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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7화 (37/1,826)

§ 나는 될놈이다 37화

과연 길드장은 길드장이었다.

케인은 물살을 가르듯이 빠르게 오크들을 썰어버렸다.

물론 사제들의 축복 같은 온갖 버프를 받고, 마법사들의 공격과 다른 지원을 받았지만, 눈에 띄는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걸 멀리서 태현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야. 잘 싸우네.”

“지금 한가롭게 감탄할 때냐? 이따가 우리랑 붙을 수도 있다고.”

“뭐야. 이길 자신 없어?”

“저놈 하나만이면 모를까, 저기 길드원들하고 고용한 용병들까지 어떻게 처리해!”

“걱정 마. 우리도 빽 있으니까. 그나저나 오크들이 생각보다 세잖아? 정면돌격 안 하기를 잘했군.”

태현은 스스로의 한계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행운 스탯 때문에 대부분의 보통 공격은 회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약점은 있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받거나.

아니면 명중률이 높은 직업을 상대하거나.

그도 아니면 마법사들의 저주를 받거나.

회피 불가 스킬을 맞는다거나…….

판타지 온라인에서 완전한 캐릭터는 없었다. 어떤 캐릭터도 약점은 있었다.

그래서 태현이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대장장이로 다른 랭커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행운만 믿고 혼자 덤비는 멍청한 짓은 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랬었다가는…….

‘오크들한테 농락 당했겠군.’

전사들이야 어찌어찌 한다고 쳐도 주술사들이 있는 걸 보니 다 피할 수는 없었다.

분명 뚫는 도중 멈춰서 죽었을 것이다.

“어, 뚫었어요!”

“그래. 나도 보고 있어.”

케인은 길드원들을 데리고 두 번째 목책마저 뚫어버렸다. 그 주변에 있던 오크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케인은 대검을 위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내가! 여기에! 왔다! 나를 따르라!”

방송으로 보면 폼이 났지만, 태현과 최상윤은 냉정하게 중얼거렸다.

“폼 더럽게 잡네. 각도 의식하는 거 봐라.”

“오크 궁수들 뭐하냐? 저 때 목에 한 발 쏴줘야지.”

“…….”

둘의 말이야 어쨌든, 상황은 레드존 길드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크 마을을 보호하고 있던 목책들이 한 겹씩 부서졌고, 길드원들은 길드장 케인을 중심으로 뭉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길드원들과 용병들이 마을 안으로 들어오자, 오크 정예 전사들이 어깨를 맞대고 진형을 맞췄다. 그 뒤로 오크 궁수들이, 그 뒤로는 오크 주술사들이 버티고 섰다.

보통 기세가 아니었다. 각자 보이는 오크들을 공격하던 길드원들도 그 모습에 움찔했다.

“마법사들! 마법!”

“아직 준비 중입니다!”

“이런 젠장…… 궁수들이라도 쏴!”

케인의 말에 궁수들이 화살을 쐈다. 스킬을 썼기에 화살 공격은 제법 화려했다.

푸른색 오러가 실려 있거나 불타고 있거나…….

그러나 오크 정예 전사들은 괜히 오크 정예 전사가 아니었다.

콰콰쾅! 콰쾅!

그들도 스킬을 썼다. 오러가 실린 도끼가 화살을 튕겨내고 부쉈다.

그걸 본 태현이 중얼거렸다.

“지금 저런 놈들을 알아서 잡으라고 한 거야?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봤나…….”

태현도, 밑에 있는 케인도, 레드존 길드원들도…… 여기 있는 모두가 오해하고 있었다.

이 오크 부족 퀘스트의 난이도를.

어쩔 수 없었다. 거대한 규모의, 대륙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의 퀘스트인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건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케인은 신이 나서 외쳤다.

“이 더러운 오크 놈들을 모두 쓸어버려라!”

“취익, 그렇게는 안 될 거다, 인간!”

오크 정예 전사들과 길드원들이 격돌했다.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길드원들은 생각보다 오크 정예 전사들이 강하자 놀랐다.

캉! 캉! 캉!

“이, 오크 자식이……?”

“취익, 죽어라, 인간!”

-삼단 베기!

길드원은 오크 정예 전사의 힘이 만만치 않자 바로 스킬을 써서 들어갔다.

세 곳을 동시에 베는 스킬로, 그의 무기 옵션까지 합치면 상대는 일단 한 군데는 베이고 시작하게 됐다.

푸슛!

[스킬이 성공했습니다! 상대방이 상태 이상 ‘출혈’에 걸립니다!]

[스킬 경험치가 오릅니다.]

“하하, 어떠…… 어?”

다리와 배를 깊게 베인 오크를 비웃으려던 길드원은 당황해서 앞을 쳐다 보았다.

오크가 도끼를 들고, 전력으로 그의 어깨를 내려찍었다.

콰직!

처음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베이고 찔려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그야말로 오크 정신!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강한 충격에 의해 상태 이상 ‘충격’에 걸립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앞에 있던 오크는 쓰러졌지만 뒤에 있던 오크가 포효하며 덤볐다.

[사망하셨습니다.]

“뭐야?!”

케인은 대검을 휘둘러서 오크 정예 전사를 해치운 다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크들이 생각보다 강했다.

그리고 길드원들이 밀리고 있었다.

지금 여기 있는 길드원들은 레벨 50에서 60대. 이런 조그만 오크 부족한테 밀릴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 30~40이면 무난하게 깨는 퀘스트 아니었나?!’

이 주변에 온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딱 그 정도였다.

그래서 케인도 오크 부족들을 그렇게 판단했다. 그 판단은 실제로 맞아떨어졌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부족장 옆에 있던 오크 정예 전사들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싸우는 걸 보니 길드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

“이, 이런…… 무슨…….”

그러는 사이 길드원 한 명이 더 쓰러져서 회색으로 변했다.

오크 정예 전사들의 기세는 살벌했다.

그야말로 목숨 따위는 버리고 덤벼드는, 짐승 같은 기세!

몇 군데 찔리는 건 상관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한 대 후려치려고 했다.

그리고 한 대 맞으면 탱커로 키운 전사도 위험했다. 그 즉시 다른 오크 전사들이 달려들었으니까.

“후퇴! 후퇴!”

마을의 목책을 전부 부수고, 이제 부족장이 있는 곳만 점령하면 됐다.

그렇지만 케인은 후퇴를 명령했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느낀 것이다.

지금 저렇게 덤비는 오크들을 뚫는 건 위험하다!

길드원들은 당황했지만 일단 길드장의 명령대로 후퇴했다.

* * *

“저기서 후퇴를 하다니. 생각보다 대단한데?”

“뭐, 그러니까 길드장 하고 있겠지.”

보통 사람이라면 아쉬워서 끝까지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피해를 봤겠지.

태현은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저 오크들은 정말 이상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저놈들을 전부 처치하고 돌아오라는 퀘스트를 준 잘츠 왕국이 얄밉게 느껴졌다.

‘이 인간들 진짜…….’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돌아가서 멱살을 잡고 싶은 수준!

셋이 엎드려서 떠드는 사이, 레드존 길드는 다시 전열을 수습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놈들은 어차피 한 줌밖에 남지 않았다! 목책은 다 부서졌고, 남은 건 저기 숨어 있는 놈들뿐이다!”

물론 그렇게 말했지만, 케인은 길드원들을 데리고 직접 붙을 생각이 없었다.

부족장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황.

그런데 오크 정예 전사가 저렇게 강하다면, 부족장에 대한 생각도 고쳐야 했다.

‘생각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는데.’

그럴 경우 위험했다.

지금은 생방송 중. 이미 한 번 물러선 것도 살짝 체면이 구겨졌다.

그런데 부족장한테 밀리거나, 힘들게 잡기라도 한다면…….

“준비는 다 됐나?”

“예!”

“좋아. 용병들을 앞으로 보내!”

비싼 돈 주고 고용한 용병 NPC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마법을 때려 박아라!”

저기 남은 오크 주술사보다는 여기 모인 마법사들이 더 강할 것이다.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 오크들도 견디다 못해 뛰어나올 테니, 용병들을 앞에 세워서 막은 다음 계속 칠 생각이었다.

콰르릉! 콰쾅!

화염구가 터져나가고, 번개가 위에서 내리쳤다. 오크 주술사들이 방어와 반격에 나섰지만 숫자에서부터 밀렸다.

“취익, 괴롭다! 괴로워!”

“취익! 인간 마법사를 죽여라!”

“나온다! 공격 준비!”

오크 정예 전사들이 눈을 붉히며 돌격해왔다. 궁수들은 정확하게 그들을 조준했다.

퍼퍼퍽!

화살 몇 대로 오크 정예 전사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용병들은 맞서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서로 칼을 겨누고, 동시에 부딪히기 직전…….

그 위로 마법이 쏟아졌다.

콰쾅! 콰콰쾅!

“?!”

“뭐하는 거야?!”

[용병단 ‘켈타즈’의 친밀도가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용병단 ‘세 마리 말’의 친밀도가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아군을 공격했습니다!]

[명성이 하락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용병들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어지럽게 뜨는 상태창들.

그러나 케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왕국 병사도 아닌 용병들이었다. 원한을 가져봤자 별것 아니었다.

용병들을 미끼로 오크들을 불러낸 다음, 그 위로 마법을 쏟아붓는다.

그가 생각했지만 정말 좋은 방법이었다.

용병들에게 많은 돈을 쓰기는 했지만 어차피 돈은 또 들어올 것이다.

게다가 용병단이 해체되면 남은 돈은 내지 않아도 됐다.

“이 개자식!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

“당장 멈춰!”

용병들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뒤로 도망치지 못했다.

앞에 오크 정예 전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덤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위에서 쏟아지고, 오크는 앞에서 덤비고……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족장 나옵니다!”

“그래? 준비했지?”

고개를 끄덕인 건 세 명의 마법사였다. 이들은 저주 계열 마법을 전문으로 판 마법사였다.

지금까지 힘을 쓰지 않고 기다리게 한 건 오크 부족장을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쿵, 쿵-

오크 부족장이 거대한 도끼를 각각 양손에 들고 울부짖었다.

[오크 부족장, ‘카자크’가 전투 고함을 지릅니다!]

[상태 이상 ‘마비’에 빠집니다!]

[오크들의 사기가 오릅니다!]

[오크들의 체력이 소량 회복합니다!]

“지금이다! 걸어!”

-어둠의 고리!

-뼈 약화의 저주!

-마나 저주! 정신 고문!

연달아서 작렬하는 저주들. 오크 주술사들은 다른 마법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막지 못했다.

부족장 카자크는 맨몸으로 견뎌냈다.

그러나 피부는 검푸르게 물들었다. 저주에 걸린 것이다.

“됐습니다!”

“좋아. 저놈은 내 거다!”

케인은 의기양양하게 검을 들고 달려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정지!”

“???”

사나운 눈길로 노려보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잘 무장한 걸 보니 어디 다른 왕국의 병사가 분명했다.

“뭐야?”

“저놈입니다, 저놈! 백부장님! 저놈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

백부장이 걸어 나오더니 케인을 노려보았다.

“네가 감히 우리 왕국의 타이럼 사냥꾼에게서 돈을 강탈했냐?”

“뭐? 잠깐…….”

케인은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기 위해 눈알을 굴렸다.

그러나 바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흑흑,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 아이템을 모조리 뺏어가서 팔아버리고, 제가 앞으로 번 돈은 전부 바치라는 계약서를 쓰게 하고, 잘츠 왕국은 야만인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모욕하고, 타이럼 사냥꾼들은 활도 제대로 못 쓰는 얼간이들이라고 했습니다.”

“저, 저 쳐 죽일 놈! 당장 요새로 따라와라!”

<아덴 요새의 병사들>

아덴 요새 주변에서 사람들의 돈을 갈취한 당신의 악명은 높아졌다.

그 악명을 들은 요새의 지휘관은 당신을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체포당하고 싶지 않다면 그를 설득해라.

보상: ?

“이게 뭔 개소리야?! 지금 저 오크들 안 보여? 방해하지 마!”

“무기를 내려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길드원들도 당황해서 케인을 쳐다보았다.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그였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시하고 이 병사들과 싸워야 하나?

케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오크 부족장과 남은 오크들이 날뛰고 있었다.

게다가 데려온 용병들도 박살 난 상황.

그에 비해 눈앞의 병사들은 매우 멀쩡한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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