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그 말은 진심이기도 했다. 파이가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없었고.
…물론 밤마다 좀 과하게 괴롭히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좀 약간, 싫기는 한데 그보다 좋은 게 더 크기도 하고.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파이도 내 말에 굉장히 만족한다는 듯 콧대가 높이 솟아오른다. 그러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하유르를 쳐다보며 삐딱하게 웃었다.
“들었지. 훼방꾼들은 이만 꺼져주길 바라는데. 출구는 저쪽이다.”
“축하선물도 가져온 하객에게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약간 눈꼬리를 아래로 축 늘인 하유르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 축하선물이라는 말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축하선물이 뭔데요?”
선물이라는 건 언제 받아도 기분이 좋지. 하물며 파이가 매일같이 산책할 때 들꽃을 하나씩 꺾어서 건네주는 것도 좋은데. 특히나 오늘 같은 인생에 한 번뿐인 날에 받는 선물이 무엇일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파이의 팔뚝을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얼굴을 빼꼼 내밀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파이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다. 또 내가 쓸데없는 선물에 관심을 보인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내려다 봤다.
두피가 따갑긴 하지만 괜찮아. 요즘에는 예전처럼 뭐든 안 된다고 하진 않으니까.
그러자 하유르가 아닌 리브엘이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어깨를 살짝 움츠렸고, 파이는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리브엘은 꿈쩍도 하지 않고 미소를 유지한 채 딱 세 발자국 떨어진 곳 앞에서 멈춰 섰다.
“혼인 축하해, 치즈.”
생각지도 못하게 축하해주는 리브엘의 표정이 평소에 그가 보이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갈고닦은 연기실력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나를 완전히 포기해준 걸까?
나는 대꾸도 못 하고 그저 눈꺼풀만 빠르게 파닥거렸다. 그러자 리브엘이 헛기침을 하며 양 볼을 살짝 붉힌다. 그러더니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조그마한 하얀 상자를 내게 내민다.
“받아줘. 내가 직접 준비한 선물이야. 사실… 준비해놓은 지는 조금 되었는데, 왠지 지금 네게 필요하기도 할 것 같아서.”
“…그거 뭔데?”
“보면 알아. 네게 해가 되는 건 아니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조금 쭈뼛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나보다 파이가 더 먼저 손을 뻗어 상자를 낚아채더니 옆으로 휙 던져버린다.
“엥?”
하필이면 그 상자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서는 에이든의 손에 정확히 안착해버린다. 얼떨결에 상자를 받게 된 에이든도 어리둥절하며 두 눈을 끔뻑거렸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네 놈 선물 따위 받지 않는다. 아니, 필요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군.”
“선물을 건네주기는 했으니 저분께 받도록 해. 버리면 아깝잖아.”
리브엘은 파이의 사나운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파이가 없는 것처럼 그저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고 제 할 말만 한다. 원래 간이 큰 남자이긴 했는데.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 싶다.
“혼인, 다시 한번 축하해. 두 번째 혼인은 나와 해주길 기다릴게.”
“…뭐?”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멍청하게 되물었고, 파이는 턱을 불끈거리며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파이가 화를 내기도 전, 만족스럽게 웃는 리브엘이 뒤로 물러나 우리와 멀리 떨어졌다.
‘두 번째 혼인이라.’
내가 신의 피를 마셔서 수명이 늘어났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하유르와 손을 잡은 게 확실하다면, 하유르가 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건네주었을 테지.
아무래도 리브엘에게 여자를 좀 소개해줘야겠네. 먹잇감으로 보지 않을 만큼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는 건 쉽지 않겠지만.
“우리 치즈.”
그리고 하유르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나를 부르며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순수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나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내 선물도 저 꼴 날까 봐, 나는 네 방에다가 몰래 가져다 놓았어. 꼭, 몰래 확인해. 혼자서만. 알았지?”
“…내용물이 뭔지 물어봐도 대답 안 해주실 거예요?”
“물론이야. 선심 써서 대답해주자면… 여자만의 비밀이랄까?”
굉장히 미심쩍다. 지금껏 하유르가 나를 질투한 적은 없었고, 지금도 진심으로 내 혼인을 축하하는 것 같아서 더 의심스러웠다.
파이를 좋아했던 게 아니었나? 어떻게든 파이를 유혹하려고 했던 걸 보면 꽤나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같은 여자지만 세상에서 제일 모르는 게 여자의 마음이라더니 맞는 것 같다. 파이보다 더 속을 모르겠는 상대다. 그런 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쉽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반겨주지도 않으니까 어쩔 수 없네. 방해꾼들은 이만 물러나 줄게. 둘이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유르는 내게 손까지 흔들고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리브엘은 나를 향해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만 ‘다음에 따로 만나’라고 말하고는 하유르의 뒤를 따라 나갔다.
…이게 다 무슨 일이담?
두 손님이 방문한 이후, 그야말로 이곳은 초토화나 다름없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장소는 유지되고 있었으나 분위기가… 너무 무섭다. 우리는 전부 얼음처럼 굳어서, 닫혀있는 방문만 노려보는 파이의 눈치를 살폈다.
“카르디옌.”
그 무시무시한 침묵을 깬 용기 있는 자는 바로 블랑이었다. 그것도 나뭇가지 위에 앉아 엎드려서는 얼음 꼬리를 유연하게 살랑거리면서.
“쓸데없이 기운 빼지 말고 이제 그만 혼인식을 진행하지그래? 저러다가 혼인식의 주인공인 치즈가 다른 의미로 울어버리면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리지 않을까?”
블랑이 제대로 정곡을 찌르자, 파이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향해 다정한 표정을 그려낸다.
조금 전의 살벌한 눈빛은 아직 가시지 않은 채지만. 이 정도쯤이야. 지난 이십 년간 갈고닦은 적응력에 비하면 식은 수프 먹기지.
“치즈.”
“내 마음도 몸도 호흡도 심장도, 전부 파이 거니까 안심해요. 파이가 우려하는 일들, 절대 벌어지지 않아요. 내 목숨은 파이의 손에 맡겼으니까 날 살리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파이뿐이에요.”
그가 어떤 심경을 안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내게 듣고 싶은 말을 강요하기 전에 먼저 전해주었다. 그게 내가 파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니까.
그제야 파이의 강렬한 눈빛이 한순간 사그라졌다. 가지런한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 그가 고개를 숙여와 내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내 목숨도 치즈 네 것이다. 네가 살아있는 한, 나 역시 너와 함께일 거다. 영원히.”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손을 맞잡았다. 정식으로 혼인서약서에 서로의 이름을 남기면, 이제 정말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거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진지하게 혼인식에 임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지는 못했지만. 서로 똑같이 새하얀 예복을 입고 마주 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를 향해 뛰는 내 심장은, 아마 숨이 멎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겠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함께였던 그와 영원을 맹세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기뻐서 흐르는 눈물이라면 말리지 않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면 당장 침실로 데리고 가버…….”
“으악! 이 변태, 입 다물어요!”
하여간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하는 이 드래곤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자 미지수다. 그래서 나는 블랑에게 드래곤의 성욕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거든 꼭 말해달라고 몰래 부탁을 했다.
안 그러면 진짜 언젠간 침대 위에서 비명횡사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곧 혼인서약서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고, 증인이 되어준 두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의 축복 속에서 혼인식을 무사히 끝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키스까지 끝낸 뒤.
“그럼 다음은 신혼여행을 바로 떠나지. 뒤를 부탁한다, 에이든.”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아 문 쪽으로 향하는 파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혼여행? 신혼여행을 당일치기로 가려고?”
“글쎄. 하루가 될지 몇 달이 될지 그건 가봐서 결정하도록 하지.”
“가게는 어쩌고?!”
“걱정 마라. 너는 그저 즐겁게 여행 갈 마음의 준비만 해.”
그렇게 세 달간의 신나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치치르자 왕국으로 복귀했을 때, 레이라를 통해 듣게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 가게의 주방 일을 이름 모를 새까만 사람들이 도맡아 했다고. 그리고 그 새까만 사람들은 내가 어렸을 때 가끔 나를 돌봐주던, 파이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시킨 까마귀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여간 파이도, 그게 뭐라고 나한테 비밀로 한 거람?”
“여행 중에는 노는 것만 신경 쓰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
파이는 돌아오자마자 에이든의 편지를 건네받고 바로 블랑제국으로 향했다. 그래서 나는 레이라와 오랜만에 단둘이 저택 야외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장하게 두 눈을 반짝거리는 레이라가 굉장히 들뜬 표정으로 상체를 조금 숙여왔다. 그래서 나도 미간을 살짝 좁히고 시선을 마주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할 말? 뭔데?”
“나… 흠, 사고를 쳐버렸지 뭐야?”
“…사고?”
무슨 뜻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나 심각한 일인가 싶었는데 잔뜩 상기되어 뺨이 붉어진 표정을 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설마, 설마?!
“너 임신했어?!”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게 외치자, 레이라가 부끄럽다는 듯 몸을 배배 꼬았다.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아니, 그래서 뭐야? 뭔데? 진짜? 정말?!”
재촉하는 물음에 레이라가 손바닥으로 뺨을 감싸 잡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그래서 네가 빨리 돌아오길 기다렸어. 내 혼인식에도 네가 참석해야 하니까.”
순간 머리가 멍했다. 겨우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아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언제? 어, 얼마나 되었어?”
“매주 블랑 제국의 황실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데, 이제 넉 달 되었대.”
“내가 혼인식 하기도 전에 이미… 사고를 치셨군그래?”
“우리도 네가 신혼여행 떠나고 나서 알았어. 곧 배가 나올 예정이라 폐하께서 빨리 혼인식 하자고 하시는데… 나는 네가 돌아와야 할 거라고 고집을 피웠거든.”
“어찌 되었든 축하해! 혼인식 미루더니 더는 미루지 못하도록 아주 그냥… 에이든이 한 방을 날렸네.”
내 말에 레이라가 웃으면서 버릇처럼 배를 조심히 쓰다듬는다. 그 모습에 왜 이렇게 가슴이 찡하던지. 연신 축하를 건네다가 그 혼인식 준비 때문에 바빠 보이는 레이라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임신이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 파이가 지난 과거에 혼인을 수락해주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지. 내게 새 생명을 안겨줄 수 없다는 이유.
지금도 딱히 아이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조금 전 레이라의 그 행복해하던 표정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레이라의 말도.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라고 하잖아. 폐하와 나, 두 사람의 피가 섞인 아이는 세상 유일하니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있으면 좋은 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어쩔 수 없는 거지만… 탐이 나기는 했다. 레이라의 말대로 세상에 유일한 두 사람의 결실이니까.
“큰아들 하나 키우고 있는 느낌이니까 뭐, 괜찮아. 파이가 가끔은 아이처럼 굴기도 하니까, 아들 하나 있는 셈 치지, 뭐.”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파이와 행복하면 돼.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들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 두 개를 발견했다.
‘…뭐지?’
하얀색의 작은 상자가 두 개. 순간 나와 파이의 혼인식 때 왔었던 하유르와 리브엘이 떠올랐다. 뭔가 위험할 것 같기도 하면서… 궁금하기도 하고. 위험한 물건이 내 방에 놓일 리는 없지. 파이의 마력이 이 방을 전부 보호하고 있으니까.
나는 일단 안심하고 두 개의 상자 중, 리브엘이 건네주었던 상자 뚜껑을 조심히 열었다. 그리고 내용물을 보자마자 흠칫 놀라서 다시 닫아버렸다.
“미, 미, 미쳤나 봐?! 이게 대체 뭐람?!”
그 상자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얇은 레이스로만 만들어진 새까만 캐미솔이었다. 입으면 온몸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설마 선물 잘못 준 거 아니야?!
다시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조심히 열어 그 낯 뜨거운 캐미솔을 손가락으로 조심히 잡아 들어 올렸다.
“…내게 필요할 거라더니, 설마 두 번째 혼인식은 자기랑 해달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리브엘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 밝히는 사람이었나 보다. 분명 예상컨대 이건 나중에 자기와 혼인식을 치르게 되면 자기 앞에서도 입어달라는 뜻일 듯.
하여간 사내들이란.
나는 상자에 다시 캐미솔을 욱여넣고 뚜껑을 닫아, 드레스 룸 가장 깊은 곳에 처박아두었다. 혹시라도 파이가 보면 곤란해지니까 어쩔 수 없이 너는 봉인이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상자 앞에 서서 호흡을 골랐다.
“그 언니는 또 어떤 곤란한 선물을 보내왔을까?”
제발 이상한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조심히 뚜껑을 열었다. 다행히 야한 물건은 없었다. 그 안에는 반짝거리는 가루가 담긴 작고 투명한 병과 곱게 접힌 쪽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쪽지를 먼저 펴서 안에 적혀있는 내용을 훑어봤다.
“…루즈 제국에서만 나는 히아루르 보석가루?”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 예전에 레어로 찾아온 하유르가 히아루르 보석에 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열매가 바로 ‘히아루르’라는 이름의 보석이야. 여성이 그 보석을 갈아서 먹으면 인외종족과도 교합을 해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해.]
하유르가 그 열매를 빌미로 파이를 유혹했었지. 나는 그때의 짜증 나는 기억을 다시 휘휘 날리며 남은 쪽지의 내용을 훑어봤다.
“뭐?! 임신해서 아이를 낳으면, 언니 아이랑 혼인식을 치르게 하자고?”
분명 하유르의 목표는 강한 힘을 가진 아이를 탄생시키는 거였지. 그 욕심, 아직도 못 버렸나 보다. 어떻게든 드래곤의 아이를 탄생시켜 루즈 제국에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혼인도 서로 마음이 맞아야지. 아무나하고 하나?’
그래도 은근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들의 혼인이야 나중 일이니까 제쳐두고, 정말 이 보석가루를 먹으면… 파이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걸까?
나는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다시 쪽지와 보석가루를 그대로 담아서 상자 뚜껑을 닫았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면 파이 몰래 먹어서 파이를 놀래켜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파이가 아이를 싫어하진 않는 것 같았으니까.
“선택권은 내 몫이네. 어떻게 할까?”
블랑 제국의 열매가 사실이듯, 이 보석에 관한 이야기도 진실일 것이다. 만일 거짓이고 내가 이걸 먹고 죽더라도 파이가 루즈 제국을 가만두지 않을 거고. 하유르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주의였으니까.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상자를 드레스 룸에 고이 모셔두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황이 어떻게 뒤바뀔지, 그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나랑 한번만 해요, 그거 完]
나랑 한번만 해요, 그거 Epilogue 2 (완결)