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9화
“이것들 왜 이렇게 끈질겨?!”
최상윤은 칼을 휘둘렀다. 빨리 해치우고 태현을 도우러 가고 싶었는데 오크들이 보통 끈질긴 게 아니었다.
레벨은 그보다 낮았지만 숫자가 많은 걸 무기로 조직적으로 덤볐다.
한 명이 쓰러지면 두 명이 붙고, 두 명이 쓰러지면 세 명이 붙고…….
조직적으로 달려드니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에이. 알아서 잘하겠지!’
태현이 레벨이 낮은 게 신경이 쓰였지만, 태현을 믿었다.
솔직히 최상윤은 태현이 누군가에게 진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았다.
* * *
“취익. 그 망치…… 대단해 보이는군…….”
“오냐.”
일단 갑옷부터 부수고 생각하자!
저 갑옷이 정말 탐나고 아까운 물건 같기는 했지만…….
태현은 빠르게 포기를 했다.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욕심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저 갑옷만 팔아도 몇천에서 몇억은 갈 텐데…… 하고.
그러나 태현은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시간을 끌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레드존 길드원들도 있고, 게다가 카자크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일반 공격이 아닌, 태현의 약점을 노리는 공격을 해올 수도 있었다.
카자크가 어떤 스킬을 또 갖고 있는지는 태현이 알 수가 없었으니까.
‘괜히 성가신 거라도 꺼내면 목숨이 위험하다.’
“취익, 그 망치, 내가 갖겠다!”
쾅!
‘광역기!’
태현은 바로 움직였다. 카자크가 무기를 들고 땅을 내려찍자 땅이 갈라지며 암석이 위로 솟구쳤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취익! 또! 저 인간이!”
카자크는 분통을 터뜨리며 태현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왜 때리는 공격이 다 빗나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취익! 그렇다면 빗나가지 않게 할 뿐!”
카자크가 대충 감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태현은 빠르게 카자크에게 파고들었다.
쾅! 쾅! 쾅!
별다른 스킬이 아니라 일반 공격이라면 그냥도 피할 수 있었다.
한 번 피하고, 두 번째에 품으로 파고들고, 세 번째에는…….
“취익, 내가 그대로 맞아줄 줄 알았나?”
카자크는 태현을 비웃으며 무기로 태현을 후려치려고 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우기기, 행운의 일격…….
운이 좋았다.
빠른 순간에 7중첩까지!
태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대의 망치를 들고 카자크의 도끼를 후려쳤다.
“취익, 멍청한 인간!”
카자크는 오만하게 외쳤다.
이제까지 그와 힘으로 붙으려고 하는 적은 없었다.
어떤 오크도, 어떤 적도 그와 힘으로 승부해서 이긴 적이 없었다. 그의 힘은 그의 자랑이었다.
게다가 이 도끼는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부족에서 가장 뛰어난 오크 대장장이 셋이 운석을 녹여서 만든 부족의 보물…….
콰지직!
[강한 충격으로 장비가 파괴되었습니다.]
“?!?!?!?!?!?!?!”
태현도 놀랐지만 카자크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카자크는 큰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취익, 내, 내 도끼가……!”
태현도 이렇게 카자크의 무기가 완전히 박살 날 줄은 몰랐다.
강화로 인해 워낙 강력해졌기에, 무기에 금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 불가 옵션까지 달렸으니까…….
거기에 강화는 안 들어갔지만.
[일족의 보물이 파괴된 것에 카자크가 충격 상태에 빠집니다.]
위기는 곧 기회. 태현은 바로 카자크의 가슴팍을 향해 전력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마치 숙련된 대장장이가 망치를 들고 달궈진 검날을 정확하게 때리듯, 태현도 망치를 정확하게 카자크의 가슴팍을 향해 때려 넣었다.
카자크는 놀라서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쾅!!!!
[강한 충격으로 장비가 파괴되었습니다.]
[칭호: 장비 파괴자를 얻었습니다.]
서버에서 처음 얻은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취익, 말도 안 된다, 인간……! 취익?”
카자크는 울부짖으며 자기 갑옷을 만졌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갑옷이 박살 났는데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은 것이다. 카자크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취익! 인간, 대체 너는……?”
“그래. 그래! 계속 그렇게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태현은 바로 검을 뽑아 들어서 달려들 준비를 했다. 행운의 일격 버프 시간은 아직 남아 있었다.
“크아아아앗!”
그러나 그때, 방해가 끼어들었다.
* * *
레드존 길드 마스터, 케인은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았다.
그런 그가 요새의 병사들에게 붙잡혔을 때, 간신히 참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케인은 병사들에게 붙잡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을 깨달았다.
저 건방진 세 명의 플레이어들이 먹튀를 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돈과 피로 다 뚫어놓은 오크 마을을!
남의 것은 많이 뺏어도, 케인은 자신이 뺏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저 칼을 휘두르는 늘씬한 미녀는 찾아보니 랭커였다. 사유라고 불리는 미녀 랭커.
저 정도 되는 랭커가 여기 와서 저 오크를 잡으려고 하는 건, 저 오크 부족장에게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게다가 갑옷도 그렇고 무언가 여기 있는 오크들은 강력했다.
케인은 결국 결정했다.
“저 병사들을 막아라!”
“?!!”
일단 길드원들은 길마의 명령에 움직였다. 병사들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들이 시간을 번 사이, 케인은 무기를 들고 뛰어내렸다.
절대 저 건방진 놈에게 오크 부족장의 머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달려가는 순간 태현이 갑옷을 박살 내는 것이 보였다.
“???”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벨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설마 랭커인데 장비를 숨기는 건가?’
랭커 중에서 저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일부러 허름한 장비를 입고 다니는 것이다.
판타지 온라인에서는 상대의 스탯이나 스킬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상대에게서 알 수 있는 건 겉모습뿐이었다. 싸구려 장비를 입고 다니면 당연히 저렙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몇몇 랭커들은 이 점을 반대로 이용했다.
싸구려 장비들을 입고 다니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저렙은 다들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런 위장으로 퀘스트를 빠르게 깨는 것이다. 다른 길드나 랭커의 견제를 안 받아도 되니까.
그럴듯했다. 레벨 낮은 놈이 저 오크 부족장과 저렇게 싸울 수는 없었다.
“죽어라, 카자크!”
-피와 분노의 돌격!
케인은 랭커답게 강력한 공격 스킬을 선보였다. 전사인 그는 묵직한 검을 휘둘러 갑옷이 깨진 카자크를 후려쳤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켰습니다!]
[카자크가 상태 이상 출혈에 빠집니다!]
[카자크가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집니다!]
자기 피를 깎고, 전력으로 돌격해서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주는 스킬.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보스라도 견디기 힘든 공격이었다.
예상대로 카자크는 비틀거렸다. 갑옷이 사라지자 데미지를 바로 입었다.
“너, 이 쥐새끼 같은 놈.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오늘 방해한 건 내가 절대로 잊지 않을 테니까!”
그사이 케인은 태현을 노려보고 외쳤다.
그러나 그는 태현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오, 그래?”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컥!”
태현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달려들어서 케인의 목을 찔러버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공격이었기에 케인은 그대로 맞아버렸다.
그의 방어력과 체력이 있는데도 피가 쭉쭉 빠지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무슨 놈의 공격력이?!’
“넌 오늘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난 너처럼 기다렸다가 복수하는 게 아니라 바로 복수하는 성격이거든.”
“너, 너 저 오크 안 보이냐?”
설마 태현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 상황에서 그에게 먼저 덤빌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앞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고, 주변에는 아직 남은 오크들이 있었고, 게다가 그는 레드존 길드마스터였다.
그런데 다짜고짜 찔러버리다니.
“저 오크는 나중에 죽여도 되고. 일단 내 일에 끼어든 놈부터 먼저 죽여야지.”
“미쳤냐?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이길 수 있을 것 같긴 해. 아. 그리고 뒤나 보라고.”
“?!”
케인은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카자크가 있었다.
그러나 카자크는 아직도 비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한테 맞은 데미지가 컸던 것이다.
촥!
“크앗!”
“일단 머리가 나쁜 건 확실한 것 같아. 안 그래?”
태현은 이죽거리며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케인의 빈틈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케인은 사납게 검을 휘둘러 태현을 공격했지만 태현은 회피로 빗나가게 만들었다.
HP가 깎인 것도 깎인 것이었지만, 가장 케인을 화나게 만든 건 저런 잔 속임수에 속았다는 것이었다.
저런 허접한 속임수에 속다니!
그러나 태현에게는 이것도 한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었다.
태현은 상대를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너 이 자식…… 정말 죽여주마. 그리고 네가 부활해도 쫓아서 죽여주고…….”
케인은 결심했다. 저 오크를 못 잡는 한이 있더라도 저 얄미운 인간을 잡겠다고!
“야. 뒤. 뒤. 이번에는 진짜야.”
“닥쳐라! 너부터 끝내고 본다!”
“취익, 죽여 버리겠다, 인간!”
황소처럼 울부짖으며, 카자크가 달려들었다. 평소의 케인이라면 전혀 당하지 않았을 공격이었다.
태현 때문에 머리끝까지 피가 올라 있어서 보이는 게 없어서 당한 것이다.
“커허헉!”
케인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카자크가 양손에 비교적 작은 도끼를 들고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원래라면 태현을 공격했겠지만, 방금 워낙 위력적인 공격을 맞아서 케인을 먼저 노리는 것이다.
“취익, 죽여 버리겠다, 인간!”
카자크는 케인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피를 흘리며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학! 크아악!”
케인은 두꺼운 건틀렛으로 얼굴을 막은 다음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카자크의 힘이 보통 센 게 아니었다. 한 번 불리한 위치에 처하자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붉은 참격!
푸확!
간신히 스킬을 썼지만 카자크는 휘청거리더니 버텨냈다. 분노로 인해 눈이 돌아간 것이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게 곧 죽기 직전이었는데, 그런데도 전력을 다해 덤벼들고 있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카자크가 원시의 괴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개 같은……!”
이런 곳에서, 이런 오크 부족장 같은 몬스터하고 같이 죽으면 그것만큼 웃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케인은 필사적으로 카자크를 후려친 다음, 전력을 다해서 스킬을 쓸 준비를 했다.
체면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 했다.
바로 그때!
푹!
“……?”
카자크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가슴팍에는 삐죽한 검이 튀어나와 있었다.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쉽게는 못 잡았을 텐데.”
위에서 듣기만 해도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자크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뒤에 태현이 서 있었다.
카자크가 케인에게만 집중하는 동안, 행운의 일격을 중첩시켜서 즉사시킬 수 있는 공격을 넣은 것이다.
[오크 대부족장의 아들, 카자크를 쓰러뜨렸습니다!]
[칭호, 오크의 원수를 얻었습니다.]
[서버에서 처음 얻은 칭호입니다. 각 스탯이 10씩 증가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크 대부족과 적대 관계가 됩니다.]
[오크 중형 전투 도끼를 얻었습니다.]
[오크 부족의 마을 지도를 얻었습니다.]
[부서진 갑옷 파편을 얻었습니다.]
[부서진 도끼 파편을 얻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들이 줄줄줄 나왔다.
레벨이 오른 것도 좋았고, 아이템이 나온 것도 좋았지만…….
“잠깐. 뭐? 오크 대부족장의 아들?”
태현은 뭔가 잘못 건드린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