복용 시 영구적으로 체력 1 상승.

복용 시 일시적으로 힘, 민첩, 마력 상승.

요리 스킬이 초급인 요리사가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요리였다.

요리사를 키우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면 기가 막혀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준의 요리.

사실 태현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재료가 많아서 많이 섞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요리 솜씨가 없어도 행운으로 커버가 가능할 줄은 몰랐다.

신의 예지 스킬로 적당히 향신료를 집어서 뿌리자, 나름의 밸런스가 맞춰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의 행운을 모르는 요리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요리하는 솜씨는 초보자에 가까운데, 나온 건 대단한 결과물!

덕분에 수프 옆에 놓은 살아 있는 생선조차도 요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군! 대체 누구 밑에서 배웠나?”

“뭐…… 그냥 사냥꾼들하고 같이 지내면서 대충…….”

“스승이 없는데도 이 정도라고?! 신의 손이라도 가진 건가!”

둘의 대화를 듣던 루포는 기가 막혀서 숟가락을 들고 수프를 떠 마셨다.

“……!”

기가 막힌 감칠맛!

‘아니, 이 인간은 대체 정체가 뭐야?’

화신인 줄 알았는데 왜 이런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누가 보면 요리의 신의 화신인 줄 알 것 같았다.

덕분에 요리사는 신이 나서 태현의 손을 붙잡았다.

“좋아, 이래야 가르칠 맛이 나지!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모두 가르쳐 주겠네!”

“저, 잠, 아니, 해적 잡으러 가야 하는…….”

루포의 말은 허무하게 묻혀버렸다.

* * *

[뛰어난 생선튀김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초급 요리 스킬이 중급 요리 스킬로 변합니다.]

“후. 드디어 됐군.”

태현은 스킬 창을 확인했다. 다양하게도 올라 있었다.

중급 요리 1 (45%)

-초급 향신료 뿌리기 4 (55%)

-초급 도축 8 (35%)

-초급 재료 파악 3 (65%)

-초급 국자 젓기 4 (85%)

-초급 튀기기 6 (35%)

다른 요리사들이 이런 식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억울해서 가슴을 칠 것이다.

태현만이 가능한 빠른 성장!

요리는 싸우기 직전에 많은 버프를 해줄 수 있었다. 요리사들의 비기는 배우지 못하더라도 가능한 건 모조리 배워두는 게 좋았다.

태현이 스킬을 확인하는 동안 요리사가 태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네…… 혹시 내 밑에서 요리를 더 배워보지 않겠나? 자네라면 충분히 나를 뛰어넘는 요리사가 될 수 있어! 궁정 요리사도 꿈이 아니야!”

<궁정 요리사로 들어가는 방법>

제노마 시의 시장 밑에서 일하고 있는 요리사 크리스토퍼는 야심이 큰 요리사다. 그는 왕 밑에서 전속 요리사가 되는 걸 꿈꿔왔다.

그가 되지 못한다면 그의 제자라도. 그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의 제자의 제자라도.

크리스토퍼는 당신에게서 재능을 보았다. 그는 당신을 키워 궁정 요리사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를 따라가라.

보상: 칭호 ‘궁정 요리사’

퀘스트를 보니 요리사 관련 직업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태현처럼 요리사 직업이 없는 플레이어에게는 말 그대로 꿀과 같은 퀘스트.

그러나…….

루포는 조용히 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설마 크리스토퍼를 따라가지는 않겠지?’

지금 해적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궁정 요리사 되겠다고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압박!

루포는 빤히 태현의 뒤를 쳐다보았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요.”

루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