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0화
“아니…… 대족장 아들이라니…… 그런 말은 없었잖아? 미리 해줬어야지!”
<오크 대족장의 분노>
동쪽의 오크들은 언제나 갈라져서 싸우고 있지만, 몇 가지 일에는 협력하는 사이다.
그중 대족장 카라그는 가장 큰 오크 부족을 이끄는 존재로, 카자크의 아버지다.
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는 매우 분노할 것이 분명하다.
카자크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보상: ?
바로 친절하게 뜨는 퀘스트창.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누가 우리 아들 죽였어!’하고 더럽게 센 오크 대장이 오크들을 이끌고 쳐들어온다는 것 아닌가.
태현이 현실을 부정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도 메시지가 뜨고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계속 뜨는 창들.
태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레벨 업이었다.
타이럼 레인저는 확실히 성장이 빠른 직업이었다. 지수는 순식간에 레벨이 40을 넘어갔다.
오크 부족장, 카자크가 그만큼 강하기도 했고, 이번 퀘스트가 그만큼 위험한 퀘스트였다는 뜻이었다.
거기에다가 타이럼 레인저라는 직업 특성까지 합쳐지자 성장이 정말 빨랐다.
레벨이 1 오른 태현이 알면 어이가 없을 상황!
“너, 너 이 자식……!”
그제야 케인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눈빛만으로도 태현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케인은 카자크의 시체를 밟고 태현을 노려보았다.
“너. 내 얼굴 기억하는 게 좋을 거다. 앞으로 계속 너만 쫓아다니면서 죽일 생각이거든!”
“그래. 그래. 오늘 일단 한 번 죽은 다음에 72시간 동안 쉬면서 잘 생각해봐. 그러면 좀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응?”
“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네가 지금 좀 오크한테 많이 처맞았고…….”
태현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케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그걸 본 태현이 피식 웃었다.
“에이. 안 속나?”
“같잖은 수작 부리지 마라!”
“그래. 안 보면 네 손해지.”
스르륵-
칼날이 뒤에 겨눠졌다. 뒤를 돌아보자, 아까 그 미녀가 칼을 겨누고 있었다.
“내 레벨 높은 친구도 있거든. 둘이 붙어볼래?”
최상윤이 남은 오크 전사들을 전부 처리하고 돌아온 것이다.
케인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 더럽게 꼬이는 날이었다.
“너, 이 자식 애인이라도 되냐?”
태현은 무시하고 협박에 들어갔다.
“자. 어떻게 할래? 여기서 붙어볼래? 아니면 그냥 얌전히 물러날래?”
“내 길드원들이 다 여기에 있다.”
“그래. 우리 좋아하는 병사들도 저기 있지. 네 길드원들 잡고서. 이제 곧 내려올 거야.”
갑자기 탈주한 케인을 잡기 위해, 요새의 병사들은 길드원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뒤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서 싸움이 벌어지면 전면전이었다.
“누가 이길지는 상관이 없어. 싸우고 나면 너희 길드는 박살이 나는 거지, 뭐. 요새 병사들이야 죽어도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태현의 말은 한 군데도 틀린 곳이 없었다. 거기에 최상윤은 보충 설명까지 했다.
“그리고 싸우기 시작하면 너는 확실히 죽이고 시작할 거야.”
“아. 그래. 그걸 까먹었네.”
“이…… 빌어먹을…… $#*&@*(&$…….”
“입 조심해! 내 방송은 전체 연령가라고.”
그들이 떠드는 사이,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오크였다.
완전히 박살이 난 마을을 보고 오크는 경악했다.
“취익! 부족장님! 감히 이 인간들이……!”
크게 울려 퍼지는 비통한 목소리!
그러나 태현은 다른 생각을 했다.
아까 뜬 퀘스트창.
태현은 저 오크가 대족장에게 무언가 일러바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다면…….
“이 자식이 했어!”
“!?!?!”
떠넘기기!
태현은 케인을 가리키며 외쳤다.
“봐! 이 자식이 너희 대족장 시체를 밟고 있어!”
“뭔 개소리야?! 네가 했잖아!”
“여기 있는 오크들 시체 보이지? 이놈 부하들이 한 거야!”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케인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일이었다.
[화술 스킬에 성공합니다!]
박살 난 마을, 쓰러진 용병들의 시체. 거기에 레드존 길드마스터는 카자크의 시체를 밟고 있고…….
너무 믿기 좋은 상황이었다.
오크는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강하게 외쳤다.
“취익! 절대 잊지 않겠다, 이 사악한 인간 놈들! 감히 부족장을 죽이고 우리 마을을 불태운 일들을 말이다!”
일단 한숨 돌렸다.
대족장이 쳐들어오더라도 케인을 쫓아올 테니까!
케인이 핏발 선 눈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태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감사는 됐어. 앞으로 어디 가면 ‘오크 부족장 잡은 용사’라고 자기소개해도 뭐라고 안 할게.”
“너 이 @#^#!”
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무기를 들고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페널티가 있더라도 태현은 바로 죽이겠다는 의지!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공격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태현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케인은 분노한 얼굴로 외쳤다.
-피의 파동!
계속 태현에게 무시당하고 호구처럼 당하고 있었지만, 케인은 랭커에 들어가는 희귀 직업 플레이어였다.
붉은 피의 전사는 자신의 체력을 깎아서 여러 스킬을 쓸 수 있었고, 체력이 낮아질수록 공격력이 높아졌다.
순식간에 케인 주변에 붉은 원이 생기더니 고리처럼 퍼져나갔다.
퍼퍼퍽!
태현은 움찔했다. 회피에 실패한 것이다.
[피의 파동에 당했습니다. 데미지가 누적됩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으로서 신성 권능을 사용합니다. 데미지를 감소시킵니다.]
마을 앞에서 토끼와 싸웠을 때 이후로 데미지를 입은 건 처음 같았다.
저 붉은 파동 스킬은 회피를 무시하고 데미지를 입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계속 맞으면 데미지를 늘리는 형태의 스킬.
‘접근하면 좀 까다롭겠는데.’
그러나 완벽한 스킬은 없듯이, 데미지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태현의 스탯은 행운을 제외하면 레벨 50대 수준. 레벨 80을 넘는 케인에게 맞았는데 이 정도라면 엄청나게 괜찮은 것이었다.
게다가 신성 권능까지.
‘신성 권능, 생각보다 괜찮은 스킬이잖아?’
처음 봤을 때는 얼마나 데미지를 막아주겠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매우 유용했다.
케인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반드시 죽인다!
오늘 겪은 불행이 다 태현 탓인 것 같았다.
사실, 태현 때문이 맞긴 했다.
그는 진지한 마음으로 태현을 노려보며 스킬을 준비했다.
이제 더 이상 태현은 싸구려 장비를 낀 저렙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마치 다른 랭커를 대하듯이, 케인은 진지하게 태현의 동작을 읽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저 붉은 파동을 쓸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쓸 수 있으려나?’
‘HP가 너무 많이 깎였어. 포션을 쓰고 싶은데 상황이…….’
체력 회복 포션을 쓰고 싶어도 적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케인은 도망칠까 고민했다. 저기 길드원들이 있는 곳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태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건 저기 위로 가서 회복한 다음 해도 되는 일이었고.
게다가 지금은…….
“……!”
태현이 그의 뒤를 바라보며 신호하는 게 보였다.
‘아까 그 여자!’
랭커인 게 분명한, 최상윤이 뒤에 있었다. 케인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반격기인 피의 철퇴 스킬을 쓸 준비를 했다.
그러나 최상윤은 하품을 하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
“쟤가 끼어들지 말라고 했거든.”
푹!
“이…… 미친…….”
“고마워. 똑같은 수법에 계속 속아줘서.”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행운의 일격으로 공격력을 늘리고, 거기에 급소를 노린다.
케인은 당했다는 걸 깨닫고 로그아웃되기 전 태현을 노려보았다.
“반드시, 내가 반드시 널 찾아서……!”
“그래. 그래. 72시간 동안 잘 생각해봐. 복수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도 명심하고.”
상대의 속을 끝까지 뒤집는 말투!
태현은 얄밉게 손을 흔들었다. 그것으로 케인의 방송은 끝이었다.
-쟤 누구냐?!
-나 처음 보는데? 랭커야?
-옆에 있는 사유는 랭커잖아.
-나 사유 팬임.
-나도 팬임.
-쟤 사유 남자친구냐?
-사유 남자친구 없댔어!
-그냥 친구?
-아, 지금 그런 거 이야기할 때야? 저 자식이 케인 일대일로 이겼잖아!
-일대일은 아니지. 이 대 일이었잖아.
-이 대 일은 무슨! 사유는 끼지도 않았어!
-오크한테도 맞았고.
-웃기고 있네. 너희는 그러면 케인이랑 일대일로 붙어서 이길 수 있냐?
모두가 침묵!
케인 방송을 보는 사람 중 절반이 안티였지만, 그의 실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분명 고렙 플레이어였고 고수였다.
실력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길드를 이끌고 세금을 뜯을 수는 없었다.
삥도 강한 놈이나 뜯는 것!
-근데 진짜 누구냐? 랭커면 방송하지 않아?
-그러게. 나 본 적 없는데.
-사유 방송하면 가서 묻자!
갑자기 반사이익.
덕분에 최상윤도 모르게 최상윤 방송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 * *
“이야. 그래도 어떻게든 됐네.”
갑자기 오크 부족장이 가진,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나왔을 때는 당황했지만…….
따져보니 괜찮았다.
아까 그 오크는 케인이 부족장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
대족장이 쳐들어오더라도 일단 케인부터 찾을 것이다.
태현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게다가 퀘스트도 다 깼고, 레드존 길드원들은…….
“따라와! 이 자식들아!”
길드마스터가 태현에게 죽어버리자 그들은 당황하면서도 일단 병사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저 꼴을 보아하니 박살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케인은 부활하자마자 길드원들을 이끌고 태현을 죽이러 오겠지만, 그때쯤이면 태현은 다른 곳으로 가 있을 것이다.
최상윤이 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지금 붉은색인 거 알지? 나야 괜찮지만 넌 좀 숨어 있어야겠다.”
PK를 선공으로 해서 상대를 죽이면 겉에 붉은색이 맴돌았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됐지만, 그 사이 여러 페널티가 있었다. 마을이나 도시에서 거부를 당하거나…….
태현은 혹시 몰라서 조심스럽게 요새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설마 살인자라고 욕을 하지는…….
“아! 왔군! 우리의 영웅! 모두 손뼉 쳐주게! 오크 부족장을 처리한 것도 모자라서 범죄자들까지 직접 처리한 영웅이야!”
한 가지 잊고 있었다. 케인은 잘츠 왕국의 적으로 찍힌 상태였다는 것을.
지휘관은 좋아하면 좋아했지 그것 때문에 태현을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병사들은 박수를 하며 환호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아덴 요새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공적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지휘관은 태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처음에 백부장이 말했을 때, 나는 믿지 않았지. ‘아니, 어떻게 혼자서 오크 부족장을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하고!”
“하하. 그걸 아시면 좀 말리시지 그러셨습니까?”
“하하. 이 사람. 농담도 잘하는군!”
태현은 진심이었지만 지휘관은 농담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는 껄껄 웃었다.
[요새 지휘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숨만 쉬어도 오르는 친밀도!
“그런데 지금 보니, 내가 틀리고 그가 옳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 자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네! 과연 타이럼 사냥꾼들이야. 그들이 보낸 사람이니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자네 같은 영웅을 데리고 싸울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할 일이지.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하게.”
[요새의 병사들을 빌릴 수 있습니다.]
[병사를 성장시키거나 잃거나에 따라 요새의 친밀도가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