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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화 (13/1,826)

§ 나는 될놈이다 13화

“저, 저놈 뭐야?!”

쫓겨난 플레이어, 구성욱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모두가 잘츠 왕국을 하지 말라고 말렸을 때, 구성욱은 오히려 잘츠 왕국을 선택했다.

-모두가 안 고른다면 초반만 잘 넘길 경우 퀘스트나 아이템을 독점할 수 있겠지?

그의 계산은 어느 정도는 맞았다.

실제로 잘츠 왕국은 다른 왕국에 비해 경쟁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잘츠 왕국은 너무 가진 게 없었다.

그가 마법사가 아니어서 망정이었지 마법사였다면 여기서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어찌어찌 초반을 넘겼다. 그런 다음 잘츠 왕국의 수도, 리베라시로 가서 퀘스트에 전념했다.

워낙 판타지 온라인 2를 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잘츠 왕국에서 시작한 사람도 비교적 적었을 뿐이지 찾으면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이 필요해서 온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길드를 만들 수 있었고, 희귀 직업인 쌍검술사로 전직할 수도 있었다. 레벨도 84. 어디 가서 밀리는 레벨은 아니었다.

문제는 퀘스트를 깨던 도중에 발생했다.

<대장장이를 찾아라>

잘츠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을 찾기는 어렵다. 각 도시의 사냥꾼들은 자기가 최고라고 우기니까.

그러나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를 찾는 건 쉽다.

타이럼에 있는 대장장이 구렌달은 잘츠 왕국 최고의 대장장이다.

그를 찾아가 [차가운 울음의 검]의 제조법을 알아내라.

영웅 등급의 아이템, 차가운 울음의 검!

아이템도 직업처럼 일반-희귀-영웅-전설로 등급이 나뉘었다.

희귀 등급보다 더 좋은 일반 등급 아이템도 있었고, 영웅 등급보다 더 좋은 희귀 등급 아이템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등급이 높아지면 성능도 좋아졌다.

그리고 현재 시중에 풀린 아이템 대부분은 희귀 등급의 아이템.

희귀 등급의 아이템만 해도 거래 사이트에 가면 몇백에서 몇천만 원까지 거래됐다.

그런데 영웅 등급이라니!

탐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 왔다.

‘초보자에서 탈출하고 나서 다시는 타이럼시에 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타이럼시에서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레벨이 10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다시는 이 도시에 안 온다!

그러나 안 올 수가 없었다. 퀘스트를 깨야 했으니까.

그런데 구렌달은 생각보다 까칠했다. 말만 걸어도 성질을 내니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벨도 낮아 보이는 플레이어가 저렇게 쉽게 대화를 성공하니 놀라웠다.

“저, 저기요.”

“……?”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저 대장장이하고 어떻게 친해지신 겁니까?”

“별로 안 친한데요?”

“……아니, 저한테는 욕하는데 그쪽한테는 친절하게 대하잖습니까!”

태현은 구성욱을 빤히 쳐다보았다.

“맨입으로 얻으시려고?”

“네?”

“레벨도 높아 보이시는데, 투자 좀 하시죠.”

“아, 아! 네.”

구성욱은 눈치가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도, 2에서도 똑같은 게 있었다.

정보는 공짜가 아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정보글은 많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정보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누가 중요한 정보를 공짜로 풀겠는가. 스스로 손해보는 일인데.

“10 실버 정도?”

태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 50실버?”

“…….”

“1골드?”

“…….”

“아니, 그냥 얼마를 원하시는지 말하세요!”

“저는 돈의 액수를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1에서부터 돈에 매우 집착했다.

판타지 온라인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었다. 현실 돈을 게임 내 돈으로 바꿀 수 있었고, 게임 내 돈을 현실 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수입을 올리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그러나 태현은 수입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현실 돈은 어차피 많았다.

‘장비를 맞추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노가다를 아무리 하더라도 장비를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했고, 그 재료는 혼자서 다 모으기는 힘들었다.

어느 정도는 결국 돈을 주고 사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현실 돈을 써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건 태현의 미학에 어긋났다.

-어디까지나 게임은 게임 안에서 해결하자!

“돈의 액수를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성의가 중요한 거죠. 성의가.”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하는 태현을 보고 구성욱은 기가 막혔다. 딱 봐도 돈 더 달라는 거 아닌가.

“제가 정보 얻어내는 데 들인 노력이나 그런 게 있잖습니까. 그런 걸 그냥 돈으로 냉정하게 환산하면 제 마음이 아프지 않겠어요?”

“아니, 뭔 마음까지 아픈……?”

“다른 사람 알아보시던가요.”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 구성욱은 바로 웃으면서 태현의 팔을 잡았다.

“마음이 아플 수도 있죠! 하하하!”

“그래서 성의가 필요한 겁니다.”

구성욱은 태현을 한 대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골드를 꺼냈다.

차가운 울음의 검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몇십 골드를 줘도 남는 장사였다.

“20 골드? 이게 다예요?”

“더 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가진 돈이 없습니다.”

“더 있으실 것 같은데.”

“아니, 진짜 없어요. 장비 맞추느라 돈을 다 썼습니다.”

구성욱은 그가 초보자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런 사정까지 말해야 하나, 슬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돈이 더 있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줄 수는 없었다. 돈보다 자존심 문제였다.

“뭐, 이 정도면 성의가 느껴지네요.”

‘한 대 때리고 싶다. 진심으로.’

“저 대장장이와 친해지려면 대장장이한테 친한 척을 하지 마시고, 타이럼 사냥꾼들한테 친한 척을 하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겁니다.”

“네? 타이럼 사냥꾼들이요?”

구성욱은 질색했다. 타이럼 사냥꾼들과 친해지라니.

“타이럼 사냥꾼들한테 뭐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원한은 없는데…… 그놈들하고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구성욱은 타이럼 사냥꾼 이야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초보자 시절에 타이럼 사냥꾼들과 엮여서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것이다.

‘무식하기는 더럽게 무식해가지고…… 아오.’

구성욱도 처음에는 달랐다.

타이럼시에서 시작했으니 여기서 퀘스트를 깨려고 했었다. 타이럼의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성장을 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타이럼 사냥꾼들이 주는 퀘스트를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보상은 더럽게 짜게 주는데, 시키는 건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다.

이러니 여기에 남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구성욱은 잘츠 왕국의 수도로 떠났다.

그리고 그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타이럼에 있는 놈들은 모두 야만인이 분명해. 개발진 놈들이 만들 때 그렇게 만든 거야!’

“어떻게 친해졌냐니. 지금 그거 몰라서 묻는 겁니까?”

태현의 눈빛을 본 구성욱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 레벨을 찍고서 NPC와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거냐?’

“주는 퀘스트 깨고 달라는 거 구해다 주고 하면 되잖아요.”

“아, 아니. 그건 아는데…… 무리한 거 시키지 않습니까?”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죠.”

태현은 쿨하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미 돈 받았으니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었다.

구성욱은 뭔가 속은 느낌을 받았다.

타이럼 사냥꾼들과 친해지면 저 대장장이한테 호감을 살 수 있다는 건 좋은 정보였지만, 저게 과연 20골드를 줄 만한 정보였을까?

“으음…… 일단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끊은 건 대장장이 구렌달이었다. 안에서 크게 고함을 지른 것이다.

“언제 들어올 건가! 안 들어오나?”

“지금 들어갑니다!”

친밀도가 높아도 성질이 사나운 이상 기다리게 해서 좋을 게 없었다. 태현은 바로 뛰어 들어갔다.

* * *

“대장장이 기술의 핵심은 별거 없다. 힘과 끈기! 그것만 있으면 다 돼!”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서 공부하라는 거랑 비슷한 소리 같은데…….”

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망치를 내리쳤다.

가상현실 게임은 마우스로 클릭하면 되는 것과 달랐다.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불똥이 튀고, 실감 나게 옆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태현은 묵묵히 망치를 휘둘렀다.

[대장장이 기술을 배웠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상승합니다.]

“자네, 어거스트가 그렇게 칭찬한 것 치고는 힘이 별로군?”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행운에만 스탯을 투자한 후유증!

다른 스탯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태현은 재빨리 외쳤다.

구렌달의 성격은 이미 봐서 알고 있었다. 성격에 맞지 않으면 쫓아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니, 힘이 안 좋다면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끼게나.”

“……!”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팔찌를 얻었습니다.]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팔찌: 내구력 30/30. 착용 시 힘 20 상승.

전통적으로 대장장이들이 물려받던 팔찌. 구렌달이 스승에게 받았던 팔찌다.

‘힘이 20이나 오른다고?’

태현은 입이 벌어지는 걸 참아야 했다. 저런 아이템을 그냥 ‘오다 주웠다’ 하는 느낌으로 주다니.

갑자기 구렌달의 험악한 외모가 잘생기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끈기도 좀 부족한데…….”

“그러면 이걸 껴보게.”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벨트를 얻었습니다.]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벨트: 내구력 35/35. 착용 시 지구력 20 상승.

전통적으로 대장장이들이 물려받던 벨트. 구렌달이 스승에게 받았던 벨트다.

“!!”

설마 해서 꺼내봤는데 정말 주다니. 이쯤 되자 구렌달이 산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구력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보이지 않는 스탯도 많았다. 그런 스탯들은 특정 상황에서 생기거나 퀘스트를 통해 생기곤 했다.

지구력도 그런 경우였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마력이 좀 부족한데…….”

“……?”

구렌달은 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역시 이거까지는 안 되는구나.’

태현은 빠르게 포기하고 아이템을 장착했다.

“일단 단검부터 만들어보게. 타이럼 사냥꾼들에게 보낼 단검 10개가 필요하니까.”

<단검 만들기>

대장장이 구렌달은 타이럼 사냥꾼들이 쓰는 무기를 만든다. 그들이 쓸 단검을 만들어라.

실패할 경우 구렌달도, 타이럼 사냥꾼도 실망할 것이다.

보상: 구렌달의 신뢰도 상승. 연계 퀘스트, ?? 실버

실버 앞에 ??가 붙은 걸 보니 단검의 질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게 분명했다.

‘뭐, 어차피 일반 등급이 나오겠지. 그중에서도 가장 최하로.’

태현의 대장장이 기술은 지금 막 익힌 수준이었다.

그런 기술로 단검을 만든다면 실패나 하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도 받았겠다, 태현은 욕심을 버리고 망치를 두드렸다.

‘실수만 하지 말자.’

[가볍고 질 좋은 단검을 만들었습니다.]

가볍고 질 좋은 단검: 내구력 20/20. 공격력 40.

만든 사람의 솜씨는 형편없지만 어째서인지 성능이 좋은 무기다. 아키서스가 장난을 친 게 분명하다.

단검에서는 푸른색 빛이 났다. 태현은 깜짝 놀라서 등급을 확인했다.

<아이템 등급: 희귀>

“희귀 아이템?!”

“뭐야. 왜 호들갑인가?”

태현이 놀라자 구렌달이 턱을 긁으며 다가왔다. 그는 태현이 들고 있는 단검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걸 자네가 만들었다고?!”

“저도 놀랐습니다.”

“아니, 진짜로 자네가 만들었다고?! 혹시 장난치는 건 아니겠지?”

구렌달은 몇 번이고 물어본 다음 단검을 훑어보았다. 그는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솜씨는 형편없지만 균형도 잘 잡혀 있고 날도 제대로 서 있어. 이건 기적이야! 대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태현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행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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