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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화 (16/1,826)

§ 나는 될놈이다 16화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조회수가 1억 가까이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서버 최초의 전설 직업이라는 것이 대단했던 것이다.

“이야…… 진짜 타고났다니까.”

태현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본 영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전설 직업의 화려한 모습이나, 이세연의 아이템 같은 것에 주목했겠지만 태현은 그녀의 컨트롤에 주목했다.

여전히 대단했다.

일대일 전투에서의 순간적인 센스, 캐릭터를 키우는 전략적인 눈, 거기에 전설 직업까지 얻었다.

그녀는 예전부터 게임 관련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연예인은 뺨을 때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화제를 만들었으니…….

‘정말 인기가 천장을 뚫고 솟구치겠네!’

부러움보다는 신기할 정도였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구나!

소문을 들어보니 집안도 엄청나게 좋다고 들었다.

좋은 집안에, 뛰어난 외모에, 엄청난 게임 실력에…….

생각해 보니 뛰어난 외모를 빼면 태현도 다 갖고 있는 거긴 했다.

‘지금부터 따라갈 수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세연은 아마 레벨 100은 확실하게 넘긴 것 같았다.

그리고 이세연이 지금 전설 직업으로 너무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영웅 직업을 얻은 다른 랭커들도 많았다.

그들도 조용히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언가 대단한 퀘스트를 깨면 바로 방송에 나갈 것이다.

벌써 길드 중 몇 군데는 성 하나를 점령하고 성주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었으니까.

태현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상대를 쓰러뜨리려면 차이가 적어야 했다.

레벨 1은 아무리 컨트롤을 잘해도 레벨 100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조금 늦게 시작한 게 실수였나…… 에이, 지금부터 따라붙으면 되겠지.”

* * *

그렇지만 태현은 사냥에 뛰어들지 않았다.

‘레벨 업은 나중에 할 수 있어. 중요한 건 퀘스트와 스킬의 성장이야.’

레벨에 눈을 먼 플레이어들은 시작하자마자 필드에 나가 몬스터를 잡고 던전에 들어가는 것에만 집착했다.

그러면 많은 퀘스트를 놓치게 됐다.

조금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퀘스트로 챙길 수 있는 스탯이나 스킬을 모두 챙기고 가는 게 올바른 길이었다.

[하급 장검 제작 기술을 획득했습니다. 재료와 방법에 따른 다양한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하급 강철 갑옷 제작 기술을 획득했습니다. 재료와 방법에 따른 다양한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대장장이에게서 배울 수 있는 건 아이템의 제작 기술!

물론 대장장이만이 알고 있는 비전의 스킬 같은 것도 있겠지만, 태현은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그거 얻으려면 대장장이로 전직하라고 하겠지?’

아이템 제작법만 해도 충분히 좋은 스킬이었다.

원래 판타지 온라인 2에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이리저리 실패를 겪어야 했다.

강철을 얼마, 가죽을 얼마…….

그런 식으로 몇 번 실패를 겪고 나서야 새로운 아이템의 제작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대장장이들이 괜히 길드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저런 실패를 감당하려면 길드의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선배 대장장이한테 이미 알려진 제작법만 배운다면 그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됐다.

“정말 재밌습니다! 더 가르쳐주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나도 조금 쉬어야지.”

태현은 열정적으로 구렌달에게 말했지만 구렌달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아쉬웠지만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토끼 잡으러 가볼까?”

* * *

이름 : 김태현

레벨 : 25

직업 : 백수

HP(체력) : 340

MP(마력) : 340

힘 : 30 (+20)

민첩 : 30

체력 : 30

지혜 : 30

행운 : 1495

보너스 스탯: 0

초급 검술 5 (80%)

초급 요리 7 (15%)

초급 도축 7 (35%)

초급 대장장이 기술 3 (20%)

‘레벨 빼고는 많이도 올렸네.’

행운이 1500을 앞두고 있었다. 레벨은 지난번 이후로 1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요리와 도축, 검술이 올라간 것도 큰 성과였다.

특히 검술 스킬은 모든 검 관련 공격의 기본이 되는 만큼, 높아서 손해 볼 게 없었다.

“불을 피우고…… 토끼발을 굽고, 좋아!”

[구운 토끼발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살점은 없지만 태현의 솜씨가 좋아져서 그런지, 요리는 꽤나 먹을 만했다. 태현은 느긋하게 앉아서 고기를 뜯었다.

그 주변을 토끼들이 슬슬 피하며 지나갔다.

판타지 온라인 2는 아주 현실적인 게임이었다.

한 지역에서 계속 한 몬스터만 사냥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 변화가 나타났다.

태현 같은 경우는 타이럼 사람들에게 ‘도시 주변의 귀찮은 토끼들을 청소해주다니, 참 착한 사람이군’ 이란 소리를 들었다.

거기에 이제 토끼들도 태현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칭호 때문인가?’

칭호: 토끼 학살자

토끼 학살자: 토끼의 고기와 피로 산과 강을 만든 당신! 토끼에게는 어떤 맹수보다 당신이 무서울 겁니다.

토끼가 선제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토끼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력 +10%, 방어력 +10%, 위압 +10%.

[서버에서 처음 얻은 칭호입니다. 각 스탯이 20씩 증가합니다.]

사실 토끼 학살자 칭호가 쓸모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당장에 다른 곳만 가도 이 정도로 센 토끼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NPC와 대화할 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저는 용 학살자, 드래곤 슬레이업니다.

-오오, 정말 대단하군! 이런 영웅이 우리 마을에 찾아오다니. 오늘 식사는 공짜야!

이런 대화에 비해 토끼 학살자는…….

-저는 토끼 학살자입니다.

-그러면 뒷산 가서 토끼나 하나 잡아 오게.

칭호도 뭔가 대단하거나, NPC와 관련이 있어야 좋은 반응이 나왔다.

토끼 학살자 같은 칭호는…….

‘토끼하고 원수진 NPC 아니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나마 서버에서 처음 얻은 칭호라는 것 때문에 스탯이 20씩 증가한 건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였다.

[행운이 올랐습니다.]

요리한 토끼발을 복용하자 드디어 행운이 1500을 찍었다.

[스킬, ‘우기기’를 얻었습니다!]

“어?”

뭔가 싸 보이는 느낌의 스킬 이름이 떴다. 태현은 뭔가 착각했나 싶어서 확인했다.

<우기기>

실패한 행운 굴림을 다시 굴릴 수 있습니다.

“……!”

치명타, 회피…… 다 행운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률.

95%로 일어난다고 해도 5%에 걸리면 그냥 실패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태현이 그래서 진 것 아닌가.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치명타가 안 터져서.

그러나 이 우기기 스킬이 있다면, 그럴 때 다시 굴릴 수 있었다.

정말 굉장한 스킬이었다.

이름만 빼고는.

“하필 왜 이름이 우기기야? 폼 안 나게…….”

태현은 투덜거렸다. 좋은 스킬인 만큼 불만은 없었지만, 굳이 이런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 * *

“1500, 찍었네요…….”

“저거 토끼만 잡아요. 진짜 계속 저렇게 토끼만 잡는 놈은 처음 봤어요. 전생에 토끼하고 원수라도 졌나?”

“노가다 좀 하는 플레이어도 보통 저만큼 잡으면 질려서 다른 곳으로 가거든요? 레벨 업 하고 싶어서 다른 몬스터를 찾거나 퀘스트를 찾는데, 김태현은 그런 것도 없어요. 미친놈 같아!”

“참아라. 3일 후면 패치다. 그때 저 토끼발이라는 아이템 빼버려!”

“3일이면 행운 3천 찍겠는데요.”

“대장장이 기술이랑 요리 스킬 같이 찍고 있으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야. 게다가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됐어.”

“뭐가요?”

“한 지역에서 계속 똑같은 몬스터가 잡으면 일시적으로 리젠이 안 되잖아.”

판타지 온라인 2의 인공지능, 마키나는 쓸데없이 현실적이었다.

한 지역에서 계속 몬스터를 잡으면 일어나는 여러 반응 중 하나가 멸종이었다.

물론 완전히 멸종되는 건 아니고,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지만.

그래도 태현의 기세에 제동을 걸기에는 충분했다.

“팀장님. 아키서스의 화신으로 전직할 것 같죠?”

“……그래. 진짜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아예 안 하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태현이 구렌달한테 비전 대장장이 직업을 추천 받았을 때만 해도, 그들은 태현이 전직할 줄 알았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태현의 대장장이 플레이는 그만큼 인상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은 그것도 거절했다.

-아니, 저 인간은 왜 다 거절해요!? 돌은 거 아냐?!

-뭔 직업을 원하는 거야?!

-저거 혹시 전직 안 하고, 초보자 플레이하려는 거 아니에요?

눈치 빠른 직원 한 명이 말을 꺼냈지만 바로 무시당했다.

-에이, 설마…….

-그 짓을 왜 해? 기껏 판타지 온라인 2 시작해 놓고. 캡슐값이 장난이야?

아키서스의 화신으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두 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됐다.

어떤 직업도 갖고 있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행운이 2500을 넘어야 했다.

다른 전설 직업과 비교한다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조건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먼저 어떤 직업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전사 계열의 희귀 직업이나 영웅 직업을 노리는 사람도 일단 전사 계열의 일반 직업으로 전직을 했다.

아무런 직업도 없이 퀘스트를 깨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

판타지 온라인의 직업 제한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았다.

계열만 일치하면, 일반 직업을 갖고서도 퀘스트만 성공하면 희귀 직업이나 영웅 직업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전사 일반 직업이 마법사 희귀 직업으로 갈 수는 없었다. 이런 건 다시 처음부터 마법사 일반 직업을 얻어야 했다.

그 이세연도 네크로맨서로 전직해서 차근차근 퀘스트를 깨온 후 전설 직업을 얻은 것이다.

이렇기에, 레벨 10만 넘어도 직업이 없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데 태현은 아직도 직업이 없었다.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영웅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찾아왔었다.

타이럼 레인저, 비전 대장장이.

그런데도 거절했다!

‘진짜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들이 태현의 생각을 알게 된다면 뒤로 넘어질 게 분명했다.

-전직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

* * *

“토끼가…… 없다?”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다녔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너무 잡아서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태현은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그게 정답이었다.

“아, 자네 왔군!”

“예?”

“소식 들었네. 타이럼시 주변의 토끼들을 전부 잡았다고? 정말 대단해.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놈들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잡은 놈은 없었거든. 자네가 얼마나 철저하게 잡았는지, 놈들의 씨가 말랐어, 씨가!”

“……!”

그제야 태현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판타지 온라인 2는 1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었던 것이다.

‘젠장, 숫자도 생각하고 잡았어야 했어!’

설마 많이 잡았다고 안 보이게 될 줄이야.

“영주님도 소식을 듣고 많이 기뻐하셨네. 나와 같이 가게나.”

[칭호: 타이럼의 청소부를 얻었습니다.]

[서버에서 처음 얻은 칭호입니다. 각 스탯이 20씩 증가합니다.]

<타이럼의 청소부-우리 도시 우리가 깨끗하게 하자!>

몇 세기 동안 타이럼 토끼는 도시의 골칫거리였다.

높은 육체 능력에 뛰어난 번식력. 많은 모험가들에게 토끼 퇴치를 맡겼지만 이제까지 효과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당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근성으로 토끼의 씨를 일시적으로 말렸다.

시간이 지나면 토끼는 다시 나타나겠지만, 당신의 근성은 이 타이럼시의 자랑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영주를 만나라. 그는 당신의 소식을 듣고 감탄하고 있다.

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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