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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6화 (26/1,826)

§ 나는 될놈이다 26화

“이렇게 멋대로 PK를 하면 그쪽도 페널티가 있을 텐데?”

“마을에 못 들어가는 거? 그거야 시간 지나면 풀리는데?”

멋대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이면 악명이 올라가고, 마을에서 경비병한테 잡히거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잘 조절하면 됐다.

한 번 죽이고 시간이 지나면 풀리니까 그다음에 다시.

이들은 그런 짓의 플레이에 익숙했다.

“지금 오크 머리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래. 이 쪼렙들아.”

“언제까지 떠들 거야? 오크 머리 줄래, 죽을래?”

최하준과 최하영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레벨이 너무 높아 보여.’

‘여기 있는 사람들로 다 부딪혀도…… 힘들지 않을까?’

파티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단둘이서 저렇게 나온다는 건,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레벨이 아닌 일대일, PK에도 자신이 있다는 것!

차라리 오크 머리를 넘기는 게…….

‘아니, 그런데 오크 머리 때문에 이런다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남아서 버리는데.

어쨌든 오크 머리를 넘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들은 다시 모을 수 있었으니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태현은 피식 웃었다.

태현은 이런 PK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을 정말 좋아했다.

왜냐?

저런 놈들은 죽여도 페널티가 없으니까!

게다가 저런 PK 플레이어들은 죽을 경우 아이템도 좋은 걸 많이 떨어뜨렸다.

경험치도 나오고 아이템도 좋은 걸 주고 거기에 페널티도 없는, 보양식 중의 보양식!

태현이 랭커들을 사냥하기 전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 사냥하고 다닌 게 PK 플레이어들이었다.

“하. 이거 추억 돋네.”

태현은 웃으면서 달려 나갔다.

“?!”

“저거 미쳤냐?”

이미 마법 준비를 끝낸 최은철은 태현을 향해 화염구를 날렸다.

준비된 마법사의 공격력은 직업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었다.

중갑을 입은 전사도 아니었으니 저런 놈 하나 따위는…….

‘화염구. 딱히 뭐 유도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법사 손끝에서 일직선으로 뻗어져 나오는 거겠지?’

행운에 의존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도 보이는 화염구의 궤적!

콰콰쾅!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태현은 화염구를 아주 간신히 피했다.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피한 것이었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행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

“피했어?!”

“넌 그것도 조준을 못하냐?!”

김병국은 친구한테 화를 내며 도끼를 들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태현을 겨누는 공격!

“넌…… 상대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해라.”

“……?”

판타지 온라인 1에서도, 2에서도 태현이 상대하기 좋아하는 타입이 있었다.

그건 김병국처럼 한 방에 모든 걸 거는 느린 타입이었다.

방어력, 체력, 공격력은 높았지만 그 대신 속도를 희생한 전사 계열.

PK에서 그만큼 무시무시한 직업도 없었지만, 태현에게는 그냥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의 어깨, 팔꿈치, 눈, 발…… 이런 요소에서 느껴지는 움직임!

쾅!

‘피했어?!’

김병국은 놀랐다. 분명 그의 공격이 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레벨이 낮은 사람이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공격을 하기도 전에 읽고, 예측하고, 먼저 피한 것이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김병국은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태현의 옷끝도 스치지 못했다.

“XX! 이거 버그 아냐?!”

그에게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제까지 PK를 해오면서 이렇게 털끝 하나 스치지 못한 적은 처음이었다.

“말했잖아. 상대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라고. 그런데 너…… 레벨 몇이냐?”

“닥쳐! 이 XX같은 XX야!”

[행운의 일격이 5초 남았습니다.]

“뭐. 50은 넘는 거 같으니 이걸로 죽지는 않겠지?”

“뭐라는 거…….”

태현이 빠르게 파고들어서 검을 가슴팍으로 찔러오자, 김병국은 본능적으로 몸을 가렸다.

-강철의 결심!

희귀 직업, 강철 도끼 전사의 방어 스킬 중 하나.

순간적으로 방어력을 100% 상승시키는, 매우 강력한 방어 스킬이었다.

스킬을 쓰고서 김병국은 후회했다.

원래 태현 같은 놈을 상대하면서 쓸 스킬이 아니었다.

그런데 몸이 본능적으로 스킬을 썼다.

그만큼 압박을 받은 것이다.

피하기만 하는 상대한테!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상대가 상태 이상 ‘출혈’에 빠집니다!]

[상대가 상태 이상 ‘빈사’에 빠집니다!]

[상태가 상태 이상 ‘치명상’에 빠집니다!]

“커허억!”

순간 흐려진 시야!

그만큼 데미지를 크게 입은 것이다.

“이런. 행운의 일격을 너무 많이 썼나?”

상대가 얼마나 강할지 몰라서 행운의 일격을 무지막지하게 겹친 상태였다.

“뭐, 이런, 미친…….”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간당간당하던 피가 상태 이상 데미지로 0으로 내려가는 순간 사망!

김병국은 제대로 한 대 때려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

“…….”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최하준이나 최하영 같은 파티원들은 태현의 강함이 상상을 초월해서 입을 다문 상태였고,

최은철은…….

‘X됐다!’

같은 레벨 50이라도 마법사와 전사는 의미가 달랐다.

레벨 50 전사는 레벨 30짜리들과 혼자서 정면 승부를 할 수 있었지만, 레벨 50 마법사는 그게 안 됐다.

마법을 준비하다가 공격을 받고 이전에 죽을 테니까!

강력한 마법을 다루는 대가였다.

“상황 파악이 되나 봐?”

태현은 비웃음을 담아 최은철을 쳐다보았다. 최은철은 움찔했다.

“뭐, 뭔?”

“네 친구 죽었잖아. 72시간 동안은 못 보겠지.”

“다, 다가오지 마라!”

“허세 부리지 마. 이 법사 새끼야. 너 지금 앞에서 탱커 해줄 놈도 없잖아? 친구도 없고, 부하도 없고…….”

“더 이상 오면 쏜다! 쏜다고!”

최은철은 지팡이 끝에 이글거리는 화염구를 가리켰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걸로 이 인간들을 위협해서 무사히 도망치는 수밖에!

다른 건 몰라도 가장 먼저 오는 놈은 이걸로 즉사시킬 수 있었다.

“그거 쏘는 순간 넌 저기 뒤에 있는 우리 파티원들한테 뒤지는 거 확정인 거는 알지?”

“닥쳐!”

“여러분! 이 친구도 없는 법사 새끼가 마법 쓰면 그냥 달려들면 됩니다! 어차피 다시 쏘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까!”

“닥치라니까!”

최은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외쳤다.

“근데 네 친구는 레벨 몇이었냐?”

“…….”

“어쭈. 대답 안 해? 나 달려든다? 나 달려들면 넌 여기서 죽어나가겠지? PK도 했으니까 페널티는 더 클 테고. 네 아이템 지금 잃어버리면 복구하기 쉽지가 않을 텐데?”

숨 쉬지도 않고 쏟아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협박!

태현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 최은철은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5, 56…….”

“56?”

태현은 살짝 놀랐다.

‘레벨 56이었다고?’

거의 30 차이를 메꾼 것이다. 아무리 상성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레벨 30 차이는 쉽게 메꿔지는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대단하군…… 하긴, 한 스탯을 2천 넘게 찍었는데 그 정도 효과가 나오는 건 당연한가.’

이제 확신이 섰다.

태현이 키우고 있는 방법이 먹힐 거라는 확신이.

‘그래. 이 정도 행운이면 직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야. 뒤로 물러서는 건 좋은데, 보면서 걸어라. 넘어진다.”

태현의 말에 최은철은 뒤로 물러서다가 멈춰 섰다. 그러고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멍청하기는.”

“……!”

그리고 태현은 바로 달려들었다.

행운의 일격의 장점은, 다른 요란한 스킬과 달리 몰래 쓸 수 있다는 것!

“크아아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상대를 즉사시켰습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쓰러진 최은철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 속였구나……!”

“믿은 놈이 멍청한 거지. 상대를 앞에 두고 그 말을 믿는 놈이 어딨어? 나한테 안 죽었어도 어차피 다른 놈한테 죽었겠네. 너나 네 친구는 PK의 재능이 없어. 괜히 깝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캐릭터나 키워라. 응?”

어이가 없을 정도의 독설!

최은철은 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망으로 인해 자동 로그아웃이 되어버렸다.

“어휴, 애들 질은 판타지 온라인 1보다 더 떨어진 거 같아.”

판타지 온라인 1에서 PK로 유명한 놈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정말 PK에 목숨을 건 또라이들!

온갖 함정은 기본이고, 지형을 활용하는 건 덤, 거기에 NPC들까지 데려오거나 몬스터들까지 데려오는 놈들도 있었다.

그리고 태현은 그런 놈들을 사냥했었다.

저렇게 당당히 둘이서 나타난 놈들은 우스울 수밖에.

“장비, 장비 뭐가 있나…….”

먼저 PK를 시도했기에 사망하면 중요 아이템도 떨어뜨리게 됐다.

PK의 페널티!

당연히 둘은 질 거라는 생각을 안 했기에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불타는 강철의 중갑을 얻었습니다.]

[불타는 강철의 도끼를 얻었습니다.]

[근성의 벨트(+1)를 얻었습니다.]

주요 장비인 갑옷과 무기를 획득!

깨어나고 나면 피눈물 좀 흘릴 것이다.

태현은 씩 웃으면서 마법사의 장비를 챙겼다.

[마탑의 화염석 지팡이(+2)를 얻었습니다.]

[마력 회복의 귀걸이를 얻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비쌀 것 같은 장비들!

“이야…… 얘네들 진짜 어떡하냐?”

입은 걱정하는 말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싱글벙글!

태현은 웃으면서 장비를 챙기고 돌아섰다. 파티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저, 혹시 레벨이 대충 몇인지 여쭤 봐도 되나요?”

“안 돼요.”

“네?”

“안 된다고요.”

“?!”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거절!

태현이 너무 강해서 한 질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레벨 50을 넘는 둘을 손쉽게 처리하다니.

희귀 직업이라고 했지만 어떤 직업인지, 레벨이 몇인지 신경 쓰였다.

사실 자세한 레벨은 안 묻는다지만, ‘50 넘었어요’ 이런 대답은 괜찮지 않은가.

50이나 40 넘었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였으니까.

“아, 네…….”

순식간에 민망해진 최하영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공손하게 물었을 때 저렇게 거절하는 사람은 이제까지 없었다.

공손한 태도도 태도였지만, 그녀의 외모 때문이기도 했다.

예쁜 얼굴에, 친절한 태도. 거기에 사제라는 직업까지 합치면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싫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호감을 사려고 먼저 정보를 말하면 말했지.

그러나 태현은 그런 건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레벨 말하는 순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20대라는 걸 말해봤자 믿지 않을 게 뻔했다.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

최하영과 다른 파티원들은 태현에 대해 더 묻고 싶었지만 태현이 워낙 칼같이 잘라서 더 묻지 못했다.

까놓고 말해서 레벨 50 넘는 두 플레이어를 순식간에 이긴 사람한테 뭘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침묵을 깬 건 태현이었다.

“일단 요새로 돌아가죠? 오크들 머리는 챙겼으니까.”

“그러죠!”

살았다는 듯이 파티원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죽은 분은…… 72시간 후면 돌아올 테니 그때 다시 부르면 되겠죠.”

* * *

“그러고 보니 너 지금 레벨 몇이야?”

“23이요!”

“뭐? 23? 벌써?”

태현은 깜짝 놀랐다. 23이라니. 지수는 그와 레벨 차이가 좀 났었다.

현재 태현은 26. 예전 차이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타이럼 레인저 패시브 스킬 중에 경험치 추가 스킬이 있던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

과연 영웅 직업.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갔다.

‘이거 곧 따라잡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태현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지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타이럼 레인저로 같이 전직하시지…….”

“시꺼.”

태현은 캐릭터창을 켰다. 아까 대결로 인해 레벨 업을 했었다.

‘드디어 2500인가?’

현재 행운은 2495. 5를 추가로 올리면 2500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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