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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3화 (33/1,826)

§ 나는 될놈이다 33화

시간이 지나고 나자, 태현과 최상윤은 충격에서 벗어났다.

“뭐. 앞으로 조심하면 되잖아.”

“그래. 이 미ㅊ…… 아니, 무모한 자식아. 그리고 제발 앞으로는 뭐 하기 전에 게시판 좀 찾아보고 해…… 판타지 온라인 1만 믿지 말고…….”

조금만 운이 나빴다면 +5, +6 아이템이 그대로 박살 났을 거라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도 성공했잖아? 강화 스킬 레벨도 4까지 올랐네.”

스킬 레벨 4!

강화를 노리는 대장장이 중에서는 가장 앞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상윤도 강화 스킬 레벨 경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는 대장장이가 아니었으니까.

“스킬 레벨 4? 높은 건가? 잘 모르겠네. 다른 대장장이 스킬 레벨은 나도 몰라서.”

“몰라. 어쨌든 많이 배웠으니까 됐지. 게다가 고대의 망치도 어찌어찌 +7까지는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7 아이템!

이글거리는 오러가 눈부실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옵션이 달라진 게 없냐.’

+7 강화치고는 정말 의외였다.

원래 온갖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서 다 읽기 힘들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고대의 망치는 그대로 달라지는 게 없었다.

“다 됐나요?”

풀밭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던 지수가 벌떡 일어섰다.

“대충 끝났어.”

“야. 내 거 강화는?!”

“나중에 해줄게. 나중에. 강화석도 없잖아. 사냥 좀 하자. 언제까지 강화만 할 거야?”

“너 때문에 강화하고 있었거든?!”

태현은 최상윤의 말을 무시하고 지수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둘이 떠드는 동안 누워 있던 지수는 강화 상황을 몰랐다.

“강화는 잘 됐어요?”

“응. 나중에 네 장비도 해줄게.”

“어. 지금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장비 앞으로 좋은 거 나오면…….”

“그때 또 하면 되지. 괜찮아. 별로 안 힘들어.”

태현은 강화 스킬을 올릴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수에게는 충분히 감동적인 말!

‘윽.’

태현은 지수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돌렸다.

“빨리 가자! 빨리!”

* * *

셋은 돌아다니며 오크가 보일 때마다 공격했다.

“취익, 인간 너무 강하다!”

“크아악! 도망쳐라, 도망쳐라!”

원래 태현 하나만 해도 오크를 썰고 다닐 만한 스펙이었는데, 최상윤까지 끼자 말 그대로 폭풍학살!

덕분에 지수만 폭풍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저 레벨 올랐어요!”

“축하해.”

“저 또 레벨 올랐어요!”

“벌써? 잘됐네.”

“저 또 레벨…….”

“시끄러.”

“네…….”

태현은 아직도 레벨 26.

경험치 바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으로 전직한 페널티!

레벨 업을 하기 위한 엄청난 경험치 양.

지수는 태현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화…… 나셨어요?”

“아니야. 농담한 거지.”

둘의 대화를 들은 최상윤이 끼어들었다.

“얘 그런 걸로 안 삐지니까 걱정 말고 놀려.”

“네!”

“네는 무슨 네야? 얘 말 듣지 마.”

한 차례 오크들을 사냥하고 나서, 지수는 로그아웃을 했다. 그녀는 태현이나 최상윤처럼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우리도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그래. 오크 족장은 다음에 들어오면 찾아보자.”

“너…… 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한 거 없지?”

“없어. 없어.”

‘네 집 주소랑 전화번호 빼고는 말이야.’

소심한 복수!

최상윤은 속으로 웃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도 못 하는 둔한 놈아, 한번 당해봐라!

“그런데 쟤는 어디서 만난 거야?”

“마을 앞에서 만났는데 워낙 못해가지고 도와주다 보니까 이렇게 같이하게 됐네. 애가 워낙 못해서 사람 마음을 짠하게 만들어.”

태현의 마음이 관대해지는 것이 몇 개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나, 착하고 성실한 성격, 그리고 게임을 엄청 열심히는 하는데 재능이 없어서 못하는 사람도 거기에 들어갔다.

본인이 워낙 게임을 잘하다 보니 게임의 재능이 없는 사람을 보면 살짝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너 근데 파티 사냥 별로 안 좋아하잖아? 솔플만 하지 않나?”

“그렇긴 한데…… 쟤가 같이 다니자고 하면 이상하게 거절하기가 힘들더라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워낙 예쁘장하기도 했고, 지수가 그렇게 부탁을 하면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이번 오크 퀘스트만 깨고 따로 놀아야지. 직업도 달라가지고 서로 퀘스트 라인이 잘 안 맞을 거야.”

“쟤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없고?”

“이상한 거? 남자애가 너무 예쁘게 생긴 거?”

“그래! 그리고 또 뭐 없어?”

“남자애가 막 형, 형 거리면서 묘하게 달라붙는 거?”

“그래! 또 다른 건?”

“자꾸 내 번호를 물어보고 그러네. 눈빛도 약간 묘하고.”

“친구야. 지금 말한 것들을 다 묶어서 생각해봐. 뭔가 떠오르는 게 없니?”

“너도 그 생각했냐?”

최상윤은 살짝 놀랐다.

둔감한 줄만 알았지만 그래도 이 자식이 눈치는 있었구나!

이렇게 떠먹여 주면 눈치를 채네!

“지수가 아무래도 남자를 좋아하는 거 같지?”

“…….”

최상윤은 한심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냥 넌…… 혼자 살아라.”

어렸을 때부터 태현과 같이 논 최상윤은 태현을 높게 평가했다.

진짜 남자이자 진짜 친구.

오래 지낼수록 진짜 가치가 나오는 사람이 태현이었다.

게다가 집안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잣집!

얼굴이 약간 험상궂기는 했지만 오히려 덩치와는 잘 어울렸다.

최상윤은 태현과는 달리 꽃미남이었고, 덕분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태현 같은 친구가 혼자 있는 게 이해가 안 가서 몇 번 여자를 소개시켜 줬었지만…….

오래 간 적은 없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둔감함 때문이었다.

몬스터 피가 1이라도 깎이면 눈치를 채는 놈이 어떻게 그렇게 둔감할 수가 있는지 아직도 신기할 정도였다.

한 번은 둘이서 더블데이트를 하려고 했었다.

최상윤은 먼저 여자친구와 역 앞에 와 있었고, 태현도 와 있었다.

그리고 전날 소개팅을 시켜준 태현의 여자친구가 늦게 와서 태현을 불렀다.

-태현아!

그 소리를 들은 태현은 고개를 돌려 아는 척을 했다.

다른 여자한테.

-…….

아무리 사귄 지 얼마 안 됐다지만 전날 만난 상대 얼굴을 잊어버리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당연히 둘은 헤어졌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자 태현은 최상윤이 여자만 소개시켜 준다고 하면 질색을 했다.

-아, 됐어. 네 연애나 잘해. 맨날 헤어지는 놈이 오지랖은…….

이런 말을 들으면 최상윤도 울컥했다.

그가 헤어진 건 거의 99% 태현 때문이었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2/3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보다 쟤가 더 좋지?

-오빠는 나보다 태현 오빠가 더 좋잖아?

-둘이 사귀어라, 이 나쁜 XXX야!

그리고 나머지 1/3은 이렇게 말했다.

-저…… 미안해. 나는 너보다 태현이가 더 좋아졌어.

-오빠. 미안. 사람 마음이란 게 마음대로 안 되잖아?

태현을 불러서 같이 논 최상윤 잘못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부가 태현 때문에 헤어지거나 태현한테 반해서 헤어지는 건 아니지 않지 않은가!

태현이 알게 되면 매력적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건 태현의 태도였다.

-또 헤어졌냐? 너 연애 참 못한다.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준의 도발!

그게 끝이 아니었다.

태현에게 반한 여자애 중 태현에게 용기를 내서 접근한 애도 있었다.

사실, 최상윤을 찬 전 여자친구였지만.

최상윤은 참을 수 있었다. 어차피 그도 진심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고 태현은 그의 친구니까.

이걸 기회로 둘이 잘된다면…….

그러나 다음에 나타난 태현은 혼자였다.

-……? 너 지은이는 어디 두고 혼자 다니냐?

-뭔 소리야?

-지은이가 너한테 고백 안 했어?

-아. 그게 고백이었어? 나랑 같이 걷고 싶다고 하길래 난 혼자 운동한다고 말했는데.

-…….

-고백을 하려면 똑바로 좋아한다고 말했어야지.

-말했으면?

-말했으면 나도 똑바로 거절을 했겠지.

절대 받아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만나볼 수는 있잖아?

-안 좋아하는데 시간 낭비야. 귀찮아.

이런 일이 반복되니 최상윤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자식 이러다가 연애 아예 못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와중에 지수 같은 귀여운 애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태현을 쫓아다니는 걸 봤다.

도와주고 싶었다. 게다가 태현이 드물게 같이 다니는 사람 아닌가.

아마 어리고, 실력이 없어 보여서 불쌍해서 그런 것 같았다.

태현이 그런 면에서는 좀 약하니까.

아니었다면 저렇게 예쁘장한 남자애(착각이지만)를 데리고 다닐 리는 없을 터!

이번 기회를 놓치면 태현은 진짜 혼자 살다 죽을지도 몰랐다.

‘팍팍 밀어주자!’

나쁜 애 같지도 않고 얼굴도 저 정도면 본판이 못생겼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정작 태현은 저렇게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

* * *

태현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게임 방송 영상들.

확실히 최상윤의 말을 듣고 태현은 좀 반성했다.

그는 판타지 온라인 1에서의 경험만을 믿고 너무 2를 얕보고 있었다.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자칫하면 고대의 망치가 박살 났을 뻔했다.

앞으로 진지하게 순위를 올리는 걸 노리려면 다른 사람들의 영상도 보고 정보를 얻는 게 좋았다.

“그래. 공부해서 남 주냐?”

태현은 오늘은 어떤 영상들이 있나 찾아봤다.

[네크로맨서를 꿈꾸는 초보자를 위한 공략! 이 방송만 보면 당신도 이세연이 될 수 있다!]

[근딜에게 필수적인 퀘스트들과 스킬들! 스탯이 앞서야 다른 사람보다 앞선다!]

[랭킹 2위 스미스 평원 전투 명장면 모음집]

[에스파 왕국에 나타난 조폭 오크들!]

[50종류의 몬스터에게 맞아 죽어 보았다]

방송의 종류는 다양했다. 예능부터 공략까지. 모두가 치열하게 순위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랭커 스미스는 전설 직업 퀘스트의 막바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지금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가 엄청난 인기였다.

‘에이. 진짜 되나.’

잘생긴 놈이 성공하는 건 왠지 모르게 배가 아팠다.

[대장장이 랭커 루카스, +7 강화에 대한 해명 방송]

“오, 이게 뭐지?”

태현은 별생각 없이 방송을 클릭했다. 루카스라는 대장장이가 방송에서 해명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 저한테 보내주신 선물, 응원, 지지…… 모두 감사합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저는 정말로 먹튀를 한 게 아닙니다! 여기 아이템창을 보십시오!

싸구려 가죽 신발(+7):

내구력 250/250, 방어력 85, 마법 방어력 65

스킬 ‘이중 점프’ 사용 가능, 스킬 ‘전력 질주’ 사용 가능, 이동 속도 50% 증가, 데미지 입을 시 일정 확률로 ‘하급 회복’ 사용 가능. 화염 데미지에 50% 내성. 빙결 데미지에 50% 내성.

싸구려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대장장이의 피와 땀, 눈물이 담긴 기적 같은 신발. 대체 대장장이가 왜 그 많은 강화석을 써서 이 싸구려 가죽 신발을 강화했는지는 알 수 없다.

+7 아이템!

이번에 루카스가 강화한 아이템이었다.

설명 창은 놀리는 것 같았지만, 옵션과 스탯은 정말로 화려했다.

온갖 스킬이 덕지덕지 붙은 데다가 내구력과 방어력은 어지간한 중갑 방어구를 뛰어넘는 수준.

게다가 레벨 제한도 스탯 제한도 없었다.

이 정도면 도적 계열 직업 고렙들이 그냥 지금 신어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수준!

-뭐야. 진짜 +7 성공했잖아?

-그러면 칭호는 왜 안 뜬 거지?

루카스가 이렇게 해명 방송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루카스가 +7에 성공했는데 칭호가 뜨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본 시청자들은 의심했다.

‘이 사람 +7 한다고 말만 해놓고 먹튀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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