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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8화 (28/1,826)

§ 나는 될놈이다 28화

“그러면 이 어미는 이만 가보마.”

돌아선 정윤희의 뒷모습에서는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태현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 번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옆을 보니 김태산은 행복해서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크핫핫핫핫!”

“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버지한테 졌다는 것을.

“앞으로는 하늘 같은 아버지를 욕할 때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하는 게 좋을 거다! 이렇게 천벌이 내려오니까!”

“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제가 완전히 졌습니다.”

패배 선언!

김태산은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유치함!

그러나 두 부자(父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까짓것…… 해보죠. 제가 하기 싫어서 안 한 거였지, 마음만 먹으면 랭커든 프로게이머든 스트리머든 할 수 있거든요?”

“그래. 열심히 해봐라!”

김태산은 알고 있었다.

태현이 게임을 할 때 온갖 개폼을 잡는다는 것을.

‘게임의 진수는 약한 캐릭터를 키워서 강한 캐릭터를 잡아먹는 것’ 이나 ‘게임은 놀려고 하는 거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같은 개폼 잡는 대사!

그리고 태현은 그의 아들답게 스스로 세운 원칙을 트는 걸 매우 싫어했다.

태현은 게임 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그것만 생각해도 깨소금 맛!

“아들 방송하면 내가 꼭 구경 가주마!”

“아버지……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쇼.”

“그래? 난 끝 같은데?”

과연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태현이 비아냥거리는 솜씨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제가 며칠 전에 아버지가 뭘 사신 걸 봤습니다.”

“……!”

“캡슐 사셨더라고요?”

“네, 네가 잘못 본 거겠지. 난 그런 거 산 적 없다.”

김태산의 눈빛이 떨렸다.

사실 산 게 맞았다.

리X지로 다져진, 왕년의 게임 폐인 김태산!

성주 자리에서 맺은 끈끈한 인연들은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었다.

당연히 게임을 좋아했다. 태현이 게임에 빠진 이유의 절반 정도는 어렸을 때 김태산의 가정교육 때문이었다.

가정교육을 리X지로 받은 사람이 바로 태현이었다.

-아들! 이거 재밌는데 같이하자!

물론 태현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자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김태산은 게임을 접었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태현이 게임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태현은 게임도 하고 성적도 잘 나왔다.

아들이지만 정말 얄미운 놈이었다.

어쨌든 하도 태현에게 게임 그만하라고 구박을 해서, 태현 앞에서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건 뭔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판타지 온라인 2는 너무 재밌어 보였다.

광고도 그렇고, 이제까지 나온 가장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평가가 정말 그럴듯했다.

캡슐에 들어가서 현실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온갖 체험을!

‘윤희랑 같이 들어가서 오붓하게 놀면…….’

집안에서 세계여행보다 더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캡슐을 샀다. 부부용으로 두 개. 물론 태현한테는 숨겼다.

아는 순간 엄청나게 놀릴 테니까!

“제가 잘못 봤든 잘못 안 봤든…… 어쨌든 아버지가 판타지 온라인 2에 들어오시면…….”

태현은 말끝을 흐렸다.

“저보다 레벨이 낮겠죠?”

“……!”

“저 보면 도망치셔야 할 겁니다.”

보는 순간 죽인다!

“이놈 시키……!”

두 부자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눈빛 사이에서 불똥이라도 튈 것 같았다.

* * *

“후욱, 후욱, 후욱…….”

김태산과의 대화를 끝내고, 태현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근육질의 단련된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가혹한 운동!

샤워를 해도 찜찜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 진짜…….”

지금 상황을 보니 캐릭터 삭제는 물 건너갔다. 아쉬워도 끝까지 잡고 키워야 했다.

‘전설 직업이라…… 좋기는 한데…….’

열이 받아서 확인도 안 하고 껐지만, 본 창만 따져도 전설 직업은 엄청나게 좋았다.

괜히 전설 직업이 아닌 것!

‘일단 다른 사람들 방송부터 보자.’

태현은 자리에 앉아서 방송을 찾았다.

어머니의 말은 한마디로 이거였다. 게임에서 미래의 길을 찾아라.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사실 둘 다 비슷한 의미였다. 게임으로 돈을 많이 벌려면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임으로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돈이 벌렸다.

판타지 온라인 1 때도 유명 랭커들은 게임 방송에 나와서 연예인 취급을 받았으니까.

아예 팀을 만들어서 기업 광고도 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거절했지만.’

그도 아니면 개인 방송으로 인기를 끄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과는 달랐다. 이제는 개인이 방송하기 쉬웠다.

‘좋아. 한번 뭐가 있는지 봐야겠다.’

지금 인기 있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2 방송 목록을 켰다.

방송국에서 하는 채널은 일단 넘어가고, 개인 방송을 보면…….

랭커들이 순위가 높았다.

이세연은 부동의 1위였다. 외모에 실력에 온갖 스타성이 다 합쳐졌으니 당연했다.

그 밑으로 다른 랭커들도 있었다.

랭커들은 방송을 대충 진행해도 인기가 많았다. 딱히 재미있는 말을 하지 않아도, 외모가 딸려도, 랭커라는 건 엄청난 강점이었다.

비유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다 마을 주변에서 놀 때 랭커들은 저 멀리 위험한 던전을 깨고 그걸 방송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 재미로 보는 사람…… 사람들이 팍팍 몰렸다.

“어라? 왜 상윤이는 없지?”

태현은 방송 목록을 내렸다. 그의 소꿉친구, 최상윤은 90을 넘긴 랭커였다. 저번에 물어봤을 때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판타지 온라인 1 때부터 방송도 하고 있으니, 여기 없을 리가 없었다.

“뭐지? 이상하네.”

일단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얘가 이런 걸로 거짓말할 애가 아닌데…….’

방송 순위권에는 랭커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컨셉을 잡고 방송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레벨은 그렇게 높지 않더라도 재미만 있으면 사람은 몰렸으니까.

[요리사 희귀 직업! 오늘은 독을 섞은 레시피를 만들어본다! 과연 먹으면 어떻게 될까?]

[대장장이가 장비 깨질 때까지 강화!]

[프로 낚시꾼이 알려주는 낚시 팁!]

그리고 이런 방송들은 독특한 직업들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내 캐릭터도 이런 걸로 갈 수 있겠는데……?’

[행운만 2500 넘게 찍은 캐릭터!]

사람들이 안 믿을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태현은 방송을 재밌게 할 자신이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고 재밌게 컨셉을 잡는 것도 능력.

그리고 태현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시 랭커가 가장 빠르려나?’

레벨이 순위권에 든다면 방송을 딱히 재밌게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지금 전설 직업이라는 걸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태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지금 전설 직업이라는 거 공개하면 엄청 귀찮아질 거 같다.’

이세연은 길드 마스터인 데다가 본인이 랭커였으니 전설 직업을 공개해도 상관이 없었다.

누가 와서 귀찮게 하더라도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괜히 직업을 공개했다가 우리 길드에 와라, 저 길드는 가지 마라, 이런 식의 귀찮은 일만 일어날 수 있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공개하면 안 됐다.

[현재 랭킹 2위 스미스가 전설 직업 퀘스트에 도전 중!]

“전설 직업에?”

사실 랭커들 사이에서 랭킹 순위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저건 보통 보는 사람들이 레벨로 순위를 매기는 건데, 레벨 1~2 높다고 꼭 강하다는 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태현은 미친 듯이 높은 행운 스탯과 컨트롤로 30 가까운 레벨 차이를 씹어 먹지 않았는가.

레벨도 레벨이지만 스탯을 얼마나 올렸는지, 스킬을 얼마나 올렸는지, 아이템은 뭘 끼고 있는지…… 이런 것도 중요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순위를 매기는 걸 좋아했다. 랭킹 2위는 현재 공개된 레벨로 2위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레벨이…… 105?’

갖고 있는 아이템들과 쓰는 스킬을 보니 기사 계열 직업 같았다.

‘이놈도 꽃미남이네.’

지수가 여성적인 느낌의 미소년이라면 이 스미스라는 놈은 말 그대로 귀공자 같은 꽃미남!

태현은 일단 잘생긴 사람을 싫어했다.

‘퀘스트 실패해라.’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보내는 저주.

그러나 실패할 것 같지는 않았다.

뒤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기사들이 부하로 있었다. 레벨 70~80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기사들이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장비들은 빛이 번쩍번쩍 났다. 화려하게 빛을 뿜어내는 장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셨다.

-맹렬한 돌격!

백마 위에서 창을 강하게 찌르자 전사 세 명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스미스 진짜 전설 직업 따냐?

-따야 재밌지. 이세연 혼자 독주하는 것보다는 그게 재밌지 않냐?

-이세연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게임을 잘하지? 걔 판타지 온라인 1에서도 랭커였지?

-어. 그러고 보니 김태현도 한국인이었네. 한국인들이 다 해먹는다니까.

-한국인이잖아. 한국인은 원래 게임을 잘해. 유전학적으로 증명된 거라고.

-뭔 개소리야?

-스미스 오빠 사랑해요!

-스미스 재수 없음. 망했으면. 얘 집도 금수저라며?

-야. 그러고 보니 김태현은 뭐하냐? 접었냐? 나 걔 좋아했는데.

태현은 왠지 찔리는 걸 느꼈다.

-김태현이 진짜였지. 그때 이세연도 이길 수 있었는데!

-접은 놈 이야기는 됐고.

-금수저로 따지면 이세연도 금수저거든?

-이세연은 왜 나와? 스미스 이야기하는데.

-미국인이라면 제발 스미스 응원합시다!

-지금 퀘스트 깨는 거 보니까 무난하게 전설 직업 얻을 거 같은데…….

댓글창은 혼돈이었다.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떠드는 난장판!

미국인들은 같은 나라 사람인 스미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깰 것 같긴 하다.’

분위기라는 게 있었다.

스미스에게서는 확실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뒤에 있는 파티와 NPC들에게서 오는 자신감. 자기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

게다가 이렇게 방송을 할 정도면 준비는 다 했을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면 방송을 안 했을 테니까.

태현은 결과를 보지 않고 방송을 껐다.

이걸 볼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만 찌질대고 게임이나 하자!’

억지로 전설 직업이 되었다고 계속 징징대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제 받아들이고 키울 시간이었다.

랭커를 향해서!

* * *

들어온 태현은 일단 스탯부터 확인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26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체력) : 1200

MP(마력) : 1200

힘 : 100 (+20)

민첩 : 100

체력 : 100

지혜 : 100

행운 : 2550

보너스 스탯: 0

추가 스탯은 넘어가더라도, 레벨과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스탯이었다.

극단적으로 낮았던 다른 스탯들도 전설 직업으로 전직한 보상 덕분에 꽤나 균형이 맞춰진 상태.

‘전설 직업이 좋긴 하네.’

다들 높은 등급의 직업을 찾는 이유가 있었다.

더 높은 스탯, 더 좋은 스킬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보통 다른 플레이어들은 레벨 26 정도까지 키웠을 때, 여유 스탯을 이렇게 많이 받지 못했다.

레벨 업해서 받는 125에 퀘스트 보상 같은 걸 합쳐도 200 이하.

정말 악착같이 퀘스트 보상을 다 챙긴 캐릭터여도 300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태현은 총합만 보면 거의 3천.

어마무시한 스탯 양이었다.

‘그러면 스킬은…….’

전설 직업으로 전직하고서 얻은 스킬. 이건 태현도 솔직히 조금 기대가 됐다.

직업 등급 중의 최고, 전설 직업.

당연히 스킬도 태현이 놀랄 만큼 화려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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