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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6화 (46/1,826)

§ 나는 될놈이다 46화

태현은 불안해지는 걸 참고 물었다.

“어떤 관심을……?”

“판타지 온라인 1을 안 해서 모르시는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한 플레이어였거든요.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죠.”

“그래도 그쪽이 이겼다고…….”

“그건 운이었고요.”

“아. 네. 근데 관심이라는 게……? 길드에 섭외하는 그런 관심인가요?”

“2에서요?”

“1은 끝났잖아요. 2에서 보면요.”

“김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2 안 하는 것 같지만, 만약 한다고 치면…… 아. 잠깐. 길드 섭외요? 그건 1에서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요.”

“하하. 그런 제안을 거절하다니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

“아뇨. 별 같잖은 이유로 거절하던데요.”

말하면서 이세연은 살짝 이를 갈았다. 그걸 본 태현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2에서 보면 일단 공격해야죠.”

“……!”

이세연은 뒤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태현을 만나면 일단 공격한 다음,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내 길드에 들어와! 들어오기 전까지는 못 가!’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태현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거절한 게 황당하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원한은 없었다.

오히려 태현을 더 갖고 싶어졌을 뿐. 태현은 타고난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이세연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서로 끌리게 마련.

이세연은 태현을 길드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상치도 못했다.

그녀가 말한 것 때문에 태현은 절대로 그녀 앞에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젠장. 모두 나를 싫어하는군.’

업보의 결과!

다른 놈은 몰라도 이세연한테 정체 밝혔다가는 정말 제대로 꼬이게 생긴 판이었다.

“그렇지만 2를 안 하니 이건 별 의미가 없네요.”

“하하! 그러네요! 그 김태현이라는 플레이어를 보니 아마 1에서 그쪽한테 져서 접은 것 같네요! 2는 오지도 않을 거예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까도 내가 깐다!

이세연은 태현에게 김태현을 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심지어 듣는 태현도 기분이 묘해질 정도였다.

“아. 네. 죄송합니다.”

“다시 시작할지도 몰라요. 느낌이 있거든요.”

“느낌이요?”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원히 접을 수 없어요. 조금 쉬다가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요.”

‘어떻게 알았지?’

태현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가 어떻게 했는지 완전히 맞추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면 이번에는 꼭…….”

“이번에는 꼭 뭐요?”

태현은 불안해져서 물었다. 이번에는 꼭 다음에 들어갈 말이 뭐지?

이번에는 꼭 죽인다?

이번에는 꼭 박살 낸다?

이번에는 꼭 내 손으로 게임을 접게 해주겠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번에는 꼭 길드에 넣겠다. 였지만 태현은 알 수 없었다.

더 올라간 불안함!

“그러면 전 이만 가볼게요. 아. 이 주변에 있던 늑대들은 전부 처리했으니 별로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그리고 시간 나면 제 방송 한 번 보세요. 재밌어요. 이세연으로 찾으면 나올 거예요.”

“아. 네.”

이세연은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살짝 신기해졌다. 그녀가 친절하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하고 이렇게 길게 이야기한 적은 드물었다.

눈앞의 대장장이에게는 그녀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지?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네.’

예리한 감각!

이세현도 태연 못지않게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었네요. 이름이?”

“어, 그러니까. 김, 김ㅌ…….”

“김ㅌ?”

“김ㅌ, 김대현입니다.”

태현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김태현이라고 말했다가는 분명 눈치를 챈다!

“김대현이요? 이름 비슷하네요. 나중에 방송 보면 말해주세요.”

이세연은 인사하고 나서 언데드들에게 손짓했다. 가볍게 떠오르고 나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 태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 몬스터와 연속으로 싸운 느낌이었다.

“하…… 그래도 이세연한테는 원한을 안 산 줄 알았는데.”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거나, 아니면 새로운 신분을 만들거나.

대장장이로 얻을 명성은 최상윤한테 부탁해서 해결하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야. 야.

-응?

마침 최상윤이 귓속말을 보내왔다.

-네가 부탁한 거 있잖아.

-아. 지수?

레드존 길드가 복수를 하려고 한다면, 최상윤이나 태현이 먼저 당할 것이다.

그 둘이 다 했으니까.

사실, 최상윤보다 태현이 더 먼저 노려질 가능성이 컸다. 최상윤은 랭커에다가, 팬도 많았다.

그에 비해 태현은 길드도 없고 랭커로 알려지지도 않았으니까. 게다가 길마를 죽인 건 태현 아닌가.

그렇지만 지수도 그 자리에 있기는 했고, 혹시 몰랐다. 그래서 태현은 최상윤한테 부탁을 했다.

‘괜찮은 길드 있으면 지수 좀 추천해서 들여보낼 수 있냐? 인원 적고 화기애애했으면 좋겠는데.’

‘대형 길드?’

‘아니. 대형 길드는 애가 적응을 못 할 것 같던데. 얘가 나처럼 좀 아싸 기질이 있어서…….’

아싸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

물론 지수가 들었다면 억울해서 가슴을 칠 소리였다. 그녀는 절대 아싸가 아니었다.

‘규모 적어도 실력파인 길드는 꽤 많잖아. 홍보가 잘 안 돼서 그렇지. 그런 거 아는 데 없어?’

‘알지. 내가 찾아볼게. 너 그래도 지수를 좀 챙겨준다?’

‘애가 좀 걱정이 돼서.’

워낙 예쁘게 생긴 미소년이라 보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수준!

물론 태현은 자기보다 잘생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수는 보는 사람을 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태현은 아직도 지수가 토끼한테 맞아서 죽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절망적인 수준의 근접전 센스!

-응. 부탁한 거 찾아봤어. ‘파이드’라는 길드 알아?

-몰라. 내가 모르니까 소규모 길드겠지.

-……그래. 어쨌든 내가 거기 길마를 아는데, 참 괜찮은 누나거든. 그리고 거기 길드도 여자밖에 없으니까…….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별 가려서 받는 길드가 드물지는 않았다.

문제는 지수였다.

-그런데 거기에 지수를 넣는다고?

‘아차.’

최상윤은 잊고 있었다. 태현이 아직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파이드 길마에게는 이미 말을 해둔 상태였다. 당연히 지수의 성별도 제대로 말을 해뒀다.

파이드 길마는 흔쾌히 허락을 해줬지만, 태현에게는 다르게 말을 해줘야 했다.

-내가 빌고 빌었지. 어쩔 수 없이 허락해주더라.

-그래? 친절한 사람이네.

-……그렇지?!

‘휴. 살았다.’

친구였지만 이런 면에는 참 둔한 놈이었다. 최상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수면 거기서 인기 좋으려나?

-어, 음…… 그렇겠지?

-알겠어. 들어줘서 고마워.

-근데 넌 지금 어디냐?

-아직 아탈리 왕국 가는 중이다. 아. 그리고 도중에 이세연 만났어.

-뭐?!

최상윤은 기겁했다.

이세연을 만났다고!?

-진짜? 너 살아 있냐?

-내가 미쳤다고 내가 누군지 밝혔겠냐?

-아. 하긴.

-이세연이 가만히 있는 사람 공격할 정도로 막장은 아니잖아. 의외로 친절하더라.

-다행이네.

-그래서 좀 떠봤는데, 음. 내 신분 밝히면 안 되겠더라.

-…….

최상윤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뭐, 너한테 원한 가진 사람이 한둘이겠냐?

-고맙다. 이 자식아.

전혀 위로가 안 되는 친구의 말.

-어쨌든 한동안은 더 신분 숨기고 살아야겠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누가 그렇게 랭커들 썰고 다니래?

-시꺼. 어쨌든 대장장이로 아이템 팔려면 너한테 부탁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냐?

-나야 상관없지. 오히려 좋아. 내 방송 시청률 뛴 거 봤냐?

-응? 왜?

-그야 레드존 길마랑 싸운 거랑 너 때문이지. 다들 와서 네가 누군지 묻던데.

-모르는 척해.

-당연하지.

척하면 척. 둘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알겠어. 아탈리 왕국 가서 퀘스트 좀 깨고…… 나중에 아이템 팔 거 생기면 연락할게.

-오케이. 아탈리 왕국 가서 재밌게 놀아.

* * *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태현 님!”

“너만 즐거웠겠지.”

태현은 한숨을 쉬며 마차에서 내렸다.

이세연이 주변을 싹 쓸고 떠난 덕분에 둘은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펠마스가 갑자기 마차를 잘 몰게 된 건 아니었다.

안 부서진 게 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

“저기가 제가 말한 제노마 시입니다!”

“이야. 타이럼시하고 비교하면 너무 차이 나는데?”

타이럼 사냥꾼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고 분노했을 소리!

그렇지만 실제로 차이가 너무 심했다.

타이럼시는 산악 지대인 잘츠 왕국에서도 험준한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시설도 거의 사냥꾼들이 쓰는 시설이 전부였다. 마탑도 없고 예술이나 제작 길드도 거의 없었다.

괜히 초보자들이 시작하고서 욕하는 게 아니었다.

그에 비해 제노마 시는 평양에 위치해 있었다. 바다와 붙어 있어서 항구도 있었고, 드넓은 도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화려했다.

거대한 성벽에, 그 안에 화려하게 들어서 있는 건물들. 위로 높게 솟아오른 탑들도 보였다.

“제노마 시는 아탈리 왕국에서도 으뜸갈 정도로 부유한 곳이니까요.”

“왜 네가 잘난 척이냐? 일단 들어가자.”

둘은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천 옷 팝니다! 희귀 직업 가진 재봉사가 만들었어요! 50 실버!”

“같이 파티 맺고서 제빵 길드 퀘스트 깨실 분? 초급 요리 3 넘으셔야 해요!”

“조각사가 만든 조각 싸게 팝니다! 갖고 있으면 스탯 보너스 붙어요!”

“희귀 직업 대장장이가 장비 만져드립니다! 필드 사냥 가시기 전에 버프 좀 받고 가셔야죠!”

시끄럽게 들리는 목소리들!

온갖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한껏 광고를 하고 있었다.

제작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계속 움직여서 무언가를 만들고 팔아야 했다. 그러려면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그래. 이게 도시지.”

토끼한테 맞아 죽는 초보자들이 먼저 보이는 게 아닌, 이렇게 활발하게 광고를 하는 모습.

이런 게 진짜 도시였다.

타이럼이 이상한 거였다.

“여기로 오시죠. 태현 님.”

펠마스는 성문을 지나 골목길을 걸어 으리으리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

저택은 엄청나게 컸다. 화려한 장식에 마법으로 번쩍이는 겉모습. 게다가 정문으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오는데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태현은 펠마스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였다.

“여기로 들어가라고?”

“네? 아니요. 여기가 아니라 여기 옆으로…….”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 옆 골목에 낡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금이 가고 불빛은 있지도 않은 건물이.

“그래. 역시 이래야지.”

“예?”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고.”

태현은 펠마스에게 적응해가고 있었다.

펠마스가 왕족을 안다고 말한다면?

그 왕족은 아마 쫓겨난 왕족이거나 왕족 사칭을 했던 놈이거나 어쨌든 만나서 좋을 놈은 아닐 것이다.

펠마스가 말하는 건 일단 기대를 낮추고 들어야 했다.

“왜 아무도 없어?”

“하하. 저희가 매일 모여 있는 건 아닙니다. 태현 님. 저희도 각자의 생활이 있죠.”

“내가 대충 들은 것만 해도 은퇴한 근위기사에, 팔 잘린 왕년 도적에, 마법사 밑에서 마도서 베끼던 필사꾼 정도인데 각자 생활이 있다고? 뭐 그럴 수도 있기야 한데…….”

태현은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그래서 뭐지? 신도들을 모았다면서. 이제 뭘 하면 되는데? 나한테 뭘 원하는데?”

“태현 님은 아키서스 그 자체, 화신이십니다. 당연히 이 대륙에 교단을 세우고 신도들을 더 모아야겠죠!”

“그래. 다 부서져 가는 방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태현은 금이 간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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