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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화 (11/1,826)

§ 나는 될놈이다 11화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한 번에 끝낼 수가 없었다.

태현이 믿는 건 하나.

-행운의 일격!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2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앞면 나와라!’

[뒷면이 나왔습니다!]

“아오!”

스킬의 효과가 그대로 사라졌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태현은 스킬이 실패할 때마다 쿨타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다음에는 될 거야, 다음에는!’

이미 훌륭한 도박 중독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홉고블린은 여전히 졸고 있었다.

‘역시. 공격을 하기 전에는 깨지 않는 형식이군.’

홉고블린이 깨어나서, 소리를 내야 다른 고블린들이 몰려오는 형식.

그렇다면 행운의 일격을 몇 번 시도해도 부담이 없었다.

행운의 일격은 소리가 나는 스킬이 아니었다.

단지 태현의 눈앞에 나오는 동전의 앞뒷면을 맞추기만 하는 스킬일 뿐. 화려한 효과나 그런 것도 없었다.

덕분에 이런 상황에서는 좋았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저기…… 뭐하는 거예요……?”

지수는 태현이 홉고블린에게 다가가서 계속 칼을 들고 서 있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덤빌 줄 알았는데 계속 움직이다가 멈추고, 움직이다가 멈추고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던 도중, 태현의 얼굴에 기쁨의 빛이 떠올랐다.

“됐다!”

밖에서 보는 지수는 몰랐지만 태현은 벌써 14번째 시도였다.

14번째 시도에서야 동전을 10번 연속으로 맞출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콰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홉고블린의 몸이 튕겨나갔다. 칼을 휘두른 태현도 놀랄 정도의 위력이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고블린들이 도망칩니다!]

“어? 아. 그런 식이었나?”

홉고블린과 싸우는 동안은 고블린들이 나와서 돕지만, 홉고블린이 죽으면 고블린도 도망치는 것이다.

태현이 일격에 죽여 버린 것 때문에 고블린들이 도망가고 있는 것 같았다.

“쫓을까요?”

“관둬. 괜히 구석으로 갔다가 몰리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

태현은 홉고블린이 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장의 한가운데에 해골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골은 그들이 입은 것과 비슷한 장비를 입고 있었다.

다가가자 해골이 손에 쥐고 있는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인즈의 유서를 얻었습니다.]

<다인즈의 유서>

젠장. 나는 이렇게 죽는다.

뛰어난 타이럼 사냥꾼이자 영광스러운 타이럼 레인저의 후예인 내가 이렇게 죽다니. 고블린들을 너무 얕본 게 실수였다.

내가 죽더라도 내 동료들이 복수를 해주겠지. 내 아내, 소피아만이 마음에 걸린다. 많이 걱정하고 있을 텐데…… 그녀가 끓여준 수프가 먹고 싶다.

그러고 보니 타이럼 레인저의 후계도 정해야 한다. 내가 후계자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내 복수를 하고 시체를 찾은 사람이라면 타이럼 사냥꾼일 테니 타이럼 레인저의 자격이 있겠지.

<영웅 직업-타이럼 레인저 전직 퀘스트>

타이럼 레인저는 타이럼 사냥꾼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만이 전통적으로 이어받은 명예로운 직업이다.

사냥꾼 다인즈는 타이럼 레인저였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고, 대신 자신의 시체를 찾고 복수를 해준 사람을 후계자로 정했다.

타이럼 레인저로 전직하겠는가?

보상:타이럼 레인저로 전직.

“영, 영, 영웅 직업이에요!! 영웅 직업!!!”

“나도 눈 있어.”

지수가 펄쩍 뛰면서 놀랐지만 태현은 심드렁했다.

“영웅 직업인데 안 놀라워요?!”

“너한테는 잘됐네. 전직할 거지?”

“물론이죠! 어? 오ㅃ…… 아니, 형은 안 하실 거예요?!”

태현의 태도에서 뭔가 안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지수는 정말 놀랐다.

영웅 직업이었다.

일반 직업, 희귀 직업도 아닌 영웅 직업.

보통 플레이어들은 영웅 직업으로 전직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정말 운이 좋거나 그것만 파야 했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레벨이 20 안팎인데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것도 우연한 기회로!

그런 기회가 왔는데 기뻐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 안 해.”

“왜요?! 같이 해요!”

“싫어. 타이럼 레인저는 내 취향 아냐.”

“아, 아니. 궁수 계열이니까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영웅 직업이잖아요! 안 아까워요?!”

“응. 안 아까워.”

“……!”

지수는 슬슬 태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태현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나한테는 영웅 직업이든 희귀 직업이든 전설 직업이든…… 별 의미가 없단다. 게다가 오히려 영웅 직업은 더 안 좋아.”

“네? 왜요?”

“자. 봐. 네가 일반 직업인데 일대일 대결에서 희귀 직업을 이겼어.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하겠지?”

“그렇겠죠?”

“그런데 네가 영웅 직업인데 일대일 대결에서 희귀 직업을 이겼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직업빨로 이겼다고 할 거 아니야.”

“진짜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물론 이건 농담이지.”

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진심이라면 정말…….

“그렇지만 난 영웅 직업에 신경 안 쓴다는 건 진짜야. 일반, 희귀, 영웅, 전설 직업에 휘둘리지 마. 중요한 건 얼마나 잘 맞게 잘 키우냐야.”

“그런 거예요?”

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대장장이로 랭커들을 썰고 다녔다.

당연히 희귀한 직업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약한 걸로 알려진 직업의 가능성을 찾아 강한 직업을 쓰러뜨리는 게 더 재미있었다.

“아. 근데 넌 무조건 저걸로 전직하는 게 좋을 거야. 넌 근접전이 진짜 별로잖아.”

“…….”

맞는 말이었지만 뭔가 분했다.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전직할게요!”

[타이럼 레인저로 전직하셨습니다!]

[스킬: 강화된 연속 사격을 얻었습니다.]

[스킬: 정교한 사격이 강화된 정교한 사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킬: 난사를 얻었습니다.]

[스킬: 피의 화살을 얻었습니다.]

[스킬: 향상된 시야를 얻었습니다.]

빠르게 뜨는 창에 지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경험이 적은 그녀가 봐도 이 직업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는 알 수 있었다.

“진, 진짜 대단해요.”

“잘됐네. 축하해.”

“좀 더 감정을 담아주면 안 되나요?”

그러고 보니 태현도 레벨 업을 했었다. 태현은 스탯 포인트를 행운에 찍기 위해 창을 켰다.

‘오, 드디어 행운이 500인가?’

이름 : 김태현

레벨 : 22

직업 : 백수

HP(체력) : 310

MP(마력) : 310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혜 : 10

행운 : 500

보너스 스탯: 0

[스킬:확률 조작을 얻었습니다.]

<확률 조작>

행운 스탯에 따라, 스킬의 확률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특수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행운이 500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스킬이 나왔다. 패시브 스킬이었다.

확률 조작이라니.

‘이거…… 특이한데, 정말?’

판타지 온라인 2에서 행운이 어떤 식으로 설정된 스탯인지 점점 궁금해졌다.

태현은 금방 알아차렸다. 이 확률 조작이라는 스킬이 꽤나 많은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을.

“저기, 여기서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이미 보스 몬스터는 죽었으니 다른 함정은 없겠지. 저 가운데 통로로 가보자.”

태현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그들은 곧 고블린들이 만든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로 나오자 수풀로 교묘하게 가려진 산의 입구였다.

“마을, 마을로 가죠!”

지수는 오늘 너무 많은 걸 경험해서 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니, 그 복장은?!”

어거스트는 둘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타이럼 사냥꾼 중에서 레인저로 인정받은 사람만 입을 수 있는 복장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태현은 있었던 일들을 적당히 각색해서 말해주었다.

[실종된 타이럼 사냥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소피아의 눈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타이럼 사냥꾼의 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블린의 소굴을 찾아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뜨는 창들. 원래 이렇게 많은 퀘스트들을 깨고 갔어야 하는 곳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결말만 먼저 깨게 됐는지…….

[어거스트가 당신에게 최고의 호의를 보냅니다.]

[타이럼 사냥꾼들의 우호도가 최고로 변했습니다. 그들의 동료로 인정받습니다. 그들을 파티에 참여시키거나 퀘스트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우호도가 최고래요!”

이제까지 보이면 구박을 받았던 지수는 감격해서 외쳤다.

“잠깐. 여기서 더 올라가면…….”

“자네는 역시 타이럼 사냥꾼에 어울려!”

<희귀 직업-타이럼 사냥꾼 전직 퀘스트>

사냥꾼 어거스트는…….

귀신같이 어거스트가 다시 전직 제안을 해왔다. 영웅 직업도 거부하고 왔는데 희귀 직업이라니.

“아, 안 해요, 안 해!”

“하하! 자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는 알고 있네. 자네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동료애와 명예심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다인즈의 시체를 찾기 위해 그렇게 고생을 했겠는가! 나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네!”

지수는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게 레인저로 같이 전직하시지 그랬어요.”

“시꺼.”

* * *

“어떻게든 클리어를 했네요. 대단하네요, 진짜. 팀장님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홉고블린을 일격에 죽이다니. 저거 뭔 스킬이지?”

“저 여자애와 파티를 맺었으니 다른 곳으로 좀 갔으면 좋겠는데. 설마 다시 토끼 잡지는 않겠지. 행운을 몇까지 올리려고…….”

최명성을 중얼거리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 * *

지수는 먼저 쉬겠다고 로그아웃했고, 태현은 단검을 챙겨서 타이럼의 거리를 걸어갔다.

어거스트에게 말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인즈의 아내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역시! 자네는 책임이 뭔지 아는군! 역시 자네는 타이럼 사냥꾼…….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거스트를 시키는 게 아니라 직접 가는 이유는 하나였다.

보상.

“계십니까?”

“네. 들어오세요.”

긴 금발에, 평범하게 예쁜 외모를 가진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다인즈 때문인지 얼굴은 밝지 않았다.

“타이럼 사냥꾼이신가요?”

“아, 예. 죄송하지만…… 다인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그이 시체를 찾았나요?”

“죄송하지만 남편분은…… 네?”

태현은 멈칫했다. 남편이 죽었다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소피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뭐야,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괜히 긴장했네.’

“네. 찾았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이걸로 그이도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이거,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돈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닙니다.”

[소피아가 좋아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타이럼시 내의 평판이 오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도와주신 분한테 아무것도 안 드릴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혹시…… 다른 걸로 괜찮겠습니까?”

태현의 말에 소피아는 얼굴을 붉혔다. 태현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뭐, 뭔가요?”

“요리를 가르쳐주십시오.”

“네?”

* * *

다인즈의 유서를 봤을 때부터 소피아가 요리 스킬이 높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거스트한테 물어보니, 타이럼 사냥꾼들의 식사를 챙겨주던 게 그녀였다.

다인즈가 실종되고 나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는 노가다도 좋았지만, 뛰어난 NPC한테 배우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대장장이, 재봉, 요리…… 다 비전투 스킬이었지만 익혀두면 손해는 안 보는 스킬들이었다.

실제로 태현은 대장장이였지만 재봉과 요리도 그 직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스킬 레벨을 갖고 있었다.

뛰어난 요리는 먹으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스탯을 상승시켜줬다.

재봉은 가죽이나 천 계열 갑옷을 만들고 수리하거나, 일시적으로 버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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