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화
“행운의 일격?”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고블린들의 공격은 하나하나는 쉽게 피할 수 있어도 여럿이서 덤벼들면 정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뒤로 빠져가게 내버려 두면 지수가 근접전으로 붙어야 했다.
-행운의 일격!
원래라면 스킬을 썼을 때 마나(MP)가 감소해야 했다. 그러나 행운의 일격은 마나를 쓰지 않았다.
“……?”
대신 허공에 금화가 나오더니 허공에서 빙글 돌아갔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2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
태현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에이!”
고블린의 공격을 피하면서 스킬 설명창을 켰다.
<행운의 일격>
동전을 던집니다. 앞면이 나오면 버프 ‘행운의 일격’을 걸고 스킬을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프 ‘행운의 일격’은 스킬의 레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동전은 행운 수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현재 스킬 레벨 1.
“이게 뭔 스킬이야?!”
태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스킬이 무슨 스킬인지 깨달은 것이다.
동전의 앞뒤를 맞출 때마다 데미지를 올리는 버프를 걸어주는 스킬!
‘이거 대체 어떤 놈이 만든 스킬이야?!’
아무리 운빨겜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이었다.
이런 스킬을 만든 놈이 있다니. 실제로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만든 스킬이지만 태현은 알 길이 없었다.
-행운의 일격!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4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행운의 일격!
[앞면이 나왔습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8배로 증가합니다.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이제 그만! 끝낸다!”
스킬의 레벨이 낮아서인지 버프의 시간이 짧았다. 성공할 때마다 시간은 돌아오지만, 그래도 벌써 5초 정도 흘러간 것 같았다.
퍼퍼퍼퍼퍽!
허공에 선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궤적에 있던 고블린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
네 마리 고블린들이 일격에 죽은 걸 보고 태현은 입을 벌렸다.
쉭!
그 순간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지수가 고블린 궁수를 노려서 쏜 것이다.
“방금 뭐한 거예요?!”
뭔가 힘을 모으는 것 같더니 일격에 고블린들을 갈라버리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몇 번 더 스킬을 써보자 태현은 이 스킬이 꽤 괜찮은 스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마나 소모가 없었다.
실패하면 성공한 효과도 사라지고 쿨타임 동안 스킬을 쓰지 못하지만, 그 정도면 별로 페널티도 아니었다.
이 스킬의 가장 큰 장점은 중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성공하면 2배, 연속으로 성공하면 4배, 그다음으로 또 성공하면 8배…….
계속 맞추는 걸 성공하면 이론적으로는 끝이 없는 무한 버프!
‘무슨 도박 중독자도 아니고…….’
동전이 행운 수치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망정이었다.
만약 영향을 받았다면 계속해서 앞면이 나오는 무한 콤보가 가능했을 테니까.
공격력이 부족한 태현에게는 정말 잘 맞는 스킬.
게다가 스킬 레벨이 오르면 효과도 증가한다고 하니 더 성장 가능성이 있었다.
“인간! 인간이다! 처리해라!”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저 인간! 이상하다! 공격이 자꾸 빗나간다!”
“너희들도 행운 찍던가!”
아무리 공격력이 낮더라도 연속해서 치명타가 터지고, 어쩌다가 몇 번 성공한 공격은 다 빗나가니 태현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고블린들은 이를 갈면서 덤벼들었지만 결국 하나씩 쓰러졌다.
“인간, 너무 강하다!”
“크르륵! 타이럼 사냥꾼들! 저주하겠다!”
‘타이럼 사냥꾼?’
고블린들이 하는 말을 들은 태현은 의아해했다. 타이럼 사냥꾼이라니.
‘타이럼 사냥꾼과 관련된 퀘스트 장소인가?’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식의 던전을 초보자용으로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테니까.
[레벨 업 하셨습니다.]
어려운 던전인 만큼 확실히 레벨 업이 빨랐다. 고블린만 사냥하는데도 레벨이 빠르게 올랐다.
‘벌써 던전 안에서만 레벨 업을 두 번 했나?’
이름 : 김태현
레벨 : 20
직업 : 백수
HP(체력) : 290
MP(마력) : 290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혜 : 10
행운 : 490
보너스 스탯: 0
초급 검술 3 (69%)
초급 요리 1 (14%)
초급 도축 1 (5%)
행운이 드디어 500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괴악한 캐릭터로 키우기로 마음먹었지만, 500까지 온 걸 보니 나름 뿌듯했다.
“그러고 보니 너 지금 레벨 몇이었지?”
“지금 17이요!”
“3밖에 차이가 안 나나? 내가 좀 특이하게 키우고 있긴 해도 그렇지…… 성장이 빠르네.”
지수가 경험치를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화살로 급소를 정확히 맞춰서 추가 경험치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멈춰서 아이템 좀 수거하고 가자.”
“네!”
지수는 씩씩하게 대답하고서 아이템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단검을 얻었습니다.]
[고블린의 화살을 얻었습니다.]
[고블린의 바람총을 얻었습니다.]
[찢어진 가죽 갑옷을 얻었습니다.]
“쓸 만한 거 없지?”
“네…….”
“그러면 정리하고 가자.”
태현은 다시 칼을 움켜주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던전의 난이도가 높기는 했지만, 다행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고블린들이 떼로 몰려오지 않고 몇 마리씩 나눠서 덤빈다는 점.
포위하지 않고 앞에서만 나타난다는 점.
게다가 고블린 주술사 같은 놈들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고블린 전사와 고블린 궁수가 전부였다.
‘더 들어가야 나오나?’
“어. 저기 보물함 있어요!”
“보물함?”
자물쇠가 걸려 있는 형태의 평범한 보물함.
그렇지만 어두컴컴한 통로 구석에 따로 있으니 너무 수상했다.
“열어봐도 되나요?”
“저거…… 함정 같은데.”
“그런가요? 아쉽다.”
확실히 저 상자에 뭐가 있는지는 태현도 궁금했다. 만약 퀘스트와 관련된 상자라면 보상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좋아. 넌 좀 떨어져 있어봐. 내가 열어볼게.”
태현의 말에 지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태현이 상자를 여는 걸 지켜보았다.
덜컥-
[잠겨 있습니다.]
함정은 없었지만, 대신 단단히 잠겨 있었다.
열려면 손재주나 자물쇠 따기 같은 스킬이 일정 수치를 넘어야 했다.
“함정 없어요?”
“함정은 없는데 잠겨 있어. 이거 전에 퀘스트 깨서 나오는 열쇠로 여는 거 같은데…….”
점점 의심이 갔다. 아무래도 사전에 많은 퀘스트가 있는데 그걸 뛰어넘고 들어온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다시 나갈 수도 없고.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
태현은 그의 행운 수치 때문에 원래는 꺼질 일이 없는 바닥이 꺼졌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걸로 열어보는 건 어때요?”
“야…….”
쇠꼬챙이 하나를 건네는 지수를 보며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딱 봐도 꽤나 높은 스킬 수치를 필요로 하는 자물쇠 같은데, 이거 하나 갖고 쑤신다고 되겠는가.
“이걸로 되면, 어? 사람들이 왜 도적을 하겠어? 그냥 다 이거 들고 다니면 되겠네.”
태현은 투덜거리면서도 일단 자물쇠 구멍을 쑤셔보았다.
덜컥, 덜컥-
[자물쇠가 열렸습니다.]
“?!”
“…….”
지수는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태현은 헛기침을 하며 상자를 열었다.
[타이럼 레인저의 장검을 획득했습니다.]
[타이럼 레인저의 단검을 획득했습니다.]
[타이럼 레인저의 가죽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빠르게 뜨는 알림창들. 한눈에 봐도 퀘스트의 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타이럼 레인저? 타이럼 사냥꾼이 아니라?’
타이럼 레인저의 장검: 내구력 45/45. 공격력 40.
타이럼 레인저의 제식 장비. 균형 잡힌 구조와 단단한 재질이 돋보인다. 타이럼 레인저의 장비를 하고 있으면 타이럼시민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타이럼 레인저의 가죽 갑옷: 내구력 60/60. 방어력 25.
타이럼 레인저의 제식 장비. 섬세한 무두질이 돋보인다. 타이럼 레인저의 장비를 하고 있으면 타이럼시민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타이럼 레인저가 뭐에요?”
“글쎄? 타이럼 사냥꾼 관련 직업 같은데. 상위 직업인가?”
직업 중에서는 먼저 전직한 다음 거기서 특별한 퀘스트를 깨고 상위 직업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많았다.
타이럼 레인저가 타이럼 사냥꾼에서 레벨 업을 하고 전직하는 직업이라면…….
‘아, 이거 진짜 퀘스트 잘못 들어온 거 같은데.’
기껏 발견했는데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았다.
“일단 장비부터 하자. 아쉬울 거 없으니까.”
“네!”
규칙 없이 난장판으로 장비를 맞추고 있었는데, 보물함에서 나온 장비를 각자 맞추니 제법 겉모습이 그럴듯해졌다.
“이게 세트 장비죠?”
“어. 그렇지. 장검은 안 써?”
“……들어봤자 별 의미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 단검이나 챙겨라.”
지수는 활을 들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저것도 열어? 저 상자, 퀘스트에서 깬 열쇠 있어야 열리는 거 아니었어?!”
“행, 행운 수치가 높아서 일정 확률로 열린 모양인데요.”
“아. 인공지능 진짜…… 게임 시스템을 어떻게 만든 거야.”
최명성은 투덜거리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게임 내 세세한 설정은 인공지능이 정했다. 저런 건 그들도 알 수 없었다.
“저기서 보상 얻고 마지막 광장 들어가서 시체 발견하면 이 던전 끝이지?”
“네. 그렇지만 보스 몬스터 있습니다.”
“지금 김태현 하는 거 보면 보스 몬스터도 무난하게 처리할 것 같은데…….”
평범한 공격은 대부분 피한다.
어쩌다 맞는 공격은 높은 행운으로 인해 회피가 뜬다.
이러니 이 던전의 몬스터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
“상성이 안 좋아. 상성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이렇게까지 쉽게 뚫리지는 않았을 텐데.”
“여기 보스 몬스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실수 한 번 하면 바로 포위당해서 죽을 겁니다. 그런데 팀장님. 김태현 좋아하시는 거 아니셨습니까?”
“좋아해.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 김태현은 원래 아슬아슬하게 플레이하면서 이겨야 재밌다고.”
“…….”
윤주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최명성을 쳐다보았다.
“보스 방 들어가네.”
“어. 팀장님. 도동수가 새 퀘스트 시작했는데요.”
“그런 놈 알게 뭐야. 나중에 결과만 말해줘.”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도적 랭커였고,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영웅 직업인 그림자 춤꾼까지 얻었지만, 도동수는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었다.
* * *
“홉고블린이다.”
고블린 중에서 덩치가 크고 리더십이 있는 놈. 통로 끝의 넓은 광장 가운데에 홉고블린이 졸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다른 고블린은 없어? 없을 리가 없는데.”
“안 보여요.”
“으음…….”
태현도 주변을 확인했다. 돔 형태의 광장에는 홉고블린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태현은 속지 않았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돈 던전만 해도 수백 개.
이렇게 위험하지 않은 던전은 오히려 수상했다.
“……!”
태현은 구석에 난 조그만 통로들을 발견했다. 저런 통로는 뻔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저기에서 고블린들이 나타나나?’
홉고블린밖에 없다고 방심해서 덤벼들면 바로 포위당하는 것이다. 대충 어떤 식인지 알 것 같았다.
‘저기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소리가 나면 바로 포위당할 텐데.’
갑자기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나가서 공격할 테니까, 넌 여기에 있어.”
“네? 도움 필요 없어요?”
“여기서도 쏠 수 있잖아? 만약에 저놈 한 번에 못 잡으면 무조건 이 통로로 올 테니까, 그러면 바로 도망쳐.”
“……?”
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에 잡는다고?
태현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보스 몬스터를 일격에 죽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태현은 최대한 조용히, 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홉고블린을 공격하는 순간 보스전 시작인가?’
혼자 있는 홉고블린을 만만하게 보고 공격하는 순간, 주변에서 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측을 하지 못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태현은 그런 방식에 따라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일격에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