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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4화 (34/1,826)

§ 나는 될놈이다 34화

의심이 불어나자 루카스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방송을 켜고 아이템창을 켰다.

옵션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7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도 엄청 귀중한 정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괜히 가렸다가는 또 합성이니 뭐니 욕을 먹을 것 같았다.

결국 전부 다 오픈!

-그러면 칭호는 왜 안 나온 거야?

-+7만 칭호를 안 준다거나?

-그게 말이 되냐? +5, +6도 다 나왔는데.

-사기 아냐?

-생방송인데 어떻게 사기를 쳐?

-몰라. 어쨌든 사기임.

방송을 보던 태현은 갑자기 미안해지는 걸 느꼈다.

‘아니…… 난 이런 걸 하고 있는 줄은 몰랐지…….’

그는 몰래 익명으로 채팅창에 글을 썼다.

-다른 사람이 +7을 먼저 한 거 아냐? 루카스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칭호 안 떠서 속상한 건 루카스 아니겠어?

태현으로서는 최선의 친절을 베푼 셈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냉정했다.

-루카스보다 +7 먼저 한 놈이 어디 있다고 그래?

-길드 대장장이들? 했으면 가장 먼저 지들이 했다고 자랑하고 다니겠지. 걔네들은 안 해도 했다고 우길걸?

-너 왜 루카스 쉴드치냐?

-너 루카스지?

순식간에 쏟아지는 폭격!

태현은 혀를 차며 물러섰다.

‘미안하다. 루카스. 난 그냥 널 도와주려고 한 거였는데…….’

만나본 적도 없는 랭커한테 느껴지는 미안함!

태현은 미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게임에 다시 접속했다.

* * *

들어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수가 들어왔고, 그다음에 최상윤이 들어왔다.

태현은 그들을 기다리면서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작거렸다.

쉬어서 뭐하냐.

남는 시간에도 꾸준히 스킬 레벨을 올려야 했다.

전설 직업을 얻었지만 결코 게을러지지 않는 부지런함!

강해지기 위해서는 온갖 짓을 다 할 수 있는 게 태현이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중급 레벨 6이고, 아직 요리는 초급 레벨 9네. 요리를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재봉도 그렇고 나중을 대비해서 채굴 스킬도 좀 올려놔야…….’

누가 들으면 무슨 혼자서 백화점 차릴 거냐고 물을 정도로 방대한 스킬 목록들!

하지만 태현의 고집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양한 스킬을 갖고 있는 만능캐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왔냐?”

“어.”

“저도 왔어요!”

“그래. 그래.”

태현은 대충 인사하고 아이템을 착용했다.

근성의 벨트(+1): 내구력 150/150, 방어력 20, 착용 시 체력 25 상승, 지구력 25 상승.

스킬 ‘끈질긴 지구력’ 사용 가능, 패시브 스킬 ‘불굴’ 사용 가능.

힘 제한 50, 체력 제한 50.

도시의 권투 대회에서 우승한 챔피언이 쓰던 벨트다. 이 마법이 걸린 벨트를 끼고 우승한 게 알려진 챔피언은 벨트를 몰수당했다.

PK를 신청했던 두 멍청이한테서 얻어낸 아이템!

근성의 벨트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태현이 쓰고 있던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벨트도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근성의 벨트가 한 수 위였다.

이런 걸 끼고 있었다니.

‘실력은 허접이었는데 그래도 아이템은 꽤 괜찮은 걸 들고 있었잖아?’

두 사람이 들으면 혈압이 올라서 뒷목을 잡을 소리였다.

근성의 벨트도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더 좋은 건 따로 있었다.

마력 회복의 귀걸이: 내구력 55/55, 마법 방어력 35. 속성 방어력 35.

스킬 ‘마나 충전’ 사용 가능. 스킬 ‘마나 흡수’ 사용 가능. 마나 회복 속도 25% 증가. 마법 사용 시 소모된 마나의 5%를 회복.

언제나 마나 부족이 고민이었던 마탑의 마법사가 연구 끝에 만들어 낸 비장의 작품이다. 만든 날에 도둑이 들어 이 귀걸이를 훔쳤지만, 마법사는 이 귀걸이를 만드느라 마나가 다 떨어져 도둑을 막을 수 없었다.

슬픈 사연은 무시하고, 옵션만 보면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언제나 마나 회복 옵션은 아이템 옵션 중에서 상위권에 있는 옵션.

있으면 무조건 좋은 옵션이었다.

두 PK 콤비 중 최은철이 마법사였다. 아마 이 귀걸이는 그가 정말로 아끼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마법사한테 이런 아이템은 정말 귀중하고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으니까.

사실 최은철도 이걸 PK로 뺏었지만, 태현은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제는 태현의 차지!

아쉽게도 불타는 강철의 중갑과 불타는 강철의 도끼는 직업 제한과 레벨 제한 때문에 착용할 수 없었다.

‘나중에 팔아버려야지.’

“어? 거기서 뭐 하세요?”

태현은 둘과 같이 움직이려다가 요새로 돌아온 익숙한 얼굴들을 찾았다.

최하준과 최하영 파티였다. 그때 PK 콤비한테 죽은 파티원도 부활했는지 같이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옆의 분은…….”

“제 친굽니다.”

“안녕하세요. 사유에요.”

철저한 컨셉질!

최상윤은 시치미를 떼고 목소리를 변조시켰다.

그걸 본 남자들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최하준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보다 밖에서 퀘스트 깨고 있을 줄 알았는데요. 72시간 지난 지 좀 되지 않았나요?”

“아. 네.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요…….”

최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오크 머리 퀘스트를 시작으로, 요새 사람들의 친밀도를 얻기 위해 퀘스트를 깨나갔다.

다른 요새로 간 사람들은 ‘레드존’ 길드가 자릿세부터 시작해서 세금을 걷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요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게 다행으로 여겨졌다.

빡빡한 세금에 비교하면 태현의 요구는 천사 수준!

그러나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레드존 길드원들이 점점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필드에서 오크 사냥하는데 꺼지라고…….”

“여기 걔네가 점령한 오그던 요새하고 거리 좀 있지 않아요?”

아덴 요새는 오그던 요새와 거리가 있었다. 레드존 길드원들이 돌아다니는 곳과 겹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주변 정리 끝내서 온 거 아니야? 세금 더 걷으려고.”

태현의 추측이 맞았다.

레드존 길드가 대충 요새 주변의 오크들을 다 치우자, 다른 곳으로 떠나서 퀘스트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보였던 것이다.

요새 안에서 쉬지 못하더라도, 각종 시설이나 그런 걸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세금은 내지 않겠다!

그만큼 세금은 사람들이 내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세금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

-영역을 늘리면 되지!

그래서 레드존 길드원들은 돌아다니면서 윽박지르고 있었다.

요새 안을 지키는 게 아닌,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삥을 뜯는 깡패들 수준!

“너무 심하잖아? 겁이 없네.”

최상윤이 조용히 말했다. 최하준과 최하영 파티원들도 꽤 억울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악명 쌓아봤자 길게 봐서 좋을 게 없는데…… 길드 마스터가 한탕 제대로 하고 싶나 봐.”

저렇게 깽판을 치면 오래 갈 수가 없었다.

악명이 쌓이면 다른 왕국의 NPC들이나 병사들이 그들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쌓이면 위험했다.

이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들은 힘이 없으니까 가만히 있는다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 플레이어들이 인맥으로 다른 고렙 플레이어들을 부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유명해지고 싶은 고렙 플레이어들이 레드존 길드를 공격해서 명성의 먹이로 쓸 수도 있었다.

저런 식의 깽판은 정말 세력이 강한 길드도 각오하고 해야 하는 짓이었다.

그런데 ‘레드존’ 길드는 그냥 평범한 수준의 강한 길드.

저런 식으로 한다는 건 지금 이익에 눈이 멀어서 미래를 포기하는 짓이었다.

“만나면 좀 귀찮겠는데?”

“세금 낼 거야?”

“미쳤냐? 덤빌 거면 덤비라고 해. 어디서 별 같잖은 놈들이…….”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저런 식으로 까부는 놈은 처음이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광산 하나에 들어가서 희귀 광석을 모으기 위해 석 달 동안 광석만 캤었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계속 광석만 캐다 보니 사람이 말라갔다.

그런 상황에서 광산을 점령한 길드가 발표한 명령문!

-이 광산은 우리 길드가 점령했다! 앞으로 이 광산을 쓰려는 놈들은 세금을 내고 입장료를 내라!

광산 깊숙한 곳에서 있던 태현은 밖으로 나왔다가 그 소리를 듣고 돌아버렸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

길드원들을 쪼개고 묻고 후려치고 절벽에서 밀어버리고…… 길드가 치를 떨고 광산에서 도망쳐도 쫓아갔다.

결국 그 길드는 공중분해.

“레드존 길마가 레벨 몇이지?”

“어…… 나랑 비슷하거나 낮을걸?”

“고렙이긴 하네. 레벨 먹고 하는 게 애들 삥 뜯는 거냐. 에이…….”

“그런데 너 상태로는 지금 상대하기 힘들지 않아?”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싸움을 일대일로만 하는 건 아니니까…….”

태현이 씩 웃는 걸 보고 최상윤은 안심했다.

태현이 저럴 때는 뭔가 사악한 계획을 꾸밀 때였다. 특히 적한테.

“그러면 지금 밖에 나가면 레드존 애들 볼 수 있는 거?”

“돌아다니면 한두 번은 만나겠지.”

“오크 부족장 머리 대신 따다 달라고 하면 안 해주겠지?”

“퍽이나 해주겠다. 세금 내라고 할걸?”

“진짜 도움이라고는 하나도 안 되는군. 가자.”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손짓했다. 지수와 최상윤은 태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잠, 잠깐만요! 레드존 길드와 싸우려는 건가요?”

“필요하면 싸울 생각인데.”

“저, 저희도 도와드릴 수…….”

최하영이 그렇게 말하자 파티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레드존 길드원들과 싸우라고?!

레드존 길드가 서버를 주름잡는 최고의 길드는 아니더라도 요새 하나를 점령할 수준은 됐다.

괜히 찍혔다가는 골치가 아파졌다.

혼자서 길드를 상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파티원들이 우물쭈물하는 걸 본 태현은 피식 웃었다.

“됐어. 도와줄 필요 없으니 그쪽 일이나 잘해.”

어느새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파티원들은 뭐라고 하지 못했다.

속마음을 들킨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아니, 잠깐만요! 하준아. 도와줘야지!”

그러나 최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누나. 레드존이랑 지금 싸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왜?”

“지금 레드존 길드에서 자꾸 영역을 넓히려는 이유가 뭐겠어? 사람들이 그쪽 요새 말고 다른 곳에서 사냥하고 퀘스트 깨려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싸웠다가는 본보기가 될 거야.”

“그게 무서워서 안 도와준다고?!”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지. 괜히 지금 부딪힐 필요는 없잖아.”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 * *

“쟤네들 안 데리고 가도 돼? 내가 데리고 와볼까?”

“네가 어떻게?”

“저기 파티원들 눈빛 보니까 내가 부탁만 하면 뭐든지 들어줄걸?”

“…….”

“…….”

지수와 태현은 동시에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최상윤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 왜! 난 잘못 없어! 지들이 착각한 게 잘못이지!”

“됐어. 데리고 와봤자 도움도 안 될 놈들이야. 싸울 생각 없으면 거슬리기나 하지.”

“어떤 식으로 싸우려고?”

“일단 놈들을 보자. 안 부딪혀도 퀘스트 깰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냥 퀘스트만 깨고 가도…….”

그러나 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폭발이 보였다.

“뭐냐?”

“마법사 있나 본데? 그리고 저건…… 오크 부족들이네. 레드존 애들이 치고 있나 보다.”

“…….”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는 오크 부족은 먼저 처리!

안 부딪혀도 될 거 같으면 최상윤을 앞세워서 오크 부족장만 죽인 다음 그걸로 어떻게 퀘스트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걸 보니 그건 무리 같았다.

‘어떻게 싸울까…….’

싸우는 건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 인원이 문제였다.

레드존 길드는 레벨도 레벨이었지만, 길드니까 조합이 좋을 것이다.

전사에 사제에 마법사에…….

그런 조합에 최상윤만 믿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레드존 길드에 고렙 플레이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부를까?”

“뭔 사람들?”

“내 팬들.”

“……아니.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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