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4화
“어? 두 분은 다른 퀘스트 받았어요?”
“우와. 잘츠 왕국이라서 그런가? 부럽다.”
태현의 속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태현을 부러워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퀘스트였으니까.
게다가 그들은 태현이 받은 내용을 듣지 못했다.
‘부럽기는 무슨.’
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둘이서 깰 만한 퀘스트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바로 딱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거절했다가는 친밀도가 내려갈 보였으니까.
‘어떻게 한다…….’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노력을 했다는 걸 보여줘야 친밀도가 덜 내려갈 것이다.
“일단 움직이죠?”
최하준이 말했다.
오크를 잡아 오라는 퀘스트를 받은 이상, 여기서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죠. 가기 전에 장비 맡기실 분?”
스킬 레벨을 올릴 기회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 철저함!
태현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실력은 확실하지?”
“그러게. 병사들도 좋아하니까……실력은 괜찮은 거 같아.”
“여기 있습니다.”
싸우기 전에 버프를 받는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는 됐습니다.”
“아. 저도요.”
최하준과 최하영은 거절했다.
여기 오는 파티를 맺기 전에 그들은 신전의 대장장이와 재봉사한테 장비를 맡긴 것이다.
아무리 태현이 실력이 좋더라도 레벨이 있는데, 신전의 기술자보다는 못하겠지.
땅, 땅, 땅-
태현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장비를 만졌다.
보는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로 익숙한 손놀림!
동작만 보면 무슨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마스터한 것 같았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부터 대장장이 기술을 파온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날카롭게 갈기 스킬이 놀라운 확률로 성공합니다!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장비에 영구적인 행운이 부여됩니다!]
“어?”
갑자기 뜨는 창.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왜 여기서 이런 게 떠?
날카롭게 갈기 스킬은 싸우기 전에 일시적인 버프를 걸어주는 스킬이었다.
대장장이도 파티에 들어가서 싸울 수 있는 스킬 중 하나.
그런데 이건…… 효과가 너무 좋았다.
“헉, 왜 그러세요?”
“장비 망가진 거 아니야?”
“장비 망가졌어요?!”
장비를 맡긴 전사, 테드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기껏 믿고 맡겼는데, 장비의 성능이 내려간다면 그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었다.
‘괜히 믿었나? 처음 보는 사람을…….’
“아니. 망가진 건 아닙니다.”
태현은 갑옷을 다시 돌려주었다. 테드는 갑옷을 받고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창을 켰다.
“!!!!!!”
총내구도 상승.
일시적인 스탯 상승은 물론이었고…….
영구적인 행운이 부여!
“이, 이게 뭐야?”
“왜? 망가졌어?”
“아냐! 장비 성능을 보라고!”
그와 같이 파티에 들어온 친구는 창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저, 저도 해주세요!”
“나도!”
순식간에 적극적으로 변한 사람들!
그 모습을 최하준과 최하영은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도적이라며??’
대체 뭔 직업인데 저런 스킬을 갖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대장장이 아냐?’
‘아니, 근데 그러면 대장장이라고 말했겠지. 싸우면 바로 걸릴 거짓말을 뭐하러 해?’
‘그건 그래…….’
둘이 소곤거리는 동안 파티원들은 몰리고 있었다.
공짜로 장비의 성능을 올릴 수 있는 기회!
“이거 날카롭게 갈기 스킬이에요?”
파티원들 중 한 명은 대장장이 스킬을 조금 아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쏟아지는 구박!
“멍청아. 날카롭게 갈기 스킬이 이런 효과가 나오겠냐? 이건 분명 직업 전용 스킬이야. 그런 걸 물어보면 어떻게 해! 이분이 공짜로 그걸 알려줘야겠어?”
순식간에 ‘이 사람’에서 ‘이분’으로 호칭 상승!
공짜로 장비의 성능이 올라가게 된 테드는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대고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속이 쓰렸다.
‘아니…… 이런 효과가 있었으면 뭐라도 좀 받고 해줄 거 그랬나…….’
원래 잘하는 걸 남한테 공짜로 해주면 속이 쓰린 이기적인 성격!
이미 때는 놓쳤으니,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이런 스킬도 대가를 받고 해줄 수 있겠지.
[날카롭게 닦기 스킬이 성공합니다.]
[날카롭게 닦기 스킬이 성공합니다.]
[날카롭게 갈기 스킬이 놀라운 확률로 성공합니다!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어? 저는 안 되는데…….”
“나는 떴어!”
파티원들은 태현의 스킬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몰라서 의아해했다.
“이게 무조건 되는 게 아니라 일정 확률로 되는 겁니다.”
“……!”
“저, 저희도 이거 버프 끝나면 다시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때 봐서요.”
파티를 모은 최하준과 최하영은 순식간에 소외됐다.
성기사에 사제 조합이라고 다들 떠받들어 줄 때는 언제고…….
최하준은 울컥하는 걸 느꼈다.
‘이런 치사한 인간들!’
* * *
“원래 그런 스킬이었어요?!”
“아니. 나도 몰랐어. 병사들 장비 만져주면서 스킬 레벨 올라서 효과가 발동한 거 같아.”
“아아……!”
태현과 지수는 소곤거리면서 파티원들과 같이 움직였다.
최하영 파티의 파티원들의 눈빛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였다.
-다음에 꼭 제 장비도!
실력 좋은 대장장이한테 장비를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다.
“취익, 취익! 인간들, 인간들이다!”
“취익, 잡아라!”
저 멀리, 언덕 위에서 나타난 오크들!
“오크들이다!”
“모두 저한테 모이세요.”
전투 시작 전에 가장 빛나는 건 언제나 사제!
최하영의 말에 파티원들은 우르르 몰렸다.
파티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태현은 지수의 등을 떠밀었다.
-대지의 기도!
은은한 빛이 파티원들을 스치고 사라졌다.
전체적인 스탯을 올려주는 버프.
최하영은 약속했던 대로, 파티에 들어와 있지 않은 지수와 태현에게도 버프를 걸어주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준현 씨는 마법 준비해 주세요!”
최하준은 방패를 들고 달려 나갔다.
성기사의 방어력은 직업 중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방어력.
사제의 지원을 받으면서 방패를 들고 달려가니 정말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파티의 마법사, 준현은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레벨이 비교적 낮아서 그런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준비만 되면 위력은 다른 직업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위력!
가장 단단한 성기사가 사제의 지원을 받으면서 맨 앞에 선다.
몬스터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아내는 것이다.
그 뒤에는 전사 같은 직업들이 서서 몬스터를 공격하고, 빠져나오는 몬스터들을 막는다.
가장 뒤에는 사제나 마법사 같은 방어력이 낮은 직업들이 선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죽기 쉬웠기에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파티 사냥의 진형!
태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판타지 온라인 2에서 파티 플레이를 몇 번 해본 것 같았다.
꽤 빠른 움직임이었다.
“넌 여기 있어라.”
“어? 오…… 형은요?”
“나는 원래 혼자 싸우는 스타일이거든.”
“뭐, 뭐합니까!”
최하준은 방패를 세우고 언덕 위에서 몰려드는 오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옆에서 빠르게 뛰쳐나갔다.
태현이었다.
“아니! 도적이라고 그렇게 하면 바로 죽어요! 당장 돌아와요!”
도적이라고 모든 공격을 다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고 회피 스킬을 쓴다고 해도 몬스터들이 많으면 금세 포위당했다.
그다음은 죽음뿐!
판타지 온라인에는 ‘다구리 앞에는 장사 없다’라는 역사 깊은 명언이 있었다.
그래서 도적이라도 이런 식의 파티 플레이 때에는 성기사나 전사 뒤에 있었다.
대기하고 있다가 틈이 나면 바로 달려들어서 폭딜!
이런 식이 보통의 도적이었다.
그러나…….
“취익, 인간! 죽어라, 취익!”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격들.
언덕 위로 온 오크들은 대충 봐도 20~30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놈들이 태현에게 한 대씩 휘두르니 보통 많은 게 아니었다.
“???”
언덕 아래의 파티원들이 당황할 때, 태현은 스킬을 썼다.
-행운의 일격!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2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행운의 일격!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4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행운의 일격!
[뒷면이 나왔습니다!]
-스킬, 우기기!
[우기기 스킬로 다시 굴립니다.]
실패한 행운 굴림을 다시 굴릴 수 있는, 사기에 가까운 스킬! 이름만 빼면 완벽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8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행운의 일격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그야말로 행운 관련 스킬의 총집합 콤보.
연계를 하니 그 효과가 무시무시했다.
태현은 스킬 버프를 끝내고 달려들었다.
오크들의 숫자가 많아 봤자 판타지 온라인 1에서 최강자였던 태현의 눈에는 기어 다니는 굼뱅이 수준!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한 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그대로 터져나가는 오크들!
말 그대로 학살이었다.
“뭐, 뭐야? 우리랑 비슷한 레벨 아니었어?”
긴장한 채로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하준과 파티원들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장비나 겉모습을 봤을 때는 50도 안 되는 낮은 레벨이었는데?
그러나 지금 오크들을 학살하는 걸 보니 레벨이 한 70~80은 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스킬도 안 쓰고 평타로만!
‘아. 범위 공격 있었으면 좋겠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한 대 맞더라도 회피할 자신이 있었지만, 행운에만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았다.
행운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몰랐으니까!
재수 없이 천문학적인 확률로 공격을 맞게 된다면 태현은 당장 목숨이 위험해졌다.
[남은 오크들이 겁에 질립니다.]
[오크들이 도망칩니다.]
[스탯: 공포가 활성화됩니다.]
<공포-적을 겁에 질리게 할 수 있는 능력. 높으면 적의 공포에 면역이 생깁니다.>
추가로 생기는 스탯 중 하나였다. 스탯은 뭐든 있으면 좋았다.
게다가 공포 스탯 같은 경우는 나중에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좋았다.
보스 몬스터 중에는 공포로 몸을 굳게 만드는 놈들도 있었으니까.
공포 스탯이 높으면 이럴 때 버틸 수 있었다.
“잠깐만요! 우리랑 비슷한 레벨 아니었어요?”
전투가 끝나고 최하영이 달려와서 물었다. 태현은 대답 대신 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레벨을 말했었나?”
“안 말했었죠.”
“그렇다는데요?”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태현은 레벨이 어떻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런데 왜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저야 안 맞을 자신이 있는데 얘는 방어력이 좀 약해서요.”
태현은 지수를 가리켰다. 지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한 마디로 짐!
‘아, 그래서…….’
최하영은 생각을 고쳤다.
태현과 지수는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가 아닌 것 같았다.
태현은 레벨이 더 높은 도적인데, 도적으로는 낮은 레벨을 데리고 다니면서 레벨을 올려주기 까다로웠다.
성기사는 공격을 대신 맞아줄 수 있었고, 사제는 치료를 해줄 수 있었지만, 도적은 둘 다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도와달라고 한 거구나. 대장장이 스킬은 레벨이 높으니까 그런 거고.’
멋대로 납득!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야 이해가 가능했으니까.
“음, 그러면 파티에 들어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혼자서 다 사냥하시면 저희가 경험치를 못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